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69)
아크 더 레전드-169화(169/875)
[169] SPACE 7. 방문자 (4)아크는 자신을 궁지로 몰아붙이며 전의를 고취시켰다.
이는 공포와는 다르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
그와 함께 온몸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검을 막는다.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들과 세 번이나 싸워 보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면 검이 알아서 목적지를 찾아 간다. 생각보다 빨리!
쩌쩡-!
검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린다.
정확한 지점에 정확한 타이밍의 검격이 적중했다는 증거!
“갤럭시 소드!”
동시에 아크의 검이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그 부챗살이 하나의 검영이 되어 파이터들을 휘몰아쳤다. 아크는 휘몰아치는 검영 속으로 뛰어들어 휘청거리는 파이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디펜스 브레이크에 이은 소닉 소드, 그리고 다시 폭발하는 갤럭시 소드! 검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퍼부어지는 연속 공격에 파이터 하나가 빛의 입자로 변해 사라졌다.
순간 주도권이 아크에게 돌아왔다.
‘보인다! 파이터의 움직임 속에 숨겨진 질서가 보인다!’
그와 함께 솟구쳐 올라오는 자신감!
자신감은 아크의 검 끝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었다.
놈들의 총이 발사되는 타이밍이 보인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검이 움직였고, 뒤이어 발사된 탄환은 여지없이 아크의 몸을 비껴나갔다. 그리고 그 탄환이 반대편 벽에 닿기도 전에 광선검이 빛의 궤적을 만들며 파이터를 난자했다.
그리고 마침내!
-치명타!
콰직! 파지지지-!
광선검에 목이 꿰뚫린 파이터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헉헉헉! 헉헉헉헉!”
그제야 아크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의 땀구멍이 한꺼번에 활짝 열린 듯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해, 해냈다! 드디어 3관문을 통과했어!”
몸이 풍선처럼 터져 나갈 듯한 환희가 밀려든 건 그다음이었다. 쉽게 통과했으면 느끼지 못했을, 노력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승리의 쾌감이었다.
그런 아크의 승리를 축하하듯이 어두웠던 공간이 밝아졌다. 그리고 가벼운 진동과 함께 중심부에서 피라미드처럼 생긴 단상이 솟아 올라왔다.
그 꼭짓점 부분에 놓여 있는 것은 헬멧!
마치 중세시대의 스파르타 전사들이 사용하던 투구처럼 생긴 헬멧이었다.
“서, 설마 이게……?”
아크가 헬멧을 들어 올리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엘림의 헬멧(유니크)
아이템 타입 : 헬멧
착용 제한 : 엘림의 계승자 전용
방어력 : 35
내구도 : 100/100
선대 엘림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헬멧입니다.
엘림들은 막강한 힘을 구사하며 은하계의 질서를 지키는 사명을 가진 존재이니만큼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은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헬멧은 그런 정신력을 한 단계 더 높여 주기 위해 엘림의 종주인 무라트 족이 고대 비술의 힘을 빌려 특수하게 제작한 비보입니다.
이 헬멧을 장착하면 사악한 비술사나 초능력자의 정신파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우주의 기를 흡수해 포스로 전환하는 것도 더 수월해집니다. 또한 이 헬멧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가 장착되어 사용자의 전투 장면을 자동 녹화, 이를 분석해 전투술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정신계 사이킥에 대한 면역력 +50%, 포스 회복 속도 +50%》
※특수 옵션(전장의 기억) : 헬멧에 전투 장면을 녹화해 재생하면 실제로 그때로 돌아가 싸우는 것처럼 다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유니크 헬멧!
정신계 사이킥 에너지에 대한 면역력이 무려 50%……라고 해도 아직 에스퍼와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포스 회복 속도 50%만으로도 엄청난 옵션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이 헬멧이 자낙스가 계승자를 위해 남겨둔 물건이라는 것!
“그렇다면 혹시?”
아크가 헬멧을 썼을 때였다.
눈앞이 검게 변하며 안개처럼 흐릿한 영상이 떠올랐다.
그 영상 속에서 아크―헬멧에 기억되어 있는 사람, 아마도 자낙스이리라―는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는 여러 혹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진짜 혹성은 아니었다.
혹성 모양의 물체, 그 물체들은 아크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둥둥 뜬 채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자낙스의 힘이리라.
그러나 아크는 마치 정말 자신이 어떤 힘을 사용해 물체를 움직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손끝에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실로 물체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아크는 자기도 모르게 그 움직임에 맞춰 손을 움직였다.
그러기를 한참.
-새로운 스킬(직업전용☆☆☆)을 익혔습니다.
사이키네시스(유저, 액티브) : 당신은 계승자의 수련관을 통과해 자낙스가 남겨 둔 엘림의 헬멧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엘림의 헬멧을 통해 자낙스가 사용하던 힘의 파편을 엿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포스의 이용법 가운데 하나로 사이키네시스, 염동력이라고 불리는 기술이었습니다.
원래 염동력은 엘림 심법과 함께 가장 기초에 속하는 기술이지만 미묘한 포스의 활용법을 알아야 하기에 오직 스승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자낙스는 후세의 계승자를 위해 엘림의 헬멧을 이용해 염동력의 요령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염동력은 사용자의 집중력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집니다.
《정신력만으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작은 물체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포스 소모 : 50
새로운 스킬!
상상도 못 했던 방식의 스킬 전수에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을 때였다.
영상 속의 눈이 님프로 향했다.
님프의 화면에는 항해일지와 같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훌륭하다, 계승자여.
그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는 것은 계승자의 사명을 이어받고 스스로를 연마해 수련관을 통과했다는 증거.
그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대의 노고에 보답하는 의미로 이곳에 나의 헬멧을 남긴다. 아쉽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지금 내가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
이제 곧 나는 예정 없는 여행을 떠날 것이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나는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엘림의 사명을 이어 갈 계승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 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는 아직 나조차 모른다. 그게 내가 이곳에 모든 것을 남겨 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지금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이곳을 떠나 처음으로 가게 될 곳뿐이다.
5개의 혹성이 하나의 빛이 되는 곳.
그 중심의 깊은 곳에 그대를 위한 표식을 남겨 두겠다.
“역시 한 방에 풀리지는 않는군.”
정리하자면 다른 스킬이나 신기를 찾고 있으면 알아서 찾아오라는 말이다. 아크는 일단 수련관을 나가 광구에게 이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5개의 혹성이 하나의 빛이 되는 곳이라…….
광구가 깜빡거렸다.
로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디를 얘기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일단 5개 혹성이 하나의 빛이 되는 곳이라는 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지조차 모르니 말이야.
……로딩 실패다.
“혹성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한 혹성으로 보이게 되는, 그런 천체를 뜻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너무 광범위하다. 대체 은하계의 혹성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런 배열의 혹성군은 적게 잡아도 수백 개,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주기적으로 그런 배열을 이루게 되는 행성까지 포함하면 그 몇 배는 될 거다. 무식하게 그 모든 혹성을 일일이 하나씩 돌아다니며 찾아볼 생각인가? 수백 개, 혹은 그 몇 배나 되는 혹성을?
“그건 아니지만…….”
-자낙스가 후계자를 위해 남겨준 단서다. 분명 그가 남겨놓은 글 속에 어딘가 한 곳을 특정할 수 있는 힌트가 있을 거야. 먼저 그걸 파악하는 게 순서다.
아크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수련관을 통과했을 때는 바로 자낙스의 유물을 찾아나설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일반 판타지 게임이라면 의심가는 곳을 마구잡이로 뒤져보기라도 하겠지만 이곳은 갤럭시안, 무대는 은하계다. 무턱대고 뒤질만한 크기의 배경이 아닌 것이다. 광구의 말처럼 자낙스가 남긴 단서의 의미를 파악해 수색 범위를 한정지을 필요가 있었다.
‘좀 더 자료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때 아크의 님프가 진동하며 음성 메시지가 들려왔다.
-아크 님, 저 시엔입니다. 지금 누군가 섹터 입구에서 아크 님을 찾고 있습니다.
“저를요? 누가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겠답니다.
* * *
“저기…….”
아크가 찜찜한 눈으로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시엔에게 연락받은, 그러니까 아크를 찾는다던 사내였다.
그러나 아크가 엘림의 성소를 나온 것은 그로부터 20분이 더 지난 뒤였다.
사실 이런 방문자는 그가 처음이 아니었다.
어찌 됐든 아크는 벨타나와 아타마스 전장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유저. 지나치게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워 아타마스 승전에 대한 방송에는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S-20의 홍보 탓에 아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S-20에 찾아온 개척자가 아크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 개척자들까지 일일이 만나 주려면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판! 그래도 이런 시기에 개척자의 요청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었지만 굳이 서둘러 뛰어나올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볼일 다 보고 나서야 슬렁슬렁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사내는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급하게 아크를 찾았다는 금발 사내는 놀랍게도…….
“은하연방의 제1 내사과장 볼티어 중령입니다.”
은하연방의 관리!
그것도 내사과장이란다.
일단 뭔가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있는 관리를 만나면 움츠러드는 게 서민의 안타까운 습성. 아크 역시 그런 서민 중 하나였다. 게다가 아크는 찔릴 만한 건수(?)도 있었다.
아크가 S-20의 관리자가 된 것은 정당한 퀘스트의 보상이었지만, 합법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원래 섹터와 관리자의 지정은 내무부 관할.
따지고 보면 마틴 후작이 약속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섹터 지정 과정에서도 마틴 후작은 압력을 행사해 중간 심사 과정을 건너뛰게 해 주었다.
문제 삼자면 걸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내사과라면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부서! 혹시 그걸 조사하러 나온 거 아니야?’
찔리는 게 있으니 괜히 불안해진다.
그러나 아크는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내사과장님께서 제게는 무슨 볼일이 있어서……?”
“부탁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사과장님이 저에게 무슨 부탁이 있다는 말입니까?”
“사람을 좀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구출이라는 표현을 써야겠군요.”
“무슨 말씀인지 도통 못 알아듣겠습니다.”
“설명드리지요.”
볼티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은 얼마 전에 궤도 감옥 스탈라에서 폭동이 일어나 몇몇 죄수들이 탈옥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에 저희 내사과 직원이 추격대를 조직해 놈들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은하계 최북단에 위치한 하르마돈 성좌에 속해 있는 아마라라는 혹성에서 놈들을 따라잡았다는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어 있다가 어제 추격대의 일원이 보내온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마라에서 추격대가 놈들이 파 놓은 함정에 걸려 모두 사로잡혔고 현재는 일정 거리 밖에서 대기하던 대원 1명만이 남아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보고였습니다.”
“흥미진진하군요. 그래서요?”
“말씀드렸다시피 아크 님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내사과 직원이면 연방군 아닙니까? 당연히 구출 작전도 연방군이 맡아야 하지 않습니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볼티어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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