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세계수의 씨앗 (2)
강민은 방패를 계단처럼 만들어 하늘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드론들이 가득했는데 강민은 그 중심으로 올라갔다.
‘좋아, 여기면 되겠어!’
강민은 자신을 둘러싼 드론들을 보며 스킬을 펼쳤다.
‘방패 합체!’
순간 하늘에 가로 21m, 세로 25m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맙소사.’
강민이 입을 딱 벌렸다. 이건 이름만 방패지 절대 방패가 아니었다.
‘거대한 벽 같아.’
게다가 방패 주위로 엄청난 전기가 솟아올랐다.
‘저게? 전자기력! 맙소사, 이게 뭐야? 드론이 끌려 오잖아!’
전자기력이 솟아오르자 근처에 있던 드론들이 방패로 끌려 오기 시작했다.
– 위이이이잉!
수십 개의 드론이 딸려 오면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 한순간에 폭발했다.
– 팡! 팡! 팡! 팡!
드론 안에 있던 회로가 모두 타 버린 거였다.
폭발한 드론이 바다로 떨어졌다. 그렇게 수십 개의 드론이 떨어지고 근처에는 더는 드론이 없었다.
강민의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나!”
강민은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방패를 바라봤다.
‘방패 7개를 합친 게 이 정도인데, 만일 10개, 20개를 합친다면?’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돌았다.
강민은 방패를 소환 해제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먼 곳에 드론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곳을 찍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강민은 바로 땅으로 내려갔다. 강민은 민주와 아민, 쉐릴과 똘망이를 태우고 바로 강화도로 건너갔다.
* * *
“진짜. 이놈의 모기는 언제 사라지는 거야!”
강화도 외곽 경비대 초소에서 근무하는 윤호섭 중사는 자신의 팔뚝을 있던 모기를 잡으며 소리쳤다.
‘툭’ 하니 모기가 터지며 피가 많이 나왔다.
“이놈의 새끼. 휴우, 여긴 다 좋은데 모기가 너무 극성이야.”
휴지로 피를 닦은 윤호성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영상은 언제나 똑같았다. 조용한 바다, 거지처럼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좀비들.
이곳은 드론들이 보내오는 영상을 관찰하는 초소였다.
“여기가 편하긴 한데, 이제 나도 남들처럼 선을 좀 대야 하나?”
다른 동료들은 중앙 정부에 있는 사람에게 뇌물을 줘서라도 그쪽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곳이 승진이 빨라서였다.
이곳에서 승진은 더 많은 식량과 더 좋은 집을 뜻했다.
하지만 호섭은 중앙 정부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때 김포 공항에서 데려온 그 사람이랑 더 친해질걸. 이름이 최강민이라고 했나? 곧 죽을 거 같던 사람이 살아나서 4급까지 올라갈지 누가 알았겠어?”
자신은 그 이후 윗사람에게 잘못 보여 여기로 내려왔는데 ‘그 사람’은 승승장구했다.
“한번 연락이나 해 볼까? 나를 기억이나 할까?
우울해진 호섭은 건빵 주머니에서 건빵을 꺼내 씹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빵 한 봉지를 다 먹고 물까지 마시니 배가 불렀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호섭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잠이 들었다.
비상벨이 울린 건 1시간 후였다.
– 삐이잉, 삐이잉.
호섭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호섭은 턱에 흘러내린 침을 닦으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 대다수 화면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이거 왜 이래!”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둘 중 하나였다. 통신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드론이 망가졌을 때였다.
호섭은 통신에 문제가 생기길 바라며 컴퓨터를 살폈다. 하지만 통신은 문제가 없었다. 그럼 남은 이유는 하나였다.
“좆… 됐다.”
드론은 매우 귀했다. 망가지면 고치기도 힘들었고, 드론을 구할 곳도 없었다.
그런 귀한 드론이 사라지면 그 책임을 모조리 호섭이 져야 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메이드 인 차이나가 항상 이렇지 뭐! 하필 내가 당번일 때 이러냐고!”
호섭은 방방 뛰며 소리치다 녹화되어 있던 영상을 틀었다. 혹시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응? 이게 뭐야?”
영상에 이상한 게 찍혀 있었다. 무언가가 하늘을 날아오더니 갑자기 환한 빛이 사방에 퍼졌다.
그게 끝이었다. 그 뒤 모든 드론이 먹통이 되었다.
“저게 뭐야? 사람? 아니면 새?”
뭔가 이상함을 느낀 호섭은 바로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당직 사령이 바로 달려왔다. 그는 영상을 보고 소리쳤다.
“넌! 이때 뭐 했어!”
호섭은 할 말이 없었다.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직사령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호섭에게 소리쳤다.
“나가! 아니다. 너! 당장 보직 발령 내 주마!”
* * *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4시 30분이 넘었다. 5시가 넘으면 날이 밝아와 움직이기 힘들었다.
강민에 쉐릴을 보며 물었다.
“쉐릴, 어디로 가야 하지?”
이번 작전은 엘프족 왕자가 가지고 있다는 ‘세계수의 씨앗’을 다크 엘프로부터 보호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엘프 왕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쉐릴이 잠시 눈을 감고 손가락을 빙빙 돌리더니 대답했다.
“여기서 북서쪽입니다.”
“쉐릴, 앞장서.”
“네!”
쉐릴을 따라 모두가 움직였다. 체력이 달리는 아민은 강민이 업고 달렸다.
쉐릴은 똘망이가 변신 마법을 써서 인간처럼 보이게 해 주고 똘망이도 자신을 아이처럼 모습을 바꾸었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사람들도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고 뛰었다. 문제는 군인들이었다.
곳곳에 군인들이 돌아다녔다.
“강민, 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더 뛰어가는 건 힘들 거 같아.”
민주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 곳곳을 군인들이 막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행은 서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에에에엥. 에에에엥.
사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놀라 주위를 살폈다.
“오빠, 설마 우리 들킨 거야?”
“아닐 거야. 여기 강화도 안쪽이야. 드론은 바닷가 쪽이고. 드론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쪽만 비상이 걸렸을 거야.”
“그럼 이 소리는 왜 나는 거야?”
이거는 강민도 예상을 못 한 거였다.
“안 되겠어. 우선 사람 없는 곳으로 가자.”
강민이 사람들을 이끌고 뒤돌아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거기! 잠깐만!”
뒤에서 군복을 입은 한 사람이 강민에게 소리쳤다.
순간 강민이 멈칫했다.
‘도망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만일 여기서 도망가면 모든 군인이 자신들을 쫓아올 게 분명했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강민이 뒤돌아섰다. 그곳에 중사 계급장을 단 군인이 보였다.
그런데 군인이 강민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 최강민 서기관님 아니십니까?”
* * *
우르카는 강민을 휠체어에 태우며 조용히 말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무사히 너를 네 아내에게 데려다주겠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넌 네 아내가 죽는 걸 보게 될 거야.”
강민은 발버둥 쳤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나오지 않던 목소리가 나왔다.
“다… 당신들은 누구야?”
강민의 말에 우르카가 스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중요한가?”
어느새 다크 엘프들은 인간으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보다, 네 목숨과 아내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나?”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누구지? 이들은 혜영이가 데려온 친척들 아니야?’
강민은 조금 전 자신이 혜영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뒤돌아서던 혜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혜영이가?’
강민은 혜영의 그런 모습을 본 게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 동아리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했을 때 혜영은 비슷한 모습을 했었다.
‘아냐… 혜영이가 그럴 리 없어. 혜영이는 내 아이를 임신했잖아!’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혜영이 배신했다는 생각은 머리에서 지웠다.
강민은 어떻게든 혜영과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 방법이 있을 거야.’
강민은 차분히 마음을 다스렸다.
“어디로 가는 거지?”
강민의 말에 다크 엘프가 말했다.
“판도르가 있는 곳.”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판도르는 엘프 왕자의 이름이었다.
“그곳은 아무나 못 가. 엘프족의 방어막이 쳐져 있어.”
우르카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갈 수 있지. 안 그래?”
강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통역인 자신은 그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몇 명 중 하나였다.
우르카는 혜영에게 이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반신을 쓸 수 없어. 그곳까지 갈 수 없어.”
“걱정 마. 그건 우리가 한다.”
우르카가 손짓하자 엘프 한 명이 강민을 업었다. 한 명은 휠체어를 들었다.
그리고 뛰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다.
엘프들은 바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멈춘 건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혈구산’ 등산로 앞이었다.
그곳은 군인들이 엄중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군인 중 한 명이 어느새 휠체어로 갈아탄 강민에게 다가와 물었다.
“접니다, 최강민.”
군인은 강민의 말에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확인하더니 반가운 얼굴을 했다.
“아, 최 서기관님이시군요.”
강민의 직급은 4급 서기관이었다. 중요한 일을 하기에 정부에서 4급 공무원으로 임명한 거였다.
“…네.”
“아니, 이 새벽에 어쩐 일이세요?”
강민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이 새벽에 왜 부르는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강민의 대답에 군인이 안타까운 표정을 했다.
“아, 서기관님 정도면 다를 줄 알았는데…….”
“공무원이면 다 똑같죠. 저도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합니다.”
강민의 말에 군인이 안타까운 표정을 했다.
“그런데 저분들은? 정부분들인가요? 처음 뵙는 분들인데?”
군인이 강민 뒤에 서 있는 다섯 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제 같이 움직이라고 정부에서 소개받은 사람들입니다. 같이 들어가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신원 조회는 해야 하는 건 아시죠.”
그때였다. 강민이 다급히 말했다.
“김 하사님, 급합니다. 다섯 사람 신원 조회 다 하면 몇 십 분은 걸릴 텐데, 이 새벽에 저를 부를 정도면 얼마나 급한 일이겠습니까? 제가 책임질 테니 보내 주십시오.”
“하지만 이건 규정상…….”
강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저는 모릅니다. 늦게 왔다고 뭐라고 하면 김 하사님 때문에 늦었다고 전하겠습니다.”
강민의 말에 김 하사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서기관님. 그건…….”
김 하사는 잠시 고민하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책임지셔야 합니다.”
“네, 제가 누군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강민의 말에 김 하사가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은은하게 ‘혈구산’을 감싸고 있던 빛이 사라졌다. 결계가 사라진 거였다.
“결계를 풀었습니다. 빨리 들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강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악수나 한번 하지요.”
김 하사가 강민의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잡았다. 순간 강민아 손가락 하나로 김 하사의 손바닥에 무언가를 적었다.
김 하사의 표정이 변했다. 강민이 악수를 풀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휠체어를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군인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다시 강민을 업고 뛰었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꼭대기에 다 올라올 때쯤 신비한 마을이 나타났다.
그곳은 한국이지만 전혀 이질적인 모습의 마을이었다.
굵은 나무들이 서로 엉켜 있는데 나뭇가지와 풀들이 하늘을 가려 자연스러운 나무집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강민이 도착하자 그 집들에서 엘프들이 나왔다.
그중에는 엘프들의 왕자 판도르도 있었다.
그가 강민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하다가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강민, 당신이 우리를 배신했군요.”
* * *
“서기관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드론이 갑자기 모두 사라졌는데, 그게 어떻게 제 잘못입니까? 중국산을 가지고 군대를 지키라는 게 말이 되나요?”
윤호섭은 차를 운전하며 조수석에 앉은 강민에게 열변을 통했다.
강민은 처음 보는 군인이 자신을 알아보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하려 했지만 듣다 보니 그게 아닌 거 같았다.
‘이 사람은 평행 세계의 나를 알고 있어!’
자신을 윤호섭이라고 소개한 군인은 당직사령이 바로 인사 발령을 냈다니 또 사이렌이 울렸는데 핸드폰으로 정보가 안 왔다니 말하며 한탄을 계속했다.
강민은 그의 말을 계속 듣다가 바빠서 그만 가 보겠다고 하자 윤호중이 잡았다.
– 집에 가시는 거죠? 제가 집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결국 강민은 윤호중의 차를 타고 ‘평행 세계’ 자신의 집으로 왔다.
“최강민 서기관님, 여깁니다.”
강민은 차에서 내렸다. 호섭이 직접 차를 몰고 강민 일행을 집까지 데려다 줘서였다.
집 주소를 어떻게 아냐 물었더니 정부 접속망에 다 나온다고 했다.
“서기관님,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강민이 윤호섭의 말을 다 들으니, 자신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한 건 다 목적이 있어서였다.
“걱정 마십시오. 상부에 윤호섭 중사님이 저를 크게 도와줬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민의 말에 호섭이 허리까지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서기관님. 그나저나 다음에 그 실력 좋은 치료사분, 저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리도 다 나으시고, 뺨 상처도 없고, 완전 미남으로 변하셨습니다. 저도 얼핏 봤으면 몰라볼 뻔했다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다음에 꼭 소개해 드리죠. 그리고 드론은 걱정하지 마세요. 윗분들에게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호섭은 몇 번이나 강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차를 몰고 떠났다.
“하아.”
차가 눈에 보이지 않자 강민은 긴장이 풀렸다.
‘내가 여기서 서기관이라고? 살아 있었구나.’
옆을 보니 민주와 아민이 강민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또 한 명의 ‘최강민’이 평행 세계의 자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강민은 앞을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2층씩 단독 주택이 보였다.
‘여기가… 평행 세계에 있는 최강민이 사는 집.’
심장이 무척이나 뛰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가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급한 건 이게 아니야. 그리고 이렇게 무작정 만나서도 안 되고 말이야.’
강민은 일행에게 말했다.
“가자.”
강민의 말에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덜컥’ 소리가 나며, 단독 주택 현관문이 열렸다.
조혜영과 강민의 눈이 서로 부딪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