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6)
아크 더 레전드-166화(166/875)
[166] SPACE 6. 섹터 S-20 (3)아침 먹고 삽질, 점심 먹고 삽질, 저녁 먹고 삽질, 지쳐 잠들 때까지 삽질,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삽질, 토 나올 때까지 삽질, 끊임없이 이어지는 삽질, 삽질, 삽질!
그러나 불평조차 할 수 없었다.
아크에게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우리의 땅이다. 이곳을 살릴지 죽일지는 우리의 손에 달린 것이다. 너희들이 떠내는 한 삽, 한 삽. 그리고 너희들이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앞으로 우리의 터전이 될 S-20을 진정한 섹터로 거듭나게 해 주는 거름이 될 것이다! 자, 나를 따라라!”
파파파파! 파파파파!
그리고 앞장서 삽질을 해 대는 것이다.
부하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는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 상사라고 했던가?
대장인 아크가 이러니 친위대원들도 허리가 당장 끊어져 나갈 듯이 욱신거려도 차마 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삽질만 한다면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파고스 화산 동굴은 원래 갈스톤을 품은 타나토스가 우글거리는 던전! 죽어라 삽질을 해서 막혔던 부분을 뚫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타나토스들이 몰려나왔다.
그런 타나토스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대원들의 몫.
대원들은 막힌 동굴을 하나씩 뚫을 때마다 삽질로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타나토스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삽질의 향연!
‘이, 이게 뭐야?’
‘이제야 겨우 실버핸드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맙소사! 차라리 훈련을 받는 게 100배는 낫겠어!’
그런 상황이 며칠이나 지속되자 대원들은 좀비 같은 몰골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대원들도 나름 희망은 있었다.
그들이 삽질을 해 대는 동굴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둥근 고리 형태로 되어 있는 동굴은 길어야 5킬로미터 남짓. 덕분에 삽질을 시작한 지 닷새가 되었을 무렵, 무너진 흙더미를 모두 치우고 동굴을 개통시킬 수 있었다.
“해, 해냈다!”
“드디어 동굴을 원상태로 만들었어!”
닷새 동안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밀란의 표정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밀란은 파고스 화산의 내부 동굴 구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원들이 닷새 동안 오바이트를 쏟아 내며 개통시킨 동굴은 상층. 그 아래에 그보다 큰 중층과 전체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하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아크의 성격상…….
“자.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역시나 쉬는 시간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제야 친위대원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아크와의 만남. 그건 그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었다. 지옥에서 더 빡 센 지옥으로 옮겨 왔을 뿐!
차라리 실버핸드에게 훈련을 받을 때가 행복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친위대원들은 오바이트를 뿜으며 삽질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멜린이 《삽질》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헤겔이 《삽질》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나마 늘어나는 스킬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리고 그건 아크의 행복이기도 했다.
‘후후후. 이거 꽤 괜찮은데?’
아크에게 대원들은 루시퍼와 싸울 첨병.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아크는 나름 대원들의 성장을 꽤나 신경 쓰고 있었다.
실버핸드에게 지옥훈련 스케줄을 짜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아타마스 전투에서 원하던 대로 친위대원들의 기초 체력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초 체력도 레벨이 높아져야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증명했듯이 아직 친위대원들은 루시퍼의 부하들에 비하면 너무 레벨이 낮아. 언제 다시 놈들과 붙게 될지 모르니 이제부터는 레벨을 올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
아타마스 전투를 끝내며 생각해 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섹터 재건이 급선무라 일단 노가다에 동원한 것이다. 그런데 동굴을 뚫을 때마다 타나토스가 나와 준다. 덕분에 동굴 재건과 레벨 업을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 아크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물론 이건 부수적인 것이었다.
지금 아크에게 당장 시급한 사안은 섹터의 활성화. S-20을 이전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드디어 상층 던전을 개통시켰다.
“이제 슬슬 손님을 받을 때가 됐군.”
다시 개척자를 불러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개장한 섹터 S-20의 홍보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 * *
이스타나의 중심 도시 타투인.
빌딩건물에 붙어 있는 대형 스크린에 2남 1녀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쉴 새 없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두 남자와 조금은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쭈뼛거리는 여자. 바로 아크가 은하연방의 광고판 역할을 떠넘긴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였다.
그때 슬레이와 그레온은 그게 아크처럼 유명해질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둘은 확실히 유명해질 수 있었다.
-이번 아타마스 혹성에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소감이 어떠십니까?
-아니, 뭐…… 연방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하시군요.
-원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음핫핫핫!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 슬레이가 개구리처럼 입을 벌리며 웃는 장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러자 스크린을 지켜보는 유저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떠들었다.
“뭐야? 저 녀석은?”
“어쩌다 공적 좀 세웠다고 엄청 잘난 척하네.”
……방송에 나올 때마다 갖은 잘난 척을 해 댄 덕분에 안티 팬이 엄청 늘어나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슬레이와 그레온의 추태는 뜻밖의 효과를 가져왔다.
“쳇, 저딴 녀석들이 영웅 대접을 받을 정도라면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좋아. 우리도 벨타나 전장에 지원하자!”
“저딴 놈들에게 당할 정도면 라마족도 별거 아닐 거야.”
덕분에 라마족까지 만만하게 보인 것.
그래서 이후 벨타나 전장에 자원하는 개척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일명 ‘슬레이와 그레온 효과’라고 불리게 된 이들의 홍보 효과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크라는 놈이 TV에 나올 때도 엄청 거슬렸는데…….”
“맞아, 그때는 나도 배알이 꼴렸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그래도 아크라는 놈은 싸가지라도 있었어. 그에 비하면 저놈들은 대놓고 잘난 척, 완전 재수 없잖아.”
“저 자식들, 홍보 기간이 끝나면 한 번 밟아주자!”
“좋아, 아크 척살대는 취소다. 이제 목표는 저 놈들이야!”
아크의 안티 팬까지 몽땅 가져가 버린 것이다.
슬레이와 그레온에게 광고판 역할을 떠넘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크가 이 둘에게 기대한 것은 그런 ‘의외의 효과’가 아니었다.
아크는 유명해지고 싶어 안달 난―결과적으로 안티 팬을 모으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지만―슬레이와 그레온에게 광고판 역할을 넘겨주는 대가로 한 가지 조건을 붙였었다.
그 조건을 바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뭐 딱히…….
슬레이와 그레온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할 때였다.
잠자코 있던 멜리나가 얼른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뭐죠?
-저희가 이번 전투에서 공적을 세울 수 있었던 건 이미 벨타나 전쟁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아크 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파고스 화산이라는 곳에서 아크 님을 만나 아타마스 전쟁에서 공적을 세울 기회를 얻었죠. 그곳은 한때 우주 해적의 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지만 지금은 아크 님이 섹터로 재건하고 있어요. 그곳에 있는 던전의 몬스터는 갈스톤을 떨어뜨릴 확률이 높으니 장비품 업그레이드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이들에게 붙인 조건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크의 섹터가 된 S-20의 홍보!
이미 은하연방의 광고판 역할을 해 본 아크는 알고 있었다. 은하연방이 작정하고 틀어 대는 홍보물의 파급력이 얼마나 굉장한지. 거기에 S-20의 홍보를 곁들이면 광고효과는 상상 이상! 이게 아크가 S-20에 개척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해둔 섹터 광고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이 광고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갈스톤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정보에 S-20과 가장 가까운 도시 시델린은 물론, 멀리 떨어진 타투인의 유저들도 흥미를 가지고 S-20로 몰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유저들 사이에 ‘그’가 있었다.
“아크!”
복잡한 눈으로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금발 사내.
아타마스의 종전으로 특별 사면을 받아 제대한, 한때 전장에서 레피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바로 그 사내였다.
“……드디어 아크가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사내의 입 끝이 슬쩍 치켜 올라갔다.
그는 아타마스에서 전사했을 때 완전히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크가 붉은학살자에게 허무할 정도로 쉽게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순간 그는 자신을 지탱하던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나 전투가 끝난 뒤에 그가 진짜 아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타마스의 전쟁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아크였다는 것도.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너를 찾아 나선 보람이 있지.”
그와 함께 그의 의욕도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스타나로 돌아와 다시 아크를 찾기를 잠시,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의 은하연방 홍보 방송으로 드디어 아크가 있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마침내 긴 여행의 종착지가 가까워졌음을 실감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왜 아크를 만나려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리고 뭘 하고 싶은 건지. 무엇 하나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내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크를 만나면 알게 되겠지.”
모든 답은 아크를 만나면 저절로 풀릴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만나게 되리라!
* SPACE 7. 방문자 (1)
“역시 S-20을 받기를 잘했어.”
나름 여러모로 고민해서 결정한 일이다.
그리고 《아타마스 전장으로!》 퀘스트로 받아 낼 수 있었던 다른 보상을 모두 포기하고 얻은 섹터였다. 그러나 처음 S-20에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막막한 기분이 들었었다.
산사태에 휩쓸렸던 산과 잔해만 굴러다니는 벌판.
아크는 나름 활기 넘치던 이곳이 이렇게까지 황폐하게 변해 있을 줄은 몰랐다.
파고스 화산 정상에서 우주 해적의 습격을 막아 내고 곧바로 마틴 후작의 비행정을 타는 바람에 사후의 상황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한 탓이었다.
‘괜한 짓을 한 건가?’
대원들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벌려 놓은 판이다. 그리고 섹터 내부에 갈스톤을 수집할 수 있는 던전이 있으니 승부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재건 작업에 착수!
친위대원들을 동원해 먼저 난이도가 가장 낮은 상층부의 토사를 파내 개통시키고, 산 아래에 굴러다니던 잔해들을 치워 섹터 주변을 정돈해 나가기를 일주일.
“실례하겠습니다.”
S-20의 첫 방문자들이 등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첫 방문자들이 아니었다.
“역시 아크 님이셨군요.”
“아크 님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반가운 표정으로 말하는 사내들은 시엔과 쿠마, 페이스리 등등. 케로족이 습격했을 때 아크를 도와 저항군의 주축이 되어 주었던 유저들이었다.
그들 역시 파고스 화산의 던전이 토사로 막히자 다른 유저들과 함께 다른 사냥터로 떠났다가 아크가 이곳에 섹터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온 것이다.
“듣자니 파고스 화산 던전이 다시 열렸다고 하던데…….”
“네, 중층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상층은 완전히 개통되었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에 갈스톤을 어중간하게 모아 찜찜했었는데 잘됐습니다. 저희도 이 섹터에서 사냥하게 해 주십시오. 아, 이제 섹터가 되었으니 이용료는 드리겠습니다.”
S-20의 첫 번째 수입 기회!
그러나 아크는 점잖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습니다. 여러분은 한때 저와 함께 우주 해적과 맞서 싸웠던 전우. 아무리 섹터라지만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돈을 받겠습니까? 이용료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가 S-20의 관리자로 있는 동안은 여러분에게 이용료를 받는 일은 테니 마음껏 이용하십시오.”
“하지만 살림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
쿠마가 팻말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벌판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아크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러분을 다시 만나 뵌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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