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7)
아크 더 레전드-167화(167/875)
[167] SPACE 7. 방문자 (2)그 시각…… 중층 던전에서 게거품을 물어 가며 토사를 파헤치고, 막혀 있던 동굴에서 만땅으로 리젠되어 있던 타나토스 떼와 피멍이 들어 가며 싸우는 친위대원들이 들었으면 피를 토하며 억울해했을 말이었다.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며 뚫어 놓은 던전이 공짜라니!
그러나 아크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다.
섹터의 가장 기초적인 수입원은 방문자들에게 받는 소정의 입장료다. 이는 몬스터가 득실대는 아웃랜드에서 휴식과 보급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데 대한 이용 요금.
그러나 그것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의 얘기다.
섹터와 섹터 혹은 도시까지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수송선 승강장,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전에 보험 삼아 등록하는 페어리, 각종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상점. 이게 섹터에 필요한 구성 요소이고, 개척자들은 그런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S-20은 허허벌판.
-섹터 S-20 관리소.
관리자 : 아크
섹터라는 것을 알 방법은 이딴 팻말 하나뿐이다.
물론 S-20에는 갈스톤이 나오는 던전이 있다. 처음부터 뚫려 있던 던전이라면 모를까, 산사태로 붕괴되었던 던전을 100% 수작업으로 한 삽 한 삽 퍼내 다시 개통시켜 놓은 것이다. 그런 노고를 생각하면 이용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건 아크의 사정.
시엔 들이 기꺼이 이용료를 지불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크와의 친분 때문. 아크와 친분이 없는 일반 개척자들은 틀림없이 불평을 하리라. 그리고 사업(?) 초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그런 불평 섞인 소문이었다.
-그 섹터는 별 볼일 없다. 이용료가 아까워!
이런 소문은 섹터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
‘하루 이틀 하고 때려치울 장사가 아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평판이 중요해!’
평판이 사람을 모은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도 모인다.
뉴월드에서 이미 큰 사업을 해 봤던 아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갤럭시안은 그 부분이 좀 더 명확했다.
섹터의 기초적인 수입은 이용 요금이지만, 실제 규모가 큰 섹터는 수입의 90%가 수송선 승강장이나 페어리, 그리고 상점의 수익금에서 떼어 받는 세금이었다. 그러나 승강장이나 페어리는 돈이 많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승강장과 페어리는 은하연방이 관리하는 공공시설.
사람도 없는 섹터에 수송선 항로를 개설하거나 페어리를 임대해 줄 리가 없었다. 섹터의 수용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허가가 나오는 것이다.
상점 역시 마찬가지.
손님도 없는 섹터에 상점을 세울 NPC 상인이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새로 생긴 섹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되어 줄 개척자들을 모으는 것!
푼돈에 욕심낼 때가 아니었다.
그런 아크의 방식은 효과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아크 님이 섹터를 세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용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시니 대신 뭐라도 시켜 주십시오.”
“네, 뭐든 돕겠습니다.”
“아는 유저가 많으니 필요하면 친구들도 불러오겠습니다.”
이런 건 또 거절하지 않는 아크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S-20에는 의외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섹터의 경계를 확실히 하고 몬스터나 도적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
보통 섹터는 펜스를 둘러치거나, 좀 더 여유가 있는 섹터는 아예 실드 발생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크는 그런 울타리를 만들 돈이 없었다.
‘하지만 자재라면 얼마든지 있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한쪽에 쌓여 있는 잔해들을 바라보았다. 케로족의 습격으로 박살 난 이전 마을의 상점―트레일러―들! 전투가 끝나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주인들이 챙겨 갔지만 짐만 되는 고철은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것이다.
그런 고철은 산 중턱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라이오스사가 버리고 간 연구소의 잔해였다.
‘대원들은 던전에 몰아넣어서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하던 참인데…….’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생겼다.
덕분에 아크는 미뤄 두었던 울타리 건설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은 어디까지나 고객이니 친위대원들처럼 빡세게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크는 사람 굴리는 재주 하나는 타고난 유저였다.
“헉헉헉! 이거 꽤 힘든데요?”
“그럼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다행히 지난밤에 시엔 님과 동료들이 300미터나 작업을 해 주셔서 꽤 많이 진척됐거든요. 그나저나 시엔 님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파티원들이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작업을 시키는데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걸 보면 상당히 신뢰받는 리더인 모양이에요. 하긴 한때 같이 싸웠던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 주시는 걸 보면 인품을 알 수 있겠죠.”
이런 식으로 슬쩍 몇 마디 던지면…….
“어? 왜 그러세요?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니까요.”
“헉헉헉! 아,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달리 할 일도 없네요. 그리고 남자는 의리! 아닙니까? 돕겠다고 나선 이상 설렁설렁하는 건 제 성미에 안 맞습니다. 안 그래?”
“네, 의리입니다!”
……유저들은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엔과 쿠마, 페이스리의 파티원들이 SCV처럼 열심히 S-20을 돌아다니며 잔해를 옮기고, 조립하고, 바닥에 때려 박아 대자 점점 울타리 형태가 만들어져 갔다.
그 무렵 트레일러트럭 1대가 도착했다.
“아크, 다시 보니 반갑구먼!”
거친 수염에 뒤덮인 중년 남자는 기드.
아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갈스톤에 대해 설명해 주었던 공업사 사장이었다.
“그때 이후로 S-15섹터에 있다가 이곳에 다시 개척자들이 모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네. 내 전문은 갈스톤을 이용한 융합성형술, 전문 분야를 살리기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거든. 그 망할 라이오스사도 철수했으니 더할 나위 없지. 그런데 자네가 이 섹터의 관리자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어. 나도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해 줄 텐가?”
“잘 오셨습니다!”
아크가 기드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사실 섹터에 수송기 승강장이나 페어리보다 시급했던 게 상점. 개척자들이 각종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그동안 시엔들이 필요로 하는 소모품은 아크 일행이 은하연방의 병기고에서 챙겨 놓았던 것을 팔아 버텨 왔지만 그 역시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장비품 수리도 아크가 직접 ‘젝슨의 공구상자’를 사용해 처리해 왔지만 매직이나 레어 템은 수리 불가.
한계에 다다라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시기에 등장한 기드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존재!
“기드 님도 그때 저를 도와 케로족과 싸운 전우. 그 사건으로 입은 피해도 적지 않을 테니 앞으로 6개월간 1쿠퍼의 세금도 받지 않겠습니다. 기드 님은 물론 당시 이곳에서 피해를 본 모든 상인 분들에게 말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물론이죠. 약속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섹터가 자리를 잡으려면 6개월은 걸린다.
그러니 차라리 그동안의 세금 수입은 과감히 포기하고 최대한 빨리 다양한 상점을 유치, 섹터가 자리 잡는 시간을 줄이는 편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알겠네. 그럼 내 이전의 상점주들에게 연락해 불러 모으겠네. 그런 조건이라면 달려올 친구들이 많을 거야.”
아크의 면세 정책에 기드는 곧바로 S-20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기드의 연락을 받은 이전 상점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S-20의 중심가가 조성되었다.
상점가가 조성되자 자연히 주변의 개척자들도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를 통한 홍보도 착착 진행되어 먼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개척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크와 11명의 친위대원으로 시작한 섹터 S-20.
그러나 꾸준한 노력으로 불과 보름 만에 수용인구 500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시엔 들의 작업도 착착 진행되어 울타리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때가 왔다!”
아크는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했다.
-S-20섹터 오픈 기념 이벤트!
초기 등록자 1,000명에 한해 섹터+대박 갈스톤 던전 평생 이용권 패키지가 단돈 10실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일생일대의 기회!
S-20 입구에 새로 세워진 팻말!
보통 섹터에 한 번 출입할 때 개척자가 지불하는 요금은 1실버. 그 10배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섹터는 물론 던전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개척자들이 최소 10번은 섹터를 왕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호객용 미끼 상품이었다.
“이 상품이 다 팔리면 일단 고객 1,000명은 확보된다. 그리고 평생 이용권을 구입했으니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한동안은 S-20을 떠나지 못하겠지. 고객이 모두 수용 인구가 되는 거야. 은하연방에 섹터의 항로 개설과 페어리 대여를 신청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수용 인구 2,000! 패키지 상품이 모두 팔리면 그것만으로 조건의 절반이 달성되는 거야!”
이게 패키지 상품의 진짜 목적이었다.
패키지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이미 S-20에 들어와 있던 500명은 발매 즉시 구입, 거기에 뒤이어 찾아오는 개척자들도 망설임 없이 패키지를 구입했다.
일취월장!
S-20은 빠른 속도로 이전의 활기를 되찾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것은 S-20만이 아니었다.
평생 무료 이용권을 구입한 개척자들이 타나토스를 때려잡는 상층 던전 아래!
파파파파! 파파파파!
어둠 속에서 삽질을 하는 11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헉헉헉, 대체 며칠이나 지난 거지?”
“젠장, 알 게 뭐야? 햇빛을 본 적이 있어야 알지.”
보름 동안 던전에서 먹고 자며 삽질을 해 온 친위대원들!
그러나 오히려 이들의 상태는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나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든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
아침에 눈뜨자마자 삽질, 점심 먹고 삽질, 저녁 먹고 삽질, 심지어 꿈에서도 삽질, 삽질, 삽질! 보름 동안 먹고 싸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오직 삽질 하나에만 매달렸으니…….
-‘삽질’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아 숙련도가 중급(Lv.2)으로 상승했습니다×11!
마침내 깨달은 삽질의 오의!
×11이라는 숫자가 말해 주듯 대원 모두가 중급 삽질에 도달한 것이다. 그만큼 요령이 생겨 작업 속도는 이전보다 빠른 반면 체력 소모는 더 적어진 것이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군.”
“그러게 말이야. 실버핸드의 지옥훈련을 받을 때도 처음에는 죽느니 사느니 했지만 하다 보니 어찌어찌 버티게 되잖아. 삽질도 하다 보니 적응이 되는군.”
“게다가 삽질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
“맞아. 이것 봐. 여기 근육 갈라지는 거 보여? 후후후, 멋지지? 이게 근육 오브 더 근육, 노가다 근육이라는 거다.”
삽질을 하면서 이딴 잡담을 할 수 있을 정도.
“솔직히 처음 삽질을 시작했을 때는 형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어. 죽을 고생을 하다 겨우 만났는데 또 이런 고생을 시키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형님 말대로 S-20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터전이잖아.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어?”
“음, 리더는 때때로 가혹한 명령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우리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 그런 형님을 악마 같은 실버핸드와 비교하다니.”
그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실버핸드는 아크가 짜 준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어쨌든 체력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잠시 떨어지던 아크에 대한 호감도가 다시 상승! 물론 그건 아크가 짬짬이 들어와 ‘S-20과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친위대원들을 세뇌시킨 덕분이었다. 하여간 사람 부리는 데는 도통한 아크였다.
대원들의 성장은 삽질만이 아니었다.
“됐다! 여기도 뚫었어!”
쿠쿵-!
대원들의 삽이 동굴을 막고 있던 토사를 모두 걷어 냈을 때였다. 묵직한 울림과 함께 맞은편 어둠 속에서 여러 쌍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파고스 화산 던전의 터줏대감 타나토스!
던전이 폐쇄된 상태에서 한계치까지 리젠 되어 한 구획에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5마리가 넘게 모여 있었다.
게다가 지금 대원들이 작업하는 던전은 중층.
레벨 140~150대의 타나토스들이었다.
“쳇, 여기도 득실거리네.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그러나 친위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 따위는 없었다.
이미 레벨 100대의 타나토스가 만땅으로 차 있는 상층을 싹쓸이하고 중층에 내려와 있는 중이다. 그리고 중층에서 보낸 시간만 열흘. 토사를 치울 때마다 바글거리며 기어 나오는 타나토스는 이제 특별할 것도, 딱히 곤란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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