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2)
아크 더 레전드-172화(172/875)
[172] SPACE 8. 아마라 (3)‘휴, 이제야……!’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치 고깔을 뒤집어 놓은 형태로 뻥 뚫려 있는 거대한 구멍, 나라카였다.
나라카는 깊이도 깊었지만 철로가 외벽을 따라 나선형을 그리며 놓여 있어 실제 이동해 온 거리는 그 몇 배나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거리가 아니었다.
바로 암석충!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달려드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놈들이 경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라카는 탈옥수들이 숨어 있는 곳, 암석충을 썰어 대며 내려가면서 들키지 않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건 스텔스를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암석충-
종류 : 우주 몬스터
위험도 : B
전투력 : F
암석충은 변경의 혹성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생명체입니다. 전투력은 일반 뱀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만, 암석충은 특정 지역에 수천 마리가 모여 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눈이 없는 대신 진동에 민감해서 땅속에 숨어 있다가 사냥감이 나타나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매우 위험한 생물입니다. 이에 수많은 개척자가 희생되어 일반 생물임에도 위험도 B의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를 많이 상대할수록 더 많은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암석충의 정보.
진동에 반응하는 놈이라 모습을 감추는 스텔스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해도 진동을 일으키지 않고 걸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하고 싶지만 방법은 두 가지나 되었다.
하나는 에어보드를 이용하는 방법.
공중에 뜬 상태로 이동하니 지면에 진동을 발생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에어보드를 사용하면 침투도 하기 전에 탈옥수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
‘늪지보행술!’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체중을 분산시키고 미끄러지듯이 걷는 보행술! 벨타나에서 아크는 늪지보행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눈 위에서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잠입 작전이니 여기에 하나 더!
“……스텔스.”
서바이버 스킬 스텔스!
아크는 스텔스로 몸을 숨기고 늪지보행술로 미끄러지듯이 철로를 따라 내려갔다.
사실 아크도 지금까지는 별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의외로 이런 잠입 작전에 최적화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뭐 어쨌든!
사사사삭! 사사사삭!
덕분에 아크는 형체도, 소리도 없이 나라카의 바닥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나라카의 바닥은 넓은 분지로 되어 있었다.
위에서는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내려와 보니 한쪽 구석에 수송선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탈옥수들이 탈취했다는 스탈라의 수송기이리라.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비행정이 1대가 아니잖아?’
분지에는 수송기보다 큰 비행정이 2대나 더 착륙해있는 것이다.
‘놈들이 스탈라에서 탈출할 때 수송선 외에도 다른 비행정을 2대나 더 훔쳤던 건가?’
볼티어나 하진은 그런 말까지 해주지는 않았다. 뭐 굳이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보다 아크의 의문을 자아내는 것은 분지 중심에 자리잡은 커다란 원반이었다.
크기는 직경 10여 미터 정도. 접시처럼 안쪽이 움푹 파여있는, 안테나처럼 보이는 시설물이었다.
‘아무리 봐도 수송선에 싣고 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니야. 그럼 원래 이곳에 있던 물건이라는 말인데…… 그렇다고 철로처럼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지도 않아. 대체 저 원반의 정체는 뭐지? 혹시 저게 놈들이 이곳에 숨어있는 이유와 상관이 있는 건가?’
잠시 원반을 바라보던 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게 뭐든 지금은 한눈 팔 때가 아니다. 나는 이리나를 찾아 탈출하면 그만이야.’
아크가 맞은편에 보이는 동굴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광산이었던 시설의 갱도이리라.
‘주위에 탈옥수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저 동굴 속에 들어가 있다는 말이겠지. 이리나 일행을 붙잡아 뒀다면 그들 역시 저 동굴 어딘가에 가둬 놓았을 거야.’
철로 끝에서 주위를 살피던 아크는 살금살금 동굴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막 동굴에 발을 들여놓으려 때였다.
“뭘 하고 있는 건가?”
동굴 속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아크는 터져 나오려는 당혹성을 꿀꺽 삼키며 얼른 근처의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입술을 잘근거리며 빔 소드를 움켜쥐었다.
‘뭐, 뭐야? 설마 들킨 건가?’
“수송선과 안테나를 지키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울리며 동굴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방금 전 아크가 발을 들여놓으려 했던 곳이었다.
“하암, 누가 뭐랍니까? 하지만 여기나 거기나 다를 것 없잖아요. 어차피 누군가 오면 여기서도 다 보인다고요. 그리고 따라붙었던 연방군 놈들도 다 잡아 넣었는데 오기는 누가 온다고 그럽니까? 예민하게 굴어 봤자 피곤하기만 하다고요.”
“하지만 연방군 놈들이 타고 온 우주선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그 우주선에 아직 남아 있는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 봤자 놈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연방군이 한꺼번에 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닥쳐라! 미천한 캐츠족이 감히 어디서 말대답을 하는 것이냐!”
“뭐요? 미천한 캐츠족?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단 말이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네놈들의 목숨 따위는 몇 개가 있어도 부족해. 그러니 잔말 말고 명령에 따라라. 항명은 용서하지 않겠다!”
“알았어! 알았다고! 일어나면 될 것 아니야!”
‘휴, 들킨 건 아니구나.’
아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불어 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어라?’
그리고 살금살금 몸을 움직여 동굴 안쪽을 바라보던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동굴 안에는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외계인이었는데, 외모가 엄청 눈에 익었다. 몸을 뒤덮은 윤기 나는 털, 뾰족한 귀, 봉긋 솟아 있는 주둥이 그리고 엉덩이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그 외모는 마치…….
‘고, 고양이? 탈옥수가 묘족이었던 거야?’
아크에게 고양이를 닮은 종족은 낯설지 않았다.
뉴월드 시절에 아크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줬던 NPC가 바로 눈앞에 있는 외계인과 꼭 닮은 묘족이었다.
비록 게임은 다르지만 그런 묘족을 보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뉴월드의 묘족과 달리 갤럭시안의 캐츠족은 범죄자, 정의의 사도 아크―경우에 따라서는―가 맞서 싸워야 할 적인 모양이다.
뭐랄까, 역시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크가 놀란 이유는 묘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녀석은 대체……?’
구시렁거리는 캐츠족을 질책하는 남자.
그는 얼마 전에 케로족이 파고스 화산을 습격했을 때, 발렌시아와 함께 라이오스사에 잠입해 실드의 배전반을 폭파시켰던 남자와 똑같은 로브를 입고 있는 게 아닌가?
로브만이 아니었다. 얼굴도 거의 흡사했다.
‘그때 로브의 남자는 배전반과 함께 자폭했다. 하지만 갤럭시안의 NPC 중에는 유저처럼 페어리를 통해 부활이 가능한 자들이 있어.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 자가 이곳에 있는 거지? 볼티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스탈라에서 탈옥 사건이 벌어진 건 파고스 화산이 습격 받기 전. 같은 인물이라면 그도 탈옥수일 리는 없어. 결국 도중에 탈옥수와 합류했다는 말인데…… 대체 왜?’
머릿속에서 수많은 의문이 교차했다.
그러나 당장은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문제가 있었다.
원래 바퀴벌레도 한 마리가 보이면 안 보이는 곳에 수백 마리가 있는 법. 이곳에 탈옥수 이외의 사람이 있다면, 그게 로브의 남자 하나뿐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크는 탈옥수 10여 명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몇 배나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로브의 남자와 같이 있던 발렌시아 일당까지도.
‘그래, 막상 생각해 보니 이상해. 이리나의 추격대는 탈옥수를 포획하기 위해 결성된 부대. 인원도 15명이나 된다.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10명 남짓의 탈옥수들에게 죽은 것도 아니고 생포됐다는 게 어딘지 이상했어. 하지만 이곳에 탈옥수 이외의 범죄자들이 숨어있었다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 //비행정이 3대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어. 1대는 탈옥수들이, 나머지 2대는 놈들이 타고 왔겠지. 비행정의 크기를 생각하면 적은 숫자가 아닐 것 같은데…… 젠장, 어쩐지 너무 쉽게 풀린다 싶더니!’
아크가 나서면 일이 꼬인다.
뉴월드 시절부터 면면이 이어져 오는 전통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겁을 집어먹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딴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이리나를 구출해 탈출하는 수밖에 없다!’
“쳇! 캐츠족이란!”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캐츠족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로브의 남자가 투덜거리며 동굴로 들어갔다. 이에 기회를 노리던 아크가 그를 따라 동굴로 들어서려 할 때였다.
“빌어먹을, 왜 내가 저딴 놈에게…… 응? 뭐지?”
구시렁거리며 밖으로 나오던 캐츠족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아크를 향해 다가왔다.
“분명 이곳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캐츠족의 말에 아크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외계인의 생김새는 그냥 무늬가 아니다. 거대한 몸집의 쿠파가 인간보다 동작이 굼뜬 대신 체력이 빵빵한 것처럼, 눈에 3개나 달린 삼지안 운가라 족 칼리벤이 총기 명중률에 보너스를 받는 것처럼, 생김새에 걸맞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닮은 캐츠족은 후각!
다른 종족보다 후각이 발달해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크는 스텔스로 모습을 숨기고 있는 중이지만 냄새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킁킁킁! 킁킁킁! 킁킁킁!
-스텔스가 발동 중입니다.
《현재 적에게 발각될 확률: 30%, 35%, 40%…….》
역시나 캐츠족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오자 발각 확률이 쭉쭉 상승했다.
‘젠장, 들키지 전에 기습을 해야 하나?’
스텔스는 들키지만 않으면 포스를 다 소모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도중에 스킬을 취소하면 다시 사용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동굴에 잠입도 하기 전에 스텔스가 해제 돼버리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설사 기습을 한다 해도 놈을 단칼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되레 위험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여기서 들키면 죽도 밥도 안 돼. 뭔가, 뭔가 방법을 찾지 않으면…….’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가 떠올랐다.
‘그래, 이거라면!’
이어 아크의 손에 번개처럼 움직이는 순간!
“헉! 이, 이 냄새는! 저기다!”
캐츠족이 눈동자를 번뜩이며 바위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 있는 손을 휘둘러 뭔가를 집어 들었다.
“오오! 이 냄새! 왜? 왜 이따위 것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어디…… 핫! 여, 역시 이 맛은 생선! 생선이다! 오오, 이런 곳에서 생선의 맛을 볼 수 있다니! 크헤헤헤헤! 왜 지금까지 여기에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던 거지? 핫, 아, 안 돼! 너무 시끄럽게 떠들면 다른 놈들이 눈치챌지도 몰라. 후후후후, 이건 내 거야! 나 혼자 먹기도 작다고!”
그리고 잽싸게 구석으로 뛰어가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캐츠족이 정신줄을 놓으면서까지 게걸스럽게 입에 쑤셔 넣은 것은 우주 식량이었다.
물론 평범한 우주 식량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자렘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제이의 보고에 의하면― 우주 식량, 이름 하여 문어표 어묵바!
위기의 순간에 아크가 생각해 낸 게 바로 이 어묵바였다.
고양이 하면 생선!
캐츠족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덕분에 아크는 캐츠족이 꼬리를 흔들어 대며 어묵바에 빠져있는 사이에 무사히 동굴에 진입할 수 있었다.
‘휴, 성공이다. 놈이 묘족과 성향이 같아서 다행이야. 시제품으로 챙겨 놓은 걸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캐츠족은 1마리가 아니었다.
동굴에 들어서자 간간이 보초(?)를 서고 있는 캐츠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고양이의 천성은 만사태평.
보초랍시고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대부분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로브의 남자가 왜 짜증을 부려 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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