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65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알리지 않은 거죠? 알렸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게다가 로렐라이도…”
유현의 말에 송가연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목소리가 커지려고 하다가 상대가 유현임을 깨닫고는 곧 바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녀답지 않게 저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유현은 이해하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야기로는 마치 일부러 방관한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 건지 잘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 광경을 보며 유현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
로렐라이의 죽음보다도 훨씬 미래의 일을 본 그녀로서는 무언가 오해를 한 것이다.
만약 그녀가 로렐라이에 벌어질 일을 제대로 알고자 했다면..
‘아니, 그래도 무리였을까.’
그녀는 일어난 일을 본 것이지 늑대들이 언제 습격한 건지는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았지만 그게 토벌 중에 일어날 거라는 걸 아는 건 불가능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은 송가연이 물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미래시라는 걸 가진 플레이어지.”
“미래시…?”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송가연 분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미래를 본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아. 내가 예측이라고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야.”
“…그래도 그거 엄청난 능력 아닌가요?”
엄청나다라… 그건 애매했다.
확실히 그녀의 능력은 주어진 단서가 없어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불확실한 미래에 혹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런 걸 감안해도 유현은 그녀의 능력이 유용하다고 느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로렐라이의 죽음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듯이.
“흐음. 좋아요. 어쨌든 엄청난 사람이 파티에 오는 거잖아요? 미래 예측이든 뭐든 결국 도움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남자에요? 여자에요?”
약간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 시키듯 길유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미 유현이 결정한 일이기에 그녀는 너무 쓴 소리를 낼 생각은 없었다.
송가연도 그런 길유미의 태도를 눈치 채고는 입을 닫았다.
유현이 무슨 생각으로 새로운 파티원을 영입한 건지 대략이나마 알았으니까.
길유미의 물음에 유현은 무언가 압박을 느꼈다.
그게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민의 시선 때문이었다.
어쩐지 그가 진지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저는 여자면 좋겠는데요.”
문득 그가 중얼거리는 작은 소리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작게 중얼거렸지만 남궁민의 말은 모두에게 닿았다.
“뭐야 너… 음흉한 상상 했지?”
그런 남궁민의 말에 길유미가 뾰족하게 눈빛을 세우며 그를 노려봤다.
“이, 이상한 생각은 안했어. 다음에 들어온 동료가 류트였으니 다음에는 여자가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야 밸런스가 맞지 않겠어?”
“밸런스는 무슨. 누가 남자아니랄까 여자 밝히는 거봐. 왜 요즘 들어 옆구리가 시리든?”
“크윽..”
길유미의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에 남궁민은 절로 몸을 뒤로 내뺐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들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애에 조금 관심은 있었다.
아날로그만이 전부인 이 세계에서 결국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만이 전부였다.
가끔씩 여관 안에서 플레이어들 끼리 떠드는 이야기에 자기도 모르게 껴들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해주었다는 술취한 플레이어의 흔하기 흔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기엔 유현은 조금 그랬고 류트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마음 편하게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멤버는 이중에 없었다.
그런데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남자인 이상 여자가 더 좋은 건 당연한 일…
…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유현을 쳐다봤다.
옆에서 길유미가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쳐다보지만 애써 무시한다.
그런 남궁민을 보며 유현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쁜 여자들이라면 우리 멤버 중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유현의 말에 거짓은 없다.
길유미도, 이서연도, 송가연도, 충분히 미모가 상당한 소녀들이었다.
그렇지만 유현의 말에 남궁민은 애매하다듯이 묘한 표정을 하며 볼을 긁적였다.
“이쁘다라.. 뭐, 확실히 이쁘다고 하면 그렇겠죠.”
“헤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옆에서 길유미가 가늘게 뜬 눈으로 음흉하게 웃자 남궁민은 시선을 피했다.
말에 거짓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딱히 연애 관계로 볼 수가 없었다.
길유미는 그냥 친한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이었고, 송가연은 애초에 연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나마 남은 건 상냥한 성격이 특징인 이서연인데..
어떻게 보면 남자가 원하는 요소는 전부 가진 그녀지만…
‘…애초에 상대가 안 되잖아.’
남궁민은 힐끗, 하며 몰래 유현을 쳐다봤다.
몇 번을 생각해도 존경스러운 사내였다.
아마 튜토리얼에서 이 사람을 만난 게 제일의 행운이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였다.
남궁민이 무슨 생각을 하던간에.
“일단 새롭게 들어오기로 한 사람은 여자야. 나이는 너희보다 세 살 정도 많겠지.”
유현은 길유미가 남궁민의 허리를 툭툭 건드리며 웃는 걸 보면서 말했다.
랑샤셴의 정확한 신상 정보는 유현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애초에 그런 걸 묻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와. 그러면 일단 저희보다 언니네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오는 게 좋은 건지 길유미가 눈을 반짝였다.
이름까지 말할까, 했지만 유현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개는 내 입으로 하기에는 조금 그러니까 너희들이 얼굴을 만나는 날 직접 듣는 게 좋을 거야. 어쨌든 이제 다시 움직이자.”
그 말과 함께 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보다는 그 날 일행이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게 좋았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현은 일행을 이끌고 곧 바로 마수의 시체를 찾아 움직였다.
새로운 파티원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지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누그러지지가 않았다.
지금 이곳이 에이리어인 이상 조금 긴장감을 가지는 게 좋지만 유현은 일단 놔두기로 했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한 시간 조금 넘게 움직였을 때였다.
유현은 목표 했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싸움의 흔적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하기야 며칠 만에 마수와 싸웠던 흔적이 사라지는 것도 이상하다.
아직도 마수가 울부짖던 그 광경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 유현은 마수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괴수가 휘두른 앞발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나무들을 가로질러 지독한 냄새가 나는 곳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모두 미간을 찌푸린 채 코를 막았다.
짧은 시간 동안 마수의 시체는 빠르게 부패하고 있었다.
그 속도는 유현도 조금 비정상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나흘 만에 이렇게 시체가 부패할 수 있던 걸까. 멀리서 보더라도 마수의 갑각 같은 게 흐물흐물하게 변해 있었다.
검기를 튕겨내던 그 단단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수라서 그런 건가.’
부패가 빠른 건 그게 로렐라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변수들은 충분히 많다.
그대로 시체에 접근하려던 유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무언가 기분이 싸하다 싶었는데, 마검이 울고 있다.
눈앞에 있는 건 마수의 시체다. 일행을 아무렇지 않게 접근 시킬 수는 없었다.
“잠시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굳이 시체가 있는 곳까지 올 필요는 없으니까.”
“네?”
의아한 표정을 하는 일행에게 류트가 유현을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마수는 기본적으로 마소라는, 일반적인 생명체들과는 특별한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유현 씨가 멈추라고 한 건 그 마력이 주위에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소?”
“자세하게 말하고 싶어도 저 또한 아는 게 많이 없군요. 어쨌든 저희 같은 인간에게는 무척이나 해로운 존재라는 건 알아두시면 됩니다. 마소가 흘러 다니는 곳에서는 숨만 쉬어도 몸에 누적이 되거든요. 그건 독과도 같으니 최대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으음..”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일행은 복잡한 눈초리로 시체로 접근하고 있는 유현을 쳐다봤다.
류트의 경고에 이서연이 안절부절 못한 얼굴로 류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럼 오빠는 괜찮은 건가요?”
걱정 어린 그녀의 물음에 류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내심 걱정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지켜봅시다. 마력을 상당히 잘 다루시는 분이니 미약한 수준의 농도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
살 끝을 태우는 듯한 마소의 손길을 느끼며 마수의 시체에 도착하자 유현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 뻗어 있는 마소의 양이 상당하다.
시체에서 이 정도로 많은 량의 마소가 나오다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목구멍이 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흥미로운데.”
물론 그렇다고 불가해의 영역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행에게 해로운 영향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길유미와 남궁민이 비록 마력을 다루는데 능숙해 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겨우 신체 강화 정도의 수준.
유현은 마력을 흘리며 몸 주위로 보이지 않는 마력의 막을 만들고는 마검을 뽑았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땅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마소의 농도가 빠르게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검이 주위로 흘러 다니는 마소를 게걸스럽게 빨아먹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판단한 유현은 막을 풀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마검에게 마수의 시체를 먹이기 전에 여러 가지로 해체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유현은 마수가 가지고 있던 딱딱한 갑각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흐물흐물하게 변해 쓸모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몇 개는 쓸만했다.
이 갑각들은 유현의 검기도 견뎌낸 것들이었다.
죽이기 위해 미친 듯이 두들긴 탓에 상처는 많지만 실력 좋은 대장장이에게 가져다준다면 상당히 쓸만한 갑옷으로 만들어 줄 게 분명했다.
차근차근 해체를 진행하며 끝내 쓸만한 것들은 전부 벗겨냈을 때였다.
유현은 문득 마수의 배 부분에서 기묘한 힘 같은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