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 Chapter 358
#357화
평온한 표정과 걸음걸이. 깨끗한 황색 장삼.
그는 홀로 이질적인 존재였고, 사천당문을 가득 메운 죽음의 기운이 범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한 줌밖에 안 되는 놈들이다. 밀어붙여라!”
“끝까지 싸워라. 우리는 대 사천당문이다!”
와아아아!
지축을 떨어 울리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두 개의 파도가 부딪쳤다. 비명과 함성이 뒤섞이고 자욱한 피 안개가 맺혀 간다.
목숨을 도외시한 치열한 전투. 그만큼 승패가 갈리는 것 또한 순식간이었다.
“포위하라! 단 한 놈도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크아아악!”
흑의(黑衣)로 이루어진 검은 파도가 녹색 파도를 집어삼켰다.
파도가 휩쓴 자리에 포말처럼 남은 것은 녹의(綠衣)를 걸친 시신들이었다.
백여 장 밖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던 그, 서천마군이 문득 입을 열었다.
“끝났군.”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결기는 존중할 만하나, 애당초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싸움이었다.
사천당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독과 암기마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
전투는, 아니 이 전쟁은 암천의 승리다.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군. 미안하네, 당 가주.”
인간은 절박할수록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 당사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가의 명맥을 잇게 해 준다는 조건으로 원하던 대답을 얻어 낸 서천마군이 취한 행동은 간단하고, 잔인했다.
당장 목숨을 끊는 대신 사천당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나무에 그를 앉혀 놓은 것이다.
숨이 끊길 때까지 자신의 가문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은 천주의 뜻대로.”
투둑, 투두둑.
어느새 빗방울을 떨어트리는 하늘을 바라보던 서천마군이 신형을 돌렸다.
시커먼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동혈(洞穴) 입구. 쓰러진 화로 옆에 웬 곱사등이 노인 하나가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서천마군의 흥미를 끈 것은 노인의 몸에 새겨진 상흔이었다.
‘흑혈검법(黑血劍法).’
흑혈검법은 암천의 무인들에게만 허락된 검법.
선객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서천마군은 지하로 향하는 돌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에는 핏물과 진흙이 뒤섞인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적어도 스물 이상의 수하들이 그보다 앞서 이곳을 방문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모두 죽었겠지.’
내려간 흔적은 있어도 올라온 흔적은 없다.
지하 뇌옥에 진입하자 짐작은 확신으로 변했다.
피로 얼룩진 인생을 살았던 서천마군이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남아 있는 전투의 열기, 악취에 덮인 비릿한 혈향(血香)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의 짓일까, 서천마군은 벽면에 튄 미세한 핏방울을 보며 생각했다.
‘솜씨가 좋군.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했어.’
사천당문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지금, 당문의 고수들이 외인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을 리는 없다.
당사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지하 뇌옥에 남아 있는 자는 셋.
신의는 있으나 마나 한 전력이고 화왕 적천강은 의식을 회복하지도 못했으니,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다.
‘산서잠룡 진태경.’
문득 혈주가 진태경을 두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천하에서 가장 건방지고, 끈질기며,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어린놈.
어째서인지 그는 제 팔을 잘라 낸 검성이나 화왕보다 진태경을 더 죽이고 싶어 했다.
‘혈주를 상대로 살아남을 정도의 실력은 있다, 이건가.’
그러나 진태경에게 두 번의 요행은 없을 것이다.
검성은 이 자리에 없고 화왕 역시 전투 불능의 상태.
서천마군은 독 안에 든 쥐새끼들을 손쉽게 붙잡아 귀환할 생각이었다.
‘놈들이 가진 만독지환과 함께 말이지.’
철벅, 철벅.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던 서천마군의 신형이 우뚝 멈췄다.
어느새 천장으로부터 이어진 단단한 돌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허, 참. 복잡하게도 지어 놨군.”
물끄러미 벽을 바라보던 서천마군이 손을 그러모았다. 검붉은 안개가 그의 팔을 휘감으며 주먹을 감싼다.
고오오오옹.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기의 발현, 압축, 그리고 폭발. 권강(拳罡)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쿠구구구궁!
부수고, 무너지고, 흔들린다.
강대한 기의 집약체는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수십 개의 벽을 관통했다. 천장에서는 종유석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고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한결 낫군.’
다음 순간.
자신이 만든 광경을 바라보던 서천마군이 문득 입을 열었다.
“이만 나오지 그러나.”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강렬한 파공성이었다.
퍼엉!
갈라지는 먼지구름 사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든 비수를 낚아챈 서천마군이 빙긋 웃었다.
“자네가 진태경인가?”
“알면서 뭘 물어.”
저벅, 저벅.
먼지구름을 헤치며 걸어온 훤칠한 체구의 청년, 진태경이 덤덤한 눈빛으로 서천마군을 응시했다.
* * *
나는 덤덤해 보이려고 애썼다.
싸움은 기세가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상대가 나보다 약해 보인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되고, 강해 보인다고 해서 주눅 들어서도 안 된다.
특히…… 지금처럼 진짜배기 강자를 만났을 때는 더더욱.
‘뭐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내심 혀를 내두르며 눈앞의 중년인을 바라봤다.
모세가 지팡이로 바다를 갈랐다면, 그는 일권(一拳)으로 지하 뇌옥에 또 다른 길을 만들었다.
그뿐인가, 미소 띤 얼굴로 서 있는 모습은 평온 그 자체였다.
‘풍기는 냄새 자체가 달라.’
혈주가 대놓고 미친놈이었다면, 눈앞의 이 중년인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인간이다.
둘의 무공은 엇비슷할지 몰라도 종류가 달랐다.
“자네 얘기는 많이 들었네. 듣던 대로 재밌는 청년이로군.”
나는 백염(白炎)의 창날을 비스듬하게 늘어트리며 대꾸했다.
“내가 또 한 재미 하지.”
“예의가 없다고도 하더군.”
“사람 잘못 봤네. 내 별명이 예의범절이거든.”
“글쎄, 자네를 조금 더 겪어 봐야 알겠지만, 내 지인이 전해 준 바로는 그렇다네.”
“친구 없어 보이는데. 지인 누구?”
중년인의 입가에 맺힌 웃음이 짙어졌다.
“혈주(血主).”
“……!”
“그가 자네를 매우 보고 싶어 하더군.”
“난 그 시부럴 새끼 꼴도 보기 싫은데.”
“청풍, 그 젊은이와 똑같은 말을 하는군. 어조는 다르지만.”
이놈, 이미 청풍을 만났구나.
그런데도 이 자리에 있다는 건…….
나도 모르게 안면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되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중년인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걱정할 것 없네.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자네와 청풍, 그리고 화왕도 무사히 살려서 데려갈 생각이거든.”
나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데려간다고?”
“말했잖나. 혈주가 보고 싶어 한다고. 그러니 적어도 그전까지는 무사할 걸세.”
“…….”
“물론 그 후는 혈주에게 달렸겠지만 말일세.”
중년인은 좋은 소식 두 개와 나쁜 소식을 하나씩 전해 주었다.
전자는 청풍의 생존 소식과 혈주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 싸움에서 진다면 혈주와 단체 정모를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물론 곱창에 소주 한잔 걸치고 헤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대신 내가 곱창이 될 확률이 오십 퍼센트쯤 되겠지.’
나머지 오십 퍼센트는 막창이 될 확률이고.
빌어먹을, 생각만 해도 아주 입안에 침이 고이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나는 중년인을 위아래로 훑었다.
암천에서도 최고위층으로 짐작되는 혈주를 ‘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 단 일 수로 이만한 파괴력을 보여주는 무력.
머릿속에 한 사람의 별호가 떠올랐다.
“서천마군, 맞지?”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만나서 반갑네.”
반갑기는 개뿔이.
나는 서천마군의 멀쩡한 두 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외팔이라고 들었는데.”
“그랬지. 열흘 전까지는.”
“뭐?”
“다시 붙였거든. 본래 내 것이 아니라 아직 움직임이 영 시원치 않으니, 기왕 해볼 거라면 왼팔을 노려 보게.”
“……!”
이 자식 도대체 뭐지?
봉합 수술쯤이야 어찌어찌 가능하다 쳐도, 팔을 컴퓨터 부품처럼 갈아 끼우다니.
심지어 피부색이 미묘하게 다른 걸 빼면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이게 가능하다고? 그것도 고작 열흘 만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놀라움과 의문은 잠시 접어 둬야 했다.
그보다는 녀석의 했던 마지막 말이 더 신경 쓰였으니까.
‘약점까지 알려 주다니.’
이런 황당한 짓거리를 벌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스스로 압도적인 강자라 자부하기에 보일 수 있는 자만.
그리고 놈은, 서천마군은 자만을 여유로 보이게 할 정도의 강자다.
“제기랄.”
크게 심호흡한 나는 착 가라앉은 시선으로 서천마군을 노려봤다.
“병문안 온 셈치고 그냥 돌아가면 안 되겠지?”
“그건 곤란하네. 자네들은 둘째치고 가져가야 할 물건이 있거든.”
“물건?”
서천마군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노부가 묻지. 투항하지 않겠나? 평화롭게.”
“자살해 주면 안 될까. 평화롭게.”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군.”
삼십여 장의 거리.
허공에서 나와 서천마군의 시선이 부딪친 그 순간.
쐐액, 쉬익!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뻗었다.
아니, 적어도 출수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더 빨랐다.
다만 서천마군이 쏘아 보낸 지풍(指風)이, 내가 날린 비수보다 한발 앞서 목표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후발선제(後發先制).’
머릿속에 붉은색의 경고등이 켜졌다. 동시에 날 선 감각이 주위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풍. 그러나 다가오는 기운이 똑똑히 느껴졌다. 그건 태을무정검 황보엄을 상대하며 터득한 새로운 감각이었다.
‘지금!’
나는 고개를 비틀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총알보다 빠른 무언가가 귀 옆을 스치며 지나간다.
이 모습을 지켜본 서천마군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팔 성의 귀옥지를 피하다니. 역시 자네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
“앙, 귀옥지.”
후웅!
서천마군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느려진 찰나의 세상 속, 서서히 커지는 그의 눈동자에 코앞까지 들이닥친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건 서천마군이 생각했던 범주를 벗어난 속도였고, 절정 고수의 한계를 아득히 벗어난 무언가였다.
‘체력, 근력, 민첩. 그리고 염화일로(炎火一路).’
단 한걸음에 모든 것을 실었다. 거리를 지우고 공기를 뚫었다.
기해(氣海)에 웅크리고 있던 화룡이 날개를 펴고 비상한다. 백염의 투명한 창날이 화룡의 발톱이 되어 적을 향해 내리꽂혔다.
‘천격(天格).’
콰아아아아아!
* * *
구그그그긍!
그건 거대한 울림이었다.
치열한 격전이라도 증명하듯, 적아가 뒤엉켜 쌓여 있던 시신들이 허물어졌다.
전각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고, 서로를 향해 병장기를 휘두르던 이들도 순간적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지진! 지진이다!”
“제기랄, 하필 이럴 때…….”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앙.
울림은 아주 짧은 순간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러나 이곳, 이미 폐허가 되어 버린 사천당문의 가주전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만큼은 예외였다.
“크하하하하!”
한바탕 앙천대소를 터트린 노인, 일괴가 청풍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네놈도 느꼈겠지?”
청풍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울림은 수백 장 밖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기의 파동이었으니까.
그런 청풍에게 일괴의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군께서 단단히 마음을 먹으신 모양이군. 크흐흐.”
“그러게요. 정말 굉장하네요.”
“마침내 한 줄기 자비를 버리고 살심을 품으셨으니, 화왕도, 그 제자 놈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네 녀석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
“예. 역시 은인은 대단해요.”
“이젠 혈주의 눈치도 볼 필요 없으니. 이제부터 노부도 네놈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뭐라?”
순간 멈칫한 일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머리로는 눈앞의 핏덩이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은인? 화왕의 제자라는 그놈?”
그러나 이어 들려온 청풍의 대답은 일괴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대답이 마찬가지였다.
청풍의 입술 사이로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멀리 앞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울림이 시작된 저 너머를 바라보는 청풍의 눈빛은 기쁨과 아쉬움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사천당문에 있는 그 누구도, 심지어 눈앞에 있는 일괴조차 짐작하지 못했지만 단 한 사람, 청풍만은 알고 있었다.
“틀림없어. 은인이야.”
화산에서의 청풍은 행복했지만 외로웠다.
아름다운 자연, 함께 놀 수 있는 동물들과 존경해 마지않는 조부의 존재로도 채워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림에는 네 또래의 후기지수들이 아주 많단다. 그중 십봉룡이 제일이지.’
‘으음. 그럼 그 십봉룡이라는 분들이 저보다 강해요?’
‘응? 그걸 말이라고. 그야 당연히 풍이 네가…….’
‘할아버지?’
‘크흠. 그야 당연히 풍이 네가 부족하다.’
‘헉! 정말요?’
‘무, 물론이다! 천하는 넓고 고수는 많다. 그러니 앞으로도 꾸준히 무공에 정진해야겠지?’
‘네에…….’
조부가 무심코 흘린 한마디에, 청풍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낯선 감정이 더욱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뒤늦게 알게 된 그 감정의 이름은 호승심이었다.
‘나와 그분들 중 누가 더 강할까?’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들과 무공을 겨루며 함께 어울리고 싶었다.
청풍은 그렇게 화산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왔고, 햇살이 좋던 어느 겨울날에 그를 만났다.
‘실례가 안 된다면 빙당호로 하나만 먹어도 될까요?’
‘……무진아. 드려라.’
그것이 진태경과의 첫 만남이었다.
은인이라 쓰고 친구라고 읽는. 그리고 이제는 유일한 호적수(好敵手)가 된 존재.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알아요. 은인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일괴의 눈동자에 불길이 솟구쳤다.
서천마군의 명만 아니었다면 진즉 죽었을 핏덩이가 자신을 무시하다니. 그것으로 놈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쳐 죽일 놈이 감히…….”
일괴는 누군가의 살 조각이 엉겨 붙은 쌍부(雙斧)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스아아아아.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한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선홍빛 기의 바람이 손목을 타고 검으로 미끄러진다.
검자루에 새겨진 매화를 지나, 검신을 휘감으며 마침내 한 송이의 홍매화(紅梅花)를 피워 올렸다.
츠츠츠츠츠!
무엇보다 찬란하고, 파괴적인 빛무리.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일괴의 입술 사이로 넋 나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강(劍罡).”
위대한 무인들의 산물이자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증거.
그러나 올해 스물셋이 된 청년의 얼굴에는, 위대한 무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