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48)
아크 더 레전드-148화(148/875)
[148] SPACE 8 해가 지고 해가 뜨는 땅 (4)“이제 끝났군.”
로브의 사내가 산을 올려다보며 입 끝을 치켜올렸다.
산 정상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총성이 끊기고 수백 마리의 케로족이 암벽을 넘어 들어가고 있었다. 상황은 명확했다. 놈들의 탄환은 떨어졌고, 이제 곧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원하던 것을 손에 넣으리라.
“이 또한 신의 의지!”
그때 갑자기 산 정상으로 푸른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움찔하며 걸음을 멈춘 사내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저, 저 빛은 설마…… 어, 어째서…… 아, 안 돼! 멈춰라! 신도들이여! 저 빛을 멈춰라! 아니, 죽여라! 저 빛을 만들어내는 자! 그 자야말로 신의 적!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동시에 모여들던 빛이 폭발하듯 하늘로 솟구쳤다.
* * *
‘이, 이게 뭐야?’
아크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가상현실 게임을 하다보면 별의 별 해괴한 일을 일상으로 겪게 된다.
갑자기 코앞에서 화산이 폭발하든, 악마가 나타나든, 새삼 당황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당황했다.
아크는 샤이어를 발동시키면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면에서 빛 기둥이 솟아올라왔다. 그 빛 기둥에 휩싸이는 순간, 사슬에 묶인 듯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몸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맙소사! 내가 뭔가 잘 못 판단한 건가?’
순간 아크는 함정이 작동되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라트 유적은 모두 추가 옵션으로 함정이 붙어있었다.
피라미드에서는 같은 형태의 방이 끝없이 연결되어있는 무한의 방-뭐 결국은 몽땅 때려부수고 던전 파괴자라는 칭호를 얻었지만-으로 떨어뜨리는 함정이 있었고, 자렘에서 찾은 유물은 서퍼러를 만들어 바이오해저드를 일으키는 함정이 붙어있었다.
그런 패턴을 볼 때 여기에도 함정이 붙어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것도 침입자를 아예 소멸시켜 버리는 무식한 함정!
‘망했다! 망했어! 빌어먹을, 망했다고!’
아크는 머리통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터뜨렸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빛에 휩싸이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빛이 뿜어진 것은 샤이어로 룬 문자를 새기기 시작했을 때, 덕분에 뭔가 좀 폼 나 보이는 자세로 굳어버린 채 분해되고 있는 것이다.
“혀, 형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스럽기는 밀란과 다른 개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기를 잠시, 빛 기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어, 없어! 혀, 형님이 없어졌어! 완전히 타버린 거야!”
빛 기둥이 올라오던 자리로 달려간 밀란이 눈물을 글썽이며 떠듬거렸다.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시커먼 자국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샤이어를 발동시키던 폼나는 자세의 자국이…….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파고스 산이 굉음을 일으키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SPACE 9 엘림이여! (1)
‘여기는……?’
아크가 숨을 죽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 속에서 몸이 산산이 분해되었을 때, 당연히 아크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크는 엉뚱한 곳에 들어와 있었다. 불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투시 능력 덕분에 어느 정도 사물을 분간할 수는 있었다.
넓은 직사각형의 공간.
방의 좌우에는 10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석상이 늘어서 있었다.
정확한 이름까지는 모르지만 이집트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보던 형태의 석상!
‘이집트 문명이라면 무라트! 그럼 여기가 파고스 산의 무라트 유적이라는 말인가? 내가 정말 그 유적지 안에 들어와 있는 거야? 그 빛에 분해되어 죽은 게 아니었어?’
일단 살아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곳이 피라미드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함정의 방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아크가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한 걸음 내딛었다.
두두두둥—!
돌연 둔중한 북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힉! 뭐, 뭐야?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야?’
바짝 긴장하고 있던 아크가 화들짝 놀라 검을 들어올렸을 때였다.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창이 떠올랐다.
-운명의 증명: 성소 찾기(1/1 완료)
-《자격의 증명》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퀘스트에 의해 봉인되어있던 데이터의 일부가 열렸습니다.》
‘어라? 이게 뭐야? 자격의 증명?’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보창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자격의 증명》은 자렌족에게 받은 장난감 속의 메모리 칩을 해독해 받은 직업 관련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에 필요한 조건은 인연과 용기, 신의, 운명의 증명이라는 네 가지. 그 중 항해일지를 모으는 인연의 증명은 이전 것이 있어서 퀘스트를 받자마자 완료되었다. 그리고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100마리 잡아야하는 용기의 증명은 파고스 산 던전에서 20시간을 버티며 타나토스를 잡은 덕분에 간단(?)하게 해결!
동료 200명 구출하기라는 신의의 증명은 방금 전에 개척자들을 구조하며 해결!
문제는 마지막 하나, 운명의 증명이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성소 찾기라니? 그렇게만 대체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잖아? 도시의 성당이라도 찾아가 보라는 말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나베실을 나오기 전에 성당을 찾아가 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무라트 유적지에 들어서자 운명의 증명이 완료되어 버린 것이다.
순간 아크의 머리 위로 ‘!’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이스타나에 있는 성당은 인류가 만든 종교. 하지만 장난감 속에 데이터를 숨겨놓은 개척자는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게다가 상당히 오래 전의 개척자. 그때는 인류의 종교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그렇다면 퀘스트의 성소는 고대 외계종족의 성소!’
그게 바로 이곳, 무라트 유적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아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자낙스
“자낙스?”
아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을 때였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웅웅웅웅.
어디선가 기계음이 울리며 공간이 확 밝아졌다.
공간을 푸른빛으로 밝힌 것은 중심에서 떠오른 빛의 구체였다.
“이, 이건 또 뭐야? 역시 함정? 응? 함정이냐?”
아크가 움찔하며 다시 검을 들어올리며 서너 걸음 물러났다.
[흠…….]그때 빛의 구체에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흐릿한 빛이 바짝 긴장한 아크를 훑듯이 쓸어 내렸다.
[이제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했는데…… 수백 년 만에 나타난 후계자가 휴먼이라니…… 놀랍군. 은하계 변방에서 고기나 구워먹던 미개한 휴먼족이 후계자가 될 만큼 성장한 건가? 하긴, 지구는 대환란은 겪지 않았으니…… 그나저나 자낙스라…… 그리운 이름이군.]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위협이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완전 혼자만의 세상이다.
“저…….”
[아! 그래, 휴먼.]빛의 구체는 그제야 아크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묻지 않았군. 자네 이름이 뭔가?]“아, 아크입니다.”
[자낙스의 후계자가 휴먼이라는 게 놀랍기는 하지만 이것도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겠지. 좋다. 아크.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너는 비록 휴먼이지만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가 무라트의 혈통이라는 증거. 게다가 자낙스의 후계자라면 말할 필요가 없겠지. 자, 이로서 수백 년만이 계승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곧 의식을 시작하겠다. 아크여, 위대한 선지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라.]“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크는 이곳이 무라트 유적이라고 생각하며 찾아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뭐 주위의 석상을 보니 무라트와 관련이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정작 아크가 원했던 무라트 족의 아이템이나 샤이어가 담겨있는 피라미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낙스라는 단어는 《자격의 증명》퀘스트가 완료되며 나온 것. 그런데 어째서 무라트 유적에서 나타난 빛의 구체가 마치 당연한 듯이 자낙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후계자라니? 너무 혼란스러워 대체 어디서부터 뭘 물어야할지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일단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여기는 무라트의 유적이 아닙니까?”
[뭐냐 그 말은? 설마 너는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들어왔다는 말이냐?]빛의 구체가 노한 듯 붉게 물들었다.
그러자 그것도 잠시, 금세 피시식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군. 그 오랜 시간동안 후계자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곳과 관련된 정보가 계승되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 게다가 이 녀석은 미개한 휴먼족 출신. 뭐 할 수 없지. 좋다. 설명해주지.]빛의 구체가 선심 쓰듯 말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설명 모드로 돌입했다.
[오래 전, 은하계에는 위대한 네 종족이 존재했다. 각기 다른 태양계에서 문명을 일으킨 무라트와 인더스, 포타미아, 어리티우스. 이들은 당시 휴먼족처럼 미개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하계의 수많은 종족들에게 그들만의 독자적인 초과학 문명을 아낌없이 전수해주었고, 이에 은하계의 수많은 종족들은 그들을 천족이라고 부르며 신으로 떠받들었다.]그러나 네 종족이 그들을 지배했던 것은 아니었다.
싸잡아서 천족이라고 불렸지만 이들은 전혀 다른 문명의 종족이라 서로 견제하는 사이였고, 그들 사이에 ‘어떤’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해 다른 종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군림하지만 지배하지는 않는, 뭐 그런 거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문명에 눈을 뜬 종족들은 나름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핵폭탄처럼 위험한 병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은하계가 무분별하게 파괴될 것은 정해진 수순. 그렇다고 네 천족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하면 그건 그것대로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위험이 있었다.
[이에 위대한 선지자인 네 천족은 고민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직접적으로 관여하되 한계를 두기로. 그게 바로 엘림이다.]“엘림? 엘림이라면 이스타나에 살던 원주민들의 신관을 지칭하는 이름 아닙니까?”
아크가 나베실의 도서관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물었다.
[호오, 휴먼들에게는 그렇게 알려져 있나?]빛의 구체가 흥미롭다는 듯이 반짝반짝 빛났다.
[사실과 조금 다르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말했듯이 엘림은 네 천족의 뜻을 대행하는 자. 네 천족은 그들을 섬기는 종족 가운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1명씩 뽑아 자신들의 의지를 대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니 신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그러나 엘림의 진정한 얼굴은 바로 전사였다.
네 천족은 각자의 엘림에게 자신들만의 힘을 전수했다.
뿐만 아니라 네 천족은 자신들의 독자적은 과학력을 총동원해 만든 ‘신기(神器)’를 주었다. 네 천족의 힘과 초과학 문명의 정수로 만들어진 신기. 이것은 엘림을 은하계 최강의 전사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네 천족은 이로서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은하계의 여러 종족들이 일으키는 분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었다. 카르마가 나타나기 전까지.]“카르마? 뭡니까, 그게?”
[그들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들의 목적이 뭐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직 이 은하계의 어떤 종족도 다다르지 못한 외우주로부터 왔고, 이 은하계의 어떤 종족과도 달랐다. 그들의 출현으로 은하계는 혼란에 휩싸였고 수많은 외계종족이 전멸했지. 장장 50년. 그게 네 천족이 은하계의 여러 종족과 힘을 합쳐 카르마를 물리치는데 걸린 시간이다. 그때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이 바로 네 천족의 대행자, 엘림들이었다.]엘림…….
얘기가 진행될수록 엄청 있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아까 말한 대환란이라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