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0)
아크 더 레전드-170화(170/875)
[170] SPACE 7. 방문자 (5)“이번 탈주자 포획은 극비 임무였습니다. 스탈라에서 탈주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면 은하연방은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죠. 당연히 연방 정부에서도 임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 추격대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해도 연방군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방에도 특수 요원 정도는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게 아크 님을 찾아온 이유입니다.”
“에?”
“아크 님은 벨타나와 아타마스 전장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전사입니다. 그중 벨타나 전장에서 얻은 명성은 거의 첩보원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 낸 것이더군요. 때문에 저는 이 임무에 아크 님이 적임자라고 판단했고, 마틴 후작님의 추천도 받았습니다.”
마틴 후작의 추천이라는 말에 아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벨타나 승전으로 얽히기 된 마틴 후작과 아크는 그동안 꽤 많은 것을 주고받았다.
사실 아크에게 마틴 후작은 여러모로 귀찮은 존재였지만, 한편으로는 VIP급 고객이기도 했다.
매번 까다로운 퀘스트를 가져오지만 일단 성공하면 마틴 후작의 권력을 이용해 일반 퀘스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보수를 받아 낼 수 있는 것이다.
S-20도 그중 하나.
도움이 되는 NPC와의 관계는 지옥 끝까지 가져간다!
아크는 이런 가치관에 입각해 앞으로 마틴 후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VIP 고객이라도 이런 식으로 아무 일이나 떠맡기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물론 이 역시 비공식이지만 은하연방의 퀘스트이니 보수는 짭짤하리라. 아니, 어쩌면 비공식이라 더 많은 것을 뜯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하계 변방까지 다녀와야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리라.
‘퀘스트는 일단 받고 보자는 게 내 철학이지만…….’
그것도 받아 놓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널널한 퀘스트의 얘기다. 내용을 들어 보니 퀘스트를 수락하면 당장 은하계 변방으로 날아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다.
//그러나 아크는 자낙스가 남긴 단서를 해독하는 일 외에도, 아직 S-20의 기반을 좀 더 다져 놓을 필요가 있었다. 장시간 이곳을 떠나야하는 일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크는 정중하게 사양의 뜻을 표했다.
“제가 벨타나나 아타마스에서 분에 넘치는 전공을 세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건 알려진 바와 달리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런 일에 경험도 없는 제가 맡기에는 사안이 너무 무겁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십시오. 분명 저보다 적임자가…….”
“거절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 볼티어가 아크의 말을 자르며 바라보았다.
“아크 님은 그녀가 이번 사태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연방군 직원이 탈주자들에게 사로잡힌 게 아크의 책임이라는 건가?
어이없는 발언에 아크가 어이없이 바라볼 때였다.
“이리나라는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뒤이어 나온 말에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리나? 그럼 혹시 탈주자들에게 잡혔다는 직원이…….”
“그녀입니다. 이리나 소위는 원래 내사과 소속으로 제 부하입니다. 그런 그녀가 추격대 따위에 동원된 건 벨타나의 사령관이었던 하만 대령의 눈 밖에 나 좌천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죄수 부대원으로 참전해 공적을 세웠음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감옥에 갇히게 된 개척자를 구해 주기 위해서, 그 개척자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 때문에……!”
아크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아크는 벨타나에서 귀환했을 때 외에도 이리나를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정기검진을 받으러 갈 때 몇 번 따라가 이전에 그녀가 있던 병실을 기웃거린 적이 있는 것이다.
왠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리나가 지금 아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아크를 도우려다가 좌천을 당했기 때문이란다. 아예 모르면 몰랐으되,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이리나 소위가 그래도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군요.”
볼티어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타고 온 비행정으로 타투인까지 모시겠습니다. 타투인에는 은하계 변경까지 이어진 외우주 항로가 있으니 그걸 타고 아마라까지 가시면 됩니다. 아마라에 도착하면 추격대원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름은 하진. 그가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 줄 겁니다.”
《추격대를 구출하라.》
당신은 은하연방의 내사과장에게 은밀한 임무를 의뢰 받았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궤도 감옥 스탈라에서 탈옥한 죄수를 포획하는 임무를 받은 추격대가 함정에 빠져 잡혀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에 내사과장 볼티어는 은밀히 그들을 구출할 전사를 찾고 있었고, 마틴 후작의 추천으로 당신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임무의 생명은 은밀함입니다. 스탈라의 탈주 사건이 매스컴에 알려지면 은하연방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구출하기 전에 탈옥수에게 들킨다면 추격대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일반 개척자로 위장해 아마라에 잠입, 추격대원 중 하나였던 하진 하사를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그들을 구출해야합니다.
※난이도: B+
역시 퀘스트 정보창에 이리나의 이름은 없다.
다시 말해 이리나를 들먹인 건 볼티어 스스로 생각해서 한 일이라는 뜻이다. 날로 진화하는 NPC의 인공지능은 이제 진짜 유저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뜻이다. 하긴 루시퍼 같은 놈도 있으니…….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곧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아크는 일단 멜린과 헤겔을 밖으로 불러냈다.
최연장자와 최연소자라는 점도 있지만,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S-20의 운영을 맡기기에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크는 S-20의 관리를 둘에게 맡기고 볼티어가 타고 온 관용 비행정에 몸을 실었다.
* * *
콰아아아아-!
1기의 비행정이 창공을 가로질렀다.
비행정이 일으키는 굉음에 한 청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은하연방의 비행정? 별일이군. 이런 곳에서 연방의 비행정이 날아다니다니.”
잠시 비행정을 바라보던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나하고는 상관없지.”
그리고 잠시 님프를 조작하며 주위를 훑어보기를 잠시.
“그래, 다 왔다. 이제 저 언덕만 넘으면 파고스 화산. 섹터 S-20이 있는 곳이다. 드디어…… 드디어 아크가 있는 곳까지 왔어. 이제 곧…… 곧 아크를 만날 수 있다!”
흥분한 표정으로 울창한 밀림을 헤치며 달리는 사내.
얼마 전 아타마스 혹성의 승전으로 사면된 금발 청년 레피드였다.
* SPACE 8. 아마라 (1)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술집은 불안한 분위기에 잠겨 있다.
손님들은 모두 한 사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술집 중앙에 마치 왕이라도 된 것처럼 거만한 자세로 앉아 시가를 질겅거리는 흉악한 낯짝의 털보.
“어이, 왜들 그래? 술 마시라고. 와핫핫핫핫!”
털보가 제 세상이라도 되는 양 게걸스럽게 웃으며 떠들어 댔다. 그러나 누구도 나서서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불안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리고 몇몇 손님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다가갔다.
그러자 털보의 눈매가 바짝 치켜 올라갔다.
“어이! 너희들 뭐야? 어디 가는 거야?”
“아니, 갑자기 볼일이…….”
“까는 소리 하지 말고 앉아. 멋대로 일어나면 한판 뜨자는 뜻으로 알아듣겠어!”
“하, 하지만…….”
그때 술집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술집으로 들어섰다.
남자는 묵묵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몸에 묻어 있는 흙먼지를 털며 술집을 가로질렀다. 그가 눈앞을 지나가자 털보의 얼굴이 휴지조각처럼 일그러졌다.
“어이! 네놈, 거기서!”
“나? 왜?”
“누가 네놈 멋대로 들어오라고 했나? 앙?”
“이 술집 주인인가?”
“아니다.”
털보의 대답에 사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바를 향해 몸을 돌리자 털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너 이 새끼, 죽고 싶어? 내가 누구인지 알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볼일만 보고 나갈 테니 그냥 놔두기 바란다.”
“뭐? 문제? 그냥 놔둬? 하! 이 새끼 보게.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네놈 이마에 직접 박아 넣어 알려 주지. 잘 새겨들어라. 이 몸은 핏빛 털의 학살자 무크 님이시다!”
자칭 핏빛 털의 학살자 무크가 번뜩이는 속도로 권총을 들어 올렸다.
순간 술집에 한 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이, 이럴 수가…….”
무크가 목덜미에 닿아있는 시퍼런 광선검을 내려다보며 떠듬거렸다. 광선검을 들고 있는 사내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핏빛 털의 학살자 무크 님, 계속 해볼 텐가?”
“아, 아닙니다.”
“나가는 문은 저쪽이다.”
“네? 아, 네! 아, 안녕히 계십시오!”
무크가 얼른 총을 집어넣고 허겁지겁 술집을 뛰어나갔다.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제야 숨통이 트인 듯 한숨을 내쉬었다.
“괴, 굉장해! 저 무크를 검 하나로 쫓아내다니…….”
“저 남자는 대체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잘은 몰라도 분명 상당히 이름 난 개척자일 거야.”
사람들이 흠모의 눈빛으로 사내를 힐끔거리며 웅성거렸다.
그러나 사내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젠장, 이놈의 혹성은 대체…….’
본의 아니게 서부영화의 한 컷 같은 장면을 연출한 사내.
그의 이름은 아크였다.
* * *
“여기가 아마라인가?”
아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볼티어를 따라 타투인으로 돌아가 우주 터미널에 도착.
그곳에서 변경의 주요 개척 혹성 사이를 순회하는 외항 우주선 아스트랄을 타고 아마라를 향해 출발했다.
무수한 별의 집합체인 은하계.
이름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겠지만 그 넓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깝다고 하는 혹성 사이의 거리도 수 광년, 좀 멀다 싶으면 수십만 광년. 빛의 속도로 수십만 년을 가야 하는 거리라는 말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거리 항해용 우주선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동법, 워프 항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타투인에서 출발한 지 24시간. 아크는 은하계 변경에 위치한 혹성 아마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기분이군.”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붉은 대지.
아마라의 우주 터미널은 그 위에 세워진 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위에 보이는 건물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고 양파 모양의 지붕으로 되어 있어 풍경만 보자면 마치 중세 아랍의 도시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시 SF. 거리에는 안드로이드가 활보하고, 하늘에는 세기도 힘든 비행정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개척 혹성에 첫 방문이라 이것저것 구경해 보고 싶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니다.
-은하연방의 특수 보안 통신망에 연결되었습니다.
-이 코드는…… 연방군입니까?
님프에 볼티어에게 받은 보안코드를 입력하자 지지직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연방군은 아닙니다. 볼티어 중령에게 의뢰를 받은 개척자입니다.”
-개척자…….
연방군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관이 하진 하사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은?
“저는 아크라고 합니다.”
-아, 아크? 호, 혹시 벨타나의 영웅?
적어도 연방군 내에서 아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역시나 아크라는 이름을 밝히자 실망스러워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호감으로 바뀌었다.
이런 걸 보면 유명세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볼티어 중령에게 들은 얘기는 대략적인 상황뿐입니다. 자세한 현지 상황은 하사님을 만나 들으라고 하더군요. 제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이곳에 도착해 바로 연락하신 거라면 우주 터미널 근처군요. 저는 그 도시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곳에 우주선을 숨겨 두고 있어 제가 움직이기는 힘듭니다. 죄송하지만 좌표를 보내 드릴 테니 아크 님께서 이곳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크는 좌표를 님프에 등록하고 도시를 가로질렀다.
아마라는 그리 번성한 혹성은 아니었다. 은하계를 하나의 나라로 보자면 아마라는 아직 개발조차 이뤄지지 않은 변경의 촌구석. 그러나 대로를 따라 늘어선 상점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특이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물건에 혹할 때가 아니다.
대로를 가로지르자 점차 건물이 적어지더니 이내 넓은 황야가 펼쳐졌다. 풀포기 하나 없는 붉은 대지, 이게 아마라의 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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