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
아크 더 레전드-17화(17/875)
[17] SPACE 6. 웰컴 투 네팔림(PART : 1) (3)“흥, 양아치 자식들!”
아크가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웅얼거렸다.
“빙신, 내가 약 먹었냐? 두고 보자는 놈에게 신상명세를 줄줄 읊어 대게?”
마일드가 폭행 현행범으로 경비 안드로이드에게 끌려가 조서를 꾸미고, 졸개들이 이를 갈아붙이며 광장을 뒤지고 있을 때, 아크는 이미 광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중심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이 뻔한데 굳이 그런 곳에서 얼쩡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니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훗, 멍청한 마일드 자식. 축 늘어진 채로 질질 끌려가는 꼴이라니.”
덕분에 아크는 꾸역꾸역 쌓여 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실실거리며 좋아만 할 일은 아니었다.
사실 처음 마일드 패거리가 시비를 걸었을 때, 아크가 고분고분 자리를 양보해 주려던 것은 당장 무슨 짓을 당할까 싶어서가 아니었다. 네팔림은 도시, 아무리 생각 없는 양아치들이라도 도시 안에서 PK(플레이어 살해)라는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놈들이 앙심을 품고 도시 밖에서 사냥을 방해하거나 혹은 PK를 하겠답시고 덤벼 대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뭐,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게 내 철칙이지만…….’
그것도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졌을 때의 얘기다.
‘지금 나는 이제 막 튜토리얼을 마친 초보 유저. 네팔림 주변을 벗어날 수도 없는 입장이야. 그런 처지에서 네팔림을 근거지로 삼은 양아치 패거리를, 그것도 나보다 레벨이 높은 놈들을 적으로 만들어 버리면 여러모로 귀찮아지겠지. 놈들이 정말 작정하고 방해하려 든다면 도시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그래서 참았던 거다.
그러나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양아치 두목 자식, 딱 보니 성격 지랄 맞게 생겼던데…….’
아크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는 관상인 것이다. 덕분에 냉정을 되찾자 ‘찜찜함+불안감+귀찮음’이 짬뽕된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고, 딱히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양아치들의 협박에 자리를 비켜 주려 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양보한 것이다.
그런데 삥까지 뜯긴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크가?
그딴 셔틀 같은 짓을 할 바에는 게임을 접고 만다!
‘그래, 이미 벌어진 일 가지고 고민해 봐야 나만 손해지. 놈들이 꼭 보복을 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놈들이라고 24시간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당분간 밖에 나갈 때는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그러다 보면 놈들은 나를 잊겠지만…….’
은혜는 몰라도 원한은 마르고 닳도록 잊지 않는 아크다.
‘개척지라고 해도 네팔림은 어차피 초보 지역, 이런 곳에서 남들보다 레벨이 조금 더 높다는 것만 믿고 날 호구 취급했다 이거지? 두고 보자고? 하, 놀고 있군. 두고 볼 사람은 나다. 마일드와 졸개 4마리…… 네놈들 얼굴은 확실하게 기억했다. 1년이 지나든 2년이 지나든 언젠가 기필코 날 건드린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뭐, 그 전까지는 놈들의 눈치를 살피며 피해 다녀야겠지만. 그러나 그마저 복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또 아크였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잠시 복수를 다짐하던 아크가 손에 들린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결과적으로 아크와 마일드를 싸움 직전까지 몰고 갔던 비행기 장난감.
사실 처음 마일드가 장난감을 건네 달라고 했을 때는 그저 기분이 더러워서 거절했는데, 막상 광장을 빠져나와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놈이 자릿세로 요구한 돈은 10골드였어. 그러다가 갑자기 장난감을 달라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해. 적당한 수준에서 흥정할 생각이었다면 금액을 깎거나 아니면 무기를 달라고 했어야 정상이야. 그런데 왜 하필이면 팔리지도 않는 장난감을 달라고 했을까?’
내내 아크를 찜찜하게 만들었던 의문이었다.
그러나 광장을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히자 금세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장사하는 유저들의 삥이나 뜯는 놈이 갑자기 착해져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템을 달라고 할 리가 없어.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이 장난감이 10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뜻이야. 틀림없어. 그게 아니라면 놈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아. 내게 이 장난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봤던 것도 그 때문이야. 이 장난감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적어도 10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뭔가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크는 광장 분수 근처에 앉아 장난감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론 장난감을 받았을 때도 한 번 살펴보기는 했다.
그러나 아이템을 준 게 새끼 문어라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고 대충 훑어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막상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꼼꼼히 살펴보니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의외의 정교함.
어린애가, 심지어 문어가 대충 꼼지락거려 만든 장난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정교함이었다.
‘그러고 보니…….’
의심하기 시작하니 한도 끝도 없었다.
뭣보다 아크는 새끼 문어가 어디서 이 장난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크는 장난감에 완전히 몰입했다. 흔들어도 보고 부속품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면서 낑낑대기를 잠시, 딸칵 소리와 함께 꼬리날개가 위쪽으로 접혀 올라갔다.
동시에 아크의 심박수가 수직선을 그리며 치솟았다.
‘움직인다! 확실히 뭔가가 있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그게 일종의 스위치였던 모양이다.
꼬리날개가 접히자 지금까지 꼼짝도 않던 다른 부속품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여지는 부품은 꼬리날개와 양 날개, 위쪽 안테나 같은 것까지 모두 5개. 하지만 5개를 다 조작해도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아. 만약 정말 이 장난감에 뭔가가 숨겨져 있고, 부품을 조작해서 알아내는 거라면 조작 순서에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번뜩이는 영감과 함께 조물락조물락…….
쉬지 않고 부품을 조물락대기를 대략 1시간여.
찰칵.
갑자기 장난감 아랫부분이 열리며 USB처럼 생긴 메모리 칩이 떨어져 나오는 게 아닌가?
동시에 님프에서 정보창이 떠올랐다.
-밝혀지지 않은 메모리 칩을 얻었습니다. 갤럭시안에서는 여러 종류의 정보가 담겨 있는 메모리 칩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메모리 칩은 님프에 접속시켜 담겨 있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시 뭔가가 있었어!”
기대감에 들뜬 아크가 메모리 칩을 님프에 접속시켰을 때였다.
-메모리 칩에 락이 걸려 있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님프를 통해 보안 코드를 입력하거나 락을 해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락이라고?”
이게 웬 부푼 기대감에 바람 빠지는 소리란 말인가?
“보안 코드를 입력하라니? 갑자기 그런 걸 어디서 찾으란 말이야?”
게임 속에서 대부분의 해답은 문제와 멀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게 정석.
‘하지만 1시간이 넘도록 장난감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힌트가 될 만한 건 없었어.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장난감이 처음 있었던 장소 혹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던 NPC가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겠지.’
거기까지 생각하자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틀림없어. 장난감을 준 새끼 문어가 보안 코드에 대한 힌트를 가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R-14는 한 번 나오면 되돌아갈 수 없는 지역. 결국 힌트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잖아? 빌어먹을, 왜 장난감을 받았을 때 좀 더 꼼꼼히 살펴볼 생각을 못 한 거지?’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크가 늦어도 사나흘이면 졸업하는 R-14에서 보름이 넘도록 있었던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초심을 되찾기 위한 수련 과정이었다.
그리고 파이프 청소 300번, 우주 벌레 사냥 퀘스트 200번, 합이 500번! 모두가 무한 반복이라고 여기던 반복 퀘스트의 끝을 봤을 때 스스로 초심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멀었구나. 특이한 아이템을 얻고도 다른 유저가 관심을 보이기 전까지 제대로 살펴볼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야.’
그러나 아직 데이터 확인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보안 코드를 입수하기는 힘들어졌지만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법이 그것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정보창에 ‘보안 코드를 입력하거나’라고 쓰여 있다는 것은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마일드가 장난감의 비밀을 알고 접근해 온 것이라면 아마도 그 둘은 보안 코드 없이 데이터 락을 풀어 낼 방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았다.
‘물론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는 않겠지?’
결국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크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갤럭시안,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이니까.
“뭐, 그건 천천히 알아보면 되겠지.”
아크는 쭉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R-14에서 챙겨 온 무기 덕분에 주머니도 두둑해졌고 뭔가 있어 보이는 데이터도 얻었다.
그 와중에 마일드라는 기분 나쁜 패거리와 얽히게 됐지만 게임 속에서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걱정까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뭣보다 아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일단 먼저 들러 볼 곳은…….”
* SPACE 7. 웰컴 투 네팔림(PART : 2) (1)
“호오, 뷰라드가?”
포넨이 흥미로운 표정을 떠올렸다.
아크가 그와 마주한 곳은 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고층 빌딩, 은하연방 네팔림 지부였다.
아크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R-14 훈련 센터 관리자 뷰라드에게 받은 추천서 때문이었다.
은하연방 지부는 말 그대로 정부 기관이라 일반 유저는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추천서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 오케이. 각종 절차를 가볍게 워프 해 곧바로 개척자 지원 담당이라는 직함을 가진 NPC 포넨을 만날 수 있었다.
“뷰라드는 개나 소나 우주로 기어 나온다며 개척자를 곱게 보지 않는 구석이 있는 친구인데, 직접 추천서까지 써 준 걸 보면 자네를 꽤나 좋게 본 모양이군. 그래,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들은 것 같아. R-14의 훈련 과정을 꽤나 높은 점수로 통과한 개척자가 있다고. 그 때문에 다른 개척자들도 상당히 떠들썩했다더군.”
아크는 R-14에서 벌어진 소동을 모르고 있었다.
R-14는 훈련을 마치고 개척지로 오면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초보 지역. 그런 곳의 정보를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한가한 아크가 아닌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포넨의 말을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자신의 재량을 자랑거리로 삼지 않는 마음가짐은 매우 좋은 것이지.”
살짝 분위기를 맞춰 주자 포넨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끄덕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까도 말했듯이 요즘은 개나 소나 개척자가 되겠다고 우주로 기어 나오고 있네. 하지만 정말 쓸 만한 개척자는 별로 없어. 하나같이 약해빠진 놈들뿐이지. 하지만 뷰라드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 자네라면 자랑스러운 은하연방의 후원을 받을 자격이 있어. 물론 아무리 뷰라드의 추천이라도 몇 가지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겠지만.”
포넨의 말이 끝나자 님프에서 정보창이 떠올랐다.
-《R-14 훈련 센터장 뷰라드의 추천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네팔림의 연방 관리국 담당자에게 은하연방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심사 과정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만약 심사 과정을 통과하면 이후 은하연방을 스폰서로 삼아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스폰서 관련 퀘스트였군.’
추천서를 받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일이다.
스폰서는 갤럭시안의 모든 유저가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갤럭시안은 원래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인 우주 개척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이스타나도 테라포밍Terraforming(외계 혹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완료된 곳은 도시 주변뿐, 이스타나 전체 면적의 10%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지역은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이스타나의 나머지 지역이나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DNA를 재배열해 극한의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바꿔 주는 신체코팅을 받아야 한다.
갤럭시안에 게임을 시작할 때 캐릭터에게 부여하는 기본 적성, 전사나 마법사 따위를 고르는 시스템이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다른 게임과 달리 갤럭시안은 그런 기본 적성을 신체코팅 받을 때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직업 선택은 그 뒤의 부차적인 일.
따지고 보면 신체코팅을 받기 전까지는 아직 본 게임도 아닌 것이다. 그 전까지는 초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해 쓸 만한 퀘스트를 받기도 어렵다.
잘해야 R-14에서 받았던 잡일과 같은 반복 퀘스트. 신체코팅을 받아 진짜 개척자로 인정받는 게 뭣보다 우선이었다.
그 신체코팅을 받기 위한 조건은 일단 두 가지, 30 이상의 레벨과 스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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