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52)
아크 더 레전드-152화(152/875)
[152] SPACE 1. 투하投下! (2)쿠오오오오-!
드넓게 펼쳐진 창공.
번쩍이는 은빛 비행정이 점점이 흩어진 구름을 뚫으며 날아갔다. 그야말로 한 줄기 빛처럼 창공을 가로지르는 비행정의 날개에는 은하연방, 그중에서도 귀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금빛 문양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비행정 내부.
“우와아아아아! 빠, 빠르다!”
“핥! 핥! 핥! 배경이 휙휙 지나가. 대다나다.”
슬레이와 그레온이 창가에 붙어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무리도 아니다. 이 비행정의 주인은 은하연방의 최고 위원이자 군사고문을 역임하고 있는 마틴 후작.
그의 전용기로 제작된 이 비행정의 성능은 유저들이 이용하는 수송기 따위와는 아예 수준이 달랐다.
최대 시속 2,500킬로미터에 소형 선박임에도 광자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최고급 비행정. 뿐만 아니라…….
“여기 봐요. 바예요, 바! 비행정 안에 바가 있어요. 크리스털 잔에 샴페인! 어머머머, 안마 의자에 안쪽에는 욕조까지 있는 거 봤어요? 이건 비행정이 아니라 완전 호텔이에요!”
내부 편의 시설도 5성 호텔 급!
덕분에 멜리나는 기내를 돌아다니며 소란을 떨어 댔고.
“크윽! 빌어먹을 세상! 게임 속에서까지 빈부의 차이를 느껴야 하다니! 돈이 깡패로구나!”
“귀족이니까 정치인이지? 분명 뒷구멍으로 엄청 챙겨 먹은 게 분명해!”
“쳇, 귀족이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빌어먹을 자본주의!”
슬레이와 그레온은 서민의 울분을 터뜨렸다.
뭐 기분은 이해하지만 비행정 주인인 귀족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다. 덕분에 ‘다 그런’ 귀족 중 1인이 되어 버린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뭐냐? 저 시끄럽고 무례한 인간들은?”
“어쩌다 보니 알게 된 동료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괜히 부끄러워진 아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죠. 파고스 화산에서 저를 찾고 있었다고 하셨죠?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
NPC의 부탁이라면 퀘스트!
뭐 비행정을 타기 전부터 짐작했던 대답이다.
NPC가 일부러 유저를 찾아올 일은 달리 없는 것이다.
그리고 퀘스트는 유저에게 있어서 빛과 소금과도 같은 것. 같은 일을 해도 퀘스트를 받으면 보너스 경험치는 물론 각종 아이템과 돈을 보상으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퀘스트를 주는 NPC가 은하연방의 귀족인 마틴 후작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그리 달가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퀘스트가 유저에게 경험치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성공했을 때의 얘기. 실패하면 아까운 시간만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레벨도 되지 않는 주제에 고난이도의 퀘스트를 받았다가 패가망신하는 유저가 얼마나 많은가.
아크 역시 《자렘 잠입》 퀘스트 탓에 그런 신세가 될 뻔한 경험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찌어찌 잘 풀리기는 했지만 자칫하면 개털이 될 뻔하지 않았던가.
‘고위 NPC라 퀘스트 난이도도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직접 찾아와 부탁하는 일이라면…….’
보나 마나 난이도 만땅!
《자렘 잠입》보다 어려운 퀘스트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무턱대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 마틴 후작은 은하연방의 귀족. 게다가 벨타나의 영웅 건이나 《자렘 잠입》으로 나름 아크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NPC였다.
지레짐작으로 어떤 퀘스트인지도 들어 보지 않고 힘들게 올려놓은 호감도를 깎을 이유는 없었다.
“말씀하십시오.”
아크가 반듯한 자세로 대답했다.
마틴 후작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난 혹성이 라마족에 점령됐다는 소식은 들었나?”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며칠 전의 일이다. 덕분에 은하연방은 꽤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
“하지만 자렘의 문제가 해결되어 아슐라트도 벨린 성좌 전쟁에 참전하기로 했지 않습니까? 동맹군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전황도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좋은 지적이다.”
마틴 후작이 잘 말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라마족과 은하연방이 벨린 성좌의 여러 혹성 가운데 하난에 가장 많은 병력을 집중시켜 온 이유는 막대한 지하자원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하난은 벨린 성좌의 여러 혹성과 연결되어 있는 스타게이트의 중계 지점으로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지.”
때문에 하난을 잃은 것은 은하연방에게 뼈아픈 일격이었다. 스타게이트의 중계 역할을 해 주던 하난의 연방군 사령부가 파괴되어 은하연방과 벨린 성좌의 혹성들 사이에 병력과 물자의 전송이 이전보다 몇 배나 더 힘들어진 것이다.
아직은 전국戰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이 차이는 시간이 경과될수록 더 커지게 되리라.
그러나 은하연방에게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그게 바로 벨린 성좌의 제2 주성이라고 불리는 혹성 아타마스다. 하난 혹성보다는 못하지만 아타마스 역시 중계 지점으로 적합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지. 이 아마타스가 연방군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 만약 하난에 이어 아타마스까지 라마족에 빼앗긴다면 벨린 성좌의 전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반대로 아타마스를 차지하면 역전의 발판이 마련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다른 혹성에서 병력을 옮길 수는 없었다.
은하연방이 관리하는 혹성은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런 혹성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고민하고 있을 때…….
마틴 후작이 아슐라트의 대사 ET에게 참전 협약을 받아 낸 게 이 무렵이었다. 추가 병력 확보에 전전긍긍하던 은하연방의 귀족들은 쌍수를 들어 올리며 올레!
아슐라트의 지원군을 몽땅 아타마스에 투입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아슐라트에는 벨린 성좌와 연결된 스타게이트가 없다. 때문에 아타마스로 병력을 이동시키려면 현지의 연방군 스타게이트를 다차원 포탈 접속 방식으로 아슐라트의 스타게이트와 동기화시켜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파수를 맞춰 유도해 줘야 한다는 말이지.”
……간단하게 말해 줘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었다.
포인트는 그게 아니니까.
“그런데 이 계획이 라마족에게 누출된 모양이다. 이에 아타마스의 라마군은 연방군 사령부와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항성 안테나 기지를 건설하고 강력한 방해전파를 이용해 연방군 사령부와 아슐라트 스타게이트의 동기화를 방해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믿었던 아슐라트 지원군은 본국에서 발이 묶인 상태. 당연히 다급해진 연방군은 항성 안테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요런저런 방법을 써 가며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라마군이 요런저런 방법을 써가며 방어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되레 신 나게 얻어맞으며 빌빌대는 중이다……라는 게 마틴 후작의 설명이었다.
여기까지 듣자 슬슬 불안해진다.
“혹시 제게 부탁할 일이라는 게…….”
“네가 아타마스로 가 줘야겠다.”
예상했던 대답에 아크는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난이도가 높은 의뢰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전장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장이라면 마틴 후작 개인의 의뢰가 아닌, 은하연방의 의뢰다. 분명 일반 퀘스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보상을 받아 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다름 아닌 전장이다.
그것도 아크가 경험해 본 벨타나보다 몇 배나 크고, 몇 배나 많은 병사가 모여 있는 전장. 그런 곳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데 필요한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군과 적군의 병사 숫자, 병사들의 장비품, 지휘관의 역량, 전장의 상황…… 그런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모든 부분에서 연방군이 밀리고 있는 상황.
거기에 아크 하나 추가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물론 벨타나처럼 잘 풀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주사위를 던져 연달아 6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았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낮은 도박과도 같은 것이다.
아크는 넌지시 사양의 뜻을 비쳤다.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연방군을 더 투입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었다면 널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다. 말했듯이 현재 아타마스의 연방군 스타게이트는 주파수를 유도하는 작업 중이라 은하연방에서도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킬 수 없다. 궤도를 우회하는 포탈을 만들어도 잘해야 1개 분대 규모의 병력을 전송시키는 게 한계지. 따라서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병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게 저란 말입니까?”
“나는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정말 제가 그런 전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게까지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틴 후작이 슬쩍 아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역사 속에서는 단 1명의 병사로 인해 전장의 흐름이 바뀌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영웅이라는 존재지. 네가 벨타나에서 증명했듯이. 그리고 지금 아타마스에서 1명의 라마 전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네? 라마 전사?”
“사실 아타마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팽팽한 전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황이 바뀐 것은 그가 나타난 뒤부터였지. 하난 혹성에서 수많은 연방군 부대를 괴멸시키며 라마군의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라마족 영웅. 하난 혹성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 그가 아타마스에 투입되면서부터 팽팽했던 전황이 급속도로 라마군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게 이번 일에 네가 적임자라고 말한 이유다.”
“그게 제가 적임자라는 이유라니요? 무슨 뜻입니까?”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였다.
마틴 후작의 님프 위로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라마군에게 점령된 하난 혹성에서 날아온 영상이다.”
“맙소사!”
당혹성을 터뜨린 것은 멜리나였다.
비행정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크와 마틴 후작의 심각한 분위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슬금슬금 다가오던 그녀가 후작의 님프 위에 떠있는 영상을 보며 떠듬거렸다.
“아무리 적군이라지만 어떻게 사람의 시체로 이런 참혹한 짓을…….”
마틴 후작의 님프 위에 떠올라 있는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시체!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 옆에 수백 구의 시체가 쌓여 있는 영상이었다.
멜리나는 차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크의 눈은 못 박힌 것처럼 영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참혹함 속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시체의 배열이 만들어 내는 한 줄의 메시지.
아크에게 도전장을 보낸다. 붉은학살자.
“붉은학살자!”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다.
벨타나 혹성에 있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이름.
불과 20남짓의 병력으로 구성된 유격대만으로 연방군 정예부대를 수없이 괴멸시키며 라마족이 하난 혹성을 차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라마족 영웅 붉은학살자!
그러나 아크가 붉은학살자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화려한 경력 때문이 아니었다. 붉은학살자라는 이름이 다른 사람(?)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아크가 갤럭시안을 시작하게 된 이유.
최강의 인공지능 루시퍼!
루시퍼가 뉴월드에서 사용하던 별명이 붉은남자였다.
붉은학살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아크는 반사적으로 ‘붉은남자’라는 이름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붉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붉은학살자를 루시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은 오버다.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놈이 먼저 아크를 지목했다.
그것도 시체를 이용하는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을 때 이미 라마군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을 만한 실력을 가진 자.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서까지 아크에게 집착하는 자.
아크가 아는 한 그럴 만한 사람은 1명밖에 없었다.
……루시퍼!
‘정말 놈이 루시퍼란 말인가?’
“붉은학살자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때 아크의 표정을 살피던 마틴 후작이 입을 열었다.
“놈은 네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하긴 벨린 성좌에서 다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쪽 진영에서 정식으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전사는 단둘. 라마족의 붉은학살자와 너, 아크다. 그러니 전사로서 관심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뭐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니요?”
루시퍼를 떠올리던 아크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 아크의 반응에 마틴 후작이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뻔하지 않은가? 라마족은 얼마 전 하난 혹성을 점령해 기세가 올라가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붉은학살자가 은하연방의 영웅 칭호를 받은 너까지 격파하면 라마군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겠지. 본래 영웅의 역할이 그런 것이니까.”
“아, 네…… 하긴…….”
아크가 멍청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그게 더 이해하기 쉬운 이유이리라.
“사실 이 메시지가 정부에 도착한 지는 며칠 되었다. 그러나 일개 적군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고, 또 위험부담도 적지 않아 무시하고 있었지.”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겁니까?”
“그렇다. 이미 말했듯이 하난에 이어 아타마스까지 라마군에게 내준다면 벨린 성좌 전선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이에 아타마스의 연방군은 곧 총력을 모아 라마군의 항상 안테나 기지를 공격할 계획이다. 이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 라마군의 키맨Key-man 역할을 하고 있는 붉은학살자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하필이면 저라는 말이군요.”
“붉은학살자의 지명이다. 너라면 적어도 놈을 붙잡아 둘 수는 있겠지. 내가 원하는 것도 그것이다. 벨타나에서처럼 연방군을 승리로 이끄는 대단한 전공을 세워 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붉은학살자를 쓰러뜨리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연방군이 작전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붉은학살자를 붙잡아 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게 말입니까? 똥입니까?”
그때 밀란이 발끈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형님은 아크입니다! 벨타나의 영웅이라고요! 붉은학살자가 얼마나 잘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님이 마음만 먹으면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단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형님? 형님, 당장 가죠! 겁도 없이 까불어 대는 그딴 놈은 그냥 확 밟아 버리는 겁니다!”
밀란은 발렌시아를 쓰러뜨렸을 때부터 아크를 무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된 모양이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벨타나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의 전장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전사. 발렌시아 따위와 비교할 수 있는 전사가 아니리라.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하물며 연방군이 밀리고 있는 전장이라면 승산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만약 정말 루시퍼라면?
‘루시퍼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루시퍼는 같은 유저의 자격으로 갤럭시안에서 경쟁을 하자고 했다. 설핏 들으면 공정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아크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조건이었다.
아크는 아직도 루시퍼가 승패의 조건으로 내건 궁극적인 목표가 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골인 지점을 알고 출발한 사람과 모르고 출발한 사람.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아크에게는 그게 뭔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갤럭시안에서 사업을 일으켜 성공해도, 엄청난 병력을 모아 혹성 몇 개를 점령해도, 결과적으로 루시퍼가 말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패배는 루시퍼가 장악하고 있는 원전의 폭발!
그럼 전 재산을 투자한 택산 지구는 시세 0원의 땅이 되겠지. 빌어먹을!
‘소문으로 전해 들은 붉은학살자의 경력을 생각하면 1대1이라도 지금의 내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놈이 만약 진짜 루시퍼라면…… 어쩌면 이번 기회에 놈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뭔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놈이 루시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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