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24)
아크 더 레전드-124화(124/875)
[124] SPACE 9 길었던 퀘스트를 마치고……. (2)“……젠장.”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며 투덜거렸다.
인터넷 TV라고는해도 간만에 한 TV 출연이다.
뭐 연예인도 아니니 딱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의 TV 출연제의라 나름 폼 좀 잡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소환수라는 놈들이 벌건 대낮에-어둠의 대지라 껌껌했지만- 여자를 희롱하고 있지를 않나, 언데드라는 놈은 자폐증과 우울증에 걸려 주인은 본 척도 안하고, 믿었던 뱀은 호피티가 되어 있지를 않나…….
덕분에 주인인 아크는 전국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더 열 받는 건 하명우의 반응이었다.
“그겁니다. 그거. 제가 원했던 게 그거라고요. 사실 요즘 게임 방송이야 다 뻔하지 않습니까? 스킬 펑펑 쓰면서 몬스터 걸레 짝 만들고. 이제 그런 식상한 장면은 관심거리도 안 된다고요. 요즘 대세는 뭐니뭐니 해도 개그 코드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제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빵빵 터뜨려 주시든지! 덕분에 완전 대박입니다. 방송 나간 지 몇 시간만에 다시 보기 조회수가 3만 건을 넘었답니다. 아마도 그 3만 명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겠죠. 축하드립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인터넷에 이사님에 대한 얘기는 대체로 재수 없다는 말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로 웃기는 자식으로 변했습니다. 뭔가 이미지가 엄청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까? 덕분에 접속자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나는 폼을 잡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나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한들 누가 믿어주겠는가?
셀리브리드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지니를 불러냈을 때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몰려들었지만, 아마도 다시 셀리브리드에 등장하면 유저들이 빵빵 터질게 분명하다.
‘뉴 월드보다 갤럭시안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군.’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고 작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로변에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도시로 보이지만, 이 도시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정체불명의 바이오해저드로 인해 괴물로 변한 시체에게 위협받고 있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자렘.
그리고 자렘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바로 아크였다.
그러나 아크는 정작 폐쇄된 자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쉬지 않고 서퍼러들과 싸울 때보다 오히려 지난 하루가 더 정신 없었다. 정리해야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크가 지난 하루동안 한 일을 하나씩 정리해보자면…….
‘뭐야? 이 분위기는?’
아크가 발전시설에서 나왔을 때.
자렘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아크가 거대 무무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한 직후, 전쟁 직전까지 갔던 마틴 후작과 ET-아슐라트의 대사-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휴전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양측으로 나뉘어 자렘의 실드를 뚫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남아있던 서퍼러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렘의 주민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어야했다.
연방군과 아슐라트의 병력이 자렘의 중심부에서 당장이라도 전쟁을 시작할 듯한 분위기로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상황은 알겠다.”
마틴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전시설에서 나와 먼저 연방군 진영으로 향한 아크가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 뒤였다.
“네 말대로라면 확실히 그간의 의심이 오해였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연방군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자렘이 불법도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계속 모른 척 해왔으면 상관없겠지만 이미 연방군까지 동원해 자렘에 돌입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냥 병력을 철수시킨다면 은하연방이 밀수도시의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아슐라트도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텐 데요?”
“그렇겠지.”
마틴 후작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설사 아슐라트와 전쟁을 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역시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정말 놀고 있군. 대체 자렘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기껏 이리저리 굴러가며 해결해 놨더니 자기들끼리 밥 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이 좀 짜증나기는 했지만 사실 아크 입장에서는 여기서 연방군과 아슐라트 병력이 싸움을 하든 지지고 볶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어쨌든 자렘의 GPS정보를 연방군에 보내는 《자렘 잠입》퀘스트는 완료했다. 설사 여기서 양군이 전쟁을 시작해도 보상을 받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가 받은 퀘스트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렘에 들어와 받은 《관리 시스템 탈환 작전》퀘스트도 있었다. 그리고 그 퀘스트의 보상은 자렘의 영주 자바란에게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렘에서 전쟁이 벌어져버리면 자바란에게 보상을 해줄 여유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자렘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해!’
“제가 중재자가 돼보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아크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중재자가 되겠다고? 자네는 이 문제가 중재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네, 후작님과 아슐라트 대사 님이 한 발씩 양보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 번 들어보지. 내가 양보해야하는 게 뭔지.”
“자렘을 그냥 두는 겁니다.”
“뭐야?”
“물론 무조건 그냥 두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은하연방의 허가 없이 영내에 자리잡고 있는, 게다가 밀수꾼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불법적인 도시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연방군이 이대로 자렘을 무력진압 해버리면 아슐라트와는 적대국이 되어버립니다. 라마족과 전쟁을 하는 지금 그런 상황은 연방군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마틴 후작님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뻔한 얘기를 지껄이는군. 그런 속사정을 안다면 내가 이대로 물러나지 못하는 이유도 알 터. 그럼에도 그냥 철수하라고 말하는 속셈이 대체 뭐냐?”
“결국 명분이 필요하다는 말 아닙니까?”
“그래서?”
“자렘이 불법도시라 그냥 물러날 수 없다는 말은, 불법도시가 아니면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참에 아예 자렘을 양성화시켜버리는 겁니다. 은하연방이 관리하는 도시로. 물론 아슐라트도 자렘의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 은하연방 소속으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특별 무역 자치구 같은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일개 개척자 주제에 꽤나 건방진 말을 지껄여대는군.”
마틴 후작이 불쾌한 표정으로 아크를 째리며 말했다.
“확실히 네 말대로라면 병력을 철수시킬 명분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건 은하연방이 아슐라트에게 굴복한다는 의미다. 정말 내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나?”
“선물 하나쯤 끼워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선물?”
“라마족과 전쟁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슐라트가 이유 없이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들었습니다. 그 병력을 다시 전장에 투입해주는 조건이라면 후작님도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벨린 성좌의 전장에 병력을……!”
마틴 후작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멍청한, 아슐라트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나?”
“받아들일 겁니다.”
“어째서?”
“후작님이 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하, 웃기는군. 왜 내가 네 요구를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하지?”
“이것 때문이죠.”
아크가 씨익 웃으며 작은 가방을 들어올렸다.
《자렘 잠입》퀘스트의 서브 퀘스트, 《첩보원 카라》의 퀘스트 아이템이었다.
사실 아크는 자렘을 헤매고 돌아다닐 때 내내 이 가방의 내용물이 궁금했다. 그러나 가방을 전달해줘야 할 카라는 죽고-아마도- 잠금 장치의 보안레벨도 아크의 해킹 스킬보다 높아 열어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가방을 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력시설에 갇혀있을 때 무무가 떨군 잡다한 회로로 해킹 숙련도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회로 부품은 대부분 안드로이드가 떨구는 아이템.
-#[email protected]#!$#!#$!#$$!#!##$##%%%!#$!
때문에 회로에 남아있는 정보는 이렇게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런 회로 중에는 간혹 불의의 사고로 죽은 사람이 떨군 님프의 메모리도 섞여 있었다. 물론 그런 회로에 담겨있는 정보도 대부분은 쓸모 없었다. 어떤 도시의 정보나 서적의 일부분이 적혀 있을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가계부 따위가 들어있기도 했다.
그러나 가끔은 새로운 던전의 GPS정보처럼 쓸만한 것도 나왔는데, 무무가 떨군 기계부품 가운데서 아크가 찾아낸 것도 그런 님프의 메모리가 섞여 있었다.
문제는 그 님프의 주인이었다.
-카라 인식코드(PT-3413431) 마틴 후작의 휘하 정보대대 팬텀의 일원…….
마틴 후작의 정보원 카라!
아크가 해킹 한 회로는 놀랍게도 카라의 님프에 박혀있는 메모리였던 것이다. 그 메모리에는 그간 카라의 행적이 담겨있는 정보가 몇 페이지가 검색되었다. 이에 아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암호가 될만한 단서를 찾아 하나 하나 가방의 잠금 장치에 입력해보았다.
그리고…… 빙고!
-자바워크 Lv10
아이템 타입: 파괴형 해킹 프로그램
은하연방의 특수 정보원이 사용하는 파괴형 해킹 프로그램이 담겨있는 단말기입니다.
이 단말기를 특정 시스템에 접속시키면 자바워크가 작동해 해당 시스템의 정보를 강제로 단말기에 송신합니다. 보통 보안 레벨이 높은 시스템은 해킹을 방지하는 장치가 붙어있지만, 자바워크는 물리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을 파괴하며 정보를 추출하기에 거의 대부분의 기계에서 데이터를 추출해낼 수 있습니다. 단, 자바워크를 사용할 경우, 해당 시스템은 복구 불가의 손상을 입게 됩니다.
《타깃 시스템의 정보를 강제로 해킹 합니다.》
이게 가방의 정체!
아크는 가방의 내용물을 보는 순간 팍 감이 왔다.
‘이제야 알겠어. 왜 후작이 자렘 잠입을 의뢰한 나에게까지 가방의 내용물을 숨겼는지. 카라는 후작의 개인 정보원, 마틴 후작은 처음부터 자렘이 무슨 이유로 은하연방과 교신을 끊었는지는 관심 없었어. 아니,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자렘은 무국적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아슐라트의 정보기지나 다름없는 곳. 당연히 자렘에는 은하연방은 물론 아슐라트, 라마족의 정보가 많이 저장되어 있겠지. 그동안 거래한 각종 밀수품 데이터까지. 만약 그게 마틴 후작의 손에 들어간다면…….’
마틴 후작은 자렘의 약점을 쥐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은하계 전역과 연결된 자렘을 쥐락펴락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마틴 후작과 ET가 전쟁까지 불사할 각오로 물러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마틴 후작은 이 기회에 자렘의 중앙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손에 넣어 아슐라트를 협박, 자렘을 통째로 집어삼킬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다. ET 역시 그 사실을 알기에 전쟁이 벌어지면 100% 질게 뻔한데도 물러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나, 가방을 보여주자 마틴 후작의 안색이 변했다.
“네가 어떻게 가방을…… 혹시 그 속에…….”
“자렘의 데이터는 없습니다.”
가방을 열었을 때는 이미 제어탑 앞에 양군이 대치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데이터가 없어도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써먹기는 충분했다.
“후작님이 이런 가방을 자렘에 잠입하고 있던 카라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연방군이나 아슐라트 쪽에 알려지면 꽤 곤란해지실 것 같은데요?”
“협박이냐?”
과연 마틴 후작,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다.
아크가 말없이 앉아있자 마틴 후작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뭐냐?”
사실 아크가 가장 힘들었던 때가 이 부분이었다.
은하연방의 실력자 마틴 후작을 협박할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잘만 하면 엄청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곧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유저라면 모를까, NPC다. 아무리 약점을 잡아도 뜯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리라. 게다가 상대는 은하연방의 실력자, 당장 몇 푼 뜯어내기 위해 마틴 후작과 적대관계가 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유저가 NPC에게 뜯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NPC가 유저를 괴롭히는데는 한계가 없는 것이다. 이용해먹든 쥐어짜든 아직 적이 아니라면 NPC와는 언제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그게 아크의 철칙이었다.
게다가 정말 자바워크에 데이터가 들어있다면 모를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다. 마틴 후작이 당황하고는 있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를 무마하는 건 일도 아니리라.
‘곧 퀘스트 보상을 받을 텐데 굳이 호감도를 떨어뜨릴 이유가 없지.’
“저는 그저 중재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흠…….”
팔짱을 낀 채 잠시 아크를 바라보던 마틴 후작이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말대로 아슐라트를 양성화시키고 벨린 성좌의 전장에 다시 병력을 지원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면 나도 면이 서지. 아슐라트 측에서 받아들인다면 나도 받아들이겠다.”
ET를 설득하는 일은 마틴 후작보다 쉬웠다.
이대로 자렘을 빼앗길 수 없어서 버티고는 있었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100%패전. 자렘은 은하연방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렘은 불법도시에서 특별 무역 자치구로 이름만 바뀔 뿐 여전히 아슐라트가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벨린 성좌의 지원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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