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1)
아크 더 레전드-11화(11/875)
[11] SPACE 4. 문어의 꿈 (2)“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나도 어쩔 수 없네. 이곳은 우리들에게 단 하나 남은 희망이야. 이곳을 본 이상 자네를 살려 보낼 수는 없어.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곳에서 죽어 줘야겠네.
부룸의 말에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어 줘야 한다니, 뭔가 지켜야 할 비밀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리고 비록 해산물이라도 이만한 숫자가 덤빈다면 단검조차 없는 아크는 죽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뭐랄까…….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절 죽이겠다고요?”
아크가 날카롭게 쏘아보자 부룸이 움찔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이내 각오를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네.
“그 머리는 장식입니까?”
-자, 장식?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말이죠. R-14에는 페어리라는 재생 시스템이 있거든요.”
-페, 페어리!
부룸이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이러니까 문어 대가리라는 거다.
아크의 말대로 R-14에는 재생 시스템 페어리가 있다.
여기서 백날 죽여 봐야 아크는 페어리를 통해 재생하면 그만. 뭔지는 모르겠지만 죽이는 것으로 비밀이 지켜질 리가 없는 것이다.
-이, 이럴 수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부룸이 털썩 주저앉았다.
-끝장이다! 결국 우리들의 희망은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릴 수밖에 없다는 건가!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 꾸물거리던 부룸이 와락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부, 부탁이네, 반장! 제발 못 본 척해 주게! 이게 R-14의 승무원에게 알려지면 우리는 끝장이네. 나를 위해 아니, 자렌족의 미래를 위해 못 본 척해 주면 안 되겠나?
“저는 아직 대체 뭘 못 본 척해 달라고 하는 건지조차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죠. 당신이 제대로 얘기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냥 못 본 척해 달라고요?”
-그, 그건…….
“지금 내 심정 같아서는 일부러라도 모든 비밀을 샅샅이 찾아내 알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동안 자렌족과 쌓은 관계를 생각해서 기회를 드리죠. 왜 이런 곳에 우주 벌레가 있는지, 왜 나를 죽이면서까지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는지 말해 보십시오. 듣고 나서 결정하겠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잠시 꾸물거리던 부룸이 한숨을 불어 내며 털어놓았다.
새삼스럽지만 문어들은 파이프 청소를 하며 아크보다 낮은 임금, 그러니까 겨우 우주 식량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보수밖에 받지 못하며 은하연방에게 착취당하는 외계인이었다.
아마도 은하연방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그런 문어들의 처지는 몇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리라.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문어들도 그런 자신들의 장래를 걱정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우리가 살 땅을 사는 거네.
“땅을 산다고요?”
-그래, 지금 은하연방은 한참 개척지를 늘리는 중이야. 그중에는 쓸모없어진 땅도 꽤 있지. 때때로 그런 땅이 헐값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바로 그걸 우리가 사는 거야.
그러나 아무리 헐값이라도 명색이 부동산이다.
문어들이 파이프나 닦아 가며 받는 보수로는 어름도 없는 일! 문어들도 일단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알아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부룸은 문어들의 운명을 걸고 도박에 나섰다.
좁은 틈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문어의 능력을 사용해 R-14의 생체연구실에 잠입, 우주 벌레의 알을 훔쳐 낸 것이다.
-우주 벌레는 꽤 쓸 만한 가축이야. 가죽은 인간이 사용하는 우주복의 재료로 쓰이고 고기는 우주 식량의 재료로 쓰이지.
아크가 먹어 온 우주 식량은 우주 벌레의 고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쩐지 엄청 싸다 싶었다.
-생체연구실에서 교배한 우주 벌레는 증식 속도가 보통 우주 벌레보다 수십 배나 빨라. 그래서 R-14의 외벽과 내벽 사이의 공간에서 우주 벌레를 키워 얻은 가죽과 고기를 팔면 이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문어들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우주 벌레는 원래 몬스터였다. 가축으로 키우기 위해 품종개량이 되어 공격성은 없지만―우주 벌레가 선공 몬스터가 아닌 이유가 그 때문― 가죽을 벗기고 몸을 썰어 대도 얌전히 있어 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일단 공격성을 띠면 유저들도 혼자 사냥하기 버거운 몬스터!
반면 문어들은 전투 능력이 거의 전무하고 무기조차 없었다. 그러니 수십 마리가 달라붙어야 겨우 1마리 잡을까 말까. 그러다 보니 DNA가 조작된 우주 벌레는 꾸준히 증식해 이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져 버린 것이다.
‘이제 모든 의문이 풀리는군.’
아크가 들었던 파이프가 울리는 소리는 우주 벌레와 우주 문어가 혈투를 벌리는 소리였다.
문어들이 노동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
매끈매끈한 대가리 속에 우주 벌레를 키워 한몫 잡아 보겠다는 생각만 꽉 차 있었으니 노동 의욕이 생길 리가 없었다.
-몰래 우주 벌레를 키워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주 벌레는 모두 압수당하고 우리는 R-14에서 추방당할 거네. 이 상태로 우주로 쫓겨나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어. 그래서 자네를 죽여서라도 비밀을 지키려고 했던 거네. 흑흑흑!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부룸이 비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때였다.
-아빠?
뒤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에 널린 항아리 속에서 작은 문어들이 꼬물거리며 기어 나왔다.
-아빠, 왜 울어? 어디 아파?
-또 벌레 잡다가 다쳤어요? 내가 빨아 줘요?
-나 밥 많이 안 먹을게요. 힘들면 벌레 잡지 말아요.
-응, 우리는 여기서 살아도 괜찮아요. 걸레질도 열심히 배울게요.
-크윽! 아, 아무것도 아니다. 난 괜찮아.
부룸이 문어 다리로 새끼 문어들을 감싸 안으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부탁이네, 반장! 무턱대고 자네를 죽이려 했던 벌이라면 내가 받겠네. 나는 어떻게 돼도 좋아.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 아이들까지 나처럼 평생을 파이프나 닦으며 보내게 할 수는 없네. 이 아이들을 봐서라도 못 본 척해 주면 안 되겠나? 자네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나네. 자네가 원한다면 당장 내 목숨이라도 바칠 테니 제발 봐주게.
실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문어만 아니라면.
“알겠습니다. 이곳의 일을 R-14의 승무원들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부룸과 새끼 문어들을 지켜보던 아크가 끄덕였다.
아크의 대답에 부룸이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바라보았다.
-저, 정말인가?
물론이다.
그러나 되도 않는 신파극을 연출하는 문어에게 동정심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아니, 징그러운 어른 문어는 몰라도 꼬물거리는 새끼 문어들을 보니 조금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굳이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일에 귀중한 칼로리를 낭비해 가며 새끼 문어들의 장래에 먹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게 아크에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우주 벌레가 저렇게 많다!’
아크가 군침을 꿀꺽 삼키며 개미 떼처럼 바글거리는 우주 벌레를 바라보았다.
아크가 파이프 속에 들어온 지 일주일, 갤럭시안이 오픈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갤럭시안을 새로 시작한 유저들도 꾸준히 늘어 R-14의 사냥터는 아크가 얼쩡거릴 때보다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해 내고 있었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적어도 한두 달은 같은 상태가 유지될 것 같았다. 결국 힘들게 파이프를 닦아 모은 돈으로 단검을 사도 이전처럼 농장 구석에서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사냥감이 넘친다!’
어차피 문어들은 우주 벌레의 증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크가 이곳에서 사냥하겠다고 하면 쌍수 아니, 8개의 다리를 들고 반기리라.
다시 말해 이곳은 유저 중에는 오직 아크만이 아는 사냥터! 언제든,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인 것이다. 굳이 승무원에게 고자질해 없앨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제 부룸에게 이곳에서 사냥해도 좋다는 약속만 받아 내면…….’
씨익 웃으며 말하려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생각하다가 한숨을 불어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지. 그게 아니야. 아크야, 넌 아직 멀었구나!’
아크가 파이프 속에서 일주일이나 처박혀 있었던 것은 초심! 바로 배부르고 등 따스해지면서 잃어버린 초심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는 이제 어느 정도 초심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크는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런 게 아니다. 이전의 아크는 결코 이런 상황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던 사람이 아니다.
만약 이전의 아크였다면…….
“제안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 *
경제 원리는 간단하다.
수요가 있으면 생산이 발생한다.
그 생산과 수요를 연결시키면 돈이 된다. 그리고 그런 쪽의 두뇌 회전이라면 아크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개척자들을 불러들이자고?
“네. 부룸 님은 이곳에서만 생활하니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 R-14에는 막 우주에 나온 개척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농장 지역에 사람이 몰려 우주 벌레를 구경하기도 쉽지 않을 지경이죠. 그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우주 벌레를 사냥하게 해 주는 겁니다.”
-돈을 받고 우주 벌레를 사냥하게 해 준다고?
부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문어 다리로 머리를 긁었다.
-우주 벌레를 잡으면 돈을 받는데 왜 그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이곳에서 사냥을 하겠나?
NPC의 머리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리라.
그러나 농장의 실업자들은 유저다. 그들이 뷰라드가 주는 《우주 벌레 처리》 퀘스트에 목을 매고 있지만 그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90%는 경험치를 먹기 위해서. 남보다 먼저 레벨 10이 되어 초보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R-14의 유일한 사냥터는 몰려드는 유저들로 포화 상태!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갤럭시안에 들어와도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해 그저 구경만 하다 종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유저에게 몬스터가 넘치는 사냥터는 그야말로 꿈의 사냥터!
돈을 내고서라도 들어오고 싶어 할 게 분명했다.
이게 바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
‘이걸 바로 생각해 내지 못했다니…….’
이전의 아크였다면 부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생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지금의 아크는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아직 헝그리 정신을 제대로 되찾지 못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그 점을 깨닫자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아크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주 고객층을 정해야 합니다.”
-주 고객층? 아무나 데려오는 게 아니라는 말인가?
“네, 막 들어온 개척자가 아닌, 이곳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개척자라야 합니다.”
아크가 생각하는 주 고객은 레벨 7~8 사이의 유저였다.
이유는 두 가지.
다시 말하지만 R-14는 인구 포화 상태라 취직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었다.
때문에 유저들은 농장에서 한번 자리를 잡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레벨 10을 찍고 개척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벨 7~8의 유저가 놀고 있다면 답은 뻔하다.
‘직장이나 다른 문제로 오래 게임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경험치에 목말라 있을 것은 당연지사.
반면 레벨 7~8의 유저의 취업률은 레벨 1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레벨이 높으면 파티 사냥을 할 때 더 많은 경험치를 먹기 때문이다.
기존의 파티원 입장에서 경험치를 적게 먹는 레벨 1 유저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그런 유저를 영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레벨 7~8대 유저의 실업률은 90%가 넘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직장인은 유난히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대에 접속할 수밖에 없다는 페널티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료입니다. 이제 막 R-14에 들어온 유저가 돈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레벨 7~8의 유저라면 어쨌든 그동안 적지 않게 사냥을 했다는 뜻. 뷰라드에게 받은 임무를 적어도 십여 차례 이상 완료했다는 말입니다.”
그게 두 번째 이유.
이용료를 지불할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는 곧바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주 고객이 결정됐으니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주 벌레 처리》 퀘스트를 한 번 완료했을 때 받는 돈이 10실버. 가죽이나 고기로 퀘스트를 완료하면 20실버다. 레벨을 7~8 정도까지 올리려면 적어도 퀘스트를 열 번은 완료해야 해. 우주 식량이나 수리비를 지출해도 대략 1골드 전후의 돈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계산으로 산출된 이용료는 50실버였다.
“어때요? 마음에 드십니까?”
“그, 그야 물론…….”
“후후후, 그럴 줄 알았습니다. 고작 50실버면 여기서 원하는 만큼 사냥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50실버면 전 재산의 반인데, 좀 비싼 게 아닌지…….”
처음 이용료를 들으면 절반은 이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R-14에서는 50실버도 엄청난 거금인 것이다.
그때 아크가 잽싸게 입을 놀렸다.
“싸진 않죠.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50실버가 거금이지만 그건 이곳이 초보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개척지에서 사냥하면 그 정도는 그리 큰돈이 아닙니다. 경매 사이트에서 벌써 10골드 단위로 골드를 파는 유저들이 있는 걸 보면 알지 않습니까? 이런 곳에서 제대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면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더 지체하느니, 50실버로 광렙 하고 개척지에서 돈을 버는 게 훨씬 이득이지 않나요? 솔직히 1골드라도 몇 시간을 허비하느니, 이곳에서 사냥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수리비나 우주 식량을 살 돈은 있어야 할 테니 그냥 50실버만 받는 겁니다.”
“하긴.”
유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여기서 사냥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1골드 내시면 되겠습니다.”
“네? 1골드라니요? 방금 전에는 50실버라고 했잖아요?”
“네, 이용료는 50실버 맞습니다. 나머지 50실버는 보증금이죠. 맡기신 보증금은 유료 사냥터에서 레벨 10을 달성하고 R-14를 떠나실 때 돌려 드립니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아크의 용의주도함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유료 사냥터를 사업화할 때 아크가 가장 고민했던 문제는 보안이었다.
문어들이 아크를 죽이려 들었던 이유는 바로 정식 사냥터가 아닌 곳에 있는 우주 벌레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문어들이 몰래 우주 벌레를 키우고 있었다는 정보가 승무원들의 귀에 들어가면 당장 압수, 우주 벌레 알을 절도한 문어들은 우주로 추방당하게 되리라.
때문에 아크는 고객을 찾아 데려올 때도 일단 젝슨에게 《R-14 공기 순환 파이프 청소》 퀘스트를 받게 했다.
레벨 7 이상의 유저를 주 고객으로 한 것도 그 때문. 레벨 7 이상이면 빡세게 사냥하면 대략 5시간 전후로 레벨 10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벨 10이 되면 곧바로 R-14를 떠나니 다른 유저나 승무원에게 알려질 위험이 적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유저에 따라서는 이용료에 앙심을 품고 떠나기 전에 고발할지도 몰라!’
아크는 유저를 믿지 않는다.
사람이란 언제 어느 때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동물이다.
현실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게임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멀쩡한 사람을 때려죽이며 즐거워하는 변태적인 유저들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보증금은 바로 그런 유저를 위한 안전조치였다.
아크는 50실버를 받아 두었다가 이용객이 레벨 10을 찍고 R-14를 떠나기 직전에 돌려주었다.
‘뭐 그것만으로 유료 사냥터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크는 고객을 데려올 때는 일부러 복잡한 길을 돌아가며 사냥터로 데려왔다. 설사 유료 사냥터의 존재가 알려져도 그것만으로는 유저나 NPC가 찾아오지 못하도록.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 가 본 유저는 이미 R-14에 없으니 유료 사냥터의 존재는 도시괴담으로 남게 되리라!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깔아 둔 치밀함!
‘그래, 이게 나지.’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현재 R-14의 취업난을 생각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아크가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1~5구역에서 모아 온 유저는 20여 명. 두당 50실버의 이용료를 받으니 단숨에 10골드의 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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