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18)
아크 더 레전드-118화(118/875)
[118] SPACE 7 불사조처럼! (2)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갈라진 천장 틈새로 목격했던 시커먼 형체!
‘틀림없어. 이 놈이다. 엘리베이터를 습격하고, 수직통로에 매달려있던 피닉스 대원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게 바로 이놈이었어!’
드디어 밝혀졌다. 피닉스 대원들의 원수!
“쿠오오오오!”
그때 또 다시 시커먼 형체가 아크를 향해 날아왔다.
돌기에 뒤덮인 살덩이에서 마치 새로 돋아나듯이 긴 촉수가 솟아오르며 아크를 향해 쏘아지고 있는 것이다. 헛 바람을 들이키며 몸을 굴리자 굉음이 울리며 바닥의 철판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도무지 살덩이로 만들어진 촉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무지막지한 파괴력!
피닉스 대원들의 원수 무무! 그리고 이제 어쩌면…….
아크의 원수가 될지도 모른다.
‘젠장, 여기까지 와서…….’
아크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무를 노려보았다.
비록 수직 통로에 매달려 있던 중이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던 피닉스 대원 30명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던 놈이다. 그런 놈을 혼자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이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놈이 대체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크로서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그냥 이대로 보내주지는 못하겠다 이거냐?’
배 속에서 갖은 욕설이 와글와글 거리며 목구멍으로 기어올라오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아크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잡념을 털어 냈다.
‘진정해라, 아크! 당황해서 허둥대면 될 것도 안 돼. 놈의 공격이 엄청나게 빠르고 파괴력도 강하지만 맞지 않으면 그만이야. 방금 전처럼 직선적인 공격이라면 피하지 못할 것도 없다. 집중해서 싸우면 승산은 있어! 그리고…….’
아크가 등산가방 옆에 붙어있는 보온병처럼, 가방 옆에 부착되어 푸른빛을 뿜어내는 원통을 바라보았다. 벨타나에서 라마족 벙커를 털어 얻은 마나 배터리팩. 이런 식으로 가방에 부착해 작동시켜 놓으면 30분 사이에 배틀슈트의 마나를 1,000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아크가 라마족 벙커에서 얻은 배터리팩은 2개.
그중 하나는 벨타나의 라마족 본영에서 기간틱과 싸울 때 써버렸다.
마지막 순간에 헬 하운드를 소환해 발렌시아를 속일 수 있었던 게 기간틱과 싸우는 동안 배터리팩을 사용해 배틀슈트의 마나를 충전시켜 두었던 덕분이었다. 그리고 남은 하나를 40층에서 발전시설로 되돌아오기 시작할 때 작동시켜 두었다.
사실 이때 아크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설마 거대화된 무무가 등장할지는 몰랐지만,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이 역시 십중팔구 일이 꼬이는 박복한 게임 생(生)을 살아가는 동안 본의 아니게 몸에 베여버린 직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직감 덕분에 아크는 언제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습관이 붙어버린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배틀슈트의 마나는 100%!
“기갑무장!”
반대쪽으로 몸을 굴린 아크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이차원에서 소환된 하이퍼드론이 아크의 몸을 뒤덮었다.
곤충의 갑각처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배틀슈트의 장갑이 아크의 움직임에 따라 검은 광채를 번들거리며 움직였다. 이어 아크가 양팔을 좌우로 펼치며 소리쳤다.
“초합금 단검! 파이어 이글 P-40!”
순간 가방 양옆이 개방되며 설정해둔 무기가 솟아 나왔다. 오른쪽으로는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샷건 파이어 이글 P-40! 왼쪽은 보조 무기로 사용하는 초합금 단검!
“아직이다! 마인드 실드!”
-마인드 실드가 발동했습니다.
《몸 주위에 내구력 270의 방어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방어막은 내구력이 0이 될 때까지 받는 모든 데미지를 40~60%까지 줄여줍니다. 또한 ‘백스텝’이나 ‘불의의 일격’ 같은 효과를 100%차단시켜줍니다.》
배틀슈트 주위로 푸른 구체가 만들어지며 정보창이 떠올랐다.
이로서 전투모드 완료!
“자, 이제 어디 붙어보자! 망할 살덩이야!”
아크가 배틀슈트의 헬멧 위로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무무를 바라보는 순간!
철퍽! 촤악! 철퍽! 촤악! 철퍽! 촤악!
무무의 몸이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사방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단숨에 4~5미터 길이로 뻗어 나온 길다란 살덩이는 여섯 개, 그 여섯 개의 살덩이는 마치 다리처럼 바닥을 짚으며 상대적으로 부피가 줄어든 동체를 들어올렸다. 그 모습은 흡사 거미! 운석이 만들어낸 저주의 거미와 같은 형태였다.
배틀슈트의 헬멧 위에 떠있던 붉은 안광이 이따만 해졌다.
“자, 잠깐! 너 무무잖아! 무무라며? 그럼 무무답게 그냥 꿈틀거려야하는 거 아냐? 왜 갑자기 거미처럼 변하는 건데? 치사하게 이러기냐? 넌 정체성도 없어?”
아크는 놈의 촉수가 하나뿐인 줄 알았다.
뻗어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는 하지만 직선적이었고, 단발성이라 집중하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여섯 개의 다리라니!
“이건 반칙이야!”
“쿠어어어어어어어어!”
무무가 온몸에서 폭풍 같은 괴음을 뿜어내며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동시에 여섯 개의 다리? 촉수? 살덩이? 하여간 길다란, 그리고 맞으면 무지 아파 보이는 다리가 채찍처럼 아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쾅! 쾅! 쾅! 쾅! 쾅! 쾅!
연속적으로 다리가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등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벽까지 이르러 방향을 틀려는 찰나 등줄기로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그 충격에 떠밀린 아크는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비명을 터뜨릴 시간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게 돌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무무의 다리가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마, 막아야…… 소닉 소드!”
아크가 헛 바람을 들이키며 단검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와직 하는 소리가 울리며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편의상 다리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두께가 1미터가 넘는 살덩이다. 그런 거대한 살덩이를 단검으로 만들어내는 충격파 따위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단검을 들어올린 아크는 무무의 다리와 벽 사이에 끼인 채 그대로 짓뭉개져버렸다.
그러나 무무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무는 아크를 찍어누른 상태로 다리를 좌우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배틀슈트의 갑주와 벽 사이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데미지 20!
-데미지 32…….
그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가는 생명력!
엄청난 힘에 눌린 상태로 벽에 비벼지며 문자 그대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전투라기보다는 무무가 아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듯한 장면이었다.
‘안 돼! 이대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한다!’
아크가 어금니를 깨물고 필사적으로 파이어 이글을 들어올렸다.
“아욱! 아욱! 지,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퍼펑—!
아크와 다리 사이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무무의 다리에서 터지듯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에 벽을 걷어차고 몸을 날린 아크는 전방낙법으로 바닥을 굴러 수 미터 떨어진 곳까지 물러난 뒤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불과 수 십여 초만에 생명력이 20%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전투 개시와 동시에 20%, 뼈아픈 손실이었다.
‘마인드 실드를 펼친 상태에서도 이만한 데미지라니…… 디스트럭션 급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지막지한 파괴력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한 순간에 당하고 만다.’
콰콰콰콰콰콰콰—!
그때 반대쪽에서 또 다른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육박해왔다.
원래 아크의 전투 스타일은 단검으로 적의 공격을 막으며 권총이나 샷건으로 반격하는 방식. 그러나 이 거대한 다리는 단검으로 막을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퍼퍼퍼펑—!
파이어 이글의 총구에서 불길과 함께 산탄이 확 뿜어졌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무무의 다리가 자잘하게 찢겨지며 뒤로 밀려났다.
샷건의 밀어내기 효과! 단검은 무리라도 파이어 이글로 다리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놈의 다리는 여섯 개나 된다. 반면 파이어 이글의 사격 속도는 3초에 한 발! 파이어 이글만으로 쉴새 없이 날아드는 다리를 모두 막아 낼 수는 없어. 그리고 단검으로도 막아낼 수 없다면 나머지는 피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곳은 제어탑 내부보다 공간이 넓어. 발전시설의 넓이를 최대한 활용하며 회피에 집중해야한다. 다리를 멈추면 안 돼!’
다리를 밀어낸 아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달렸다.
파이어 이글의 발사속도는 3초에 한 발, 그렇다고 3초마다 쏴댈 수는 없다.
파이어 이글을 다리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콰쾅— 카칵! 카칵! 카칵!
무무의 다리가 근처에 떨어지면 단검으로 공격!
그러나 레벨 20짜리 초합금 단검이 레벨 70~80대의 서퍼러가 득실거리는 제어탑의 보스 급에 속하는 무무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빠르게 달라붙어 서너 방의 검격을 날려도 무무의 생명력은 줄어드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건 파이어 이글도 마찬가지였다.
무무의 본체가 아니라서 그런지 파이어 이글의 공격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 적중시켜도 줄어드는 생명력은 고작 1%남짓!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데미지를 주는 것보다 데미지를 받지 않는 것. 본체를 공격하면 지금보다 빨리 생명력을 깎을 수 있겠지만 그 사이에 더 많은 데미지를 받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지금은 무엇보다 버티는 게 중요하다. 최대한 오래 버티며 놈의 공격패턴에 익숙해진 뒤에 승부수를 띄워도 늦지 않아! 검도, 파이어 이글도, 지금은 무기가 아닌 방패로 이용해야해!’
방어를 위한 공격!
그게 아크가 선택한 전술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술에서는 무무의 다리를 밀어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파이어 이글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 발, 한 발, 꼭 필요할 때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퍼펑—!
아크가 코앞까지 다가온 다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다리의 폭격 같은 공격을 피하며 재장전, 몸을 굴려 휘몰아치는 다리 사이를 내달리며 단검을 휘둘러대다가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때 다시 퍼퍼퍼펑—!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무무의 본체를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넓은 발전시설을 쉬지 않고 뛰어 다니는 아크의 눈이 쫓는 것은 오직 다리! 보통은 2개, 많게는 한꺼번에 4개가 동시에 움직이며 종으로 횡으로 날아드는 다리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여러 개가 한꺼번에 날아든다는 것만 아니면 하나 하나의 움직임은 단순해. 가끔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도 있지만 파이어 이글을 이용하면 몇 십분이라도 버틸 수 있어!’
툰툰은 무무가 지능이 거의 없는 생물체라고 말했었다.
그런 무무가 숙주가 되어 변이 된 녀석이라 그런지 거대 무무의 움직임도 단순한 것이다.
덕분에 처음에는 타이밍을 놓쳐 다리에 스쳐 데미지가 들어올 때가 잦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데미지가 줄어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리를 밀어내기 위한 공격, 방어의 부산물에 불과한 공격의 데미지로는 몇 시간을 싸워도 놈을 쓰러뜨릴 수 없다. 물론 맞지 않고 싸우면 언젠가는 이기겠지만, 아무리 아크라도 그런 집중력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는 없었다. 아직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공격으로 전환할 때다!’
아크가 무무의 본체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콰직—!
순간 파열음과 함께 복부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그 압력에 떠밀려 튕겨져 날아간 아크가 숨을 들이키며 복부를 내려다보았다.
“크윽! 무, 뭐야? 이건…… 쇳덩어리? 아니, 기, 기계부품! 뭉개진 기계부품이잖아?”
복부에 박혀있는 것은 제어탑 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기계부품이었다. 엄청난 압력에 의해 주먹만한 쇳덩어리로 변한 기계부품이 복부에 박혀있는 것이다.
“서, 설마?”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였다.
여섯 개의 다리에 의해 공중에 떠있는 무무의 본체가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확 쪼그라들며 아가리처럼 벌어진 구멍에서 시커먼 물체가 쏘아져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숙이자 뒤쪽의 배관이 움푹 파여 들어가며 주먹만한 쇳덩어리가 박혔다.
아크의 북부에 박혔던 기계부품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 이 자식…… 원거리 공격까지 할 수 있는 거야?”
거대 무무는 제어탑 내부를 돌아다니며 주워 먹은 기계부품 따위를 엄청난 압력으로 압축, 탄환처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를 탄환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재활용의 끝판 왕 같은 능력을 가진 거대 무무!
그러나 칭찬해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무가 그런 능력으로 작살내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크!
무무가 쇳덩어리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다리의 공격패턴에 익숙해진 덕분에 그래도 방금 전까지는 조금이나마 승산이 보였다. 그러나 다리에 쇳덩어리 탄환이 추가되자 눈에 익힌 패턴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다리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오는 쇳덩어리 탄환!
펑— 콰직! 펑— 콰직! 펑— 콰직!
이전에도 그랬지만 무무가 탄환을 뿜어내자 0.1초도 같은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다리를 멈추면 다리, 어깨, 머리, 가리지 않고 쇳덩어리 탄환이 날아드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이 각종 기계 장치로 가득 채워진 발전시설이라는 점이었다. 중간중간 그런 기계 뒤에 숨어 호흡이라도 고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펑! 펑! 펑! 펑! 콰직! 콰콰콰콰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