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1)
아크 더 레전드-171화(171/875)
[171] SPACE 8. 아마라 (2)“자, 그럼…….”
“어이, 거기. 잠시만.”
아크가 에어보드를 꺼내 들 때였다.
뒤에서 넝마를 걸친 사내 3명이 다가왔다.
“혹시 아마라에 처음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일행 분들은?”
“저 혼자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수상한 눈빛을 교환하던 사내들이 총을 뽑아 들었다.
“대가리에 바람구멍 뚫기 싫으면 에어보드와 가진 거 다 내려놓고 얼른 꺼져!”
개척 혹성은 기본적으로 아웃랜드와 같은 무법지대.
심지어 은하연방이나 라마족, 아슐라트의 공권력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혹성에 따라서는 영주 같은 권력자가 있는 곳도 있지만 그 영향력도 도시 내부에만 통용된다. 도시를 한 발만 벗어나도 완전한 무법지대. 설사 살인을 저질러도 다른 혹성으로 날라버리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아크는 삥 뜯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Kill!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이! 거기 네놈! 에어보드를 멈춰라!”
괴상한 생물을 타고 에어보드에 따라붙는 노상강도 세 번!
쿠쿠쿠쿠! 크와아아아아아!
괴상한 몬스터가 떼 지어 앞을 가로막은 게 네 번!
3시간 반에 걸쳐 총 일곱 번의 전투를 치른 뒤에야 아크는 하진이 보내 준 좌표, 넓은 황야 한복판에 몇 채의 집과 주점, 여관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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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곳에 와 버렸군.’
자칭 붉은 털의 학살자 무크가 사라진 직후.
아크는 한숨을 불어 내며 호감의 눈빛을 보내는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그때 후드를 푹 눌러쓰고 구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아크의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아크 님이십니까?”
“하진?”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하진이 구석 자리로 아크를 안내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인사드리죠. 제가 하진입니다.”
후드를 벗은 하진은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아크입니다. 서두르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먼저 자세한 상황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저 역시 소위님과 대원들이 겪고 있을 고초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합니다.”
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탈라에서 탈옥한 범죄자를 포획하는 임무를 맡은 이리나와 추격대. 이들이 탈옥수들의 대한 단서를 찾은 것은 콰이안이라는 우주 정거장에서였다. 단서는 탈옥수들이 은하계 변경에 위치한 혹성 아마라의 은신처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이에 이리나는 대원들을 이끌고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주변을 수색했다.
“놈들의 은신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근처입니까?”
“이 마을에서 5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동굴입니다. 그 동굴 속에서 놈들이 탈주할 때 훔친 연방군 수송기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곳을 용케 찾아냈군요.”
“탈옥수들 가운데 내통자가 있었습니다.”
“내통자?”
“네, 탈옥수들 중에는 본의 아니게 끌려온 자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탈옥했다가 다시 잡히면 형량이 몇 배로 늘어나니 차라리 추격대에 협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겠죠.”
당연히 이리나는 대원들을 이끌고 은신처로 잠입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놈들과 교전 중이라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것이다.
그게 이미 며칠 전의 일이었다.
비행사라 우주선에 남아 있던 하진은 곧바로 볼티어에게 긴급 통신을 보냈지만 아마라와 이스타나는 수십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연락이 닿는 데 며칠이나 되는 시간이 걸린 것. 웃기는 얘기지만 그만한 거리라면 통신용 전파가 워프 항법으로 이동하는 우주선보다 느린 것이다.
그러나 하진은 동굴을 감시하느라 움직일 수 없었다.
또한 이미 연방군이 추격해 왔음을 탈옥수들이 알아 버린 상태라 동굴 근처에 착륙시켜 놓은 우주선을 함부로 띄울 수도 없었다. 아크가 이곳까지 찾아와야 했던 이유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장 위험해지지는 않겠지만…….’
놈들이 이리나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간다.
이리나는 개척자, 불사의 몸이다. 죽여도 페어리에서 부활하면 놈들의 은신처가 은하연방에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은신처를 숨기기 위해 잡아 두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을까? 이리나가 은신처에 잠입하기 전에 은하연방에 연락했을지도 모르고, 하진처럼 밖에서 대기하는 병사가 있을지도 몰라.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차라리 대원들을 해치우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리나를 생포해 두고 있다면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빤히 바라보는 하진의 시선 때문이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십니까?”
“아니, 그냥…….”
하진이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리나 소위 님은 공사가 분명하신 분입니다. 평소에는 다정하지만 조금이라도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부하인 저희들에게도 가차 없는 분이시죠.”
평소에는 다정하다는 말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공사가 분명한 건 확실하다. 오죽하면 벨타나의 죄수 부대원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철면피라고 불렀겠는가.
“그런데요?”
“그런 소위 님이 유일하게 상관에게 항명한 건 아크 님이 벨타나에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을 때뿐입니다. 그 뒤로도 소위님이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아크 님의 얘기를 할 때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어떤 분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리나 님이 제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요?”
“네, 가끔이지만.”
하진의 대답에 아크는 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아크에게 이리나는 왠지 신경 쓰이지만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벨타나에서 도움을 받았을 때 아크는 이리나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직후에 마주쳤을 때는 그런 기색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크가 병원에서 이리나를 보고도 말 한마디 붙여 보지 못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리나가 아크의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단다.
여자의 마음 따위는 모르지만 적어도 관심 없는 남자의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터. 하물며 그게 이리나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뭔가…… 의욕이 팍팍 솟구친다!
“바로 출발하죠.”
아크가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일어났을 때였다.
술집 문이 열리며 중갑 아머를 걸친 중년 사내가 뛰어 들어왔다.
“벨 영감, 이곳에 또 무크 자식이 나타나 난장을 친다는 얘기를 듣고 왔소.”
“아, 보안관! 이제 괜찮습니다. 저 개척자 분께서 쫓아 주셨습니다.”
술집 주인이 아크를 가리켰다.
보안관이 놀란 표정으로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 개척자가? 흠, 무크라면 근방에서 제법 알려진 악당인데, 제법 실력이 있는 모양이군. 자네, 이름이 뭔가?”
“아크입니다.”
“못 들어 본 이름이군. 이곳에는 얼마나 있을 생각인가?”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별문제는 없겠군. 어쨌든 무크를 쫓아 준 일은 고맙게 생각하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아크가 간만에 폼 나는 대답을 하며 몸을 돌렸다.
술집 주인이 황급히 아크를 불러 세웠다.
“이, 이보게! 잠시만!”
뭔가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아크가 방긋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을 때였다.
“술값은 주고 가야 할 것 아닌가!”
“네? 술값이라니요? 저는 마신 적 없는데요?”
“무크가 마신 술값 말이네. 자네가 쫓아냈으니 자네가 내야 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듯한 대사!
아크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보안관을 바라보았다.
보안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가 술값을 치르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더욱 당황해 버린 아크가 하진을 바라보았다. 하진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자금은 소위님이 관리하고 있어서…….”
아마라, 역시 빌어먹을 혹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는 계속된다!
* * *
‘빌어먹을!’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돌부리를 걷어찼다.
다름 아닌 아크다.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뜯어 낸 적은 있어도 뜯겨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술집에서 엉뚱한 시비에 휘말리는 바람에, 심지어 도와주기까지 했는데도 무크라는 놈의 술값을 덤터기 써 버렸다.
그 술값이 무려 7골드!
‘7골드면 S-20 평생 무료 이용권을 몇 장 팔아야 벌 수 있는 돈인데…….’
1장에 10실버니 7골드÷10실버=70명!
곧바로 계산해 내는 자신의 머리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물론 이리나 구출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청구하겠어! 이리나와 대원들을 구출하고 돌아가면 볼티어 중령에게 필요 경비로 청구하겠어!’
다크에덴의 CEO가 된 이후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 아크는 현금 영수증까지 꼼꼼하게 챙겨두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진을 따라 황야를 가로지르기를 1시간 여.
“여기입니다.”
동굴이라기에 아크는 평범한 던전을 떠올렸다.
그러나 하진이 가리킨 곳은 거대한 분화구처럼 수직으로 뚫린 구멍이었다.
내부는 마치 거꾸로 뒤집어 놓은 고깔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였는데, 그 내벽을 따라 나선형을 그리며 내려가게 되어 있는 철로가 붙어 있었다.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곳은 나라카라고 불리는 곳으로 오래전에는 에테르를 생산하던 광산이었다고 합니다. 매장된 에테르가 바닥나 지금은 버려진 폐광입니다.”
“이 아래의 갱도에 놈들이 숨어 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하진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정말 혼자서도 괜찮겠습니까?”
“제 임무는 탈옥수들을 포획하는 게 아니라 이리나 님과 대원들의 구출입니다. 그런 임무라면 혼자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어차피 다른 병력도 없지 않습니까?”
아크의 말대로 이런 임무는 병력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머릿수로 무턱대고 밀어붙이면 놈들이 포로를 죽이고 탈취한 수송선을 타고 도주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물론 아예 연방군 함대를 투입해 주변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이곳은 범우주 특별조약에 의해 치외법권 지대로 지정된 혹성.
연방군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특별조약 위반이었다. 더구나 매스컴에 알려지면 안 되는 사항. 새삼스럽지만 그게 볼티어가 아크에게 임무를 맡긴 이유였다.
물론 아크도 생각 없이 덜컥 임무를 맡은 것은 아니었다.
‘탈옥수들의 숫자는 10여 명!’
흉악범이라고 해도 오랜 수감 생활 탓에 레벨은 그리 높지 않으리라. 그러니 만약의 경우가 발생해도 그 정도 숫자라면 상대할 수 있다. 뭣보다 불과 하루 전에 성소의 수련관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크가 아니던가.
그만한 자신도 없었다면 퀘스트를 받지도 않았으리라.
“하진 님은 우주선에서 제 연락을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하진의 대답과 동시에 아크는 나라카 내부로 연결된 철로에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잠시 님프를 만지작거리던 하진이 기겁하며 비명을 터뜨렸다.
“아, 아크 님, 자, 잠깐! 나라카에는……!”
기기기기! 기기기기! 기기기기!
순간 아크가 발을 디딘 자리 주변의 흙이 들썩거리며 긴 물체가 솟아 올라왔다. 딱딱한 질감의 갑각에 쌓여 있는 뱀처럼 생긴 10여 마리의 우주 몬스터!
땅을 뚫고 솟아오른 놈들은 날카로운 송곳니가 빽빽이 들어찬 입에서 타액을 뚝뚝 떨어뜨리며 달려들었다.
화살처럼 허공을 날아 달려드는 뱀 떼!
“암석충! 아크 님, 위험…….”
하진이 핏기 없는 얼굴로 비명을 터뜨렸다.
아크의 몸이 빛의 궤적에 휩싸인 것은 그때였다.
한순간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빛의 궤적!
그와 함께 아크를 향해 날아들던 뱀들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빛의 잔상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검은 피가 터져 나오며 조각조각 잘린 뱀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속에서 푸른빛의 광선검을 든 아크가 하진을 돌아보았다.
“뭐라고요?”
“아, 아닙니다.”
하진이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며 대답했다.
“나라카는 폐광이 된 뒤로 암석충의 서식지가 됐으니 조심하시라고요.”
“도움이 되는 충고, 감사합니다.”
아크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태연한 표정과 달리 속은 심박 수가 2배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헉헉, 제, 젠장!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갑자기 땅속에서 솟아 나온 암석충, 아크가 이딴 놈들이 있는 줄 알았을 리가 없었다.
아마도 이전의 아크였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뱀 떼에 잘근잘근 씹히고 있으리라.
그러나 아크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붉은학살자와의 전투와 성소의 수련관 그리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 가며 수련한 무술. 그로 인해 반응 속도가 이전보다 몇 배나 올라가 있는 것이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이었지만, 덕분에 아크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나는 강해졌다!’
그러나 역시 이런 상황은 심장에 안 좋다. 그때부터 아크는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며 철로를 따라 이동했다.
“굉장하군.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런 신중함이라니! 역시 벨타나의 영웅!”
그러나 이미 아크의 신들린 검술을 목격한 하진의 눈에는 그조차 굉장해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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