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09)
아크 더 레전드-109화(109/875)
[109] SPACE 3 미지의 적 (4)“저…… 그런 말은 일을 끝내고 나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란의 말대로 다.”
묵묵히 서있던 카베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는 곳은 39층까지다. 남은 한층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아란의 말대로 일이 끝날 때까지는 긴장을 풀지마. 뭣보다…… 너희들, 영화도 못 봤냐? 원래 이런 곳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놈들이 제일 먼저 뒈지는 게 상식이야.”
카베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다. 후후후, 오래 살고 싶거든.”
카베른의 말을 효과가 있었다.
그 뒤로 대원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가운데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상층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36, 37, 38…….
그리고 마침내 종착지인 39층에 도착하기 직전!
“이제 다 왔다! 혹시 모르니 모두 경계태세로 대기하고…….”
콰쾅—!
카베른이 말이 끝나기 직전, 갑자기 굉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덜컹 멈췄다.
“헉,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모두 진정해라! 크라크, 뭔가 확인되는 게 있나?”
“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젠장, 엘리베이터가 멈췄어! 엔지니어, 엘리베이터의 시스템을 점검해봐라!”
“알겠습니다!”
콰쾅—!
그때 또 다시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이전보다 더 크게 흔들리며 전등이 터져 나갔다.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엘리베이터가 어둠 속에 잠겼다. 대원들이 황급히 총기에 붙어있는 플레시를 켜고 사방으로 빛을 비추었다. 순간 방금 전의 충격으로 벌어진 엘리베이터의 천장 너머로 시커먼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스쳐지나갔다.
“대, 대장님! 밖에 뭔가 있습니다!”
“서퍼러냐?”
“모, 모르겠습니다. 워낙 순간적의 일이라…….”
‘서퍼러는 아니다! 다른 뭔가가 있어!’
전등이 나간 뒤에야 적외선 스코프나 플래시를 켠 대원들은 미처 보지 못했겠지만, 투시 능력을 가진 아크는 천장 틈 밖으로 스쳐지나간 그림자를 보다 정확히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전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서퍼러가 아닌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그렇다. 거대한 뭔가가 있었다!
아크가 그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모두 방아쇠에서 손을 풀어라. 이런 곳에서 탄환을 난사하면 다 죽어! 밖에 있는 게 뭐든 일단 이곳에서 탈출해야한다. 엔지니어, 상태는 어떤가? 수동 조작으로 문을 열 수 있겠나?”
“보안이 엄중한 시스템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기다릴 시간 없어! 당장…….”
콰쾅—!
카베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굉음이 울리며 천장이 내려앉았다.
그때 엔지니어가 비명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맙소사! 떠, 떨어지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의 자기부상 장치가 박살난 모양입니다!”
그건 굳이 엔지니어의 보고를 듣지 않아도 몸으로 알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치 자이로드롭을 타고 떨어지는 것처럼 체중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상력을 잃은 엘리베이터가 바닥으로 쏘아져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다 싶더니!’
아크가 요동치는 엘리베이터의 벽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30명이나 들어있는 쇳덩어리가 39층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터, 몸에 두르고 있는 아머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추락과 동시에 박살!
박살…… 박살…… 박살…….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가 메아리치는 느낌이었다.
‘웃기지마!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북부 호수에서 열흘, 자렘에서 사흘, 13일 동안 죽을 고생을 해가며 올린 레벨과 스킬 숙련도를, 그것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딴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날려먹을 것 같으냐?’
“크라크 님! 잠시만!”
와락 고개를 들어올린 아크가 크라크의 등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페이드 스틸을 꺼내들고 철갑탄을 장전, 천장의 한쪽 모서리에 총구를 바짝 붙이고 힘차게 방아쇠를 당겼다.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펑—!
폭음이 울리며 천장의 한쪽 모서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어 반대쪽으로 몸을 날린 아크가 또 다시 탄환을 뿜어내자 양측 모서리가 뚫린 천장이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카베른이 눈동자를 빛내며 소리쳤다.
“그렇군. 노튼, 티라우드, 천장이다!”
“우어어어! 전자력 해머!”
순간 노튼과 티라우드가 몸을 날리며 스파크에 휩싸인 해머를 휘둘렀다.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덜렁거리던 천장이 뜯겨져 날아간 건 그 다음이었다. 뻥 뚫린 천장 너머로 엘리베이터와 레일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길이 순식간에 멀어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카베른이 다급한 표정으로 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내가 앞장 설 테니 모두 따라와라!”
투퉁—! 덜컹! 촤아아아악!
카베른이 님프를 조작하자 버클 부분에서 앵커가 달린 와이어가 쏘아져 나갔다.
쏘아진 앵커가 레일에 휘감기자 와이어가 팽팽해지며 카베른이 천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대원들의 님프에서 레일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카베른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없다! 엘리베이터가 곧 바닥에 처박힌다! 서둘러 탈출하라!
투퉁—! 투퉁—! 투퉁—!
남은 대원들도 곧바로 카베른과 같은 방법으로 엘리베이터를 탈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님프를 조작하던 크라크가 움찔하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아란, 너. 캣잭-아마도 그게 대원들이 사용하는 장비품의 이름인 모양이다-도 없이 탈출할 수 있겠냐? 힘들 것 같으면 나와 함께…….”
“전 괜찮습니다. 먼저 탈출하십시오!”
“믿겠다. 바로 따라와!”
투퉁—!
캣잭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크라크가 천장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아크 하나! 크라크가 나가자마자 아크는 곧바로 가방을 뒤져 와이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크라크에게 먼저 탈출하라고 한 것은 이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흘 동안 동행한 덕분에 아크도 캣잭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원래 캣잭은 1인용 견인 장치. 물론 평상시라면 2명의 체중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순간적으로 체중이 실리게 될 때에는 체중의 몇 배나 되는 힘이 가해져 자칫 와이어가 끊어질 위험이 있었다. 크라크도 그걸 알기에 억지로 아크를 데리고 탈출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이 속도면 곧 바닥에 충돌할 거야.’
아크가 지체 없이 와이어 카메라를 천장 밖으로 집어던졌다.
그리고 님프를 조작해 와이어를 조작, 레일에 끝 부분을 휘감을 수 있었다.
그렇게 와이어를 움켜쥔 아크가 천장 밖으로 빨려나왔을 때였다.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발 아래로 보이는 시커먼 구멍 저 편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쾅—! 쿠콰콰콰콰쾅!
엘리베이터가 바닥과 충돌하며 박살나는 소리였다.
“사, 살았다!”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크가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아래를 바라보았다.
10초. 와이어를 던지는 게 10초만 늦었어도 엘리베이터 속에서 토마토처럼 뭉개졌으리라.
그때 굉음을 들었는지 님프에서 카베른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 빠져나왔나?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누구냐? 보고해라!
-크라크입니다. 제가 나올 때 남아있던 사람은 아란뿐이었습니다!
-아란! 대답해라! 괜찮은가?
“네, 저도 탈출했습니다!”
아크의 대답에 대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모두 잘 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저 위에는 아직 엘리베이터를 습격한 놈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밖에는 서퍼러들이 있을 테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 따라서 작전을 변경하겠다. 현재 내 위치는 27층 근처다. 그러니 대원들은 먼저 중간 지점인 16층에서 합류해…… 지지지지…….
님프에서 갑자기 노이즈가 발생했다.
-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응답하십시오! 대장님!
-뭔가 위험상황이 발생했다!
-위층의 대원들은 신속히 대장님의 안전을 확인하라! 누가 대장님 다음인가?
-접니다! 제가…… 헉!
-무슨 일이냐? 어이! 프런키! 대답해라! 젠장! 대답해!
님프에서 고성이 난무한 직후.
웅웅거리는 님프에서 또 다른 대원의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위, 위에 뭔가 있습니다! 뭔가가……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우아아아아!
대원이 내뱉은 비명과 같은 비명이 대원들의 님프에서 흘러나와 시커먼 수직 통로에 연쇄적으로 메아리쳤다.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상황이 급변하자 팀장들의 목소리가 히스테릭하게 변했다.
-빌어먹을! 무슨 일인지 확인 안 돼!
-하지만 위에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해! 위급상황이다! 대원들은 모두 강하해라! 숨을 수 있으면 숨어도 좋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라!
-헉! 저, 저건…… 으아아아아!
-누구냐? 이번에는 누가 당한 거냐?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확인이 되지…… 커헉!
-소, 소리가…… 위에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으아아아악!
-나는 여기서 죽지만…… 제 2…… 제 3의 피닉스가…….
연이은 비명과 함께 대원들의 통신이 하나 둘 끊어졌다.
그렇게 대략 10여 명의 대원들이 비명과 함께 사라져버렸을 때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수직통로를 진동시키며 굉음이 들려왔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통로 위쪽에서 섬광이 번뜩이며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굉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굉음이 아크와 가까워질수록 비명도 늘어나며 통신이 두절되었다.
‘피닉스 대원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당하고 있다면 보통 놈이 아니야. 정체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서퍼러와는 다른 놈이 분명하다. 적어도 와이어에 매달린 채 싸울 수 있는 놈은 아니야. 먼저 이 통로 밖으로 나가야한다. 아니, 내 위치에서는 바닥이 멀지 않으니 내려가는 게 빠를 거야.’
아크는 와이어를 풀고 벽에 붙어있는 레일을 움켜쥐었다.
그 와중에도 수직통로 위쪽에서는 뭔가가 내려오는 굉음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기에 총성과 비명이 쉴새 없이 메아리쳐 몇 명의 대원이 당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아니, 파악할 수 있다해도 당장 아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헉헉헉! 헉헉헉! 헉헉헉!”
아크가 미친 듯이 팔을 움직이며 아래로 내려갈 때였다.
-이런 빌어먹을! 대체…… 헉! 이, 이럴 수가! 저, 저건 대체…….
‘이, 이 목소리는? 크라크! 크라크다!’
정신 없이 내려가던 아크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였다.
-빌어먹을! 아란! 도망쳐! 덤벼라, 이 개자식아! 내가 피닉스의 크라크 님이시다!
콰콰콰콰콰쾅!
비명 같은 크라크의 목소리와 함께 위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걸 마지막으로 통로에서는 더 이상 비명과 총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크라크는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탈출한 아크 바로 전에 나갔던 대원. ‘그 무언가’가 위에서부터 내려오며 대원들을 학살했다면 이미 모든 대원이 당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그 짧은 시간에…….”
아크가 폭발이 일어난 통로를 올려다보며 떠듬거릴 때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잠시 멈칫했던 ‘그 무언가’가 다시 굉음을 울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아크와 불과 15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크는 아직 레일에 매달려있는 상태. 놈의 속도를 생각하면 그 전에 도망친다는 것은 무리!
“끝났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아크가 절망적인 눈빛으로 시커먼 통로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투시 능력의 가시거리 안으로 시커먼 뭔가가 들어오는 장면이 보였다.
스스스스, 촤라락!
아크의 발목이 뭔가에 휘감긴 건 그때였다.
SPACE 4 X속에서……. (1)
“뭐…… 무슨? 우왓!”
아크가 헛 바람을 들이키며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통풍구처럼 보이는 구멍에서 시커먼 뭔가가 솟아 나와 발목을 휘어 감고 있었다.
그때 발목을 휘어 감은 것이 엄청난 힘으로 잡아 당겼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레일을 움켜쥔 손을 놓치는 것과 동시에 아크는 통풍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윽! 웃기지마! 이렇게 당하지는 않아! 페이드 스틸-II!”
가방의 측면이 개방되며 자동권총 페이드 스틸-II가 솟아 나왔다.
엎드린 상태로 통로 속으로 끌려 들어가던 아크는 페이드 스틸을 움켜쥐고 빙글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안쪽에서 끌어당기는 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을 때였다.
[바보 같은 짓 하지마. 죽고 싶은 거냐?]“헉! 이, 이럴 수가! 너, 너는…….”
[쉿! 조용히 해!]그(?)가 와락 다가와 입을 틀어막고 머리를 찍어눌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쿠쿠쿠쿵!
동시에 통풍구 밖에서 공간을 뒤흔드는 굉음이 들려왔다.
수식통로의 위에서 아래로, 그야말로 폭풍 같은 기세로 피닉스 대원을 삼켜버린 정체불명의 그것!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통풍구 입구를 지나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였다.
좁은 통풍구 속에 숨어 무시무시한 괴물-아마도-이 자신을 찾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심장이 터질 듯이 펄떡거렸다. 그러는 사이 아래쪽에서 몇 번인가 콰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괴물의 기척이 점점 멀어졌다. 통로를 따라 들려오는 소리로 판단하건대, 엘리베이터 통로 바닥까지 내려간 놈이 문을 부수고 5층 홀로 나간 것 같았다.
[어찌어찌 피한 모양이군.]뒤통수에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크의 입을 틀어막았던 그가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