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2)
아크 더 레전드-102화(102/875)
[102] SPACE 1 내 이름은 아란! (2)아크가 흐뭇한 표정으로 듬직한 가방을 바라보았다.
벨타나 전투에서 전리품을 싹쓸이하다시피 긁어모아 번 17,400골드!
그 돈을 창립자금 적립이라는 명목 하에 모두 아크가 가지고 있는 중이다.
아크는 필요하다면 그 돈을 몽땅 쏟아 부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일단 사두면 확실하게 이득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을 사는데 돈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이게 아크가 무라트 유적지 탐사를 미루면서까지 이번 퀘스트를 수락한 진짜 목적이었다.
“후후후, 이건 돈을 불리라는 하늘의 계시가 틀림없어.”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자, 일단 밖으로 나가자.”
아크는 질질 흘러내리는 침을 닦으며 다시 파이프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R-14에서 보름동안 파이프 속에서 살다시피 한 아크다. 게다가 지금 아크는 쇼핑에 대한 의욕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중. 좁고 복잡한 파이프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글이글거리며 파이프 속을 기어다니기를 장장 2시간.
“나왔다! 여기가 자렘이야!”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뭐, 뭐야? 이게?”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이미 파이프 속에서 자렘을 본 적이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로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와글거리는, 아크가 기대했던 대로 거대 쇼핑몰과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크가 나온 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 많던 사람들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인적이 드문 장소를 택해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뭐든 정도가 있는 법이다.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를 기웃거려보았지만 사람은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처음에는 어두워서 미쳐 깨닫지 못했는데 주위 건물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시커멓게 그을리거나 무너져 내린 벽, 어떤 건물은 외벽에 아예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떤 골목은 건물 잔해를 모아 바리케이트처럼 쌓아올려 봉쇄해놓은 곳도 있었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아닌 게 아니라, 이건 정말 전쟁이라도 치른 듯한 분위기야. 하지만 왜? 누구와? 분명 자렘은 은하연방을 적으로 돌렸어. 하지만 은하연방은 아직 자렘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은하연방령에 있으니 다른 외계종족의 습격을 받았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뭣보다 외적의 습격을 받았다면 도시를 감싸고 있는 실드가 멀쩡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내부의 적!
‘설마 폭동이나 쿠테타 같은 사건이 벌어진 건가?’
그러나 파이프 속에서 본 자렘의 시가지에서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폭동이나 쿠테타로는 이 지역에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유까지 해명되지 않았다.
‘뭔가 일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하지만 파이프 속에서 본 시가지에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여기, 혹은 일부 지역만 이런 상태라는 말이겠지. 그럼 일단 다시 파이프 속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시가지로 나가는 출구를 찾아보는 편이 나을라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아크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너무 위험해. 시가지 전체가 이렇게 변해버렸다면 엄청난 사건이 있었을 거야. 폭동이든 외적의 습격이든, 평상시보다 경계가 삼엄해져 있겠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모르고 그런 곳에 들어갔다가 자칫 일만 꼬이게 될 수도 있어. 그래, 먼저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알아보는 게 먼저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틴 후작의 정보원 카라. 그는 자렘이 폐쇄되기 전부터 잠입해 있었으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으리라. 카라를 만나버리면 느긋하게 쇼핑할 수 없을 것 같아 연락을 미루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인식코드 T-3012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마틴 후작에게 받은 카라의 인식코드로 메시지를 보낸 직후였다.
철퍽! 지익……. 철퍽! 지익…….
갑자기 축축한 뭔가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있다!’
인기척조차 없던 곳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아크는 숨을 멈추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또 다시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은 맞은 편 모퉁이 너머!
“스텔스.”
아크가 속삭이듯 중얼거리자 몸이 투명해졌다.
몸 주위의 가시광선을 굴절시켜 투명 상태로 만드는 서바이버 스킬 스텔스.
아크는 스텔스 상태로 발소리를 죽이며 철퍽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퉁이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헉! 저, 저게 뭐야?’
골목 안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체였다. 서너 명의 시체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살점이 뜯겨진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처럼 바짝 마른 몸에 거미처럼 긴 팔 다리가 달려있는 기이한 괴물이 그 시체에 대가리를 처박고 우물거리는 게 아닌가?
그러나 아크가 놀란 이유는 시체나 괴물 때문이 아니었다.
새삼스럽지만 갤럭시안은 게임. 그것도 판타지만으로도 부족해 SF까지 짬뽕 시켜놓은 게임이다. 따라서 몬스터는 물론 태권V가 나와도 OK. 한방에 수만 명을 학살시키는 핵폭탄이 나와도 OK다. 그에 비하면 정체불명의 괴물이나 시체 서너 구는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 어째서 도시에 저런 몬스터가 있는 거야? 혹시 이 시가지가 이렇게 된 게 저 몬스터와 연관이 있는 건가? 아니, 하지만 애초에 왜 저런 몬스터가 도시에…….’
아크는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철퍽.
‘엇? 이게 뭐야? 피?’
주춤거리던 아크가 바닥에 괴여있는 피를 밟아버린 것이다.
그 순간, 시체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몬스터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스텔스는 상대가 아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때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스킬이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아크의 존재를 눈치채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몬스터가 소음에 반응해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투명해졌던 몸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빌어먹을! 임팩트 소드!”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움켜쥐었다.
탕—! 탕—! 탕—!
동시에 천둥 같은 총성이 적막한 도시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몬스터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아크가 임팩트 소드를 움켜쥐고 방아쇠를 당기는 그 짧은 시간, 몬스터는 몸을 날려 벽에 달라붙은 상태로 아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거미처럼 벽에 달라붙은 상태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것은 속도였다. 그 잠깐 사이에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송곳니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시체를 뜯어먹던 송곳니!
콰직—!
움찔하는 사이에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올라왔다.
아크가 신음을 삼키며 전방낙법으로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당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이 자식, 어디 있는 거지?”
“끼에에에에에에!”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리자 반대쪽 벽에 붙어있던 몬스터가 괴성을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또 다시 가슴 부분이 찢겨지며 피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사이에 연이은 손톱 공격이 옆구리를 긁으며 지나갔다. 눈으로 쫓기조차 힘든 속도!
게다가 공격력도 상당해서 서너 방만에 생명력이 30%나 깎여나갔다.
그러나…….
“잡았다!”
휘청거리던 아크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동시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몬스터의 허리를 양팔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놈을 무 뽑듯이 들어올리며 허리를 활처럼 휘어 백드롭! 면상부터 땅에 처박아버렸다.
“미안하지만 접근전은 이 몸의 특기라서 말이야.”
아크가 대가리에서 시커먼 피를 질질 흘리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렇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사용하는 전투기술의 모체는 바로 태권도, 격투기였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한때 아크는 권화랑의 소개로 이명룡이라는 경찰을 사부로 모신 적이 있었는데, 그는 ‘사람과 쇠는 두들겨 팰수록 강해진다’는 말을 맹신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아크는 사부님의 믿음을 몸바쳐 증명해주었다.
좋아서 증명해준 게 아니다.
이명룡은 제자의 목숨 따위는 파리똥처럼 생각하는 대범(?)한 사부였다.
그런 사부 밑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의 믿음대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확실히 강해졌다. 틈만 나면 경찰청 격투기 고수와 대련을 한 덕분에 태권도는 물론, 복싱, 유도, 레슬링 따위의 기술까지 익혀 말 그대로 올 라운드 파이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뉴 월드 최강 유저의 탄생에 얽힌 훈훈한 미담(?)이었다.
뭐 어쨌든!
빈혈이 생길 정도로 코피를 쏟아가며 배운 기술은 여전히 아크의 몸에 각인되어 있었다.
아크가 속도전에서 몬스터 따위에게 밀렸던 것은 아직 손에 익지도 않은 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갤럭시안의 전투에 익숙해져 반사적으로 먼저 총부터 쏘게 된 것. 그러나 아예 작정하고 접근전으로 나서면 상대가 아무리 빨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저렇게 빠른 놈이 원거리 공격까지 한다면 내 사격 솜씨로는 답이 안나와. 하지만 직접 타격밖에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 역시 굳이 총을 사용할 필요도 없지. 뭐 놈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건 사실이지만…….’
“자, 좀비 같은 놈아, 덤벼라!”
아크가 자세를 잡으며 놈을 도발했다.
그리고 놈이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들어 어깨를 물어뜯는 순간!
“그래, 네놈이 아무리 빨라도 공격할 때는 내 앞으로 다가오는 수밖에 없지!”
아크는 그대로 놈의 멱살을 잡고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메다꽂았다. 엎어치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닥에 처박혀 펄떡거리는 놈의 명치에 킥! 킥! 킥! 놈이 버둥거리며 일어나 손톱을 휘둘러대면 감아 던지기! 그리고 다시 펀치! 펀치! 펀치! 놈이 손톱을 휘두르면 임팩트 소드로 막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에 칼질! 칼질! 칼질!
역시나 아크가 작정하고 격투기로 전환하자 몬스터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일단 격투기 경력부터가 다른 것이다. 그리고 100의 데미지를 받으면 200, 300으로 돌려주는 전투가 이어지기를 3분 여, 몬스터는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뻗어버렸다.
“휴, 간만의 난투라 생각보다 힘들군.”
아크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놈에게 쉴새 없이 물어뜯기고 긁힌 탓에 온몸이 너덜너덜, 생명력도 30%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휴,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니지만…… 대체 이놈 정체가 뭐야?”
아크가 거친 숨을 불어내며 바닥에 뻗어있는 몬스터를 내려다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아크의 투시 능력은 몬스터의 정보를 알아내는 기능이 붙어있었다. 때문에 아크는 곧바로 님프를 투시 능력으로 전환시켜보았지만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
종류: ??? 위험도: ??? 전투력: ???
확인할 수 없는 개체입니다.
안드로이드 가재를 만났을 때처럼 모든 항목이 물음표로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 쓰러져있는 놈은 안드로이드가 아니었다. 마치 오일처럼 시커먼 피를 흘리고 있지만 틀림없는 몬스터. 결국 아직 보고되지 않은 미확인 몬스터라는 말이다.
아크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게 그 때문이었다.
“아웃랜드도 아니고 도시에 미확인 몬스터라니? 정보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몬스터가 어떻게 도시에, 그것도 수천 미터 상공에 떠있는 자렘에 나타날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이 시가지는 대체 왜 이렇게 변해있는 거야?”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는 질문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카라라는 정보원에게서도 답장이 없었다.
“젠장, 이 자식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할 수 없지.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런 몬스터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해. 일단 파이프 속으로 돌아갔다가 카라와 연락이 되면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 좋겠어. 먼저 이 놈부터 뒤져보고.”
그렇게 진로를 결정한 아크가 몬스터에게 다가갈 때였다.
대자로 뻗어있던 몬스터 시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듯 펄떡거리는 게 아닌가?
“헉! 뭐, 뭐야?”
아무 생각 없이 시체를 뒤지려던 아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기겁하며 물러났다.
순간 몬스터의 뱃가죽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며 찢어졌다. 이어 거미 같은 벌레 서너 마리가 기어 나오는 게 아닌가? 산전수전 다 겪은 아크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장면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아크가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사이, 거미들이 골목 안쪽에 쌓여있는 시체로 달려가 살점을 파고 들어갔다. 동시에 시체들의 몸이 빠르게 말라가더니 뼛소리를 내며 팔 다리가 2배나 길어졌다. 바짝 마른 몸에 거미처럼 긴 팔 다리. 놀랍게도 방금 전에 쓰러뜨린 놈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어, 어떻게 이런…….”
아크가 창백한 얼굴로 떠듬거렸다.
상상도 못했던 충격적인 장면! 그러나 지금은 그딴 게 문제가 아니었다.
방금 전 몬스터와 싸우느라 지금 아크는 생명력이 30%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똑 같이 생긴 놈이 3마리나 더 나타난 것이다. 굳이 덧셈 뺄셈을 하지 않아도 답은 뻔했다.
‘무리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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