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15)
아크 더 레전드-115화(115/875)
[115] SPACE 5 저주VS저주 (4)그 다음에 벌어졌을 일은 뻔하다.
거미가 나타나고,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서퍼러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연구실 밖으로 몰려나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을 테고, 반격하는 경비원들에게 죽은 서퍼러의 몸에서 다시 거미가 나와 시체를 서퍼러로 만들고…… 그런 상황이 수 차례 반복되는 사이에 제어탑과 주변 도시가 몽땅 서퍼러 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가 서퍼러의 최초 발생지다. 때문에 오히려 이곳에는 서퍼러가 없었던 거야. 아마도 제이와 이곳에서 죽은 연구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서퍼러를 피해 도망치다가 이곳에 갇히게 된 거겠지. 그리고 지금, 내가 또 다시 저주를 불러일으킨 거야. 만약 룬 문자 이크람이 없었다면 나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
이크람도 시체를 제물로 생명체를 소환하는 기술.
막상 생각하면 서퍼러의 발생 과정과 흡수한 면이 있었다. 뭐 같은 무라트 족이 만든 기술이니 비슷할 수밖에 없겠지만…… 결국 저주를 저주로 맞선 셈이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이제 저게 무라트 족의 유물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하지만 파이어 이글로 집탄사격을 해도 흠집 하나 나지 않고 저주가 발동된다. 다시 말해 뭔가 봉인을 푸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인데…… 이대로 관리 시스템으로 가서 자렘의 문제를 해결하면 저걸 차지할 방법이 없어. 그렇다고 통째로 들고 갈 수도 없고…….”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돌연 운석이 진동하며 부서져 내리는 게 아닌가?
어떻게 부셔야하나 고민하던 아크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때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크의 머릿속에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순수한 빛에 의해 봉인은 풀렸다. 그대, 무라트의 뜻을 받들라!
“에? 가장 순수한 빛? 분명 운석에 가장 순수한 빛으로 잠을 깨워야한다는 말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 가만? 그러고 보니…… 샤이어! 맞아, 원래 샤이어는 무라트 족이 사용하던 기술이야. 그리고 샤이어는 광자(光子)생명체. 그럼 무라트 족에게 가장 순수한 빛은 샤이어. 맙소사, 결국 이 운석의 봉인을 푸는 방법이 샤이어였다는 말이잖아?”
애초에 이런 개고생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알고 나니 더욱 허탈해지는 비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 오시리스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아크는 아직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전후과정이 어찌됐든 이로서 봉인이 풀리지 않았는가!
그렇게 무너져 내린 운석 속에서 나타난 것은 미라! 그 미라는 피라미드 속에 있던 미라처럼 파라오 복장을 입고 양손으로 감싸듯 작은 피라미드를 품에 안고 있었다. 벨타나의 지하에서 발견한 피라미드와 다른 점은 색깔뿐이었다.
“이 피라미드는 분명…….”
아크가 피라미드를 만지는 순간!
꼭지점 부분에서 수십 줄기의 빛이 뿜어지며 영상이 떠올랐다.
‘역시! 벨타나 지하에 숨겨져 있던 피라미드에서 찾은 것과 같은 반응이다!’
허공에 수놓아지는 입체 영상 속에서는 우주선 내부처럼 보이는 곳에서 미라처럼 파라오 복장을 한 일곱 명의 사내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창 밖에는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떠 있었다. 마치 태양처럼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며 주변 행성을 삼키는 불덩어리!
그 불덩어리를 바라보던 사내가 한숨을 불어내며 입을 움직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마치 그 불덩어리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품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피라미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나머지 여섯 사내도 각기 다른 여섯 개의 피라미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일제히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순간,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수백, 수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빛이 엄청난 기세로 불덩어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지? 7개…… 이런 피라미드는 원래 7개가 있었다는 말인가? 그런데 저 빛은? 분명 피라미드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이 피라미드는 그냥 보관함 같은 게 아니었나? 혹시 피라미드에 아직 내가 모르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 건가?’
벨타나를 굴러다니다 우연히 찾아낸 피라미드에 아직 뭔가가 숨겨져 있다!
방금 전에 영상에서 본 것처럼 7개를 모두 모으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아크는 심장이 터질 듯이 벌렁벌렁거렸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빛이 폭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상은 예의 파라오 복장의 사내가 마치 캡슐처럼 생긴 작은 우주선을 타고 어딘 가로 날아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지금 아크가 들고 있는 갈색의 피라미드를 품에 안고.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사내의 피부는 점점 탄력을 잃고 미라처럼 변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사내는 임종의 순간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을 열고 자신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담았다. 그리고 소중하게 피라미드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자 캡슐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방금 전 부서져 내린 바위였다.
-고대 외계문명 무라트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우주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융성과 쇠퇴를 반복한 외계문명은 별처럼 많습니다.
이런 외계문명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우주의 역사를 밝히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잊혀진 외계문명의 기술이나 숨겨진 아티팩트를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대 외계문명 무라트의 정보(2/15)를 입수했습니다.
+고대 외계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모험치를 300획득했습니다.
+고대 외계문명 무라트의 정보를 입수해 지능이 5상승했습니다.
영상이 사라지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이전처럼 모험치와 지능 보너스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아크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번졌다.
“젠장, 잔뜩 기대만 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다른 피라미드가 어디 숨겨져 있는지는 단서조차 없잖아? 낚시질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밑밥만 던져놓고 쌩 까면 어쩌자는 건데? 아니, 두 번째 영상이 운석 속에 있던 미라의 영상이라면…… 혹시 미라도 피라미드를 찾던 건가? 그러고 보니 운석에도 위대한 신들의 유산을 찾는 중이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어. 결국 어떤 사건으로 인해 무라트는 피라미드를 읽어버렸고, 이 미라는 그 피라미드를 찾다가 늙어죽었다는 말인데…… 그게 벨타나에서 본 영상과 관련이 있는 건가?”
아크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릴 때였다.
미라가 먼지처럼 흩어지며 바닥에 반짝이는 물체가 떨어졌다.
-쉐라톤의 여명(레어)
아이템 타입: 목걸이 착용제한: 레벨 100
지금은 멸망한 고대 외계종족 무라트 족의 유해에서 발견된 목걸이입니다.
목걸이의 펜던트에 박혀있는 자색 보석이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보석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아이란이라는 보석으로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지성의 빛’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무라트 족은 무엇보다 지혜를 숭상해 수많은 보석 중에서도 특히 아이란을 귀하게 여기며 각종 장신구로 가공해 사용해왔습니다. 쉐라톤의 여명은 당시의 무라트 족도 보기 힘든 크기의 아이란을 가공해 만들어진 목걸이입니다.
《지능 +45, 마나 회복 속도 +30%》
“이, 이건……!”
목걸이를 들어올린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갤럭시안에서는 어지간한 무기보다 고가로 거래되는 장신구! 그것도 레어 장신구였다.
그러나 아크의 입이 찢어질 정도로 벌어진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었다.
“크윽! 왜 하필이면 정신력도 아니고 마나 회복이냐고!”
옵션으로 붙어있는 마나 회복 속도 +30%!
근래 들어 부쩍 스킬 사용이 잦아진 터라 아크가 마나를 사용한다면 눈물이 나도록 기뻐했으리라. 그러나 아크의 스킬은 마나를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마나 게이지조차 없는 것이다.
물론 은하연방에도 마나를 사용하는 매지션이나 에스퍼가 있으니 팔면 꽤 짭짤하겠지만 처음 얻은 레어 목걸이가 반 토막-지능 +45는 쓸 수 있으니-짜리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뭐 지능 45도 굉장한 옵션이지만.
아니, 차라리 지능 45만 붙어 있었으면 오히려 환호성을 터뜨렸으리라.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일러. 이 미라도 벨타나에 있던 미라처럼 죽기 전에 빛을 피라미드에 넣었다. 그 빛은 샤이어. 이전과 같은 전개라면 분명 이 피라미드에 담겨 있는 것은 또 다른 룬 문자. 새로운 스킬이다!”
아크가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리다가 우뚝 멈췄다.
아이템을 상관없지만 스킬은 배운 뒤에 죽어버리면 그대로 없어져버린다.
그리고 코앞까지 왔다지만 아직 제어탑의 관리 시스템을 되찾은 것도 아니다. 만의 하나, 스킬을 배운 뒤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죽기라도 한다면 말짱 황! 기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기회로 손에 넣은 스킬을 날려먹게 되는 것이다.
“그래, 이미 손에 넣은 스킬을 굳이 이럴 때 배울 필요는 없지. 일단 자렘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페어리가 있는 곳에서 배우는 게 안전해. 그때까지는 이대로 두는 편이 좋겠어.”
아크는 피라미드를 그대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돌려 맞은 편의 금속 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을 넘으면 제어실, 관리 시스템까지는 몇 백 미터도 남지 않았다!
SPACE 6 끝나지 않는 퀘스트 (1)
“뭐, 뭐라고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기가 막힌다.
제이의 말대로 시설 내부로 연결되어 있는 연구실 반대편 문 너머에는 서퍼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제어실의 보안 시스템 때문이었다. 자렘의 핵심 시설인 제어실에는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침입자를 대비해 상당수의 경비 안드로이드나 터렛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보안 시스템과 서퍼러로 변한 관리인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덕분에 아크가 들어왔을 때는 부서진 보안 시설과 넝마가 된 서퍼러의 시체가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뭐 그 와중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한 두 마리씩 눈에 띄었지만.
이미 그딴 놈들은 아크의 상대가 아니었다.
룰루랄라 슥삭슥삭! 룰루랄라 펑펑펑펑!
아크는 느긋하게 서퍼러를 해체(?)하며 제어실을 가로질렀다.
그래도 명색이 퀘스트의 종착지인데 너무 여유로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아크는 움찔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보통…….’
언제나 그랬다. 너무 편하다. 행운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크가 이딴 생각을 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언제나 일이 괴상하게 꼬여왔던 경험이 있었다. 이게 뉴 월드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아크의 전통, 실로 기구한 아크의 팔자였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여기까지 와서 더 꼬일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나 있었다.
아크가 제이의 보안카드로 제어실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크는 보았다. 제어실의 각종 기기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겁나 두꺼운 철벽을!
사실 이때까지도 아크는 걱정하지 않았다. 철벽 앞에는 단말기가 붙어있었고, 아크는 제이에게 받은-정확히는 무무의 X에서 찾은-A급 보안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 건 단말기에 보안카드를 긁었을 때였다.
-에러! 해당 보안카드는 쉘터를 해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님프로 그런 상황을 설명해주자 결국 제이가 말해버렸다.
-맙소사! 일이 꼬여버렸군.
“꼬이다니요? 무슨 말입니까? 이 철벽은 뭐예요? 이런 게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저도 설마 그런 게 작동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관리 시스템이 통째로 격벽에 둘러싸여 있다면 아마도 누군가 자렘이 적의 공격을 받아 괴멸 상태까지 몰렸을 때나 발동되는 보안장치를 작동시킨 것 같습니다.
“그럼 해제하는 방법은?”
-이미 작동된 쉘터를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렘의 주인, 자바란 님의 보안카드뿐입니다.
“자바란의 보안카드…….”
본 적이 있었다. 자렘의 모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보안카드.
피닉스가 중앙제어탑의 문을 열고 들어와 5층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카베른이 가지고 있던 그 보안카드 덕분이었다. 그리고 카베른은 그 보안카드로 39층행 직통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39층이 아닌 저승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습격한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따라서 쉘터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자바란의 보안카드는 지금 그 무언가의 배 속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수직 통로에 매달려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순식간에 피닉스 대원들을 몰살시킨 놈의 배 속에. 아니,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미 X가 되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런 무시무시한 놈과 싸우지 않아도 되겠지만.
서퍼러가 득실거리는 40층 건물에서 한덩이의 X를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결국 제어탑을 몽땅 뒤져 X를 찾든 놈을 처리하든 해야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말도 안 돼! 나 혼자 어떻게 40층을 다 돌아다녀? 분명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아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해킹을 시도해보았다.
-이 가방의 자물쇠는 보안장치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보안코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접속한 자물쇠의 보안등급은 50레벨입니다. 현재 해킹기술로는 1~3레벨의 보안장치밖에 해킹 할 수 없습니다. 암호를 모른다면 해킹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접속해주십시오.》
어림도 없었다.
“젠장! 뭔가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제가 아는 한 제어실의 쉘터를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해제하지 못하면 부수는 방법밖에 없는데…… 쉘터는 오리하르콘 합금을 압축해 만든 금속이라 어지간한 폭탄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특별 조약에 의해 개발이 금지된 ‘TK기술’이 적용된 폭탄을 한꺼번에 ‘3개정도’ 사용한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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