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4)
아크 더 레전드-104화(104/875)
[104] SPACE 1 내 이름은 아란! (4)그렇게 되면 아크가 자렘의 GPS정보를 보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퀘스트 자체가 흐지부지, 보상 따위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되리라. 아니, 상대는 인정머리 없는 마틴 후작이니 선금으로 준 하이드 헬멧이나 STK-VII까지 토해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 지난 열흘, 죽어라 북부 호수를 수색하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여기까지 온 시간과 노력이 몽땅 삽질이 된다는 말이다.
‘퀘스트를 실패하지 않으려면 피닉스보다 먼저 안테나에 접속해 GPS정보를 보내는 수밖에 없어. 일단 피닉스보다 먼저 GPS정보를 보내면 어찌됐든 임무는 완수한 셈. 마틴 후작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중앙제어탑이 서퍼러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라면 혼자 힘을 관리 시스템이 있는 곳까지 뚫고 들어가기는 힘들어.’
방금 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자면 서퍼러는 1대 1. 아니, 2마리까지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3마리 이상이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놈들은 죽은 뒤에도 주변의 시체를 감염시켜 새로운 서퍼러를 만들어내는 몬스터!
중앙제어탑에는 그런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가 A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자렘과 중앙제어탑에 잠입하는 게 어려워서 난이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A라는 난이도는 전투 난이도였던 거야.’
이게 피닉스와 동행을 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유저는 NPC의 레벨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NPC가 장비하고 있는 병장기를 보면 대강의 레벨을 추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병장기에 레벨 제한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닉스 대원들의 무기 중에는 본 적이 있는 것도 섞여 있었는데, 아크의 기억으로는 레벨 제한이 80~90였다. 일반 대원조차 아크보다 레벨이 높은 것이다. 그런 부대원이 30명! 게다가 그들은 자렘의 특수부대니 중앙제어탑의 구조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리라.
‘이런 병사들이 실패할 정도라면 어차피 나 혼자 힘으로는 무리야. 또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곤란해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이들과 동행하는 거야. 그리고 일단 관리 시스템을 탈환하면 잽싸게…….’
카베른보다 먼저 GPS정보를 보내면 만사 OK!
자렘은 구원받고, 아크는 보상받고, 에브리바디 해피엔딩이다.
“대장님, 제 평생 소원입니다! 존경하는 피닉스 대원이 될 기회를 주십시오!”
아크가 의지를 불태우는 눈빛으로 카베른을 푹푹 찔러대며 부르짖었다.
물론 퀘스트 보상을 향한 의지였다.
“하아…… 이거 참…….”
카베른이 난감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긁적일 때였다.
“대장님, 그냥 데려가죠.”
피식 피식 웃으며 지켜보던 대원이 끼어 들었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아크는 살짝 움찔했다. 끼어 든 대원은 금발이었는데, 마치 뉴 월드에서 보던 다크엘프처럼 까만 피부에 뾰족한 귀에는 통역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아크는 이런 외모의 외계종족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벨타나에서 지겹게 봤던 라마족!
‘자렘에는 라마족도 드나든다더니…….’
그래봤자 어차피 NPC지만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라마족이 편들어주니 기분이 좀 묘했다.
“우리 임무가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남겨지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가 오기 전에 서퍼러 한 마리를 쓰러뜨린 걸 보면 실력도 제법 있는 것 같으니 전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자렘의 표어는 이득이 되면 만인 평등 아닙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요? 뭣보다 우리를 존경한다지 않습니까?”
“으음…….”
잠시 고민하던 카베른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지. 그럼 이 친구는 크라크, 자네가 맡아서 챙겨주게.”
“네, 그러죠.”
크라크라고 불린 라마족이 아크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들었지? 앞으로는 내가 네 사수다. 잘 모시라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준 건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겠지. 무섭다고 징징거리지나 말아 줘. 아, 그리고 이거 받아둬. 카운터다. 서퍼러를 때려잡을 때마다 이 카운터에 자동으로 마일리지가 쌓이지. 자렘의 특수부대니 뭐니 해도 결국 우리는 용병이야.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지 않아. 일용직이라도 너 역시 피닉스의 일원이니 일한 만큼의 보상은 받아야지. 왜? 좀 실망스러워? 존경한다는 피닉스 대원이 이런 상황에서도 돈 몇 푼에 목을 메는 속물이라서?”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보상을 챙긴다니, 없던 존경심도 생길 정도다.
“아니요. 뭐 세상은 역시 기브 앤 테이크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의외로 융통성이 있는 녀석이군. 마음에 들어.”
그때 님프가 진동하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관리 시스템 탈환 작전》
당신은 자렘의 오염지역에서 피닉스라는 특수부대원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위기에 빠진 자렘을 구하기 위해 중앙제어탑의 관리 시스템을 탈환하는 작전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이에 당신은 피닉스 대원과 동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카베른 대장은 고민 끝에 동행을 허락했습니다. 당신은 은하연방의 유력 귀족 마틴 후작으로부터 비밀스러운 임무를 받았습니다. 이제 당신은 피닉스의 일원으로 작전 도중 처리하는 서퍼러의 숫자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작전이 실패하거나 도중에 사망할 경우, 카운터의 정보가 초기화되어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난이도: –
‘오오, 이것도 퀘스트인가?’
《자렘 잠입》과 묶어서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
아크가 새삼 의욕을 불태우며 정보창을 보고 있을 때였다.
“그럼 이제 대원들을 소개해주지. 카베른 대장은 굳이 소개할 필요도 없을 테고, 뭐 내 이름도 들었지? 다음은…… 아,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네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네?”
“아, 네. 제 이름은 아…….”
별 생각 없이 대답하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퀘스트 정보창에 정신이 팔려 깜빡하고 있었지만 지금 아크는 자렘에 불법 잠입한 첩자!
물론 자렘이 이런 상황이라면 아크가 은하연방의 지령을 받고 잠입한 첩자라는 사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크가 이들과 동행하는 목적은 마지막 순간, 피닉스의 뒤통수를 치고 먼저 자렘의 GPS정보를 보내기 위해.
‘나중에 귀찮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본명은 숨기는 게 좋겠어.’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하이드 헬멧은 전면의 글라스가 까맣게 코팅이 되어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투명한 유리처럼 보인다. 글라스에 마치 모니터처럼 착용자가 선택한 가짜 얼굴을 비춰지게 만드는 기능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카베른이나 크라크의 눈에는 아크가 선택한,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가명까지 등록해두지 않았다.
‘젠장, 기왕 가명을 쓸 거라면 다크울프처럼 폼나는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이미 이름의 절반-아-을 말해버렸다. 이제 와서 전혀 다른 이름을 대면 불필요한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아’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던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아란. 네, 제 이름은 아란입니다.”
-하이드 헬멧의 메모리에 ‘아란’이 등록되었습니다.
띠링하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란, 갤럭시안에서 아크가 사용할 세컨드 네임이었다.
SPACE 2 GO! GO! GO! (1)
“아란…… 이 자식, 놀랐잖아!”
금발 병사, 크라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크는 고개를 돌릴 여유조차 없었다.
은신하고 있던 지역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아크를 습격한 세 마리의 서퍼러!
집탄 사격으로 그 중 한 마리의 머리를 날리고, 배틀슈트를 소환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로 달라붙어 있던 나머지 두 마리도 떨구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튕겨져 날아갔던 서퍼러들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성난 괴성을 터뜨리며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집탄사격으로 머리를 수박처럼 박살낸 놈도 섞여 있었다.
역시 강화판 좀비답게 서퍼러들은 머리가 날아가도 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서퍼러들은 머리가 없어지면 목 부분에서 서너 가닥의 촉수가 솟아 나오는데, 공격력은 약하지만 맹독을 품고 있어 상태이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서퍼러의 특이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몇 번 싸워봤다고 서퍼러를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돼. 서퍼러는 병세가 깊어질수록, 그러니까 감염된 지 오래된 놈일수록 강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어정어정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놈들이란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가려는 중앙제어탑은 최초 발병지. 다시 말해 그 지역의 서퍼러들은 다른 오염지역의 서퍼러보다 훨씬 강할 거라는 말이지. 카베른 대장이 널 데려가기 주저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야.”
크라크의 말 대로였다.
중앙제어탑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나는 서퍼러의 레벨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해지는 건 네놈들만이 아니야!’
피닉스와 합류한지 이틀 째, 그동안 자렘의 시가지를 가로지르며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가 넘는 서퍼러와 쉬지 않고 전투를 벌여왔다.
비록 서퍼러처럼 어정어정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레벨이 올라가는 특이체질은 아니지만, 아크 역시 중앙제어탑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끼에에에에에에!”
그때 피비린내와 함께 서퍼러의 송곳니가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처음에는 이런 빠른 움직임에 당황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지만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는 법. 그 역시 여러 번 경험하다보니 어느 정도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상대는 셋!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야 반격 당하지 않는다!’
아크는 스텝을 밟으며 재빨리 옆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그 탄력을 이용해 서퍼러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이어 휘청거리다가 넘어지는 서퍼러의 허벅지에 검을 쑤셔 박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집탄사격!”
새삼스럽지만 서퍼러의 가장 위협적인 능력은 가속.
정체불명의 병원균에 감염되어 몇 배나 상승한 운동능력이 만들어낸 속도였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격방식밖에 없는데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은 그 상식적이지 않은 속도 때문이었다. 이에 아크가 선택한-사실 피닉스 대원들은 이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지만- 특수탄환은 적중된 부위를 3%확률로 얼어붙게 만드는 빙결탄!
철컥, 철컥, 철컥, 퍼퍼펑—!
섬광이 작렬하며 서퍼러의 다리가 시퍼렇게 얼어붙었다.
-빙결탄에 의해 적의 생체조직에 빙결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적의 신경조직이 얼어붙어 1분 간 해당부위의 움직임이 30% 감소합니다.》
‘발동했다!’
다리가 얼어붙은 서퍼러는 이미 아크의 상대가 아니었다.
아크는 임팩트 소드를 휘두르며 절뚝거리는 서퍼러를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러나 서퍼러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아크가 동료를 장애인으로 만들어놓고 두들겨대자 나머지 두 마리가 양쪽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크도 혼자가 아니었다.
“쏴라! 아란을 엄호해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크라크의 고함에 A팀 대원들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
빗발치는 탄환에 서퍼러의 몸 여기저기가 찢겨졌다. 그러나 그런 공격도 서퍼러의 움직임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서퍼러는 오직 살육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시체. 탄환이 박힐 때마다 움찔움찔하면서도 아크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서퍼러처럼 빠른 놈들에게 둘러싸여 안 맞고 싸울 수는 없어. 신경을 분산시키면 오히려 데미지가 더 커진다. 빙결효과가 없어지기 전에 한 놈부터 처리해야해!’
그러나 아크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믿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마인드 실드!”
-마인드 실드가 발동했습니다.
《몸 주위에 내구력 280의 방어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방어막은 내구력이 0이 될 때까지 받는 모든 데미지를 40~60%까지 줄여줍니다. 또한 ‘백스텝’이나 ‘불의의 일격’ 같은 효과를 100%차단시켜줍니다.》
투명한 구체가 아크의 몸을 감싸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든 자주 사용하면 그만큼 익숙해지는 법. 자렘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사용해준 덕분에 숙련도가 올라 이제 마인드 실드도 평균 250이상의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터텅—! 터텅—!
마인드 실드를 펼치자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소닉 소드! 집탄 사격!”
그 사이 아크는 소나기 같은 공격을 퍼부어 절뚝거리는 서퍼러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몸을 돌리자 다른 서퍼러가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아크가 재빨리 검을 들어 놈의 아가리에 쑤셔 박았다.
카카카카칵—!
서퍼러가 칼날을 물자 시퍼런 불꽃과 함께 쇳소리가 울렸다.
강철처럼 단단한 서퍼러의 송곳니에 끼이자 검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쇠붙이를 좋아한다면 더 맛있는 걸 먹여주지.”
아크가 번뜩이는 손놀림으로 임팩트 소드의 실린더를 개방해 탄환을 끼워 넣었다.
“어디 이것도 먹어봐라!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펑—!
폭음과 함께 서퍼러의 머리가 튕기듯 뒤로 젖혀졌다.
자욱한 탄연에 휩싸인 서퍼러의 머리는 입 주위가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순간 아크는 가슴 부근에 달려있는 주먹만한 크기의 쇠붙이를 움켜쥐었다. 피닉스 부대에 들어와 보급 받은 수류탄이었다. 비록 마틴 후작에게 받았던 STK-VII 같은 무지막지한 수류탄은 아니었지만…….
“자, 이건 후식이다!”
아크가 수류탄을 뻥 뚫린 서퍼러의 목구멍에 쑤셔 넣은 뒤에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퍼퍼퍼퍼펑—!
동시에 서퍼러의 폭발하며 사방으로 시커먼 살점이 뿜어졌다.
일반 수류탄이라도 배 속에서 터지면 서퍼러의 몸통 따위는 걸레처럼 찢어지는 것이다.
“기기기기…… 기기기기…….”
턱이 떨어져나가고 가슴까지 뚫린 끔찍한 몰골이 되어서도 서퍼러는 살아있었다.
몇 가닥의 근육에 간신히 붙어 있은 상체를 바닥에 직직 끌어대며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영화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전투모드로 돌입한 아크는 공포심도, 동정심도 없는 악귀! 그리고 그런 악귀에게 전투능력을 상실한 서퍼러 따위는 단순한 경험치에 불과했다.
콱콱콱! 콱콱콱! 콱콱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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