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26)
아크 더 레전드-126화(126/875)
[126] SPACE 1 특별한 보상 (1)-나베실 북부에 새로운 도시가 등장하다!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북부 무역항 자렘. 은하연방의 특별 무역 자치구로 등록!
-자렘, 이스타나 북부 미개지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기대를 모으다!
자렘이 특별 무역 자치구로 등록된 직후.
LTE속도로 은하연방 전역에 알려진 이 소식은 유저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 중 특히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상인 계열의 유저들이었다.
“자렘이라니…… 그런 도시가 진짜 있었던 건가?”
상인들 사이에서 자렘은 낯선 도시 이름이 아니었다.
은하계 전역의 밀수품이 모이는 도시, 어떤 식으로든 교역품과 연관된 일을 하게되면 한 번 쯤은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정확한 위치나 출입조건조차 알려져 있지 않아 도시전설처럼 취급되어 왔던 자렘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교역루트를 개척할 절호의 기회다!”
상인들이 짐을 싸들고 자렘으로 향했다.
그러자 전사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자렘으로 향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스타나 북부는 아직 미개척지가 많아. 지금까지는 병참으로 삼을 도시나 마을이 없어서 진출하기 힘들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자렘을 전진기지로 삼아 아직 미답지인 북부 지역으로 진출할 기회다!”
모험자들은 환호했고.
“새로운 무역도시가 등장했으니 전역에서 상인들이 몰려들 거야. 후후후, 상인을 터는 것만큼 쉬운 돈벌이는 없지. 자렘은 다른 도시와 스타게이트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게다가 아직은 이동 루트가 한정적이니 길목만 잘 지키면 상인들을 털어 한 몫 챙길 수 있어!”
심지어 범죄자들도 환호했고.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자렘 주변은 보안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겠지. 따라서 소규모 상단을 노리는 도적들이 활개치고 다닐 거야. 상단의 호위로 그런 도적단을 괴멸시키면 다른 지역보다 길드의 명성과 인지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 거다!”
덕분에 경비업체들(?)도 환호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자렘의 등장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자렘이 도시 정비를 위해 호수 위에 안착한 바로 그 시각, 수 킬로미터 떨어진 호숫가에서 자렘을 지켜보는 수십 마리의 문어가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째서 갑자기 저런 도시가…….] [맙소사! 재앙이다! 이건 재앙이야!]머리통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대는 문어들은 자렌족이었다.
*****
쿠쿠쿠쿠! 쿠쿠쿠쿠!
때는 바야흐로 몇 시간 전.
또 다시 대형 우주선이 굉음을 뿜으며 날아올랐다.
서퍼러 사건이 종결된 이후 아슐라트는 그동안 자렘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위해 수 척의 수송선을 지원해주었다. 이 수송선에 탄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였다.
한 달 넘게 도시가 봉쇄되어 납기일 따위를 넘겨버린 무역상, 그리고 자렘이 은하연방 소속이 되어 곤란해진 사람들이었다. 물론 자렘은 은하연방의 관리를 받게 됐지만 특별 무역 자치구로 지정되어 실제로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범죄자, 혹은 라마족인 크라크처럼 적대국의 외계인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봉쇄가 풀리자마자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에어포트로 몰려들어 썰물처럼 자렘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째 망해 가는 상점가 같은 분위기로군.”
대로를 걷던 아크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엄청난 인파가 에어포트에 몰려들고 있으니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한산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넓은 도로에도 돌아다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상점도 대부분 문조차 열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야.”
지금까지 미개척지로 분류되던 북부에 새로운 도시가 등록되었다.
당장은 자렘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지만 그것도 잠깐, 이제 곧 자렘이 숨겨진 도시였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게 되리라. 그것도 지금까지와 달리 밀수꾼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인과 개척자들이 말이다.
말하자면 지금 자렘은 물갈이를 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물갈이가 끝나면 자렘은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아니, 특별 무역 자치구로 여러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았다.
“자리를 잡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갤럭시안을 시작하고 벌써 네 달, 그동안 내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헤맸던 이유는 아직 SF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지금까지 내가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해서였어. 정확히 뭘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할지, 구체적인 방향이 세워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해왔으니 헤매는 게 당연하지.’
따지고 보면 그건 루시퍼 때문이었다.
그냥 먼저 만렙을 찍는다던가, 어딘가에서 한 판 뜨자던가 하는 제안이었다면 머리 아프게 이런 저런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죽어라 레벨이나 올리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루시퍼가 내건 조건은 먼저 궁극의 목표를 손에 넣은 것. 그런 애매모호 한 과제가 그동안 아크를 헤매게 만들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굳이 거기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어. 루시퍼가 생각하는 궁극의 목표가 뭐든 결국 답은 하나야. 어떤 승부든 보다 강한 자가 이긴다! 결국 루시퍼보다 강해지면 되는 거야.’
단순히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일반 PC게임이라면 주인공 레벨만 만땅으로 올리면 대마왕도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MMORPG, 가상현실 게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뉴 월드를 할 때처럼 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궁극’이라고 부를만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발판이 되어줄 힘이 필요할 때가 오리라.
‘그래, 루시퍼와의 싸움은 분명 어느 단계에 접어들면 단순히 둘의 힘만이 아니라 조직의 싸움이 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뉴 월드 때도 그랬다.
당시 루시퍼는 어둠의 군단이라는 막강한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전쟁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크와 루시퍼의 싸움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루시퍼의 조직과 아크를 중심으로 뭉친 연합군의 전쟁이었다.
‘그때는 운이 따라 내가 연합군의 사령관이 됐을 뿐이었어.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운이 따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당시 내가 연합군의 사령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란셀 마을을 거점으로 일으킨 다크에덴이라는 조직이 뒷받침되어 준 덕분이었어. 내가 뉴 월드에서 루시퍼를 누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 헤매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거점. 자금을 축적하고 세력을 규합할 거점이 필요하다!’
이게 아크가 지난 네 달 동안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세력의 거점을 만드는 것, 그게 갤럭시안에서는 에이전트 등록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이전트가 일반 RPG게임의 길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조직이었다. 일단 등록비가 27,000골드! 다른 게임의 길드 창설비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건 단순한 모임에 불과한 길드와 달리 에이전트는 사업체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주어지는 특혜도 길드와는 수준이 다르지만…… 깊게 파고들면 너무 복잡해지니 일단 넘어가고, 어쨌든 에이전트 등록을 앞두고 아크는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에이전트 등록을 해야하지?’
바로 이것이었다.
에이전트를 등록하면 해당 도시가 거점이 된다.
실제로 에이전트 등록으로 얻어지는 권리도 상당부분 해당 도시에 귀속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은하연방령 가운데 가장 번성한 타투인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렘이 특별 무역 자치구로 등록되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타투인이 가장 안정적인 도시다. 하지만 그건 다른 유저에게도 마찬가지. 타투인에는 이미 상당수의 유저 에이전트가 등록되어 있어. 경쟁사가 득실거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렘은 아직 유저들이 유입되지 않은 도시. 거의 새로 태어나다시피 하는 도시니 만큼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야. 더구나 특별 무역 자치구로 지정되었으니 성장 가능성은 타투인보다 더 많아. 거점으로 삼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게다가 중재자 칭호 덕분에 공공요금을 30%나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런 특혜는 앞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당장 27,000골드에 달하는 에이전트 등록비도 30%할인 받아 18,900골드로 처리할 수 있다.
창창한 성장 가능성에 할인까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아크의 소지금은 18,650골드.
‘할인을 받아도 아직 250골드가 부족하지만…….’
아직 《관리 시스템 탈환 작전》퀘스트의 보상이 남아있다.
그 퀘스트 보상까지 현찰로 받으면 에이전트 등록을 할 수 있으리라!
‘목표 달성까지는 이제 금방이다!’
쿵쾅! 쿵쾅! 쿵쾅! 쿵쾅!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 아크의 귀로 굉음이 들려왔다.
서퍼러 사태로 파괴된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동원된 중장비가 만들어내는 소음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지만 이제 곧 에이전트 등록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있는 아크에게는 그조차 음악소리처럼 감미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희망에 부풀어 대로를 가로지르기를 잠시.
“여기로군.”
상업지구의 구석, 수백 장의 철판을 덧대 만들어진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잡동사니를 긁어모아 대충 만들어놓은 듯한 볼품 없는 건물이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곳이 자렘의 영주. 즉, 《관리 시스템 탈환 작전》퀘스트의 보상을 해줄 자바란이 묵고 있는 임시숙소라는 것이었다. 아크는 숙소 앞을 지키는 경비병에게 크라크에게 받았던 카운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피닉스와 함께 관리 시스템 탈환 작전에 참가했던 용병입니다.”
“아, 크라크 님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피닉스 대원들은 용병이었지만 자렘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최정예 부대였다.
게다가 이번 서퍼러 사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상황. 그런 피닉스의 일원이었다고 말하자 경비병들은 금세 호감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퀘스트 보상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였다.
“따라 오십시오. 자바란 님에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크가 날 듯이 경비병을 따라갔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통로를 지나 넓은 홀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러니까 제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홀 안에서 거친 고함이 들려왔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렘은 결코 구원받지 못했을 겁니다!”
“별 해괴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파이프 속에 갇혀있는 사이에 머리통이 썩은 게냐? 자렘을 구원한 것은 은하연방과 아슐라트의 병사들이라는 건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저는 다만…….”
“에잇! 듣기 싫다! 그만 물러가라! 난 고작 그 따위 일로 너와 입씨름 할 정도로 한가한 몸이 아니란 말이다. 경비병, 뭐하고 있는 거냐? 이 녀석을 끌어내라!”
“잠깐!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영주님! 영주님!”
“듣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
‘뭐야? 무슨 일이지? 게다가 이 목소리는…… 어라?’
경비병의 어깨 너머로 슬쩍 들여다보던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홀 안쪽에는 공중에 둥둥 떠있는 캡슐 같은 의자에 거대한 애벌레처럼 생긴 생물이 앉아 있었다. 아웃랜드에서 마주쳤다면 일단 머리에 탄환부터 박아 넣었을 듯한 외모였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몬스터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몬스터가 아닐 뿐만 아니라 목에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잔뜩 폼을 잡고 있는 보면 꽤 높은 직위의 외계인.
아마도 그 애벌레가 자렘의 영주 자바란인 모양이다.
그러나 아크가 놀란 이유는 자렘의 영주가 애벌레라서가 아니었다.
“제이?”
아크의 목소리에 경비병에게 끌려나오던 사내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깡마른 몸에 가운을 걸친 사내는 제어탑에서 아크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던 제이! 그러나 거대 무무를 해치우고 전력시설을 나오자마자 은하연방과 아슐라트 진영을 오가며 중재하느라 아크의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혀졌던 인물이었다. 그건 제이도 마찬가지였는지 그 역시 놀란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아, 아크 님! 그렇지!”
순간 제이가 경비병을 뿌리치고 아크에게 달려왔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영주님, 여기! 이분이 바로 증인입니다!”
“뭐냐? 저자는?”
“이 분이 크라크 님이 말씀하셨던 피닉스의 조력자입니다.”
애벌레가 눈살을 찌푸리자 아크를 안내해온 경비병이 대답했다.
그러자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맞습니다! 이분이 제가 말했던 그분입니다. 이상 성장해버린 무무에게 습격 받아 피닉스 대원 대부분이 전사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렘을 구원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전사! 이분이야말로 제 말을 증명해줄 증인입니다. 아크 님도 뭐라고 말 좀 해보십시오!”
“아니, 저는 뭐가 뭔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제이가 버럭 소리쳤다.
“자렌족 말입니다!”
“에? 자렌족?”
“네, 자렌족! 아크 님도 부정하지 않으시겠죠? 아크 님이 거대화된 무무의 공격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자렘을 구원하기까지는 자렌족의 도움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걸 말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대로 멸망할 뻔했던 자렘을 구하는데 도움이 된 자들입니다. 마땅히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상은커녕 여전히 노예로 있어야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 처사, 저는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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