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7)
아크 더 레전드-177화(177/875)
[177] SPACE 1 탈출 (2)“아시죠? 나머지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남아야합니다.”
이리나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잠시 아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송기의 문을 닫았다.
동시에 수송기가 고열의 배기가스를 폭풍처럼 뿜어내며 빠르게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역시 냉정한 여자다. 뭐 솔직히 말하면 그 점이 은근히 끌리는 느낌이지만…….
“놈들이 도망친다! 살려보내지 마라!”
수송기가 떠오르자 집행관이 방방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그 고함소리에 케로족의 기관총과 RPG의 총구가 수송기를 따라 움직였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이곳에 남은 이유가 바로 그것!
“네놈들의 상대는 나다!”
아크가 광선검을 움켜쥐고 케로족이 모여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 뒤로 잔상처럼 길게 이어지던 푸른 검광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10여 마리의 케로족이 피를 뿜으며 밀려났다.
기본적으로 케로족은 총기병. 숫자가 200이나 되니 총격전을 벌이면 한 두 명 정도 벌집으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접근전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데 뭉쳐있는 케로족 속에 아크가 뛰어들어 검을 휘둘러대니 제대로 총을 쏠 수가 없어진 것.
[케, 케켁! 그, 그만 둬!] [아욱! 어디에 대고 총을 쏘는 거냐?]마구잡이로 총을 쏴대면 아군이 픽픽 쓰러지는 것이다.
물론 케로족 중에도 검을 사용하는 놈들이 있었다. 그러나 케로족에게 검은 보조무기. 본격적으로 검을 익힌 아크에게 개구리가 휘둘러대는 어설픈 검이 통할 리가 없었다.
위잉! 웅—! 웅웅—! 서걱—!
광선검이 빛을 발할 때마다 수 마리의 케로족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야말로 양떼 사이로 뛰어든 늑대!
“신벌의 뇌전이여!”
보다 못한 집행관이 뇌전을 뿜어냈다.
그러나 그 역시 총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원거리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장애물이 없을 때, 그러나 지금 아크의 주위에는 몸을 숨길 장애물이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 아크가 케로족 무리 속으로 뛰어들어가자 뇌전이 놈들을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지, 집행관 님—!]10여 마리의 케로족이 순식간에 숯처럼 변해 쓰러졌다.
“멍청한 놈들! 비키란 말이다!”
집행관이 분노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멍청한 짓이었다. 케로족이 물러난다고 아크가 얌전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집행관의 뇌전에 타죽은 동료를 목격한 케로족은 공포에 휩싸여 우왕좌왕했고, 아크는 그런 케로족들에게 따라붙으며 더 쉽게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었다.
난감한 것은 캐츠족도 마찬가지였다. 캐츠족들이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아크에게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 됐다! 놈은 이곳에 남겨진 이상 어차피 죽은목숨이다. 그보다 수송기가 먼저다. 놈은 무시하고 수송기가 이곳을 빠져나가기 전에 격추시켜라!”
수송기가 나라카 상공까지 상승하자 집행관이 재차 명령했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한 개구리라도 바로 옆에서 검을 휘두르는 아크를 무시하고 수송기를 향해 총을 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집행관의 명령대로 총이나 RPG를 수송기로 겨누는 놈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크가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갤럭시 소드!”
그런 놈들은 곧바로 걸레가 되어 쓰러졌다.
그렇게 케로족 사이를 무아지경으로 휩쓸고 다니기를 잠시.
수직 상승으로 마침내 나라카를 벗어난 수송기가 본격적인 비행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쿠오오오오오오—!
반대쪽에서 비행정이 굉음을 일으키며 떠올랐다.
나라카에 남아있던 비행정은 2대. 실드도 전개되지 않은 상태로 아크가 소드 디펜스로 궤도를 바꾼 포탄에 맞아 2대 모두 상당부분 파손되었지만 1대는 아직 비행이 가능한 모양이다.
그리고 저런 비행정이라도 무기조차 없는 수송기로는 상대하기 힘들게 분명했다.
‘따라잡히면 위험하다. 막아야한다!’
“소닉 소드!”
아크가 진공파를 일으켜 케로족을 밀어냈다.
그리고 에어보드를 꺼내 타고 전속력으로 비행정을 향해 날아갔다.
[케켁! 놈이 밖으로 나왔다!] [비행정으로 가고 있다! 막아라!]투투투투! 투투투투! 투투투투!
아크가 무리 밖으로 나오자 케로족의 집중사격이 뒤따랐다.
이러쿵저러쿵해도 200마리가 넘는 적군 속에서 치고 받았다. 물론 일방적이었다고 할 정도로 밀어붙였지만 데미지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사이에 자잘한 상처가 쌓이고 쌓여 20%남짓이었던 생명력은 이제 채 5%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전투였지만…….
‘아직이다! 아직은 죽어서는 안 돼! 저 비행정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어찌될지 모른다!’
아크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비행정으로 날아갔다.
폭풍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비행정은 이미 10여 미터 높이까지 상승해 있었다. 이에 아크는 에어보드를 더욱 가속시켜 가파른 나라카의 경사면을 타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양팔로 에어보드를 세차게 잡아당겨 180도로 방향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에어보드를 발판 삼아 한번 더 도약!
“잡았다!”
비행정의 아랫부분을 움켜쥐었다.
아크는 곧바로 에어보드를 챙겨 넣고 철봉처럼 몸을 끌어올려 비행정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스펙터클 한 액션을 선보이며 비행정에 오른 아크가 조종석으로 뛰어들어갔을 때였다.
“헉! 뭐, 뭐야?”
아크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에? 에엑?”
고개를 돌린 조종사의 입에서도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네, 네가 왜 여기에 타고 있는 거야? 수송기에 타고 있던 게 아니었어?”
“내가 왜!”
토리가 울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놈들과 함께 탈출하면 탈옥수인 나는 어차피 스탈라로 돌아가야 하잖아! 내가 미쳤냐? 기껏 탈출해놓고 제 발로 다시 감옥에 기어들어 가게? 난 싫어!”
“하지만 비행정의 열쇠는 어디에서…….”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맘만 먹으면 이딴 고물 비행정의 제어시스템을 해킹하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러고 보니 아크가 원판을 인질(?)로 잡았을 때부터 토리를 본 기억이 없다.
뭐 신경 쓸 겨를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토리가 보이지 않았던 게 이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비열한 햄스터답게 혼란한 틈을 타 혼자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사한 자식, 난 죽든 말든 혼자만 살면 된다 이거냐?”
“당연하지! 내가 왜 네놈 따위를…….”
퍼펑—!
그때 폭음이 울리며 기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토리가 화들짝 놀라며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비명을 터뜨렸다.
“헉! R, RPG다! 놈들이 알아챘어!”
“빌어먹을, 일단 탈출하고 나서 얘기하자. 실드부터 전개해!”
“실드를 전개할 수 있으면 진즉에 했지! 아까 네놈이 케로족의 포탄을 비행정으로 유도하는 바람에 실드 파생기가 박살났단 말이야. 젠장! 대체 여기는 왜 탄 거야? 네놈이 계속 놈들과 치고 받고 있었으면 얼렁뚱땅 도망칠 수 있었을 거 아니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뭐? 뭐? 내가 틀린 말했냐? 어차피 넌 개척자잖아! 죽어도 부활하면 그만 아니야! 하지만 난 그냥 햄스터라고! 죽으면 저 망할 캐츠족의 먹이가 될 뿐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죽는 것보다 네가 죽는 게 천만 배 더 낫잖아!”
“그딴 소리할 시간 있으면 가속이나 시켜! 정말 죽을 셈이냐?”
“가속장치도 망가졌단 말이야!”
“……용케도 이런 비행정으로 도망칠 생각을 했군.”
“그것도 네놈 탓이잖아!”
“……모두 다 내 탓이라 이거냐?”
퍼펑—!
그때 또 다시 굉음이 울리며 조종실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그와 함께 전면 유리에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격당했습니다!
선체의 외벽 장갑이 50%파괴됐습니다!
에테르 융합 엔진과 워프 추진기가 손상되었습니다!
지속적인 데미지를 받으면 융합 엔진의 과열로 기체가 폭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으악! 망했다! 망했어!”
“빌어먹을, 뭔가 방법이 없는 거야?”
“방법이 있으면 이러고 있을 리가 없잖아!”
토리가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그때 창 밖으로 방방 뛰며 소리치는 집행관과 그의 명령으로 RPG를 들어올리는 케로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다시 그 RPG에 적중되면 비행정은 폭발!
아크와 토리도 비행정과 함께 재로 변하리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비켜!”
아크가 토리를 밀어내고 조종석에 앉았다.
그리고 조종간을 양손으로 움켜쥐자마자 와락 잡아당겼다.
순간 불안하게 상승하던 기체가 지면을 향해 뚝 떨어졌다. 거의 동시에 비행정의 윗부분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움직이는 타깃을 향한 사격은 기본적으로 예측 사격. 비행정이 상승하는 속도에 맞춰 날린 포탄이라 갑자기 비행정이 하강하자 빗나가버린 것이다.
덕분에 일단 요격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으악!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자, 자살할 셈이냐?”
창 밖으로 지면이 확 다가오자 토리가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터뜨렸다.
그리고 비행정이 지면과 충돌하기 직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거다!”
아크가 어금니를 깨물며 온힘을 다해 조종간을 밀었다.
동시에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히던 비행정의 선수가 위쪽으로 들어올려졌다. 그러나 몇 미터 거리까지 떨어지던 상태라 기체 바닥이 지면을 긁으며 거칠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케로족이 모여있는 곳으로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밀어닥치는 비행정!
[케켁? 비, 비행정이……!] [피, 피해라!]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케로족들이 비명을 터뜨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니, 펄쩍거리며 흩어지기 직전!
쿠콰콰콰콰콰콰콰—-!
굉음과 함께 비행정이 케로족 무리를 덮쳤다.
그 뒤의 장면은 실로 참혹했다. 수백 톤에 달하는 비행정과 바닥 사이에 깔린 케로족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처럼 비참한 모습을 뭉개졌다. 그렇게 비행정과 충돌한 수십 마리 케로족의 살점이 엉겨붙은 창 너머로 한 사내가 떠올랐다.
“네놈! 이대로 보내지는 않겠다!”
이를 갈아붙이며 양손에서 번개를 일으키는 사내는 집행관!
“받아라! 신벌의 뇌전!”
그리고 비행정을 향해 뇌전을 뿜어내려는 찰나!
콰직.
……비행정 아래로 사라졌다.
그 뒤에 집행관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 지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적을 막으려는 용기는 칭찬해줄 만 하지만 뭐랄까…… 머리를 별로 좋지 않은 놈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크는 집행관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
“날아라! 날아올라라!”
이대로 돌진해 암벽과 충돌하면 끝장!
아크는 거칠게 요동치는 조종간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그리고 비행정이 분지를 가로질러 암벽과 충돌하기 직전, 아크의 조작으로 조금씩 상승하던 비행정이 마치 활주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나라카의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바위가 기체 바닥을 긁어대는 소음이 점차 잦아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음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빠져나왔다!”
비행정이 나라카 밖으로 솟아올라왔다.
* * *
-뭐냐?
아크와 토리가 탄 비행정이 나라카 밖으로 솟아 나왔을 때.
그곳에서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당혹스러운 파장이 울려나왔다.
하르마돈 성좌의 중심에 나타난 거대한 오망성은 원형으로 배치된 5개 혹성에서 뻗어 나오는 붉은 광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아마라에서 뻗어 나오던 빛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며 오망성도 일그러지진 것이다.
-어째서!
-공간 결계가 흐려지고 있다!
-안 돼! 아직이다! 아직 신체神體가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막아라! 결계 에너지가 끊겨서는 안 된다!
-막아라! 막아라! 막아라!
오망성에서 솟아 나오는 검은 태양.
그 검은 태양 주위에 모여있던 존재들이 일그러지는 오망성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불태우며 사라지자 무너져 내리는 오망성이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갔다.
-일족의 염원을 위해서!
-이 성계의 배덕자를 처단하기 위해서!
-죽음으로 신체를 지켜라!
그렇게 검은 태양이 절반 가까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돌연 다른 혹성에서 나오던 빛도 사라졌다. 아마라에 이어 또 하나의 빛이 사라지자 간신히 유지되던 오망성이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붕괴되었다.
그러자 검은 태양이 다시 결계 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우우!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오망성으로 몰려들던 검은 존재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수백 년이다! 수백 년만에야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틀렸다. 물러나라. 빨려 들어간다!
검은 존재들이 울부짖으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거의 동시에 거대한 오망성과 검은 태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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