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59)
아크 더 레전드-159화(159/875)
[159] SPACE 3. 영웅 VS 영웅(PART : 2) (3)붉은학살자가 고개를 숙이고 헐떡이는 아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임팩트 넘치는 효과음과 함께 놈의 가슴에 18발의 주먹을 먹였지만 깎여 나간 생명력은 고작 10%도 되지 않았다.
18연타는 배틀슈트에 남아 있는 마나를 모두 공격력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기술. 그러나 제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배틀슈트의 마나가 너무 많이 소진된 상태였다.
그건 아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박의 검으로 묶어 놓고도 도망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배틀슈트까지 벗겨졌으니 이제 승부는 난 셈이군.
“아직도 모르겠나?”
그때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척 붉은학살자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넌 이미 죽어 있다!”
북두신권의 계승자만이 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죽음의 선고! 이에 붉은학살자는 곧 닥쳐 올 참혹한 죽음을 상상하며 공포에…… 떨 리가 없었다.
-……미친 거냐?
“훗, 믿지 못하겠다면 불러 주지. 널 지옥까지 안내할 지옥의 개를. 헬 하운드!”
컹컹컹컹! 컹컹컹컹!
우렁찬 개 소리와 함께 수풀에서 2마리의 개가 뛰어나와 붉은학살자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는 사람, 몸은 개.
붉은학살자를 결박의 검으로 묶어 놓고 도망치며 사용한 이크람으로 불러낸 헬 하운드였다.
이때 제물이 된 시체는 근처에 있던 슬레이와 금발 청년!
자신이 죽인 사람의 얼굴이 붙어 있는 개가 뛰어나오자 붉은학살자가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달려드는 헬 하운드와 한 덩이가 되어 뒷걸음질 치는 순간!
-헉! 무, 무슨……?
당혹성과 함께 사라졌다. 다음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그가 서 있는 자리의 아래쪽이었다.
-함정! 서, 설마 네놈이?
“말했지? 너는 이미 죽어 있다고.”
아크가 씨익 웃으며 뻥 뚫린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에서는 붉은학살자가 헬 하운드와 뒤엉킨 채 이를 갈아붙이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내 레벨로는 붉은학살자와 1대1 승부를 벌여 이기기는 무리다. 놈에게는 라마군 최강의 병사들이 붙어 있으니 단체전도 무리.’
아크의 임무는 붉은학살자를 처리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결국 작전이 성공해도 아크와 일행은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아크는 그런 전투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사령부에서 대기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이 함정!
친위대가 레드프론트를 유인해 거리를 벌여 두고, 슬레이가 붉은학살자에게 맞아 죽을 때까지 아크가 숲 속에 남아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함정을 파는 것!
그리고 슬레이가 맞아 죽는 사이에 판 함정의 깊이는 장장 20여 미터! 상급으로 올라간 삽질의 위엄이다.
-비겁한 놈!
“또 같은 말을 하게 만드는 거냐? 전장에서 비겁한 짓은 없다며?”
-그렇다고 이런 비열한 짓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 입장이 바뀌니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는 모양이지? 네가 말했지? 레벨이나 스킬도 실력이라고. 인정하지. 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적을 이기기 위한 방법의 하나야. 나는 너보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나름 머리도 쓰고 부지런히 삽질도 했다. 그리고 널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연극도 했지. 그건 쉬운 일인 줄 알아? 부끄럽기는커녕 자랑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웃기지 마라! 이따위 함정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붉은학살자가 슬레이의 얼굴이 달린 헬 하운드를 광선검으로 내리찍으며 소리쳤다.
아아, 슬레이…… 개로 환생(?)해서까지…… 이래저래 불쌍한 녀석이다.
그러나 아크는 냉정했다.
“물론 함정만으로는 힘들겠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함정 속으로 작은 구체를 우수수 쏟아 넣었다. 은하연방 병기고에서 잔뜩 챙겨 온 수류탄!
-이, 이건?
“내가 주는 저승길 노자다. 사양 말고 받아 둬.”
아크가 손가락에 걸린 수류탄의 안전핀을 흔들어 대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너…… 너…… 아크!
콰콰콰콰콰콰! 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함정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라온 건 그 직후였다. 그 폭발에 함정 내부의 벽이 함몰되며 붉은학살자와 헬 하운드들을 생매장시켜 버렸다.
아크가 휘파람을 불며 삽을 들고 그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파파파파! 파파파파!
주변의 흙을 퍼 움푹 꺼진 자리를 메우고 발로 단단히 다지기까지 한 뒤에 V!
“훗, 루시퍼도 별거 아니군.”
아크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씨익 웃었다.
뒤늦게 몸을 찌르르 울리는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러나 루시퍼―붉은학살자―의 승부는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루시퍼가 말한 갤럭시안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런 전장에서 치고받는 승부는 아닐 터. 아마도 루시퍼가 도전장을 보낸 이유는 적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아크도 마찬가지.
루시퍼를 확인하기 위해 왔을 뿐, 이것으로 승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갤럭시안의 루시퍼는 뉴월드에서와 달리 불사의 몸을 가진 유저, 한 번의 승부로 끝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번 싸움은 이긴 셈이지만 루시퍼는 아크보다 강했다.
다음 전투를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내 힘을 키우는 것만큼 루시퍼의 성장을 막는 것도 중요해!’
루시퍼는 전장에서 힘을 키워 왔다.
다시 말해 루시퍼의 지지 기반은 라마군!
‘이미 하난을 차지한 라마군에게 아타마스까지 넘겨줄 수는 없다!’
전쟁에서 이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런 곳에서 루시퍼를 해치웠다며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일단 대원들과 합류해 작전 지역에 합류해야 한다.”
아크는 일단 사령부로 보내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에어보드를 꺼내 들었다.
“가만? 그런데 헬 하운드에 붙어 있던 금발 남자 얼굴은 좀 낯이 익은 느낌이었는데…… 혹시 아는 사람이었나? 에이, 뭐, 아무려면 어때. 가자, 슈퍼보드!”
위이이이이-!
에어보드가 숲을 가로질렀다.
C-17지역을 뒤덮었던 채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 SPACE 4. 연방기 휘날리며…… (1)
“라마군 돌격대가 B-13, 15, 19지역 돌파!”
“B 지구에서 방어선을 치고 있던 5개 유격대가 전멸했습니다!”
“라마군이 A지역으로 진군해 온다는 보고입니다! 현재 병력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A의 방어선이 무너지면 사령부입니다!”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횟수를 더할수록 히스테릭해지는 통신병들의 목소리.
그게 현재 연방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고 있었다.
아타마스는 하난과 더불어 벨린 성좌에서 가장 먼저 전쟁지역이 된 혹성이었다. 기간이 긴 만큼 이미 연방군과 라마군은 서로의 사령부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힘의 격돌!
그게 양군이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물량을 쏟아부으며 밤낮 없는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러나 군세는 거의 대등. 양군 모두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고 중간 지점에서 밀고 밀리는 지루한 소모전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전국이었다.
그때 아슐라트의 참전 소식이 들려왔다.
‘지원군이 도착하면 전황을 일거에 뒤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정보를 라마군도 이미 입수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라마군은 E지구의 전진 기지에 항성 안테나를 설치해 아슐라트-아타마스 연방군 사령부 사이의 스타게이트 동기화를 방해하는 한편, 압박의 강도를 더욱 올려 연방군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때 라마군의 공격에 핵심 역할 맡은 게 레드프론트. 붉은학살자로 불리는 라마족 영웅이 이끄는 유격 부대였다.
지표의 대부분이 산림으로 뒤덮인 아타마스는 특성상 대규모 화력전보다는 유격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학살자와 레드프론트는 불패를 자랑하는 유격 부대!
그들의 등장과 함께 연방군의 유격 부대는 빠르게 괴멸되어 가기 시작했다.
뛰어난 맹장이 이끄는 부대는 존재만으로도 적에게 위협이 되는 법!
-이 지역에 붉은학살자와 레드프론트가 진입했다!
압도적인 명성! 그것만으로도 같은 지역의 연방군은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였다.
‘정녕 연방군에는 붉은학살자와 레드프론트를 상대할 전사가 없단 말인가?’
그때 아타마스로 날아온 전사가 벨타나의 영웅 아크!
그러나 사실 하슬로는 아크가 그리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전쟁영웅이라지만 그가 활약한 전장은 벨타나, 아타마스에 비하면 작은 동네밖에 되지 않는 혹성이었다.
그런 곳에서 영웅 소리를 들었다고 이곳에서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추천한 사람이 다름 아닌 마틴 후작이다.
‘한 번 걸어 볼 만하다!’
아니, 걸어 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붉은학살자와 레드프론트에게 휘둘리면 전황을 반전시킬 방도가 없다.
때문에 하슬로는 아크가 붉은학살자를 붙잡아 두는 사이 연방군의 사활을 건 작전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황은 예상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연방군은 전장을 격자 형태로 나누어 관리했다.
사령부가 위치한 곳이 A지역. 라마군의 사령부가 위치한 방향으로 50킬로미터 단위로 B, C, D라는 이니셜이 붙는 형식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양군이 충돌하는 곳은 C, D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라마군은 B지역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A지역의 경계를 넘고 있었다.
불과 50킬로미터 거리까지 진군해 온 것이다.
“사령관님, 더는 무리입니다!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미 틀렸다는 얘기입니다! 대기 병력을 사령부로 불러들이든가 진군시키든가, 늦기 전에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아니, 잠시…… 잠시만 더…….”
“사령관님!”
부사령관이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쳤을 때였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통신병이 하슬로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D-17지역에서 연방군의 신호탄이 올라왔습니다!”
“신호탄! 아크인가?”
“네, 해독된 신호 내용은…… 붉은학살자 사망…….”
떠듬거리며 신호를 해독하던 통신병이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와락 고개를 돌리며 하슬로와 부사령관을 바라보았다.
“해, 해냈습니다! 사령관님, 아크가…… 벨타나의 영웅 아크가…… 붉은학살자를 쓰러뜨렸습니다!”
“됐어!”
하슬로가 계기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통신병은 이 사실을 모든 병사들에게 알려라. 연방군은 물론 저 빌어먹을 라마족에게도! 그리고 바로 대기 병력을 진군시켜라. 마침내 전쟁을 끝낼 때가 왔다!”
* * *
연방군 사령관 하슬로가 흥분으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을 때. 1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라마군 진영의 사령관 토르나드는 당혹감으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전장을 거쳐 들어온 보고 때문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붉은학살자가 전사했다고?
-연방군이 광폭 주파수 채널을 이용해 그렇게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C-17지역에서 연방군 전사와 일기토를 벌였고, 그 결과 붉은학살자가 전사했다고 합니다.
-헛소리! 그는 불패의 영웅이다. 연방군 따위에 당할 리가 없어! C-17지역에 전파교란 채프를 뿌려 놓고 유언비어로 우리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수작이다.
-C-17지역에 뿌려졌던 채프는 사라진 상태입니다.
-뭐?
-하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레드프론트 대원들의 님프로도 붉은학살자의 신호를 감지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그럼 정말 붉은학살자가 연방군에 당했다는 말이냐?
-현재로서는 그렇게밖에…….
-누구냐? 어떤 놈이 붉은학살자를 쓰러뜨렸다는 말이냐?
-아크라고 합니다.
-아크? 아크라면 혹시……?
-붉은학살자가 도전장을 보냈던 은하연방의 영웅입니다.
-이런 멍청한! 도전장을 보내 불러들인 상대에게 당했다는 건가?
토르나드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을 때였다.
옆의 통신병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 사령관님, 큰일입니다!
-또 뭐냐?
-D지역에 잔류해 있던 척후부대로부터 급보입니다. E지역으로 이동하는 연방군 부대 포착, 병력 규모는 5천. 다수의 중갑 전차와 1대의 기간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뭐, 뭐라고? 5천? 뭔가 오류가 있는 게 아니냐? 우리가 놈들이 사령부 바로 앞까지 진군해 있는데 놈들이 어떻게 D지역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냐?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속았구나!
토르나드가 이를 갈아붙였다.
어째 너무 일이 술술 풀린다 싶었다.
D-17지역에 채프가 뿌려진 직후, 퇴각하는 연방군을 추격한 라마군은 방금 전에는 B지역의 연방군 방어선까지 괴멸시켰다. 지난 몇 달을 팽팽하게 싸워 오던 연방군이 너무 쉽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물론 토르나드도 너무 쉽다고 생각했지만 승리에 취해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게 실수였다.
‘놈들은 퇴각하는 사이에 병력을 빼돌리고 있었던 거야!’
토르나드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슬로가 계획한 비장의 한 방이 바로 이것.
D지역의 요소요소에 병력을 숨겨 두며 퇴각, 라마군이 연방군을 따라 B지역까지 이동한 뒤에 숨겨 두었던 병력을 규합해 5천의 병력을 라마군 배후에 집결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집결한 병력이 B지역까지 진군한 라마군의 배후를 치지 않고 E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놈들의 목표는 E지역의 항성 안테나 기지!’
지금 라마군은 기세를 몰아 대부분의 병력을 연방군 사령부로 진군시킨 상황. 안테나 기지의 방어 병력만으로 5천의 연방군을 막기는 힘들었다.
‘이미 A지역까지 진입했으니 바로 병력을 안테나 기지로 돌려도 15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있는 연방군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오히려 앞뒤에서 공격당할 위험이 있어.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우리가 먼저 놈들의 사령부를 괴멸시키는 방법뿐이다!’
-A지역의 지휘관들에게 전하라!
토르나드가 어금니를 깨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떤 피해를 감수해도 좋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적 사령부를 제압하라! 놈들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든 사령부만 점령하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명심해라! 아타마스를 차지하는 순간 벨린 성좌는 우리 라마족의 것이 된다!
그러나 토르나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지금 라마군에는 공격의 중추 역할을 맡아 왔던 붉은학살자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연방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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