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8)
8화 생존하는 법을 배우다 (1)
“꼼짝마!”
강민이 소리치자 막 들어오던 헬멧을 쓴 사람이 멈췄다. 헬멧 뒤로 세 명의 사람들이 더 들어왔지만 모두 강민이 든 총을 보고 멈췄다.
그중 까만 반팔 티셔츠를 입고 도끼를 든 덩치 큰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총? 진짜 총이야?”
그러자 쇠 파이프를 들고 뿔테 안경을 쓴 마른 남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승철아, 아니야. 작잖아. 저거 가짜 총이야!”
그 말을 들은 덩치 큰 남자, 승철이 코웃음 쳤다.
“하! 이놈이 장난감 가지고 장난쳐!”
승철이 당장이라도 내려칠듯 도끼를 위로 들자 강민이 총구를 돌렸다.
“움직이면 쏜다!”
“이 새끼야. 내가 가짜 총에 속을 줄 알아!”
“경고하는데 가짜 총 아니다.”
승철이 도끼를 두 손으로 꽉 잡으며 소리쳤다.
“씨발, BB탄 총 가지고 구라 치고 있어!”
승철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승철아! 잠깐!”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소리쳤지만, 승철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 안방이기에 승철은 금세 강민 앞에 다다랐다.
거대한 도끼를 든 승철의 모습에 기가 질릴 법도 하지만 강민은 침착했다. 모두 팔봉에게 받은 훈련 덕분이었다.
강민은 승철이 3m 정도 앞에 오자 가스총 방아쇠를 당겼다.
– 치이이익.
가스총에서 하얀 연기가 분사됐다. 분사액이 승철의 얼굴에 정확히 맞았다.
“으아아악!”
달려오던 승철이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떨어트렸다.
“승철아!”
뿔테 안경이 소리치며 쇠 파이프를 들고 달려왔다. 일본도를 든 헬멧 쓴 사람도 바로 달려들었다.
뿔테 안경이 승철을 잡는 사이 헬멧의 칼이 강민의 목을 찔러 왔다.
눈앞에 칼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강민은 옆으로 굴렀다.
칼이 강민의 등 뒤 배낭을 스쳐 지나갔다.
‘칼이 빨라. 팔봉이 삼촌보다 더 빠른 거 같아. 검도 고수인가?’
강민은 바닥에 누운 자세로 가스총을 헬멧에 쐈다. 헬멧은 피했지만 약간의 액이 헬멧 안면에 묻었다.
헬멧은 잠시 멈칫하다 다시 강민에게 달려들었다.
‘헬멧 때문에 분사액이 안 먹히는 건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마침 바로 앞에 승철이 떨어트린 도끼가 있었다. 강민은 도끼를 집어 휘둘렀다.
– 탕!
도끼와 칼이 부딪쳤다.
강민은 당연히 칼이 날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살짝 튕겨 나간 칼이 작은 원을 그리고 다시 강민의 목을 향해 왔다.
‘뭐야! 칼이 왜 이래! 말도 안 돼!’
칼이 상식적인 물리 법칙을 벗어난 거 같았다.
강민은 다시 바닥을 뒹굴며 주머니에 있는 ‘전기 충격기’를 꺼냈다.
칼이 뒤쫓아 오는 순간 강민은 몸을 숙이며 ‘헬멧’을 쓴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믿는 건 등 뒤의 거대한 배낭이었다.
– 싹둑.
칼이 배낭이 아니라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서늘한 감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강민도 가만있지 않았다. 손을 뻗자 전기 충격기가 ‘헬멧’의 허벅지에 닿았다.
‘지금이야!’
전기 충격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 찌이이익.
전기 불꽃이 튀며 헬멧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충격이 심했는지 칼도 놓쳐 버렸다. 하지만 끝끝내 쓰러지지 않았다.
‘뭐야? 이래도 안 쓰러진다고? 괴물이야?’
강민은 얼른 발로 칼을 치워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이 소리쳤다. 아직 싸움에 끼어들지 않은 단발머리 여자, 새미와 뿔테 안경을 쓴 남자였다.
“조장!”
“언니!”
그들이 달려오려 하자 헬멧을 쓴 조장이 손을 들었다.
“오지 마!”
조장의 말에 모두가 멈췄다.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여자?’
쇠로 긁는 듯 쉰 목소리였다. 하지만 분명 여자 목소리였다.
“하지만 조장!”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승철을 부축하며 일어섰다.
그때였다.
“콜록.”
조장이 기침하더니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안방에서 마루로 나간 거였다. 조장을 따라 새미가 따라 나갔다.
강민이 눈이 빛났다.
‘최루액이 이제 퍼졌구나. 헬멧 때문에 늦게 퍼진 거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장 옆으로 다가온 새미가 기침해 대기 시작했다. 헬멧에 묻은 가스 분사액 냄새가 근처로 퍼진 거였다.
이제 방 안에 두 명, 마루에 두 명이 있었다. 그중 멀쩡한 건 뿔테 안경을 쓴 남자 한 명뿐이었다.
‘이때야!’
강민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에게 가스총을 쐈다. 뿔테 안경이 놀라 피했지만, 분사액은 벽에 맞고 기체로 변해 안방을 휩쓸었다.
“콜록!”
“으악!”
뿔테 안경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시 한번 눈에 정통으로 최루액을 맞은 승철은 더 심했다.
“웩!”
“아악! 내 눈!”
두 사람은 바닥을 뒹굴려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강민은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 제압할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마라. 어설픈 동정이나 방심이 널 죽일 거다.
팔봉의 말이 떠오른 강민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전기 충격기를 대었다.
– 찌이이익.
두 사람이 몸을 부르르 떨며 완전히 뻗어 버렸다.
강민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마루로 뛰쳐나갔다. 그곳에 헬멧이 쓰러져 있었고 단발머리 여자 새미가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강민은 그 둘을 향해 다시 가스총을 분사했다.
– 치이이익.
“꺄악!”
새미가 비명을 질렀다.
강민은 가스액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두 사람에게 쐈다. 둘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지만, 강민은 방심하지 않았다.
‘유효 시간이 길지 않았어.’
요즘 나오는 가스총은 인체에 해가 없었다. 단시간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 뿐이었다.
그들이 더는 자신을 공격하지 못한다 생각한 강민은 가방을 내려 안에서 수갑을 꺼냈다.
– 밧줄로 사람을 묶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사람을 제압하는 건 수갑을 채우는 거다.
팔봉이 그 말을 하며 강민에게 수갑을 건네줬었다.
‘삼촌 말 하나 틀린 게 없네. 도대체 10년 동안 삼촌은 무슨 일을 한 거야?’
궁금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강민은 네 사람 모두를 수갑 채웠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강민은 마룻바닥에 주저앉았다.
방독면을 벗자 그 안에 온통 땀범벅인 강민의 얼굴이 드러났다.
“헉… 헉…….”
강민이 가쁜 숨을 들이셨다.
시원한 바람이 강민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야 살 거 같았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생사를 건 싸움을 해서였다.
“살았구나.”
아직 공기 중에 매운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괜찮았다. 그게 살았다는 증거 같았다.
“크크크.”
절로 웃음이 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고생한 게 꿈만 같았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걸 이뤄 냈어!’
강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태어나 처음으로 강민이 이뤄 낸 성과였다.
마당 감나무 사이로 뜨거운 햇빛이 보였다.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려운 환경에 처하며 강민이 가장 먼저 잃어버린 건 자신감이었다.
그 자신감이 이번 일을 통해 다시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신 강민이 일어섰다.
‘좋아, 다시 일을 시작해 볼까?’
* * *
강민은 제일 먼저 적들의 무기들을 한곳에 모았다.
‘내가 지금 제일 필요한 건, 이곳에 대한 정보야.’
강민이 평행 세계에서 만난 사람이라곤 이들이 처음이었다. 생존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 좀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할 게 많았다.
‘게다가 이상하게 좀비가 너무 없어. 여긴 외곽이긴 해도 서울인데 말이야.’
언제 또 사람을 만날지 몰랐다. 게다가 그들을 이들처럼 제압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어떻게든 이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물어보지?’
그냥 물어본다고 친절하게 대답할 사이는 이미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적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중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덩치가 큰 승철이였다.
“당장 이거 안 풀어! 이 비겁한 놈!”
강민은 기가 찬 듯 말했다.
“뭐가 비겁하다는 거지?”
“가스총을 쓰다니! 그게 비겁한 게 아니면 뭐야! 정정당당하게 겨뤄 보자!”
승철은 바닥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팔 뒤로 수갑에 묶여 있어 잘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총이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뭐가 정정당당하다는 거냐? 이런 세상에 말이야.”
강민은 자신이 이 세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티 내지 않았다.
오히려 강민은 승철이 들고 있던 도끼를 들고 승철에게 다가갔다.
‘이놈이 가장 멍청해 보이는데.’
힘은 가장 세 보였지만 다혈질에 참지 못하는 성격 같았다.
강민은 도끼를 승철의 목에 댔다.
“이익… 이익!”
승철은 씩씩대며 강민의 손에 들린 자신의 도끼를 바라봤다.
“날 죽이면 우리 조직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아무리 흑룡파 소속이어도 반드시 죽이고 말 거다!”
강민이 눈을 빛냈다.
‘조직이라고? 맞아. 아까 저 헬멧을 조장이라고 불렀지? 그럼 이놈들은 조직에 속한 조원들이란 소리겠네. 게다가 흑룡파란 조직이 이 근처에 있고 말이야.’
승철의 한마디로 강민은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역시 이놈을 파고들어야겠어.’
강민은 굳이 자신이 흑룡파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 죽여 버리면 어차피 모르잖아?”
“이익!”
정곡을 찌르는 강민의 말에 승철이 온몸에 힘을 꽉 줬다. 하지만 수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승철이 입술을 피가 나오도록 깨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금까지 승철 옆에서 조용히 있던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강민에게 말했다.
“저… 혹시, 흑룡파 아니지 않으세요?”
* * *
승철이 바로 소리쳤다.
“범생이, 그게 무슨 말이야. 저놈이 흑룡파가 아니라니?”
범생이라 불린 뿔테 안경이 대답했다.
“우선 옷이 너무 깨끗해요. 모습도요. 저 정도 유지하려면 흑룡파 최고위층일 텐데. 그들 정보는 알고 있잖아요? 그들 중 저런 사람은 없어요.”
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강민을 향했다. 검댕 하나 묻지 않은 얼굴과 손, 자신들의 엉겨 붙은 머리와 달리 조금 전에 깜은 듯한 머리카락, 게다라 뽀송뽀송한 피부까지.
“게다가 신체 능력도 약하고요. 저희가 진 건 생각지도 못한 무기 때문이었지, 저 사람 능력 때문이 아니었어요.”
범생이는 강민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시잖아요. 흑룡파는 절대 저런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걸.”
범생의 말에 승철이 강민을 노려보며 물었다.
“진… 진짜야? 너 흑룡파가 아니야?”
강민은 기가 찼다.
‘저 뿔테 안경 뭐야? 내가 흑룡파가 아니긴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그걸 파악한다고?’
뭔지 몰라도 이 조직, 평범하지 않은 거 같았다.
“맞아, 난 흑룡파가 아니야.”
승철이 버럭 소리쳤다.
“그럼 왜 지금에야 말하는 건데!”
“나를 흑룡파로 몰아간 건 너희야. 난 흑룡파가 뭔지도 몰라.”
강민의 말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을 했다.
그중 헬멧을 쓴 조장이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흑룡파를 모른다고? 설마 다른 지역에서 온 거야?”
강민은 잠시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말했다.
“맞아, 난 다른 곳에서 왔어.”
“말도 안 돼! 그 좀비들을 어떻게 뚫고 여길 왔다는 거지?”
조장의 말에 강민은 또 하나 정보를 얻었다.
‘좀비가 많이 있어. 이동이 힘들 정도로 말이야. 그럼 여기만 좀비가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야.’
강민은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잘.”
강민의 대답에 조장은 ‘끙’하며 삼켰다. 강민이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걸 느껴서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범생이가 소리쳤다.
“그럼 큰일이에요.”
승철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가?”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기억해요?”
“그야, 경계조 애들이 누군가 우리 구역에 침입했다고 들어서였지.”
“맞아요!”
“그게 왜?”
순진하게 대답하는 승철의 모습에 범생이가 머리를 벽에 박으며 말했다.
“아니! 그래도 모르겠어요?”
승철이 화를 내며 물었다.
“도대체 뭘!”
“경계조 애들이 보고한 건 흑룡파와 우리의 경계였어요. 십중팔구 흑룡파가 침입한 거라고요! 그러데 저 사람은 흑룡파가 아니고요!”
그제야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오직 승철만이 뭐가 뭔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아, 무슨 소리야? 누가 좀 쉽게 말해 줘!”
“아이씨, 우리가 원래 쫓던 흑룡파 놈이 어딘가 있다는 얘기예요!”
그때였다.
“끼아아아아악!”
한옥 지붕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 * *
강민은 소리가 들리자마자 도끼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뭐지?’
강민은 소리가 나는 지붕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사람?’
분명 사람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손에 회칼을 들고서 말이다.
놀란 강민은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다.
– 팡!
강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끼가 허공에서 막혔다. 자세히 보니 허공에 투명한 방패가 나타나 도끼를 막고 있었다.
처음 본 현상에 강민이 멍해 있는 사이 지붕에서 떨어져 내린 사람이 칼을 휘둘렀다.
“아악!”
칼이 강민이 왼팔을 뚫고 지나갔다. 강민이 고통에 뒤로 물러나자 새로 나타난 사람이 발로 강민의 배를 찼다.
– 퍽!
강민이 마루를 굴렀다.
새로 나타난 사람이 마루를 둘러보며 웃었다.
“끼끼, 이게 누구야? 대강북 연합 3조 아니야? 이곳에 전부 시체처럼 누워 있네?”
새로 나타난 사람은 머리가 노랬다. 그것도 한가운데만 5㎝ 정도만 일자로 남겨 놓고 나머지 머리는 밀어 버린 머리였다.
게다가 코에 피어싱을 해 꼭 폭주족 같은 느낌이었다.
그를 본 승철이 바로 소리쳤다.
“방진호!”
“오, 머리도 근육인 승철이 아니야!”
“네가! 네가! 호진이를 죽였지! 죽여 버리겠어! 으악!”
승철이 다가오려 했지만, 수갑 때문에 몇 발자국 움직이다 넘어졌다.
“호진이가 보고 싶나 보지? 걱정 마. 너희를 이렇게 만든 놈 죽이고 나서, 네놈도 호진이 곁으로 보내 줄 테니!”
방진호가 강민을 향해 다가왔다.
강민은 팔과 배에서 나는 고통에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눈만은 새로 나타난 방진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투명한 방패? 어떻게 저런 게 나타난 거지?’
믿을 수 없었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저놈 위험해!’
강민이 조금 전 쓰러트린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뭔가 달랐다.
‘어떡해야 하지?.’
가스총과 전기 충격기가 있었지만, 상황을 보니 지붕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 같았다.
‘내 무기는 알고 있으면 쓸모없어. 가만, 말하는 걸 보니 이들은 저놈과 싸워 본 거 같잖아. 그럼 저 이상한 기술의 대처 방법도 알고 있지 않을까?’
강민이 헬멧을 바라봤다. 마침 헬멧도 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예쁜 눈이었다. 그 눈이 강민을 향해 찡그려졌다.
강민은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협력하자는 건가? 맞아, 적의 적은 아군이지.’
강민은 아까 조장과 싸웠을 때 그의 귀신같은 검술을 떠올렸다.
‘방법이 없어. 풀어 주자.’
결심한 강민은 들고 있던 도끼를 다가오는 방진호를 향해 전력을 다해 던졌다.
방진호가 막 마루로 올라올 때였다.
– 탕!
도끼는 또다시 투명한 방패에 막혀 마당으로 튕겨 나갔다. 쓸데없는 짓같이 보였지만 그 덕에 방진호가 멈칫했다.
그 순간 강민은 조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열쇠로 수갑을 풀었다.
그걸 본 방진호의 눈이 커졌다.
“뭐야? 씨발, 너희 적 아니었어? 왜 풀어 줘!”
당황한 방진호가 막 일어서는 조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민이 초조해졌다. 수갑은 풀었지만, 자신에게 무기가 없었다.
도끼는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고 가스총은 가스를 다 쓴 상태였다.
‘정 안 되면 전기 충격기라도 쓰자.’
큰 도움은 안 될 거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민이 몸을 낮추고 전기 충격기를 꽉 잡았다. 이제 방진호와 강민이 2m도 남지 않은 순간,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방진호!”
안방에서 승철이 달려와 방진호를 몸으로 밀어붙였다. 몇 번 노력 끝에 승철이 기어코 방진호에게 달려온 거였다.
하지만 또다시 방패가 승철의 몸을 세웠다. 승철이 방패를 뚫지 못하고 방진호의 칼날이 승철을 찔렀다.
“죽어!”
승철의 몸에서 피가 쏟아졌지만, 승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승철은 방진호를 향해 계속 몸으로 달려들었다.
– 쾅! 쾅! 쾅!
그렇게 승철이 방패에 세 번을 부딪치고 칼에 찔렸을 때였다.
– 탕!
긴 칼이 날아와 방진호의 칼을 막았다. 어느새 조장이 칼을 잡고 온 거였다.
방진호가 그 충격으로 잠시 뒤로 물러났다. 승철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조장이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고 방진호를 공격했다.
– 탕!
또다시 방패가 나타나 조장의 칼을 막았다.
두 사람은 막상막하였다.
강민은 그걸 보며 눈을 빛냈다.
‘이때야!’
강민은 힘껏 달려 마당에 있는 도끼를 주워 들었다.
뒤를 보니 조장이 공격하고 있었지만, 방패 때문에 공격이 계속 막혔다. 다만 방진호도 조장의 신묘한 검술 때문에 공격을 못 하고 있었다.
‘방패는 하나. 그럼 막을 수 있는 것도 하나야!’
강민이 달려가 도끼를 휘둘렀다.
– 탕!
다시 방패가 나타나 도끼를 막았다. 그때 조장의 검이 방진호의 어깨를 찔렀다.
“아악!”
방진호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강민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 싹둑.
도끼는 사정없이 방진호의 목을 치고 나왔다. 너무나도 쉽게.
강민이 멈칫했다. 방진호의 목이 바닥을 구르고 강민의 손에서 도끼가 떨어졌다.
강민의 눈이 흔들렸다.
‘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그때였다.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사람’을 죽이셨습니다.> [1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 [스킬 ‘방패(D)’를 흡수하시겠습니까? YES,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