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8)
아크 더 레전드-168화(168/875)
[168] SPACE 7. 방문자 (3)몰려나오는 타나토스의 숫자만큼 그들의 레벨도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숫자가 11명이다. 이제 친위대원들에게 타나토스 따위는 그저 청소 중에 나온 바퀴벌레!
“얼른 치워 버리고 다음 장소로 가세.”
최고 연장자 멜린의 말에 대원들이 검과 해머, 기관총을 빼 들었다.
“전자력 해머!”
“연사!”
콰직!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리고 폭음이 난무하는 해충 박멸!
이런 상황이 쉬지 않고 반복되는 사이 레벨 60대였던 친위대원들은 보름 만에 레벨 70을 돌파할 수 있었다.
-멜린이 ‘갈스톤(중급)’을 획득했습니다.
“호오, 이거 좋은데?”
간간이 떨어지는 갈스톤은 덤.
“자, 끝났으면 출발! 언제까지나 던전에 처박혀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다시 삽자루를 걸쳐 매고 던전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그런 대원들의 듬직한 등판을 훈훈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굳이 내가 붙어 있지 않아도 잘들 하는군.”
아크였다.
“섹터의 성장도 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대원들도 굳이 내가 참견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 할 일을 하게 됐어. 이제야 나도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겠군.”
그동안 아크도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섹터와 던전을 오가며 섹터 주위의 펜스 건술 작업을 하는 시엔 들과 던전을 뚫는 친위대원들을 독려하거나, 늘어나는 개척자를 관리하는 것도 아크의 일이었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다른 과제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과제에 도전해 왔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배운 것도 적지 않아. 이번에는 꼭……!”
아크가 주먹을 말아 쥐며 몸을 돌렸다.
* * *
스스스스.
푸른빛이 몸을 휘감아 돌았다.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빛은 점점 속도를 높여 가더니 곧 소용돌이로 변해 머리 위까지 치솟았다. 순간 강렬한 빛과 함께 하얀 색으로 바뀌며 정수리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 과정이 수십 번 반복되는 사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빛도 푸른색에서 점점 하얀색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몸이 완전한 하얀빛에 휩싸였을 때였다.
-엘림 심법 더 포스의 변환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캐릭터 정보가 <정신력 : 0(+315) 마나 : 0 포스 : 1,825>로 바뀌었습니다.
“됐다!”
아크가 번쩍 눈을 뜨며 소리쳤다.
정신력과 마나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포스!
그동안 틈틈이 엘림 심법 더 포스를 연마해 마침내 모든 정신력과 마나를 포스로 전환한 것이다.
물론 아크가 해야 하는 과제가 이것은 아니었다.
포스의 전환은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이는 과제를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
-이제 준비가 됐나?
아크가 몸을 일으키자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간의 좌우에 늘어선 석상들의 중심에 자리 잡은 단상 위에 떠있는 빛의 구체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였다. 수백 년간 이곳 엘림의 성소를 지켜온 광구光球, 엘림의 기억이었다.
아크가 광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됐습니다.”
-그렇게 말한 게 이번으로 다섯 번째였지,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겁니다.”
-나도 그러기를 바란다. 수백 년 만에 만난 계승자의 한심한 꼴은 더 보고 싶지 않으니. 하지만 죽은 꼴은 더 보기 싫으니 안 되겠다 싶으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을 믿어 보지.
광구의 말과 함께 성소의 맞은편.
두 전사상의 가운데 부분이 열리며 통로가 나타났다.
계승자의 수련관이라고 불리는 곳. 아크가 성소에 이런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마틴 후작의 비행정을 타고 타투인으로 날아가고 있을 때였다.
아타마스 전장 퀘스트를 받고 잠시 기다리던 아크는 문득 자낙스의 항해일지가 떠올랐다.
봉인되어 있던 3페이지!
엘림의 계승자로 전직하며 3페이지에 걸려 있는 봉인이 해제되었지만 아직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아마도 그 페이지에는 자낙스가 남긴 기술이나 신기의 위치가 담겨 있으리라!
아크는 얼른 님프로 항해일지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3페이지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
-수련관에서부터 시작하라.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 건 다시 성소를 찾아왔을 때였다.
-수련관? 그래, 있지. 초대 엘림인 카프레가 후세의 엘림들을 위해 기초적인 검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장소지. 뭐? 자낙스가 남긴 일지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음,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군. 자낙스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을 때 수련관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어. 나는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초심을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짐작했지. 하지만 그게 언젠가 찾아올 후계자를 위해 뭔가를 남겨 두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군. 수련관조차 통과하지 못하면 자신의 뒤를 따라올 수 없다는 뜻이겠지.
뭐라고 갖다 붙이든!
아크로서는 번거로울 뿐이었다.
‘어차피 받을 거, 그냥 주면 어디가 덧나냐?’
아크는 얼른 해치워 버릴 생각으로 곧바로 수련관으로 직행! 그리고 겁나 얻어터지고 죽기 직전에 광구의 워프로 간신히 수련관을 탈출했다.
그 뒤로 4번을 더 도전했지만 모두 참패!
이건 레벨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수련관은 레벨이 통하지 않았다.
-신비로운 힘에 의해 레벨 평준화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수련관에 들어서는 사람은 레벨 50에 맞춰 장비와 캐릭터의 능력치가 재조정됩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계승자의 검’ 이외의 무기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아크가 수련관에 발을 들여놓자 훅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을 50으로 고정시키는 레벨 평준화!
설사 레벨이 999라도 난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수련관에서 요구하는 것은 레벨이 아닌 실력, 유저의 전투 감각이라는 뜻!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아크는 동렙의 다른 유저와 1대1 승부라면 적어도 밀리지 않은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꽤 한다는 발렌시아와 1대1로 붙어서 박살을 낸 적이 있었고, 그보다 조금 더 한다는 붉은학살자와 붙었을 때도 레벨이 달렸을 뿐, 실력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5전 5패. 기초 수련관이라는 곳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발렌시아와 싸울 때 한창 뉴월드에 매달리던 시절의 감각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붉은학살자와 싸울 때 나는 또 그때보다 한 단계 나아지는 감각을 느꼈어. 내가 그만큼 녹슬어 있었다는 뜻이고, 내 기분과 달리 아직 완전히 감각을 되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니, 그게 내 진짜 실력이었다고 해도 붉은학살자를 제압할 수 없다면 만족해서는 안 돼. 나는…… 보다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통렬한 자아비판!
반성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뉴월드의 절대자가 된 이후로 게을리했던 태권도를 다시 연습해 보았다.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구사하던 발차기였는데도 막상 다시 해 보니 온몸이 삐거덕거린다. 새삼 몸이 얼마나 녹슬어 있었는지 실감되었다. 이게 문제였다. 확실히 아크는 이전의 감각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그러나 감각은 감각일 뿐, 정작 몸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배때기에 기름이 낀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때부터 아크의 독종 기질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태권도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틈틈이 작대기를 휘두르며 이전에 검술을 수련하던 감각을 일깨웠다.
그런 수련은 게임 속에서도 이어졌다.
한때 친위대원들이 경험했던 지옥훈련! 아크는 그와 똑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혹사시키듯이 몸을 굴려 댔다.
그렇게 보름!
‘할 수 있다! 아니, 해내고 말겠다!’
아크가 푸른 광선검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어둠 속에서 3명의 총기병이 떠올랐다.
동시에 사방에서 탄환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총기병이지만 탄환에 적중되면 통증이 느껴지고 실제로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위협적인 것은 총기병들의 움직임. 3명이 한 몸처럼 빈틈없이 움직이며 일점사로 아크를 몰아붙였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한참을 쫓겨 다니며 벌집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아크가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광선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탄환이 검광을 따라 휘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타마스에서 익힌 소드 디펜스!
광선검의 특성을 이용해 날아오는 탄환의 궤도를 틀어 버리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수련관에서 총기병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아크는 소드 디펜스가 단순한 방어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탄환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이는 다시 말해…….
핑-! 핑-! 핑-!
아크의 몸을 비껴나간 탄환이 반대쪽 총기병을 관통했다.
궤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탄환을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게 할 수도 있다는 뜻!
‘소드 디펜스는 방어기술이자 공격기술이다!’
총기병이 휘청거리는 사이 아크가 튕기듯 몸을 날려 바짝 따라붙었다. 그 뒤를 따라 길게 이어지던 검광이 복잡한 곡선을 그리며 총기병의 몸을 수차례 스쳐 지나갔다.
“일단 하나! 실드 이미션!”
아크가 실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순간 실드가 조각조각 부서지며 산탄처럼 총기병에게 뿜어졌다. 쓰러진 총기병이 폭발하듯 작은 빛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이로서 상황은 3대 1에서 2대 1!
세 방향으로 날아들던 탄환이 두 방향으로 줄어든 것만으로도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리고 하나하나, 총기병에게 따라붙어 남은 둘도 분해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총기병이 사라지자 광선검을 든 3명의 검사가 나타났다.
검을 든 상대가 총을 든 상대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총알 한 방에 죽어 버리는 현실이라면 그런 공식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게임.
레벨이 100정도 차이나지 않는 한 일격필살은 없다.
때문에 숙련된 검사의 검은 총기병을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방금 전 아크가 총기병을 상대로 증명한 바였다. 총기병 다음 관문이 검사인 것도 같은 의미.
위잉-! 위잉-! 위잉-!
세 방향에서 빛의 궤적을 만들며 날아드는 광선검!
순차적으로 공격하고 바로 방어 자세로 전환하는 그들의 검에는 빈틈이 없었다.
때문에 이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디펜스 브레이크!”
쏟아지는 검광 속에서 아크의 검이 회오리쳤다.
검사가 재빨리 물러나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두 검광이 충돌하는 순간 자세가 무너졌다.
상대의 방어 자세를 무너뜨리는 디펜스 브레이크의 효과!
활짝 열린 검사의 가슴에 검광이 떨어졌다. 일단 한 번 승기를 잡은 아크는 적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넣은 늑대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어 결국 빛의 입자로 분해시켰다. 1명이 쓰러지자 남은 두 검사의 검이 한결 흉포해졌다.
“소닉 소드! 디펜스 브레이크!”
아크는 진공파를 일으켜 한 명을 밀어내고 또다시 1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어둠 속에서 빛의 궤적이 수없이 교차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 결과 마침내 1명이 쓰러지고, 1대1 상황이 되자 남은 검사도 목이 꿰뚫리며 빛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수련관에 들어선 지 10여 분.
쉬지 않고 움직여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아크는 마침내 최종 관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빛과 함께 나타난 것은 3명의 전사! 이들은 한 손에는 광선검,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든 파이터였다.
총기병이 등장하는 1관문에서 1번. 그리고 검사들이 등장하는 2관문에서 1번. 나머지 3번의 패배는 바로 이 3관문을 넘지 못해서 맞이한 결과였다.
파이터들은 그만큼 어려운 상대였다.
위잉-! 투퉁-! 위잉-! 투퉁-!
검격을 피하면 탄환이, 탄환을 피하면 검격!
3명의 파이터가 몰아치자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니,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서부터는 본능! 내가 쌓아 온 것을 믿는 수밖에 없다!’
이게 아크가 세 번을 패배를 겪으며 깨달은 것이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공격. 이를 생각하고 대응하려고 했으니 항상 한 박자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생각을 닫아 버리는 편이 낫다. 그동안 파이터들을 상상하며 훈련한 감각을 믿고 몸의 흐림에 목숨을 맡기는 것이다.
‘돌아갈 길은 없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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