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51)
아크 더 레전드-151화(151/875)
[151] SPACE 1. 투하投下! (1)은하계 중심부를 양분하는 은하연방과 라마족.
이 두 세력의 경계에 12개의 혹성이 마름모꼴로 늘어선 성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은하연방과 라마족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벨린 성좌다.
이 중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벨린 성좌의 좌우 가장자리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하난과 아타마스.
하난과 아타마스는 12개 혹성 중에서 가장 많은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벨린 성좌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만한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때문에 양군은 두 혹성에 가장 많은 병력을 투입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하난 혹성, 라마군에 점령되다!
은하계 전역에 울려 퍼진 라마군의 승전보!
마침내 그중 하나가 라마군의 손아귀에 떨어진 것이다.
그와 함께 은하계의 모든 관심은 벨린 성좌의 제2 주성 아타마스에 쏠렸다.
여세를 몰아 단숨에 아타마스까지 점령해 승리의 쇄기를 박으려는 라마군. 그리고 아타마스를 잃으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연방군. 이로써 벨린 성좌의 최대 격전지라는 명칭은 자연스럽게 하난에서 아타마스로 옮겨지게 되었다.
쿵! 쿠쿵! 쿠쿠쿠쿠!
밤낮 없이 계속되는 포성!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아타마스의 산림 여기저기에서 포화가 번쩍이고 잇달아 불길과 폭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포성이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어두운 숲 속.
짙게 드리워진 어둠을 가르며 한 줄기 붉은 섬광이 쏘아져 날아왔다. 이어 잘게 쪼개진 빛의 파편이 폭발하며 한 사내가 포물선을 그리며 수풀 속에 처박혔다.
“……괴물 같은 놈!”
사내가 피에 젖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가 빠진 검에 의지해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중년 사내는 바라스. 아타마스 주둔 연방군 제3유격대장으로 언제나 최전방에 투입되어 혁혁한 전공을 올려온 전사였다.
1대1 승부라면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타마스에 ‘그’가 오기 전까지는…….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내가 일부러 찾아올 필요도 없었을 것 같은데…….
바라스의 눈동자가 향한 숲 속에서 ‘그’가 걸어 나왔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아머를 걸친 사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광선검마저 수많은 병사들의 피를 빨아들인 것처럼 붉은빛을 뿜어 올리고 있었다.
바라스는 그를 알고 있었다.
연방군 병사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그에 대해 들어 봤으리라. 하난 혹성에서 수많은 연방군 전사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라마군에 승리를 안겨 준 라마족 최강의 전사. 그리하여 라마군에는 경외의, 연방군에는 공포의 대상이 된 자.
피에 물든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붉은학살자.”
-이제 내 별명도 꽤 유명해진 모양이군.
붉은학살자가 광선검으로 넝쿨을 쳐 내며 다가왔다.
눈앞에서 헐떡이는 바라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전사에게 이보다 굴욕적인 도발은 없었다.
“빌어먹을,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바라스가 검을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남은 힘을 필사적으로 쥐어짜 휘두른 검이었지만 붉은학살자를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넝쿨을 쳐 내던 광선검이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자 바라스의 검이 맥없이 튕겨 나갔다.
순간 바라스는 검을 왼손으로 바꿔 쥐며 오른손으로 기관총을 뽑아 들었다.
“죽어라!”
투투투투! 투투투투!
제로 거리에서 불을 뿜는 기관총!
그러나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바라스의 입이었다.
“크아아악! 이, 이런…….”
바라스가 허벅지를 움켜쥐며 털썩 주저앉았다.
허벅지를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라스가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붉은학살자가 광선검의 손잡이로 총신을 내리쳐 탄환이 몽땅 그의 허벅지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총은 네가 생각만큼 다루기 쉬운 무기가 아니다, 초짜.
“이, 이 자식!”
투투투투! 투투투투!
바라스가 어금니를 악물며 다시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가 번뜩이는 속도로 광선검을 휘두르자 탄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과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쏜 탄환을 검 하나로 모두 막아 낸 것이다.
붉은학살자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생각만큼 대단한 무기도 아니지.
“어, 어떻게 날아오는 탄환을…….”
-개척자인가?
“아, 아니다.”
-그럼 알 기회는 없겠군.
붉은 섬광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다음 순간, 바라스의 목덜미가 빛의 궤적을 따라 쩍 갈라지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수개월간 아타마스 전장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워 왔던 제3유격대장 바라스의 최후였다.
그러나 붉은학살자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전장에서 이런 장면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고, 그에게 일개 유격대장을 쓰러뜨린 것은 기뻐할 일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바라스를 처리하고 몸을 돌리자 숲에서 20명의 라마 전사들이 걸어 나왔다.
-남은 연방군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우리 측 사상자는?
-부상자가 몇 명 있기는 하지만 작전 수행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라마족들은 붉은학살자의 직속부대 레드프론트. 붉은학살자가 바라스를 처리하는 사이에 레드프론트는 그의 유격 부대를 괴멸시킨 것이다.
숲으로 뒤덮인 수백 킬로미터 규모의 아타마스의 전장에서 붉은학살자와 레드프론트가 이들을 타깃으로 잡고 추격, 전멸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이었다.
-다음 목표는?
-본대로부터 C-15지역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있습니다.
-C-15? 그곳은 기간틱이 배치된 지역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연방군 방어 포탑 주위에서 활동하는 유격대의 대장이 상당한 실력자인 모양입니다. 기간틱을 보조하는 공병부대가 놈들의 게릴라전에 말려 상당한 피해를 받는 바람에 기간틱까지 발이 묶였다고 합니다.
-상당한 실력자? 이름은?
붉은학살자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우리 측 병사들이 레피드Rapid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레피드? 레피드라면 분명…….
-네, 대장님이 붙인 별명입니다. 하난 혹성에서 대장님께 끈질기게 도전해 오던 연방군…….
-기억나는군. 그 녀석도 아타마스에 투입된 건가?
관심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흠, 역시 그는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군.
-……아크라는 자 말입니까?
-늦는군. 일부러 도전장까지 보내 놨는데 말이야.
붉은학살자의 말에 부관 케이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대장님께서 아크라는 자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전쟁영웅이라지만 그가 활약했다는 벨타나는 은하연방과 라마족, 양군을 합해도 1천 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 전장이었습니다. 반면 대장님은 그 10배에 달하는 전장에서 불패의 명성을 쌓은 라마족의 영웅. 그런 대장님께서 왜 그런 자에게 일부러 도전장까지 보내며 만나려 하는지…….
-그는 진짜이기 때문이다.
-진짜?
-그래, 그리고 나는 진짜 아크에게 갚아 줘야 할 빚이 있지.
-빚이라니요? 대장님은 아직 그와 만난 적도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생의 인연이라고 해 두지.
그의 대답에 케이커가 더욱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그자를 만나 봐야겠다. 그리고 그자가 은하연방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내 도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 아니,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필요하다면 다시 연방군의 시체를 쌓아 올려서라도 그를 이곳에 불러들이고 말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방군을 좀 더 괴롭혀 줄 필요가 있겠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케이커가 전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을 때였다.
레드프론트의 옵저버가 소리쳤다.
-대장님, 12시 방향에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10여 기의 비행물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질량으로 봐서 대對기간틱용 요격 미사일로 판단, 1분 안에 이 주변에 탄착될 예정입니다!
-우리의 위치가 연방군에게 노출된 모양입니다.
-쳇, 연방군 자식들.
붉은학살자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어째 바라스가 이곳에서 시간을 끈다 싶더니 미리 연방군 사령부에 폭격을 요청해 두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나 레드프론트의 얼굴에 당혹감 따위는 없었다.
-아직도 폭격 따위로 나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가?
그가 이끄는 레드프론트는 수백 킬로미터의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연방군의 핵심 부대를 격파하는 임무를 맡은 유격 부대다. 그런 레드프론트에 의해 격파된 연방군 유격 부대는 아타마스에서만 수십, 인원수로는 수백이 넘는다.
이에 연방군은 번번이 공격의 맥이 끊기고, 방어선이 무너지는 등 리듬의 흐트러져 무력하게 느껴질 정도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을 방법이 없다.
아타마스의 연방군 중에 레드프론트와 맞설 만한 유격 부대가 없는 것이다. 이에 연방군이 선택한 방법은 사령부에서 지원하는 폭격, 레드프론트의 위치가 포착될 때마다 미사일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장거리 폭격도 아직까지 수확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강력한 미사일이라도 맞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앉아서 맞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백병전으로는 당할 방법이 없으니 요행이라도 바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번번이 피하기도 귀찮으니 괜한 짓이라는 걸 가르쳐 줘야겠군.
붉은학살자의 눈이 옵저버에게 향했다.
-탄두의 궤도를 계산해 부대원들의 님프로 링크시켜라. 나머지는 요격 준비!
붉은학살자의 명령에 레드프론트 대원들의 어깨에 긴 총신의 무기가 장착되었다.
옵저버의 님프와 링크해 자동 타깃팅으로 2킬로미터 범위 안에 들어온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대미사일 요격 장비 스팅거!
-요격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발사!
투퉁-! 투퉁-! 투퉁-!
동시에 20기의 스팅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미사일용으로 특수 제작된 파쇄탄이 밤하늘을 관통하며 쏘아져 날아갔다. 그리고 수백 미터 거리까지 접근해 온 탄두에 박히는 순간! 아니, 탄두가 박히기 직전에 10여 기의 미사일이 조각조각 분해되며 금속 가루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광역 채프Chaff!
-통신 교란용 채프입니다!
-뭐야? 저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뜻밖의 상황에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을 때였다. 밤하늘을 뒤덮은 채프에 섞여 빠르게 떨어지는 여러 개의 물체가 포착되었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복잡한 괘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것은 10여 명의 병사들!
-연방군 병사! 에어 패러슈트! 미사일이 아닙니다! 미사일로 위장한 낙하부대, 연방군의 투하병입니다!
옵저버가 당혹성을 터뜨렸다.
-채프 탓에 전자기를 이용하는 기기가 모두 먹통입니다! 자동 요격 시스템으로 타깃을 잡을 수 없습니다!
-쳇! 연방군 자식들, 어디서 잔재주를! 부대원, 스팅거를 수동으로 전환해 요격하라!
케이커가 스팅거를 조작하며 소리쳤다.
그때 붉은학살자가 그를 제지하며 한 걸음 내디뎠다.
-됐다. 어차피 수동 발사로 저 거리의 적을 맞히기는 무리다. 그리고…….
붉은 학살자가 잠시 숲으로 낙하하는 병사들을 바라보다가 슬쩍 입 끝을 치켜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초대장을 받은 손님이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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