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7)
아크 더 레전드-107화(107/875)
[107] SPACE 3 미지의 적 (2)전리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 아크로서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당장은 전리품보다 퀘스트, 그리고 살아서 자렘을 탈출하는 게 중요했기에 받아들였다.
때문에 괜히 속만 쓰릴 것 같아 전리품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었는데…….
피닉스가 하루에 때려잡는 서퍼러의 숫자는 천여 마리, 당연히 엄청난 전리품이 떨어졌다. 그러나 대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가끔 쓸만한 전리품이 나오면 챙겼지만 그 외의 잡템은 발에 채여도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저런 거 주워가 봤자 돈도 안 돼.”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고작 저딴 거나 줍고 싶겠냐?”
“저런 거 다 챙기려면 가방이 몇 개나 있어도 부족할 걸.”
이게 대원들의 대답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서퍼러들은 레벨에 비해 전리품이 형편없었다. 너덜너덜한 옷가지나 낡은 부품, 상점에 가져가 봐야 킬로그램 단위로 잘해야 몇 쿠퍼밖에 받지 못할 잡템.
그러나 쿠퍼도 돈이다. 그리고 쿠퍼가 모여 실버 되고 실버가 모여 골드 되는 법! 그냥 돌아다니며 줍기만 하면 되는 돈을 어떻게 그냥 버려 두고 간단 말인가?
그래서 아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차례 전투를 끝낸 대원들이 쉬고 있을 때, 아크는 쉬지 않았다. 시커멓게 탄 서퍼러의 시체를 뒤지며 1쿠퍼짜리 잡템 하나 놓치지 않고 몽땅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가방에 빈 공간이 없습니다!
아크가 가장 무서워하는 메시지 가방공간 부족!
자렘에 도착했을 때 아크는 북부 호수를 수색하는 동안 밀림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전리품과 낚시로 잡은 각종 생선이 가방에 그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상점에 들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피닉스와 합류해 잡템이란 잡템은 몽땅 쓸어 담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에 아크가 생각해낸 대처법은…….
“가디언에 제가 주운 전리품을 보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장갑차에 전리품을 모아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디언은 예전에 실버핸드가 타고 다니던 컨테이너 트럭과 달리 내부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았다. 조종사와 카베른 대장 둘만 탑승해도 빈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차량인 것이다. 당연히 카베른은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대체 그딴 쓰레기까지 모아야하는 이유가 뭔데?”
그때 아크가 쓸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어, 어머니? 그, 그렇군. 병든 어머니가…….”
“병든 어머니? 그럼 지금까지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쉬지도 않으며 몇 푼 되지도 않는 것들을 주우러 돌아 다녔던 게 어머니 병원비를 대기 위해서…….”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거지같은 놈이라고…….”
“으음, 나도 고향에 어머니가 계시지. 용병 짓 하겠다고 고향을 떠나온 지 어언 10년. 잔소리 듣기 싫다고 연락도 변변히 하지 않았어.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크윽! 그, 그런 소리하지마! 제, 젠장! 이건 콧물이야! 눈물이 아니라고!”
“대장님! 짐 정도는 실어줄 수 있잖아요! 네? 저 녀석 어머니가…….”
아크는 그저 ‘어머니가 임신해서 말이죠. 아무래도 동생 분유 값은 제가 벌어야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피닉스 대원들은 어머니라는 말에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일파만파 오해를 키워나갔다.
“그,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리고 카베른마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크도 굳이 오해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피닉스 대원들이 멋대로 오해했을 뿐. 어쨌든 그 덕분에 아크는 피닉스의 장갑차, 가디언을 가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뭐 가디언이 메어 터지도록 챙겨가 봐야 10골드나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잡템이었지만…….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이, 아란!”
10여 명의 대원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뭐야, 너희들? 강당에 모이라는데 왜 여기로 몰려와?”
“너한테 볼 일 있어서 온 거 아니거든?”
대원들이 크라크에게 콧방귀를 날리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아란, 너 잡템 주우러 가는 길이지? 그럼 갈 필요 없어. 이미 우리가 다 챙겨 왔으니까. 그런데 가방 공간은 남아 있냐? 여기는 가디언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니 가방 공간이 없으면 돌아갈 때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을 게. 그 말 해주려고 들렀다.”
“네? 아니 그게…….”
“자식, 됐어. 어쨌든 너도 이제 전우 아니냐? 전우의 어머니는 우리의 어머니지. 앞으로는 우리도 같이 주워줄 테니 너도 좀 쉬어둬. 병든 어머니를 돌보려면 살아서 돌아가야지.”
한 대원이 아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빙긋 웃었다.
아크의 사정(?)을 들은 이후로 피닉스 대원들은 이렇게 휴식 시간을 쪼개 잡템을 주워주기도 했다. 물론 아크 명의로. 그뿐이 아니었다.
“흠흠, 약값에 보태 써. 내가 줬다는 말은 하지말고.”
어떤 대원은 제법 값나가는 전리품을 슬쩍 찔러주기도 했다.
그 중에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장비품도 있었다.
-개척자의 바지(매직)
아이템 타입: 하의 아머 착용제한: 레벨 50
방어력: 30 내구도: 42/70
초보 개척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바지입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가죽 바지는 우주 몬스터의 가죽으로 제작되어, 그 몬스터가 서식하는 혹성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 바지는 고급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해 테라포밍이 되지 않은 아웃랜드의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하체를 든든하게 보호해줍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정력증강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애용자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자라면 필수품!
《자연적인 유해 환경에 노출됐을 때 피해를 15%줄여줍니다.》
※같은 계열의 장비품을 2개 이상 착용해 세트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세트 효과[개척자의 바지][개척자의 부츠] : 유해 환경에 대한 면역력 +10%
레벨 50대의 하의 아머 개척자의 바지!
덕분에 아크는 레벨 20때부터 입어 너덜너덜해진 초심자의 바지를 갈아입을 수 있었다.
게다가 개척자의 바지는 북부 호수 근처의 숲에서 얻은 개척자의 부츠와 세트로 이루어진 장비품이었다. 뭐 레벨 50대의 매직템 중에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세트 아이템이었지만.
어쨌든 공짜!
역시 아쉬운 소리는 하고 볼 일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대원들의 태도는 오해 때문만은 아니었다.
‘NPC에게 잘 보이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이건 가상현실 게임의 절대적인 법칙이자 아크의 행동철학이었다.
그리고 아크는 다년 간의 게임 경력으로 NPC의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에는 도가 튼 유저!
피닉스에 들어온 지 사흘, 아크는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고, 생명력만 넉넉하다면 다른 대원의 방패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면 잡템을 줍는 틈틈이 ‘젝슨의 공구상자’를 이용해 대원들의 장비품을 손질해 주었고 ‘시설 정비’로 지저분해진 가디언이나 갑옷을 닦아주었다.
“전 신참이니까요.”
지저분해진 얼굴로 밝게 웃으며 말하는 아크!
“병든 어머니를 모시는 형편에도 저 구김살 없는 표정이라니…….”
-카베른의 호감도가 100상승했습니다.
-크라크의 호감도가 100상승했습니다…….
‘후후후, 뭐 이 정도는 껌이지.’
NPC 꼬드기는 재주 하나는 타고 난 아크였다.
“그나저나 언제 봐도 탐난단 말이야.”
그때 한 대원이 아크의 머리에 붙어있는 꼴뚜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뽁뽁뽁뽁! 뽁뽁뽁뽁!
머리에 붙어 뽁뽁거리는 꼴뚜기는 자렌족의 증표였다.
바쿰에 업그레이드를 해준 이후로 아크는 거의 항상 꼴뚜기를 붙이고 다니는 중이었다. 이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한동안 잊어먹고 있을 정도로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바쿰이 업그레이드를 해준 덕분에 성장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피닉스 대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회복 능력 때문이 아니다. 업그레이드가 되었다해도 10분 간 4초에 1씩, 300의 생명력을 회복시킨다. 사실 그 정도는 전투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었다. 메딕의 주사 한 방이면 단숨에 500씩 회복되는 마당에 그딴 꼴뚜기의 회복 능력이 탐날 리가 없는 것이다.
대원들의 관심은 그냥 꼴뚜기, 그 자체였다.
“저 머리 움직이는 것 봐. 뽁뽁거리는 게 장난 아니잖아.”
“그것만이 아니야. 바닥에 내려놓으면 꼼지락거리면서 기어간다고.”
“흔해 빠진 기계 장치가 아니라는 게 포인트지.”
아크도 얼마 전에야 알았는데, 자렌족의 증표는 바닥에 내려놓으면 혼자서 꼬물거리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게 또 엄청 귀여워서 인기폭발! 얼마 전에는 어떤 대원은 레벨 제한 80짜리 검을 내밀며 바꾸자며 따라다니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이건 저와 자렌족의 우정의 증표, 함부로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아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레벨 제한 80짜리의 검이 탐나기는 했지만 자렌족의 증표는 성장형 아이템이다.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도 성장형이니 회복 능력도 꾸준히 올라갈 게 분명하다. 그런 아이템을 눈앞의 이득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요즘은 아크도 자렌족의 증표에 부쩍 애착이 생기는 중이었다.
‘예전에는 소환수가 있어서 혼자 다녀도 심심할 틈이 없었는데…….’
사실 갤럭시안을 시작하고도 얼마 전까지는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R-14에서는 시스템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뒤로도 네팔림에서는 토리와 실버핸드, 벨타나에서는 친위대와 항상 같이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아크가 혼자라서 심심하다는 생각하게 된 건 북부 호수를 탐사할 때. 멍하니 에어보드에 앉아 님프 화면만 들여다보며 열흘이나 보내다보니 머리에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심심해서 죽을 맛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혼잣말이 많아진 게 그 탓이었다.
비록 예전에 데리고 다니던 소환수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나마 살아 움직이는 꼴뚜기라도 있다는 게 아크에게는 나름 위안이 되는 것이다.
“쳇, 할 수 없지.”
“지겨워지면 얘기해. 100골드라도 낼 테니까.”
“자, 됐고. 카베른 대장이 기다릴 테니 이제 강당으로 가자.”
“근데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메딕에게 좀 봐달라고 해야겠어.”
“예전 같지 않은 건 네놈 머리통이다.”
대원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강당으로 향했다.
그들이 잡템 수거를 모두 해준 덕분에 아크도 곧바로 강당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강당에 도착해서도 쉬지 않았다. 아크는 다른 대원들과 달리 잡템 수거가 아니라도 해야할 일이 많은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해킹이었다.
-해킹(Lv1): 숙련도 244/500
“아직 반도 못 올렸네.”
스킬 정보창을 살펴본 아크가 한숨을 불어냈다.
갤럭시안은 이전 게임에 비해 스킬 숙련도가 꽤 더디게 올라가는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더디게 올라가는 게 바로 토리에게 배운 별 4개 짜리 스킬 해킹.
해킹은 기본적으로 자물쇠나 다른 시스템을 해킹해야 숙련도가 올라가는 식이라 전투스킬처럼 단기간의 노가다로 숙련도를 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아크도 지금까지는 그렇게까지 안달하지는 않았다. 당장 해킹 레벨을 올려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얼마 전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지 한참 지났는데도 답장이 없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크는 처음 오염지역에 들어섰을 때 마틴 후작의 정보원 카라에게 메시지를 보내두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카라에게서는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현재 자렘은 폐쇄된 상태지만 내부에서의 통신은 가능했다. 그런데도 자렘에 있다는 카라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카라가 자렘을 탈출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오염지역에 있다가 서퍼러에게 당해버린 건가?’
며칠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다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가방 구석에 놓여있는 검은 가방으로 눈길이 갔다.
마틴 후작이 카라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가방이다.
‘자렘에 잠입해있는 정보원에게 전해 달라고 한 것이니 분명 임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들어있겠지. 어쩌면 STK-VII같은 게 들어있을지도 몰라. 이미 카라는 죽었지만 임무에 요긴하게 쓰이는 아이템이라면 내가 가져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뭐 마틴 후작이 뭐라고 하면 카라에게 전해줬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지! 후후후,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이 가방의 자물쇠는 보안장치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보안코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접속한 자물쇠의 보안등급은 6레벨입니다. 현재 해킹기술로는 1~3레벨의 보안장치밖에 해킹 할 수 없습니다. 암호를 모른다면 해킹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접속해주십시오.》
역시나 마틴 후작.
가방에 튼튼한 자물쇠를 채워놓은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모처럼 얻은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레벨 6짜리 자물쇠면 해킹 레벨을 하나만 더 올려도 접속할 수 있어. 마틴 후작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해킹 레벨을 올리면 가방의 내용물을 횡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해킹을 할만한 보안장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숙련도 노가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보안장치를 해킹하는 것에 비하면 10분의 1의 숙련도도 오르지 않지만, 처음 해킹 기술을 배울 때처럼 잡템으로 떨어지는 기계부품을 해킹해도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다행히 중앙제어탑에는 기계부품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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