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39)
아크 더 레전드-139화(139/875)
[139] SPACE 5 돌산의 미스터리 (3)“저깁니다.”
그레온의 파티는 산 중턱이 동굴 앞에 모여있었다. 1남 1녀. 남자는 그레온처럼 검과 총기, 헤비아머를 걸친 전사였고 여자는 하얀 의복 차림의 힐러였다.
“전사는 슬레이. 이쪽 메딕 분은 멜리나 님이에요.”
그레온이 아크에게 두 남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러자 슬레이라는 전사가 불편한 표정으로 그레온을 바라보았다.
“뭐야? 1명만 구해오기로 했잖아?”
“1명은 NPC야. 전리품은 따로 받지 않기로 했어.”
“뭐 그럼 상관없지만…….”
슬레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밀란을 바라보다가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황급히 그레온을 귓속말을 날렸다.
-야, 인마! 왜 저런 녀석을 데려왔어?
-저런 녀석이라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젠장, 맞아. 그때 너는 없었구나. 내가 어제 얘기했지? 어떤 한심한 놈이 싸움이 벌어지려고 하니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며 매달렸다는 거. 그게 바로 저 녀석들이었단 말이야.
-에에? 그게 정말이야?
-그래, 틀림없어. 왠지 유저는 얼굴이 좀 달랐던 것 같지만, 옆에 있는 NPC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저런 놈들이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레벨은 80이었어.
-그러니까 더 이상하다는 거 아니야? 이 마을에 있는 유저들도 대부분 레벨 60~70대야. 그런데 80레벨이나 된 전사가 뭐가 무서워서 그런 쪽 팔린 짓을 하겠냐? 저렇게 입고 있어도 전사가 아닐지도 몰라. 아니, 확실히 전투 계열은 아닐 거야. 짐꾼 NPC까지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상인일 가능성도 있어. 일단 신체코팅부터 확인해봐.
“아란 님, 신체코팅은 뭘로 하셨어요?”
슬레이의 말에 그레온이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서바이버입니다.”
-거봐! 서바이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으면 그만이라는 느낌의 이름이잖아. 분명 조금만 위험해져도 동료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칠 이름이잖아!
-그럼 어쩌지?
-어쩌기는 뭘 어째? 돌려보내야지.
-하지만 NPC에게 전리품을 주지 않기로 얘기까지 끝내고 데려왔는데…….
그레온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저만큼 못생긴 유저도 찾기 힘들단 말이야.
-하긴. 그건 확실하군.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절로 헉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슬레이가 새삼 감탄스럽다는 눈으로 아크를 힐끔거렸다.
사실 이 두 사내의 목적은 다른 유저와 달리 갈스톤이 아니었다.
80이나 되는 레벨을 보면 알겠지만 그레온과 슬레이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게임 속에서 지내는 게임폐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임폐인이 대부분 그렇듯 여자친구라는 건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봄이 찾아왔다.
멜리나!
그레온과 슬레이도 나름 여친을 만들려고 노력해보았다.
그러나 아는 거라고는 게임밖에 없으니 입에서 나오는 말도 모두 게임에 관련된 것뿐, 그러니 여친이 붙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몇 시간 전에 만난 멜리나는 달랐다. 성격도 싹싹하고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게임 얘기만 해도 웃어주었다.
게다가 귀엽게 생긴 외모까지!
‘이상형이야!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그때부터 그레온과 슬레이의 목적은 갈스톤에서 멜리나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람이란 관심 있는 이성 앞에서는 좀 더 잘나 보이고 싶기 마련. 때문에 그레온과 슬레이는 새로운 파티원을 구할 때는 외모부터 보았다. 자신들을 좀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못생긴 사람으로. 사실 방금 전에 나갔다는 2명의 파티원도 레벨은 57, 59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파티에 받아준 것이었다.
그레온이 NPC까지 딸린 아크에게 관심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였다.
쭉 째진 눈과 툭 튀어나온 광대, 말할 때마다 불쾌감을 자극하는 뻐드렁니!
둘의 눈에는 하이드 헬멧을 쓴 아크는 둘의 눈에 모든 남자에게 외모+1,000%의 축복을 걸어주는 얼굴로 보이는 것이다. 본래 얼굴을 그대로 캐릭터에 사용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약간의 뽀샵 처리는 기본이다. 때문에 게임 속에서는 못 생긴 유저가 오히려 희귀한 존재였다. 하물며 아크 정도의 수준이라면 레어 중에 레어!
-저만한 인재(?)를 포기하기는 너무 아까워.
-그건 그래.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솔직히 우리 둘만으로도 레벨 100짜리 몬스터는 널널하게 잡잖아. 저 녀석이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좋지. 못 생긴데다가 한심하기까지 하면 우리가 더 잘나 보일 테니까.
-그것도 맞아.
-어쨌든 나는 저 녀석을 그냥 돌려보내는 건 반대야. 하려면 네가 해. 멜리나에게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일부러 데려온 녀석을 돌려보내면 괜히 내 이미지만 나빠지잖아.
-쳇, 치사한 자식! 알았어. 저 녀석으로 하자. 대신 약속 잊지마. 페어 플레이하는 거야. 그리고 누가 되든 멜리나와 잘 되면 소개팅 시켜주기다. 알지?
-물론이지! 사나이의 약속이다!
그레온과 슬레이가 굳게 손을 마주잡았다.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아크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아무 문제없습니다!”
“네, 우리는 준비할 것도 없으니 바로 들어가죠.”
“당장이요? 하지만 저는…….”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쭈뼛거렸다.
파티에 넣어준다는 말에 일단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아크는 아직 근육통 지속시간이 1시간이나 남아있었다. 페널티도 페널티지만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 때문에 근육통이 사라질 때까지는 후방지원만 하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레온과 슬레이가 양옆에 찰싹 달라붙으며 껄껄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우리만 믿고 따라오세요.”
“네, 아란 님은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로코나 님, 가시죠.”
그레온과 슬레이가 아크 옆에 찰싹 붙어 멜리나를 돌아보았다.
둘의 기대대로 지금 아크의 얼굴은 주위의 남자들에게 외모 +1,000%의 축복을 내려주었다.
방금 전까지 평범하게 보였던 그레온과 슬레이가 엄청 잘나 보이는 것이다.
아니, 두 유저가 포획한 몬스터와 함께 서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
-역시 보면 볼수록 보석 같은 외모야!
-후후후, 이 녀석과 같이 있는 동안에는 우리도 연예인 못지 않아!
흐뭇한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는 그레온과 슬레이.
분홍빛 로맨스를 꿈꾸며 동굴로 들어서는 두 사내는 아직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동굴 속에서 마주하게 될 공포를…….
SPACE 6 동굴 속의 공포 (1)
‘이건 뭔가…….’
아크가 찜찜한 눈으로 앞서가는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동료가 된 그레온과 슬레이, 멜리나, 그리고 밀란이었다.
R-14에서 나온 이후 처음 맺은 유저와의 파티. 일단 이 파티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자면 화력이나 직업 밸런스, 연계 플레이 등등 모든 면에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그건 던전에 들어온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쿠쿵—!
던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돌연 묵직한 울림과 함께 어둠 저편에서 붉은 빛이 떠올랐다.
마치 돌과 같은 갑각에 뒤덮인 거대한 도마뱀 형태의 몬스터였다. 이 도마뱀이 바로 담석-갈스톤- 때문에 유저들에게 떼죽음 당하고 있다는 불쌍한 몬스터 타나토스였다.
역시나 타나토스가 나타나자 슬레이의 눈빛이 탐욕에 물들었다.
“타나토스다! 그레온, 일단 땡겨!”
투투퉁—!
그레온의 레일건에서 푸른 빛줄기가 폭사되었다.
특수탄환이 갑각을 뚫고 들어가자 타나토스가 괴성을 터뜨리며 일행을 향해 돌진해왔다.
그러나 일행을 덮치기 직전에 슬레이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네 상대는 나다! 진동하라, 방패여! 도발!”
순간 거대한 방패의 표면이 스피커처럼 진동했다.
그러자 타나토스가 괴로운 듯이 몸부림치며 미친 듯이 슬레이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슬레이는 익숙하게 대부분의 공격을 방패로 받아내며 철퇴로 반격을 가했다. 물론 그레온과 멜리나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투투퉁—!
또 다시 빛줄기를 폭사시키는 레일건!
전자기력으로 탄환을 가속시켜 파괴력과 관통력을 극대화시키는 레일건은 총기류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또한 기계와 생체, 어떤 형태의 적에게도 평균적인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어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총기였다. 연사속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앞에서 든든한 파이터가 버텨준다면 후방 지원용으로는 최강!
“힘의 파동! 용맹한 전사의 샘솟는 용기!”
거기에 멜리나의 용기 버프가 추가되어 파티 공격력까지 상승!
‘확실히 전장과 사냥터는 다르군.’
아크도 파티 경험은 적지 않았다. 벨타나에서는 부대 단위의 병력과 함께 전쟁을 치렀고, 자렘에서도 한동안은 30명의 피닉스 대원과 함께 서퍼러와 대규모 전투를 치러보았다.
그러나 이번 파티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파티는 숫자가 많아질수록 개개인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진영과 전술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개인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군대는 전차나 장갑차 같은 대형병기는 물론, 탄환이나 수류탄 같은 소모품도 널널하게-죄수 부대는 식량조차 지원되지 않았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소모품을 자기 돈으로 사야하는 유저의 사정은 다른 것이다.
유저 중에 메딕을 보기 힘든 게 그 때문이었다.
각종 의약품을 다루는 메딕은 회복과 능력만 따지면 최강 힐러!
그러나 메딕이 사용하는 의약품도 공짜는 아니었다. 직접 의약품을 제조하면 그냥 회복 앰플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싸지만 그 역시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버프용 의약품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돈을 뿌리며 싸우는 것과 같은 수준.
유저들의 빈곤한 주머니로 감당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힐러란 메딕이 아닌 회복 전문의 에스퍼를 뜻한다.
비록 메딕보다 회복 능력은 떨어지지만 마나는 공짜니까.
어쨌든 그런 이유로 갤럭시안도 일반 사냥터에서는 탱커-딜러-힐러의 3인 파티가 기본, 여기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추가 인원을 보강하는 게 일반적인 파티 구성 방식이었다. 따라서 대체 병력이 많은 전장과 달리 개인의 역량과 연계 플레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파티는 10점 만점에 8~9를 받을만했다.
“육체공명! 리제네레이션!”
“우왓! 멜리나 님, 감사합니다! 우하하하, 덤벼라! 도마뱀!”
멜리나의 회복을 받는 슬레이는 몇 배나 큰 타나토스를 상대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슬레이, 놈의 머리를 노출시켜! 정밀사격!”
여기에 빈틈을 찌르는 그레온의 레일건 사격까지!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 이미 탱커-딜러-힐러의 필수 인원을 채운 상태라 그들만으로도 레벨 120대의 타나토스 1마리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나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아크는 아직 근육통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굳이 아크가 참전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그래도 아크 역시 파티원, 게다가 첫 번째 전투라 아크는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참전했다. 그러나 전투관련 스텟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 데미지도 절반. 게다가 욱신거리는 몸으로 이전처럼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됐으니까 그냥 뒤로 빠져 계세요!”
대번에 슬레이와 그레온에게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전투가 끝나자 슬레이가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정말 레벨 80 맞아요?”
“죄송합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말하려고 했었는데, 실은 제가 지금 근육통에 걸려있어서 스텟이 50%나 떨어져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슬레이가 끄덕였지만…….
-야, 근육통이란다. 너 들어봤냐?
-들어보는 뭘 들어봐? 괜히 무안하니까 대충 둘러대는 게 뻔하잖아.
게임 속에서 24시간을 삽질만 하는 유저가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근육통이라는 상태이상을 들어본 적도 없으니 아크가 거짓말을 하고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슬레이와 그레온은 내색하지 않았다.
-정말 치사한 놈이군. 그렇게까지 하면서 파티에 남아있고 싶은가?
-마을에서 그런 쪽 팔린 짓까지 한 녀석이잖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그래서 더 좋은 거지.
-못 생긴데다 치사하기까지, 딱 우리가 찾던 놈이야.
-맞아. 흔치 않은 기회야. 이번 사냥은 전리품 따위는 신경 쓰지 말자고.
아크도 슬레이와 그레온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챘다.
‘역시 무리인가? 근육통이 남아있어도 실전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자신의 처우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고 판단한 아크는 한숨을 불어내며 말했다.
“근육통이 풀리려면 아직 40분 정도 더 걸립니다. 파티 구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줄 알고 일단 구직광고를 올려둔 건데…… 일부러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방해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파티를 나가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슬레이와 그레온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아까 저희가 한 말은 전투 중이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딱히 불평한 건 아닙니다. 너도 그렇지, 그레온?”
“물론이죠. 우리는 무엇보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그게 우리 모토입니다. 이미 파티에 받아들인 이상 아크 님은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 편이 잠도 못 자는 성격입니다.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그레온이 멜리나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절대 아란 님을 내보내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리해서 전투에 참가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뒤에서 멜리나 님을 지키면서 지원사격만 해주십시오.”
“네, 멜리나 님은 소중하니까요.”
이번에는 슬레이가 멜리나를 힐끔거리며 덧붙였다.
‘아! 정말 배려심이 많은 유저들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