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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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체르노빌 (2)
‘체르노빌?’
그동안 이름만 들었지 특별히 신경 쓰고 살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듣게 되었다.
‘UN 사무총장이 왜 체르노빌을 푸틴에게 말하는 거지?’
강민은 이 방에 있으면서 전화를 엿듣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강민은 문을 열고 나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왔다.
강민은 복도에 걸려 있는 수많은 예술품을 보다가, 문득 아까 보았던 나튜브가 떠올랐다.
‘설마? 영상에서 그 교수가 말한 체르노빌 임계점이 넘은 건 아니겠지?’
강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푸틴을 만나 무기를 사서 평행 세계 좀비들을 없애는 게 목적이었는데 뭔가가 복잡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강민이 문을 열고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침울한 표정의 푸틴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UN 사무총장하고 대화는 끝낸 건가?’
강민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도 푸틴은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 때 푸틴이 고개를 들었다.
푸틴은 강민을 보며 말했다.
“보자마자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개인적인 부탁이 있습니다.”
* * *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막 들어온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UN에서 연락이 왔나?”
“네, 지금 세계 각국에서 전문가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볼로디미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가 중요해!”
비서실장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하필, 지금 푸틴과 같이 있어서.”
볼로디미르가 책상을 ‘쾅!’ 소리가 나게 쳤다.
“빌어먹을! 푸틴 그놈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그가 원하는 건 그거겠지?”
“네, 최강민이 마석을 발표하자마자 푸틴은 체르노빌을 생각했을 겁니다. 체르노빌을 안정화해 준다는 빌미로 저희와 크림반도 소유권에 대해 종지부를 찍으려 했겠죠”
원래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2014년 러시아가 침공해 빼앗았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지만 군사 대국 러시아를 어떻게 해 볼 수 없었다.
“나토가 우리를 받아 주기만 하면 다시 크림반도를 가져올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이 문제죠. 하필 이때 이런 사고가 터지다니!”
최악이었다.
이러면 러시아가 크림반도가 아니라 그 이상을 원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뭐라고 하던가?”
“다들… 쓸모없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상 자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탭을 열었다. 그곳에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이 진정 체르노빌이란 말인가? 이 안개 처음보다 더 넓어진 거 같은데?”
영상은 이상했다. 평소 체르노빌은 사람이 살지 않아 황폐한 도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에는 건물이 보이지 않고 온통 안개가 자욱했다.
“맞습니다.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개는 보통 안개가 아닙니다. 방사성 물질이 가득 담겨 있는 안개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안개가 퍼지지도 않고 체르노빌에만 뭉쳐 있다는 게 말이 돼?”
“그 때문에 학자들도 분석하는 걸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방사선의 화학적 작용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로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구출대는 안으로 들어가 봤나?”
“네, 갔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갔는데 안개 때문에 사방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10명이 들어갔는데 1명은 나오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볼로디미르 대통령이 깊은 신음성을 냈다.
“대책은?”
“모두가 하나만 얘기합니다. 마석, 방사성 물질을 흡수하니 뭔가 방법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볼로디미르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푸틴에게 전화하겠네.”
볼로디미르의 말에 비서실장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대통령님! 안 됩니다. 그가 무엇을 조건으로 내세울지 모릅니다!”
“욕은 내가 먹으면 돼.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 최악의 상황이 오면 우크라이나가 망할지도 몰라!”
볼로디미르는 테이블의 전화기를 들었다. 푸틴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비서실장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대통령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왜 그러나?”
“러시아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응?”
최강민을 데리고 있는 러시아는 먼저 연락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하고 불리한 건 우크라이나였다.
“뭐라고 하던가?”
“최강민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전문가도 같이 보낸다고 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뭔가?”
“첫 번째로 30명의 러시아 특수 부대를 들여보내 달라고 합니다.”
“뭐라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적대 국가였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국가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수도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체르노빌에 특수부대 30명이 진입한다는 것은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였다.
“빌어먹을!”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또 다른 조건이 있는가?”
“두 번째로 모두가 최강민의 지시를 따르라는 겁니다.”
* * *
강민은 러시아 대통령 전용기에 타며 고개를 흔들었다.
“살다 살다 대통령 전용기를 다 타 보네.”
상황은 그만큼 급박했다.
– 이게 내 막내딸 엘레나네.
강민은 거대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바라봤다.
그곳에 ‘푸틴’의 막내딸 엘레나 사진이 있었다.
‘예쁘네.’
예쁘지만 푸틴의 모습이 있었다. 게다가 운동하는지 몸이 다부진 건강한 미인이었다.
‘외부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딸이라고?’
강민은 바로 직감했다.
‘사생아구나.’
푸틴의 사생아가 한둘이 아닐 거라는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그걸 파헤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푸틴의 치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푸틴이 직접 자신의 치부를 강민에게 말한 거였다.
‘그만큼 엘레나를 이뻐한다는 거겠지.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비밀을 지켜 달라는 거겠고.’
푸틴은 엘레나를 구해 달라고 했고 그 대가를 제시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제안이었어.’
만일 이번 일만 성사시킨다면 지금 강민이 고민하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었다.
‘만일 그렇게만 되면 무기 따위는 문제가 안 돼.’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이번 일을 성사시켜야 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프랑스 배우라고?’
푸틴은 엘레나의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며 ‘체르노빌’에 간 것도 남자 친구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잘생긴 사람이었다. 게다가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 운동가였다.
‘푸틴의 딸이 프랑스 환경 운동가와 사귀다니 정말 남녀 사이는 아무도 모르겠네.’
그렇게 강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알아볼 때 방송이 나왔다.
“20분 후 우크라이나 보리필스 국제 공항에 도착합니다.”
강민은 비행기 내부를 둘러봤다. 자신 말고도 완전 무장을 한 30명의 군인이 같이 있었다.
‘이들이 내 말만 듣는다고 했지.’
푸틴은 철저히 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오직 강민에게만 진실을 얘기했다.
강민은 그들을 바라봤다.
‘이들이 그 유명한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라지? 내가 이들을 이끄는 날이 올 줄이야.’
어떻게 보면 뿌듯한 순간이었지만 강민은 솔직히 똥줄이 탔다. 푸틴이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 시간이 없네. 방사능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쓰러질 정도의 방사선이 누출됐어. 아마도 24시간이 지나면 더는 살아 있지 못할 거야. 바보 같은 우크라이나 놈들!
그 말을 하면서 푸틴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로 딸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만일 푸틴 딸이 죽기라도 하면… 정말 전쟁이라도 날지도 몰라.’
강민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의 결과에 따라 세계가 흔들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
“후우.”
강민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심장이 떨렸다.
그러자 스튜어디스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신지요?”
“아뇨, 괜찮습니다. 참, 제가 요청한 건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 줄 수 있나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여자는 대통령 전용기에 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스튜어디스처럼 보여도 정부 요원이었다.
그녀는 잠시 후 다가와 강민에게 말했다.
“한국의 한만호 박사와 미국의 사라 양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강민은 러시아를 떠나기 전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에게 마석이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사용하는 건 오히려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은요?”
강민은 나튜브 영상에서 본 아나톨리 교수를 만나기를 원했다. 그가 이번 일을 예측한 만큼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강민의 말에 여자 요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못 찾았나요?”
“아니요. 아나톨리 교수는 찾았습니다. 다만…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네?”
“암 말기라고 합니다. 거동이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와 얘기 중이라고 합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면 좋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없는 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보리필스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 * *
“환영합니다, 최 대표님.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졸로타로프 입니다.”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강민을 만나러 왔다.
그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측 정부 인사들과 군인들이 나와 있었다. 강민은 그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바로 체르노빌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자 강민은 체르노빌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이미 수많은 기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강민이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바로 강민을 찍기 시작했다.
“최강민이야. 그가 이곳에 왔어!”
“최강민 대표님! 마석으로 체르노빌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안에 수많은 관광객이 있습니다. 그들이 살아 있을까요?”
기자들이 강민에게 질문했지만, 강민이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강민은 옆에 있는 졸로타로프에게 물었다.
“벌써 소문이 퍼졌나 보네요?”
“그게… 이 안에 유명한 프랑스 배우가 들어가서요. 그를 따라다니던 파파라치가 사고가 터지자 프랑스에 기사를 터트렸습니다.”
강민이 눈을 빛냈다. 그 프랑스 배우가 누군지 알 거 같아서였다.
“그럼 곧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겠네요.”
“네, 여기 안에 있는 관광객 가족들과 각 정부의 관계자들 그리고 기자들이 더 올 겁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찰 통제선을 넘었다.
안에 들어간 강민은 방호복을 입었다. 뉴스에서 후쿠시마 영상이 나올 때 사람들이 입고 있던 하얀 방호복이었다.
방호복을 입은 강민이 체르노빌 근처로 다가갔다.
‘응?’
그곳은 강민이 상상하는 것과 달랐다. 엄청난 안개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맑았다.
“이게 안개는 뭐죠?”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은 다들 처음 본다고 합니다.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안개 속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민은 사람들이 안 볼 때 장갑을 슬쩍 벗어 안개를 만졌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자연 치유력이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에 저항합니다.> [‘방사선’에 대해 0.5% 내성이 생깁니다.>강민은 얼른 손을 내리고 장갑을 끼었다.
‘맙소사. 정말로 방사선 안개잖아? 이런 게 있을 수 있나?’
강민은 방사능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게 쉽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닌 거 같았다.
강민은 더 자세히 안개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때였다. 강민은 안갯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사람인가?’
강민은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강민은 아래를 바라보았다. 안개 아래에 있는 풀들이 움직여서였다.
‘뭐… 뭐야!’
강민은 한 발자국 물러서 다시 그곳을 봤다. 안개 때문에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자라나고 있어!’
풀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자라고 있었다.
강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런 걸 본 적이 있어서였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말이 안 돼도 분명했다. 이렇게 빨리 자라는 식물을 강민은 뚜렷이 기억했다.
‘몬테나!’
강민은 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만일 정말 이것들이 몬테나나 그와 비슷한 식물이라면 이 안은 매우 위험했다.
강민은 시계를 바라봤다. 한만호와 사라가 오려면 최소 5시간은 있어야 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강민은 들고 온 서류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 ‘마석’ 한 개가 있었다.
“뭘 하시려고 합니까?”
옆에 있던 졸로타로프가 놀라 물었다.
하지만 강민은 대답 대신 마석을 쥔 손을 안개 속에 넣었다.
그때였다.
마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안개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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