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38)
아크 더 레전드-138화(138/875)
[138] SPACE 5 돌산의 미스터리 (2)“당연히 자동 굴삭기를 사용했죠. 하지만 귀족의 사유지에서 몰래 발굴 작업을 하다가 잡혀서 벨타나로 끌려가기 전에 대부분의 장비는 몰수당하고 3D복원기 하나만 달랑 남았어요. 아, 이 다우징 하고요.”
밀란이 다우징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꺼떡꺼떡 움직이는 다우징을 보고 있자니 뭔가가…… 그러니까 뭔가가…….
“할 줄 모르면 배워! 자동 굴삭기가 없으니 이제 너도 삽질 정도는 할 줄 알아야하잖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아크가 형님이라 밀란은 고분고분 삽 자루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게 아크를 더 열 받게 만들었다. 아크가 삽질을 할 때는 파파파파! 듣기에도 시원한 소리가 난다. 그러나 밀란이 삽질을 하자 틱틱틱틱…….
삽이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암석 투성이인 땅을 거침없이 팔 수 있는 것은 토리의 고물상에서 은하연방의 박물관까지 지하갱도를 파며 삽질을 깨우치고, 얼어붙은 벨타나에서 땅을 파헤치며 오의를 터득, 마침내 중급의 경지에 오른 덕분이었다.
그러나 밀란은 아직 스킬조차 생성되지 않은 그야말로 쌩 초보!
암석 투성이인 파고스 산은 그런 초보가 삽질을 하기에는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그래도 계속 삽질을 시키니 조금씩 나아지는 했다. 그러나 일단 탐사를 시작하기는 했어도 아직 다른 유저가 유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도 수백 명의 유저가 파고스 산을 쉬지 않고 들락거리니 언제 발견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누군가 유적을 털어 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문자 그대로 삽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닌 것이다.
‘빌어먹을, 앓느니 죽지!’
“내놔 인마!”
결국 참다 못한 아크가 삽을 뺏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삽질! 삽질! 삽질! 삽질!
‘젠장, 어딜 가나 이 놈의 삽질에서는 벗어나지를 못하는구나.’
-[삽질]의 숙련도가 1올랐습니다.
-[삽질]의 숙련도가 1올랐습니다…….
그나마 가끔씩 떠오르는 메시지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형님, 여기도 반응이 와요!”
“알았다고, 인마!”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삽을 휘둘렀다.
* * *
“어라? 저거 왜 이래?”
“산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잖아?”
“어제만 해도 저런 거 없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유저들이 파고스 산을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하루 사이에 변해버린 파고스 산의 모습 때문이었다.
파고스 산에는 원래 여러 개의 동굴이 뚫려 있었다. 그런데 그게 하루만에 100여나 늘어나 있는 것이다. 물론 동굴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새로 생긴 굴은 깊이가 고작 1~2미터밖에 되지 않는 구덩이였다. 그러나 그런 구덩이라도 숫자가 100개 쯤 되니 산 자체가 달라 보일 정도였다. 이런 미스터리 한 현상은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UFO다! UFO가 만들어놓은 구멍이 틀림없어!”
“바보 같은 소리. 우주개척시대에 새삼 UFO는 무슨 UFO야?”
“아마도 갑자기 지반이 내려앉아 생기는 싱크 홀이겠지. 이 산에는 유난히 동굴이 많잖아. 게다가 근래 들어 유저들이 동굴에서 쉬지 않고 몬스터를 사냥하며 총을 쏴대고 폭발물까지 터뜨리니 지반이 불안정해져서 싱크 홀이 생겼을 거야.”
“그럼 동굴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거잖아?”
“그게 아니야.”
유저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때였다.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건 사람이 한 짓이야. 어제 설핏 본 적이 있어.”
“뭐? 그럼 저게 모두 사람이 직접 파놓은 구멍이라는 말이야? 대체 왜?”
“뭐 뻔하지 않겠어? 여기서 갈스톤이 나온다니까 혹시 땅 속에도 뭔가 묻혀있나 싶어서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파헤치며 돌아다닌 거겠지.”
“에이, 말도 안 돼.”
“그래, 어떻게 사람이 하루만에 저런 구멍을 100개나 만들어?”
“맞아. 게다가 아이템을 찾는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구멍을 파는 녀석이 어디 있어?”
“설마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웅성거리는 유저들의 뒤쪽.
‘그 정도로 멍청한 놈 여기 있다, 인마!’
울컥한 눈으로 그들의 뒤통수를 째리는 유저가 있었다.
그는 바로 파고스 산을 누더기로 만들어놓은 범인, 아크였다.
‘다른 유저보다 먼저 유적을 찾으려면 한시도 삽질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하루만에 만들어진 100여 개의 미스터리 한 구멍은 그런 집념의 결과물이었다.
사실 아크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유적이 숨겨져 있다면 동굴 속 어딘가 일 가능성이 많았다. 그러나 무조건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었다. 동굴은 갈스톤을 노리는 유저들이 쉬지 않고 들락거리는 장소. 그런데도 아직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유저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바깥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또 몬스터가 득실대는 복잡한 동굴보다 밖을 찾아보는 시간이 덜 걸린다. 때문에 먼저 밖의 수색작업을 먼저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
지난 하루의 노력은 삽질이었다.
그러나 그게 얻은 게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스킬 ‘삽질(직업 공통☆)’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삽질(마스터, 액티브): 삽을 이용하는 기술이 달인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로서 당신은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 돌밖에 없는 자갈밭이라도 거침없이 파들어 갈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손바닥에 단단하게 박혀있는 굳은살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일꾼인지를 증명하는 훈장이 되어줄 것입니다.
《땅 파는 속도 +100%, 광물이나 아이템을 찾아낼 확률 +50%》
중급에 머물러있던 삽질이 상급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 많은 스킬 중에서 가장 먼저 상급에 된 게 삽질이라니…….’
사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스킬에 붙어있는 별은 단순히 입수 난이도를 뜻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별이 많이 붙을수록 숙련도도 올리기 힘들다는 뜻. 삽질은 별이 하나밖에 없으니 그만큼 숙련도도 빨리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삽질 마스터가 된 덕분에 땅 파는 속도가 100%상승!
그게 아크가 불과 하루만에 돌산을 누더기처럼 만들어놓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물론 아무리 삽질 속도가 빨라졌다해도 아크가 아무데나 쑤시고 돌아다닌 건 아니었다. 밀란의 다우징 스킬에 뭔가 걸리는 장소만 파고 들어갔다. 덕분에 100여 개의 구덩이 속에서 100여 개의 아이템을 발굴해낼 수 있었다.
물론 90% 잡템이었지만…….
-카멜라의 검(매직)
아이템 타입: 장검 착용제한: 레벨 60
공격력: 35~45 내구도: 34/60
파고스 산에서 발굴된 고대의 보검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은하계의 고대 외계종족은 대체적으로 현대보다 과학문명이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당시 전사들이 사용하던 무구가 발굴돼도 현대에 사용하기에는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재현하기 힘든 무구가 발굴되기도 합니다. 흔히 비술이라고 불리는 힘이나 뛰어난 장인이 만든 무구입니다. 이런 무구들은 수천 년이 지난 현대의 무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고, 드물게 현대의 무구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과학문명이 뒤떨어졌던 고대 외계종족이 어떻게 이런 무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힘 +10, 체력 +5》
매직 등급의 레벨 65짜리 장검!
‘역시 일단 파고 볼 일이라니까.’
구덩이를 100여 개나 파다보니 이런 아이템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상점에서 파는 같은 등급의 장검과 비교하면 공격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아마도 경매장에 내놓아도 일반 장검보다 조금 나은 가격밖에 받지 못하리라. 그러나 검은 아크가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무기였다. 아크는 근래 들어 샷건 파이어 이글의 타격감에 흠뻑 빠져있었는데, 이를 보조해줄 근접무기가 레벨 10때 구한 초합금 단검밖에 없었던 것.
그런 상황에서 레벨 60대 매직 장검이면 감지덕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말했듯이 삽질로 발굴한 아이템은 90%는 쓰레기 잡템이었지만 그래도 10%는 쓸만한 광석 같은 것도 나와 다 정리하니 10골드나 되었다.
‘다우징…… 의외로 쓸만한 스킬일지도…….’
아크가 옆에서 코를 골고 있는 밀란을 바라보았다.
카멜라의 검도, 10골드 치의 잡템도, 아크가 밤을 새우며 삽질해서 얻은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무턱대고 땅을 판다고 이런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록 90%는 쓰레기지만 그것도 밀란이 다우징 스킬로 팔 곳을 지목해줬기에 파낼 수 있었던 것이다.
‘땅 속에 묻혀있는 아이템을 감지할 수 있는 다우징, 그리고 땅을 파는 삽질. 이건 세트 스킬이나 다름없어. 이번 일만 끝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워둬야겠어.’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젠장, 아프지 않은 곳이 없네.’
하루만에 상급 삽질과 카멜라의 검+10골드를 얻은 대가는 혹독했다.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무리한 작업으로 근육통이 생겨 조금만 움직여도 지옥 같은 고통이 느껴집니다.
《8시간 동안 힘, 민첩, 체력에 -50%의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아직 삽질 스킬이 생기기 전.
쉬지 않고 지하갱도를 팔 때 외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페널티였다.
벨타나에서는 얼어붙은 땅을 파기도 했지만 그때는 작업 시간이 정해져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음이 급해져 꼬박 하루동안 쉬지 않고 자갈밭을 파헤쳤다. 그냥 쇠 봉이나 들고 돌아다닌 밀란이 지칠 정도인데 삽질을 한 아크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
뭐 어쨌든!
‘밖은 이제 돌아다닐 만큼 돌아다녔어. 이제 남은 곳은 동굴!’
아크가 마을에 내려와 있는 게 그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파고스 산 동굴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가장 레벨이 낮은 놈도 120. 깊이 들어가면 150대 이상! 170대도 나온다고 한다. 반면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저들의 평균 레벨은 60~70이다.
때문에 이곳은 파티 사냥이 기본!
‘레벨 100이면 나와 밀란 둘 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근육통에 걸려 전투 관련 스텟이 50%나 떨어져있는 상황. 돌산 수색을 마치고 한숨 자고 들어왔는데도 아직 근육통이 풀릴 때까지 1시간이나 남아있었다.
‘게다가 내 목적은 사냥이 아니라 유적을 찾는 거야. 몬스터를 잡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는 없어. 또 몬스터가 한 마리씩만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고, 깊이 들어가면 150대 이상도 나온다니 둘만으로는 힘들어. 나도 파티를 구하는 수밖에 없어.’
유적을 찾는데 처음 보는 유저들과 파티를 맺는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의심 가는 장소를 찾아놓고 나중에 밀란과 둘만 들어가 확인하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그러나 파티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자리 찾습니다. 레벨 90, 이름 아란. 외 NPC 1명
이런 메시지를 띄워놓은 지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입질조차 없는 것이다.
덕분에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할 때였다.
“실례합니다.”
라이트 아머를 입은 사내가 다가왔다.
그리고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밀란을 슬쩍 흘기며 물었다.
“그 NPC도 사냥에 같이 데려가실 생각입니까?”
“네, 가능하다면…….”
“그럼 파티 구하기 힘들 거예요. 여기서 사냥하는 사람들은 모두 갈스톤을 얻는 게 목적이에요. 때문에 파티를 최소인원으로 만들죠. 파티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배당이 낮아지니까요. 그런데 NPC는 같은 레벨의 전사라도 유저보다 전투력이 떨어지잖아요. 보아하니 전투용 NPC도 아닌 것 같은데,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NPC까지 붙어있는 유저를 파티원으로 받아줄 유저는 없을 걸요.”
‘뭐야? 이 녀석 때문이었어?’
어째 좀 이상하다 싶었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갤럭시안 유저의 평균 레벨은 60~70. 아크는 그보다 10이나 높았다. 그런데도 바로 옆에서 있던 65레벨 유저는 진즉에 팔려(?)나갔는데 정작 레벨이 높은 아크는 30분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고 있었다.
그게 바로 밀란 때문이었던 것이다.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NPC에게 갈스톤을 나눠주고 싶지 않았던 것!
막상 듣고 보니 아크라도 그런 혹(?)이 딸린 유저는 파티원으로 받아주지 않았으리라.
“제가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사실 이 NPC는 짐꾼 같은 녀석이라 따로 전리품을 나눠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둘 수는 없으니 그냥 파티에 넣어주시기만 하면 돼요.”
“그럴 줄 알았어요.”
사내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희도 5인 파티로 사냥하고 있었는데 방금 전에 2명이 나갔어요. 그런데 실은 저와 제 친구는 레벨 80을 넘겨서 하층만 아니면 굳이 2명은 필요 없거든요. 힐러도 있으니 저희와 비슷한 레벨의 유저 1명만 보충하면 중간층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죠. NPC 몫의 전리품을 받지 않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요. 3~4시간 정도 하실 수 있죠?”
“네, 밤새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레온이에요.”
“아란입니다.”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리고 꾸벅거리는 밀란을 깨워 그레온을 따라갔다.
* *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발렌시아가 100여 개의 구멍이 뚫려있는 파고스 산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누군가 아이템을 찾기 위해 마구잡이로 땅을 파헤쳤다고 합니다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겠죠.”
로브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 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 외에도 있는 것 같군요. 그것도 하루만에 저 정도로 산을 헤집어놓았다면 1명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런 식으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잠시 누더기처럼 변한 파고스 산을 바라보던 로브의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역시 계획을 좀 앞당기는 편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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