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28)
아크 더 레전드-128화(128/875)
[128] SPACE 1 특별한 보상 (3)‘그리고 물건의 가치가 꼭 상점에서 거래되는 가격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연구실에서 본 운석 같은 게 그런 거야. 수천 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지만 상점에 팔 수는 없겠지. 그 운석도 자바란의 소장품 가운데 하나였다고 했으니 그런 물건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이건 엄청난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도 몇 가지 조건만 붙이면 최소한 손해볼 일은 없어.’
잠시 생각하던 아크가 자바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뭔가?”
“시간 제한이 있습니까?”
“없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때까지 얼마든지 뒤져도 되네.”
“물건을 만져보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겠죠?”
“가지고 나오지만 않으면 상관없네.”
“그럼 마지막입니다. 저는 아직 창고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모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자 들기 힘든 물건이 마음에 들지도 모르니 제이와 함께 들어갔으면 합니다.”
“가지고 나오는 물건이 하나라면 그것도 상관없네.”
‘……게임 끝났군.’
자바란의 대답에 아크는 내심 필승의 미소를 떠올렸다.
직접 아이템 정보창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창고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챙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보창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가치를 가늠하기 힘든 물건도 있었다. 따로 확인이 필요한 아이템이나, 고대 유물처럼. 제이와 함께 들어가겠다는 조건을 붙인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제이는 영 못 미더운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전직-방금 전에 사표를 냈으니까- 자렘의 연구주임이다. 적어도 그런 종류의 유물에 대해서는 아크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리라.
‘이건 절대 손해볼 게임이 아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아크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채 1분도 되지 않아 썩은 동태 눈알처럼 변해버렸다.
“이, 이건…….”
창고 안에는 실로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자바란의 소장품 창고라는 말에 아크는 자연스럽게 보물창고 같은 장면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운동장 만한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은 보물은커녕 아이템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고철, 제어탑에서도 질리도록 본 기계부품 따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소장품 창고라기보다는 쓰레기장이라고 불러야할 정도였다.
“이, 이건 사기야!”
제이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사기? 내가 무슨 사기를 쳤다는 말이냐? 말했듯이 이곳은 분명 내 소장품 창고다. 서퍼러의 습격으로 파괴된 지역에서 주워 모은 물건을 보관해둔 소장품 창고.”
“말도 안 돼! 창고에 이런 고철 밖에 없다는 말은 없었잖아!”
“이런 고물이 없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 말해두지만 나는 거짓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창고에서 너희가 고르는 물건 하나를 주겠다고 했을 뿐, 이곳에 하나에 800골드 이상 가는 물건이 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자바란이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당했다!’
아크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소장품이라는 말에 속아 가장 먼저 했어야하는 질문을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창고 속에 800골드 이상의 아이템이 있는가하는 질문!
“그렇다고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네. 뭐 오염지역의 폐품을 모아올 때 적당히 걸러내기는 했지만 혹시 아는가? 나도 일일이 모든 고철을 확인한 건 아니니 어딘가에 쓸만한 게 남아있을지? 약속대로 그런 보물을 찾아내도 군말 없이 줄 테니 열심히 찾아보게.”
자바란이 공중부양 의자를 돌려 창고를 나가며 빈정거렸다.
‘……내가 멍청했어!’
허탈함에 이어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크는 이번 제안을 들었을 때 손해볼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반면 대박 날 확률은 최소 50%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의심했어야한다. 세상에 그렇게 좋기만 한 제안은 없는 법이니까. 게다가 의심할 만한 정보는 넘칠 정도로 많았다.
‘피닉스 대원들이 입만 열면 씹어 댔었지. 자바란은 믿을 수가 없는 놈이라고.’
카베른 대장이 계약서에 보수를 현찰로만 받겠다고 명시해둔 이유가 그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아크는 자바란을 몰랐다. 좀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설마 영주씩이나 되는 놈이 이런 식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아크 님, 그냥 나갑시다!”
그때 제이가 씩씩거리며 떠들어댔다.
“아니, 자바란의 말처럼 이건 사기가 아닙니다.”
퀭한 눈으로 고철더미를 바라보던 아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바란이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아닙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접니다.”
“맙소사! 지금 그런 말이 나옵니까? 아크 님은 열 받지도 않아요?”
“열이야 받죠.”
800골드가 몇 쿠퍼짜리 고철로 바뀔 판이다.
당연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그러나 제 분에 못 이겨 창고를 뛰어나가면 그대로 GAME OVER. 그리고 뛰어나간다 한 들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NPC라면 800골드만큼 쥐어 패기라도 하겠지만 상대는 영주. 병원비만 더 나올 뿐이다.
열 받지만! 겁나 열 받지만! 결과가 뻔히 보이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뭣보다 아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좀 도와주십시오.”
아크가 고철더미로 팔을 걷어붙이고 고철더미로 걸어갔다.
그러자 제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저 쓰레기더미를 뒤져볼 생각입니까?”
“이대로 포기하면 자바란이 원하는대로 될 뿐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바란은 이곳에 800골드 이상 가는 물건이 있다고 하지 않았지만, 없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도 모든 고철을 일일이 확인해보지는 못했다고 했죠. 아마도 그 말 역시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아직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설마 저걸 다 확인해보겠다는 말입니까?”
“해야죠.”
아크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실 아크는 처음부터 창고 속의 아이템을 모두 확인하고 비교해 본 뒤에 가장 좋은 걸 챙겨 나올 생각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확인해볼 아이템의 양이 상상보다 100배쯤 많아 보인다는 것과 800골드 가치의 아이템을 찾을 확률이 100배쯤 낮아졌다는 것 정도…… 솔직히 겁나 우울한 상황이었지만 확률이 0이 아니라는 것은 아크에게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였다.
“자바란에게 한 방 먹여주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돕죠.”
결국 제이도 팔을 걷어붙이고 다가왔다.
“그럼 제가 고철을 파내겠습니다. 제이 님은 뒤에서 분류해주세요.”
아크가 결연한 표정으로 삽을 꺼내들었다.
“자, 그럼 갑니다! 우오오오오!”
파파파파! 파파파파!
뒤이어 아크의 필살기 삽질이 시작되었다.
-[낡은 모터] [다 쓴 배터리] [고장난 모니터]…….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이제 시작이야! 우오오오오!”
파파파파! 파파파파!
-[헝겁 조각] [구겨진 철판 조각] [9밀리 나사×10]…….
또 다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헉헉헉, 비, 빌어먹을!”
아크가 헐떡거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작업을 시작한지 장장 6시간, 쉬지 않고 삽질을 한 탓에 허리가 끊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암담. 파고 파고 또 파도 나오는 것은 잡템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쓰레기뿐이었다. 지금까지 퍼 올린 물건을 몽땅 가져가도 몇 골드밖에 받지 못할 잡템들! 하물며 그중 하나라면 욱신거리는 허리에 붙일 파스 한 장 가격도 받지 못하리라.
‘뭐 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쓸만한 아이템이 하나라도 나왔다면 그나마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
자바란이 솎아내지 못한, 800골드까지는 아니라도 노동의 대가에 합당한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러나 6시간동안 고철더미의 3분의 1을 파헤쳤지만 싸구려 철검 하나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야금술 스킬을 익혀 비싼 금속재질의 기계부품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 역시 어차피 고철, 잘해야 3~4골드에 불과했다.
‘정말 여기에 쓸만한 아이템이 있기는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아크가 와락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약해지면 안 돼! 파헤친 부분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있어. 포기하는 것은 나머지 고철더미를 모두 파헤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아크는 어금니를 깨물며 다시 삽 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허리를 움직여 다시 고철더미를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파! 파파파파…… 땅—!
고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던 삽 끝이 뭔가 커다란 물체에 부딪혔다.
뭔가 하고 주변의 고철을 걷어내자 커다란 기계가 파묻혀 있었다. 창고에 쌓여있는 고철은 커봐야 축구공만 한 크기였다. 그러나 안쪽에 파묻혀 있는 기계는 2미터가 넘는 크기였다.
“일단 찾아낸 것 중에는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겠군.”
고철이니까. 고철은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이게 몽땅 희귀금속으로 되어있으면 수백 골드는 받을 수 있을 텐데…… 젠장, 역시 그냥 합금이군. 뭐 그래도 이만한 크기면 10골드 정도는 받으려나?”
님프로 정보창을 확인한 아크가 입맛을 다시며 다시 삽을 들어올렸다.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 떠올랐다.
“가만? 이 기계 이름이……?”
그리고 다시 기계의 정보창을 확인하는 순간!
‘그래,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확인한 잡템들 중에도 있었어…… 맞아, 자바란은 폐허지역에서 모은 고철을 모두 이곳에 쌓아뒀다고 했어. 그럼 분명 나머지도…… 어차피 자바란이 내건 조건은 잡템 하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아니야. 어쩌면…….’
“찾았다! 빌어먹을 애벌레 자식에게 한 방 먹여줄 방법!”
아크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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