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1)
아크 더 레전드-161화(161/875)
[161] SPACE 4. 연방기 휘날리며…… (3)순간 아크는 핸들을 최대한으로 당겨 놓고 바이크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바이크가 바리게이트를 직격!
퍼펑! 콰콰콰콰쾅!
불길이 치솟으며 바리게이트의 일부가 무너졌다.
-한 놈이 들어왔다! 놈을 갈가리 찢어 연방군 놈들에게 보여 주자!
시커먼 연기 속에서 라마 전사들이 검과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왔다. 아니, 뛰어나오려는 찰나!
위잉! 웅-! 웅웅-! 서걱-!
시퍼런 섬광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라마 전사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궤적을 따라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허공에 머물었다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핏방울 속에서 푸른 광선검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아크!
-뭐, 뭐야? 이놈은?
-크윽! 그래 봐야 혼자다! 한꺼번에 공격하라!
대여섯 명의 라마 전사가 검과 해머 따위를 들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또다시 푸른 섬광이 빛의 궤적을 그리며 회전하자 피를 뿜어 올리며 밀려났다.
마치 신들린 듯한 검격!
그런 아크의 모습에 라마군은 물론 그레온 들마저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이 감각이다!’
사실 아크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돌진한 이유는 단순히 전황이 위급해서만은 아니었다.
C-17지역에서 이곳으로 오는 내내 아크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붉은학살자와의 전투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둘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광선검만으로 대결했다. 그리고 아크는 붉은학살자와 검을 겨루는 동안 마치 잠들어 있는 세포가 일제히 깨어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었다.
아크는 그 감각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각성!
흔히 말하는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깨달음이란 로또처럼 날벼락 맞듯이 얻어지는 게 아니다.
무수한 실전과 훈련을 거치며 쌓여 온 경험과 지식이 몸에 녹아드는 순간을 말한다. 아크는 붉은학살자라는 강적과 검을 겨루는 사이에 그 각성의 순간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건 엄청난 충만감이었다.
만약 이곳이 전장이 아니었다면 죽더라도 끝까지 검으로 맞섰으리라. 그리고 이기든 지든 그 전투로 아크는 예전의 감각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이크를 타고 오는 내내 느꼈던 조바심의 정체였다.
붉은학살자와의 전투는 끝났지만…….
‘아직 감각은 살아 있다!’
온몸의 세포가 오직 전투만을 위해 움직이는 듯한 감각!
주위에서 몰려드는 라마 전사들의 움직임이 손에 잡히는 것처럼 훤히 보였다. 검을 어떤 각도로, 어디부터 어떤 식으로 휘둘러야 할지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되었다.
아크는 그 감각을 따라 푸른 검광이 움직였다.
서걱-!
라마 전사가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라마 전사가 총을 들어 올리면 미리 궤도를 파악해 피하고, 상대가 방어 자세를 취하면 교묘하게 그 틈을 파고들어 살을 가른다.
위잉! 웅-! 웅웅-! 서걱-!
그저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던 광선검은 그런 동작을 연결해 놓은 것이었다.
-맙소사! 저, 저건 검귀야!
옆에서 지켜본 라마 전사들은 대번에 전의가 꺾였다.
거기에 레일건을 난사하는 그레온과 전자 철퇴를 휘두르는 베라드, 힐러 멜리나까지 가세하자 바리케이트 주변에 모여 있던 라마 전사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날아드는 탄환은 몇 배나 많아졌다.
엄청난 검술을 가진 아크가 실드 내부에 들어와 있으니 다급해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맹렬한 포화를 쏟아붓는 것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벙커였다.
“멜린, 내 뒤를 따라와요! 실드!”
아크가 실드를 펼치며 벙커를 향해 뛰었다.
기관포의 맹공에 실드가 깨져 나가고 다리와 허리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그러나 각성 상태의 아크는 오히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실감! 머릿속에서 마치 절정을 향해 치닫는 격렬한 오케스트라가 울려 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벙커 앞에 도착했다.
“지금입니다!”
아크가 쉬지 않고 탄환을 쏟아 내는 기관포를 걷어차 총신을 돌리며 소리쳤다. 순간 뒤따르던 멜린이 벙커의 구멍 속에로 폭발물을 던져 넣었다.
몇 번이나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수업을 이겨 내고 얻은 폭발물 취급 스킬에 의해 화력이 극대화된 C-6 한 다발!
콰쾅! 쿠콰콰콰콰쾅!
굉음이 울리며 외부의 구멍으로 불길과 폭연이 뿜어져 나왔다. 벙커 내부의 적군은 곤죽이 되었으리라.
“됐다, 이제…….”
“아크, 뒤를 보게! 위험하네!”
그때 멜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자 벙커의 윗부분으로 너덜해진 배틀슈트를 입은 라마 전사가 상체를 내밀고 RPG를 들어 올렸다. 유선형의 포탄이 긴 연기를 뿜으며 쏘아진 것은 그때였다.
벙커로 오느라 이미 아크의 생명력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이 거리에서 RPG에 직격당하면 100% 사망!
순간 아크의 몸이 반응했다.
“죽, 지, 않, 는, 다!”
푸른 광선이 빛을 뿌리며 포탄을 향해 떨어졌다.
광선검은 포탄을 스치며 내리쳐졌다. 그러나 그 순간 돌직구로 날아오던 포탄의 궤도가 살짝 꺾이며 아크의 옆구리를 스치고 수십 미터 밖의 라마 전사들을 직격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멜린의 입이 쩍 벌어졌다.
“거, 검으로 포탄의 궤도를…….”
아크의 눈앞에 정보창이 떠오른 건 그때였다.
-새로운 스킬(☆☆)을 익혔습니다.
소드 디펜스(유저, 액티브) : 문명과 함께 발달한 총기는 가장 쉽고 빠르게 적을 해치울 수 있는 무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 전사들도 이전처럼 검 하나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검사들은 편리함에 편승하지 않고 불리함을 극복해 낼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고, 그 대안으로 만들어진 기술이 소드 디펜스입니다.
소드 디펜스는 광선검이 발생시키는 전자력을 이용해 금속이나 에너지로 이루어진 탄환의 궤도를 비트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은 탄환이 날아오는 타이밍을 확실하게 잡아내야 성공시킬 수 있어 검술 실력은 물론 놀라운 집중력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기술의 성공률은 타이밍과 집중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빔 소드로 탄환의 궤도를 틀어 방어할 수 있습니다.》
※검술 Lv.3 이상 필요
‘……이거였어!’
아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행이 숲에서 처음 붉은학살자와 마주쳤을 때.
숲에서 지켜보던 아크는 붉은학살자가 광선검으로 그레온의 탄환의 궤도를 비트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 아크의 몸이 그때의 장면을 기억해 낸 것이다.
그게 바로 소드 디펜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인간이 붉은학살자 님의 기술을……?
RPG를 날렸던 라마 전사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사실 믿어지지 않기는 아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기도 모르게 날린 검격에 정말 포탄의 궤도가 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카프레 검술, 제3식! 갤럭시 소드!”
순간 검에서 수십 개의 푸른 검영이 소용돌이치며 날아갔다. 전투 스킬 가운데 최강의 위력을 가진 갤럭시 소드!
아쉽게도 처음 발동시켰을 때는 붉은학살자가 막아 내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RPG를 들고 있는 라마 전사는 붉은학살자 수준의 실력자가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악!
덕분에 갤럭시 소드의 진정한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영에 뒤덮이는 순간, 라마 전사의 온몸이 갈가리 찢어지며 한줌 핏덩이로 변해 버린 것!
그 장면은 라마군은 물론 멀리 떨어진 연방군의 눈에도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멜린, 깃발을!”
그때 아크가 깃발을 받아 들고 벙커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깃발을 흔들어 대며 사자후를 터뜨렸다.
“내가 아크다!”
“아크! 저 전사가 우리의 영웅!”
“붉은학살자를 처단한 진정한 영웅 아크!”
연방군 병사들이 흥분과 전의로 끓어올랐다.
“저 사내가 은하연방의 영웅이다! 저 깃발이 은하연방의 의지다! 은하연방의 전사들이여, 영웅의 뒤를 따르라. 그가 가는 길이 우리를 승리로 인도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아크를 따르라!”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있던 연방군 병사들이 일제히 기지를 향해 돌진했다.
이게 아크가 깃발을 가지고 온 이유였다.
전장에서 영웅의 가치는 단순히 적을 쓰러뜨리는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병사는 양군을 합해 8천여 명. 설사 영웅 혼자서 100명의 적을 처치한다 해도 전국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영웅의 존재가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 아군의 사기를 폭발적으로 올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건 입으로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아군의 눈에 영웅의 존재를 각인시킬 만한 무용武勇!
아크는 연방군이 애를 먹는 벙커를 함락시켜 그 무용을 보여 준 것이다.
벙커 위에서 펄럭이는 연방기는 그 무용의 상징!
이로써 사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연방군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용병이 되었고 반대로 라마군은 전의를 잃고 말았다. 그 순간 승기는 완전히 연방군 쪽으로 기울어졌다.
퍼펑-! 퍼펑-!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사기충천한 연방군은 몸을 사리지 않고 기지로 돌진했다.
라마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사기 저하로 공격력이나 명중률이 떨어져 떼 지어 몰려드는 연방군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20여 분의 전투로 기지 주위의 바리게이트가 모두 파괴되고 서너 개의 벙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주변이 연방군에 점령되자…….
퍼펑! 퍼펑! 퍼펑! 콰지지지지지!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으며 안테나 기지를 감싸고 있던 실드가 해제되었다.
“실드가 해제됐다! 전차와 기간틱으로 연구소의 방어 포탑을 공략하라!”
뒤이어 쏟아지는 포격!
기지에서 레이저가 빗발치며 포탄을 요격했지만 막아 낼 수 있는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연방군의 포격이 계속되자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방어 포탑도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라마군 방어 병력을 제압한 수천의 연방군이 기지 내부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 연방군의 선두에는…….
“돌진하라!”
한 손에는 깃발, 한 손에는 광선검을 들고 소리치는 아크가 있었다. 기지 상층부의 안테나가 섬광을 일으키며 폭발한 것은 그로부터 20여 분 뒤였다.
* * *
-이럴 수가!
무카에르의 입에서 절망적인 한숨을 흘러나왔다.
그는 아타마스 라마군 제1 사단장으로 연방군 사령부 공략을 지휘하고 있었다.
안테나 기지를 공격하는 연방군처럼, 무카에르 역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을 서둘렀다. 거기에 동원된 병력이 보병 6천, 중갑 전차 20대, 기간틱 2대!
안테나 기지와 사령부의 방어 병력을 제외한 모든 라마군이 집중 공격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사령부의 실드를 파괴했을 때였다.
촤촤촤촤-! 촤촤촤촤-!
연방군 사령부 안에서 에너지 빔이 폭사되었다.
사령부로 돌진하는 수십 명의 라마 전사를 녹여 버리는 고열의 에너지 빔! 그러나 빔이 내뿜는 고열과 반대로 무카에르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버렸다.
-이 빔은 아슐라트의 광학 전차가 사용하는 입자포!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지원군을 막고 있던 항성 안테나 기지의 파괴!
무카에르는 뒤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아슐라트의 병력을 보고 패배를 예감했다.
이런 상황은 라마군 사령관 토르나드도 파악하고 있었다.
-……늦었단 말인가?
토르나드가 거대한 모니터를 바라보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 모니터에는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며 무너져 내리는 안테나 기지가 떠올라있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 토르나드의 귀에 통신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카에르 사단장님으로부터 긴급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연방군 사령부에서 아슐라트의 병력이 꾸준히 증가 중. 후퇴 명령을 내려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스타게이트를 가동시켜 본국으로의 퇴각 준비를 서둘러 달라고 합니다.
-퇴각? 퇴각이라고!
토르나드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을 때였다.
부관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단장님의 말대로 해야 합니다. 첩보에 의하면 아슐라트가 이번 벨린 성좌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 편성한 병력은 1만. 그중 절반만 아타마스에 투입돼도 지금의 아타마스 병력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테나 기지를 파괴한 연방군이 사령부로 돌아가면 진군해있는 아군 병력은 전멸하게 될 것입니다. 연방군처럼 우리도 병력의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이제 아슐라트의 참전을 막을 수 없게 된 이상 피해가 가중되기 전에 본국으로 퇴각해 병력을 보존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황제께 아타마스를 포기했다고 말하란 말인가…….
-수천의 병사를 잃었다고 보고드리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습니다.
-쉽게 말하는군.
토르나드가 눈가를 파르르 떨며 부관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맥이 풀린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웅얼거렸다.
-무카에르에게 귀환 명령을 보내라. 그리고 사령부의 자료를 모두 폐기 처분하고 스타게이트를 모성과 링크시켜라. 무카에르가 돌아오는 즉시 퇴각 작전을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부관이 우울한 표정으로 경례를 하고 사령실을 빠져나갔다. 미련이 남은 눈길로 물끄러미 모니터를 바라보던 토르나드가 어금니를 갈아붙였다.
승리할 수 있었던 전쟁이다.
그러나 패배했다. 사령부에서 전장의 상황을 꼼꼼하게 모니터 한 토르나드는 알고 있었다. 연방군에는 승리를. 그리고 라마군에게는 패배를 안겨다 준 것은 단 1명의 병사!
토르나드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아크, 오늘의 치욕은 결코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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