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5)
아크 더 레전드-175화(175/875)
[175] SPACE 9. 어둠을 부르는 빛 (3)이리나가 몸을 날리며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크윽! 소, 소위 님!”
“꽉 잡아라! 놓치면 안 돼!”
“저, 저는 틀렸습니다! 부상이 심해서 이제 손에 힘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저는 상관 마시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도망가십시오!”
“사내자식이 약한 소리 하지 마! 이미 많은 대원을 잃었다! 더는 잃을 수 없어!”
“하, 하지만…….”
“닥치라고 했지? 떠들 힘이 있으면 기어 올라와!”
“그, 그게 아니라…… 위를 보십시오! 나, 낙석입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이리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경사를 따라 엄청난 양의 흙과 자갈이 굉음을 일으키며 해일처럼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토사는 나중 문제였다. 토사보다 앞서 그녀를 향해 굴러떨어지고 있는 것은 바위!
집채만 한 바위였다.
깔리면 즉사!
돌에 맞은 개구리 꼴이 되리라.
그때 한 사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갑무장!”
포효하듯 소리치는 사내는 아크!
공간을 가르며 나타난 배틀슈트를 입은 아크가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받아라! 18연타!”
마나 100% 상태에서 발동시킨 하이퍼드론의 필살기 18연타! 순간 배틀슈트 전체에서 증기가 확 뿜어져 나오며 주먹이 폭사되었다.
‘오직 한 점! 한 점에 모든 공격을 집중시킨다!’
투콰콰콰콰콰콰콰-!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엔진의 피스톤처럼 쏟아져 나오는 주먹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18발의 주먹을 모두 쏟아 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마지막 18발째의 주먹이 박히는 것과 동시에 바위가 쩡 소리를 내며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배틀슈트가 벗겨지는 아크의 양옆을 스치며 굴러떨어졌다.
“아, 아크 님!”
이리나가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아크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크의 눈은 여전히 위쪽을 향해 있었다.
‘해냈다! 하지만…….’
그 뒤로 수백 톤의 토사가 밀려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흙과 자갈의 파도는 검이나 주먹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버티는 수밖에 없다.
‘집중해라!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마인드 실드!”
-마인드 실드가 발동했습니다.
《몸 주위에 내구력 410의 방어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방어막은 내구력이 0이 될 때까지 받는 모든 데미지를 40~60%까지 줄여 줍니다. 또한 ‘백스텝’이나 ‘불의의 일격’ 같은 효과를 100% 차단시켜 줍니다.》
아크는 실드를 몸에 두르고 힘차게 발을 디디며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양팔을 X 자로 교차시켰다.
“와라!”
쿠콰콰콰콰콰콰콰콰-!
동시에 수백 톤의 토사가 거대한 짐승처럼 아크를 덮쳤다.
토사에 휩쓸려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는 아크의 몸에 튀어 오르는 자갈이 쉴 새 없이 부딪혔다.
실드를 펼치고 있음에도 생명력이 엄청난 속도로 빨려 나갔다. 그러나 아크는 이에 맞서듯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X 자로 교차한 양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토사에 파묻혀 버리면 끝장이다.
자세가 무너지는 순간 아크와 이리나, 대원들은 전멸!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아크는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진력을 쥐어짜 가파른 경사면을 토사에 떠밀려 내려가면서 자세를 유지했다. 온몸을 엄습하던 압력이 사라진 것은 나라카의 바닥, 분지까지 내려간 다음이었다.
순간 맥이 쭉 풀리며 떨리던 무릎이 꺾였다.
“허억!”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주위에서 연속적인 쇳소리가 들려왔다. 분지에 모여 있던 케로족이 일행을 둘러싸고 총을 겨누는 소리였다.
‘이런 젠장!’
황급히 몸을 일으키던 아크는 아차 싶었다.
손에 계승자의 검이 없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10여 미터 떨어진 흙더미에 묻혀있는 검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토사에 휩쓸려 내려오는 사이 검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리고 주위에는 총을 든 개구리 떼!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엄청난 양의 토사에 휩쓸리고도 살아남았다.
불행히도 이미 부상을 입은 대원 3명은 그 와중에 전사했지만 이리나와 카멜, 대원 3명, 토리―이 녀석은 대체 왜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는 앞에서 아크가 막아 준 덕분에 빈사 상태라도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일행의 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케로족은 200여 마리!
그런 상황에 아크는 검조차 없는 것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명중률이라도 놈들이 일제히 발포하기 시작하면 아크 일행은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버리리라. 아니, 벌집이 되기 전에 썩은 토마토처럼 뭉개질 것 같았다.
-케케케케, 이걸로 한 방에 몽땅 날려 주지.
케로족 1마리가 히죽 웃으며 RPG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멍청한 자식!”
번쩍! 콰지지지지-!
뒤쪽에서 뇌전이 쏘아져 날아와 놈을 후려쳤다.
그와 함께 RPG를 들고 있던 케로족은 순식간에 재로 변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개구리들이 펄떡거리며 물러나자 한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자는 로브의 남자!
“멍청이들이! 이제 와서 힘들게 준비한 계획을 망칠 셈이냐? 이런 곳에서 총기를 사용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검이다. 이제 생포할 필요는 없으니 검으로 놈들을 갈가리 찢어라!”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때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다가왔다.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온 캐츠족이었다.
“좋다. 네놈들이 불러들인 자들이니 네놈들이 처리해라.”
“흐흐흐, 건방진 휴먼족 놈들. 잘도 설쳐 댔겠다?”
캐츠족들이 혓바닥으로 길게 솟아있는 손톱을 할짝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나 아크는 그딴 고양이 따위는 관심 없었다.
아크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로브의 사내가 RPG를 쏘려는 케로족을 죽은 장면만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케로족이 한꺼번에 총을 난사하면 아무리 나라도 막을 재간이 없다. 생포할 작정이면 모를까, 죽일 생각이라면 그 편이 훨씬 쉬워. 그럼에도 저자는 부하를 죽이면서까지 총기 사용을 막았다. 힘들게 준비한 계획을 망칠 생각이냐면서…… 그러고 보니 놈을 처음 봤을 때도 계획이 어쩌니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놈들이 은신처가 발각됐는데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굳이 이리나 일행을 생포해 둔 이유가 그 계획이라는 것 때문이라면? 그리고 총기를 사용하는 게 그 계획을 망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면…….’
아크의 눈이 뒤로 돌아갔다.
분지의 중심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
‘로브의 남자가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저것 때문이다!’
지금 아크 일행의 앞에 모여 있는 케로족은 200여 마리. 놈들이 한꺼번에 총을 난사하면 뒤에 있는 안테나도 무사하지는 못하리라. 하물며 명중률이 형편없는 개구리들이다.
당연히 안테나도 누더기처럼 변해 버리리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이 자식, 어딜 보고 있는 거냐? 네 상대는 우리다!”
거리를 좁혀 오던 캐츠족이 손톱을 치켜세우며 달려들었다. 그때 아크가 이리나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엎드리세요! 실드 이미션!”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아크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파편이 쏘아져 날아갔다.
토사에 휩쓸리기 직전에 만든 내구력 410의 마인드 실드!
이 보호막은 아직 완전히 부서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마인드 실드 역시 실드. 아크는 실드 이미션을 발동시켜 남아 있던 마인드 실드를 폭파시킨 것이다. 몸 전체를 감싸는 실드, 따라서 폭파 범위도 360도!
쩌쩌쩌쩡! 퍼퍼퍼펑-!
잘게 쪼개진 실드가 전 방위로 뿜어져 날아갔다.
이에 달려들던 캐츠족이 자잘한 상처를 입고 물러났지만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내구력이 바닥까지 내려가 있던 만큼 실드 이미션의 공격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놈들을 잠시 밀어낸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자식이 아직도…….”
캐츠족이 이를 갈며 다시 몰려드는 순간!
“사이키네시스! 오라, 검이여!”
아크가 손을 뻗으며 소리치자 흙더미에 파묻혀있던 빔 소드가 자석에 이끌리듯 날아와 손에 쥐어졌다.
자낙스에게 전수받은 염동술 사이키네시스!
위잉-! 위잉-! 위잉-!
아크는 손에 들어온 광선검을 휘둘러 놈들을 밀어내며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접시형 안테나 옆에 붙어 수류탄을 몽땅 꺼내 들고 안전핀을 움켜쥐었다.
“움직이지 마! 한 놈이라도 움직이면 여기에 수류탄을 던져 넣겠다!”
“머, 멈춰라!”
아니나 다를까.
로브의 사내가 핏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
그리고 시뻘건 눈으로 아크를 노려보며 이를 갈아붙였다.
“감히 그따위 짓을 하고도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 않으면? 살려서 내보내 줄 생각이었나?”
“……!”
“어차피 나도 이판사판이야. 기왕 죽을 거라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본전인데 화끈하게 이거라도 터뜨려 버릴까나? 응? 어때? 확 해버려?”
아크가 안전핀을 확 잡아 뽑을 자세를 취했다.
로브의 사내가 비명을 터뜨리며 황급히 손을 휘저었다.
“기, 기다려! 워, 원하는 게 뭐냐?”
“열쇠.”
아크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탈옥수들이 타고 온 수송선의 열쇠, 가지고 있겠지? 일단 그것부터 내놔.”
“……줘라.”
입술을 잘근거리던 로브의 사내가 캐츠족을 돌아보았다.
“집행관! 하지만 열쇠를 줘 버리면…….”
“빌어먹을 고양이 자식들! 닥치고 주라면 줘!”
집행관이라고 불린 사내의 말에 캐츠족들이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집행관의 손에서 뇌전이 뿜어져 올라오자 몸을 움츠리며 열쇠를 꺼내 들었다. 아크는 이리나에게 열쇠를 받으라는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이리나 님은 남은 대원들과 함께 수송선을 타고 먼저 탈출하십시오.”
“저희가 먼저 떠나면 아크 님은?”
“놈들에게는 RPG가 있습니다. 저까지 수송선에 타면 분명 이곳을 탈출하기 전에 격추될 겁니다.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건 지금 저밖에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라고 죽고 싶겠습니까? 어떻게든 살아 나갈 테니 먼저 가세요.”
살아 나갈 자신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일단 이리나 일행이 탈출하면 설사 죽더라도 퀘스트는 완료하는 셈이다. 관심 있는 여자 앞에서 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덤. 아니, 이 경우는 퀘스트 완료를 덤이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든! 몽땅 몰살당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이득이다.
그 정도는 이리나도 알고 있었다.
“네, 이스타나에서 봐요.”
아니, 그렇다고 벌써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건 좀…….
아크가 냉정(?)한 이리나의 말에 입맛을 다실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쿠쿠쿠쿠!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나라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집행관이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환희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마, 마침내 때가 왔다! 위대한 신께서 부활할 때가!”
“신? 무슨 헛소리를……?”
그를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던 아크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나라카의 거대한 구멍 너머에 펼쳐져 있는 하늘, 유난히 크게 보이는 4개의 혹성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그리고 머리 위에 드넓게 펼쳐진 우주 공간에서 그 4개의 붉은 빛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
아크의 인질(?)로 잡혀 있던 접시형 안테나에서 붉은빛 기둥이 솟구쳐 올라갔다.
그 빛이 우주 공간에서 겹쳐진 4개의 빛과 뒤엉켰다.
* * *
은하계 변경의 최북단.
5개의 혹성이 원형을 이루고 있는 하르마돈 성좌.
그곳에서는 지금, 엄청난 규모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5개의 혹성에서 순차적으로 붉은 광선이 솟구치더니 우주공간에 거대한 문양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문양은 오망성!
우주공간에 5개의 혹성을 꼭짓점으로 수천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오망성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망성 중심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불길이 용솟음쳤다. 이어 엄청난 크기의 불덩어리가 주위의 공간을 찢으며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덩어리가 뿜어내는 것은 빛이 아니었다.
어둠!
우주공간보다 더 깊은 어둠!
주위의 작은 빛까지 집어삼키는 탐욕스러운 어둠!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우!
어둠의 태양 속에서 검은 존재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갤럭시안에 접속해 있는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에피소드 II : 어둠의 전조前兆]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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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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