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78)
아크 더 레전드-178화(178/875)
[178] SPACE 1 탈출 (3)하르마돈 성좌의 제 3혹성 카다날.
검붉은 암석으로 되어있는 카다날의 중심부에서 한 사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찌어찌 시간 내에 막기는 했군.”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전사였다.
그의 옆에는 나라카의 분지에 있던 것과 같은 형태의 원반이 반으로 쪼개진 채 검은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수백의 케로족 시체가 널려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결계 발생기를 부수기 전에 아마라에서 나오던 붉은 빛이 흩어지는 것 같았는데…… 결계 발생기가 그냥 망가졌을 리는 없고, 아마라에도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갔었다는 얘기인가? 아직 이번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대체 누구지? 뭐 덕분에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렸으니 딱히 불만은 없지만…….”
흑발 전사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나보다 먼저 결계 발생기를 부수다니, 이거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네.”
“아마라는 멀지도 않으니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그때 뒤에서 거구의 전사가 다가왔다.
“아마라라…….”
흑발전사가 잠시 밤하늘에서 붉게 빛나는 혹성, 아마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세웠다.
“됐어. 어차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곧 보게 되겠지.”
“훗날의 즐거움이라는 말이군요.”
“뭐 그런 거지.”
흑발전사가 기지개를 펴며 빙긋 웃었다.
“일단 콰이안으로 돌아가자고. 모처럼 힘 좀 썼으니 한 잔 해야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구의 전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쿠오오오오오오—!
동시에 그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떠올랐다.
선수에 커다란 해골 문양이 새겨져있는 우주전함이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비행정으로 집행관과 케로족을 뭉갠 직후.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아름다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아크는 즐거워할 여유가 없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나라카의 경사면을 따라 밖으로 솟구쳐 올라왔을 때 아크는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속도가 확 줄어들더니 기체가 점점 낮아지는 중이었다.
투명 스크린에서 붉은 메시지를 연속적으로 출력했다.
-에테르융합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출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50%…… 45%…… 40%…….》
“이제 와서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네가 그딴 말 할 입장이냐!”
뒤에서 토리가 아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대체 네놈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냐? 비행정이 무슨 탱크인 줄 알아? 그딴 식으로 바닥에 긁어대면 당연히 망가지지! 이 상태로는 10킬로미터도 날지 못해! 여기서 추락하면 놈들이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으냐? 이제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나한테 어쩔 거냐고 한들…….”
“에잇! 저리 비켜!”
토리가 아크를 밀어내고 조종석에 앉았다.
그리고 정신 없이 계기판을 조작하자 연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비행정 자체 점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에테르융합 엔진 복구 시스템-ERROR!
-비행관제 시스템-ERROR!
-반중력 기체 제어 시스템-ERROR!
줄줄이 올라가는 붉은 에러 메시지!
“으악! 틀렸어! 제대로 작동하는 게 하나도 없어! 이제 끝장이라고!”
토리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터뜨릴 때였다.
-광자 이동 엔진-Normal
붉은 메시지의 행진 사이에 끼어있는 파란 메시지!
아크가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토리를 흔들어대며 소리쳤다.
“남았어! 아직 작동되는 게 남아있어!”
“뭐?”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토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무식한 자식! 대체 네가 아는 게 뭐야? 광자 이동이 뭔지나 알고 지껄이냐? 기체를 광자로 전환해 초음속으로 항해하는 기술이라고. 실드와 제어 시스템, 밸런스 시스템. 심지어 좌표 설정 시스템까지 맛이 간 상황에서 광자 이동을 하는 건 자살행위야!”
“그럼 이대로 떨어지면? 살 수 있을 것 같냐?”
“그, 그건…….”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죽음은 진즉에 각오했다고!”
아크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계기판의 광자 이동 스위치를 꾹 눌렀다.
“힉! 무, 무슨 짓을? 나, 난 죽음을 각오하지 않았다고!”
우우우웅—!
토리의 비명과 함께 비행정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빛에 휩싸였다.
그러기를 잠시, 이내 작은 빛의 입자로 분해되어 점차 밝아지는 하늘을 가로질렀다. 광자 이동을 하는 비행정에서 주위의 풍경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한데 뭉그러져 시커멓게 보이는 파이프 속을 엄청난 속도로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기를 잠시…….
쿠쿠쿠쿠…… 콰쾅!
폭음과 함께 기체가 진동했다.
SPACE 2 갤럭시안은 지금……. (1)
“안녕하십니까? 게임특종의 이지웅입니다.”
젊은 남자 진행자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고 있는데요. 무더위와 함께 쭉쭉 올라가는 불쾌지수를 한 방에 떨어 뜨려줄 소식이 있습니다. 게임특종의 애청자라면 모두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부터 저와 함께 진행을 맡게 된 원조 게임돌 정혜선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정혜선입니다.”
예쁘게 생긴 여자 연예인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게임 프로그램의 진행은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혜선 씨는 예쁜데다 겸손하기까지 하시군요. 여자 연예인이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게 지금은 드문 일도 아니지만 혜선 씨는 1세대 게이머에 상당한 실력파였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어머, 제 나이가 많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아…… 네, 앞으로 말조심하는 MC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들의 가벼운 농담으로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게임특종의 진행을 맡아온 이지웅이 능숙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원조 게임돌이라고 불리지만 젊고 아름다운 정혜선 씨의 가세로 저는 만렙 파티원을 얻은 기분인데요. 그런 명성에 걸맞게 진행을 맡자마자 특종을 취재해 오셨다고 합니다. 혜선 씨, 오늘 첫 번째 소식은 뭐죠?”
“갤럭시안입니다.”
“얼마 전에 동시 접속자 50만을 넘긴 화제의 판타지 SF게임 말이죠?”
“네, 오늘 새벽 6시경에 갤럭시안이 전격적으로 에피소드 II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야, 정말 따끈따끈한 소식이네요. 그런데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네요. 원래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된다는 것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전반의 시스템이 변하게 된다는 의미 아닙니까? 하지만 제작사 석세스풀 퓨처의 홈페이지에도 에피소드 II에 대한 정보는 한 번도 공지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석세스풀 퓨처는 전통적으로 신비주의를 표방하는 게임사입니다. 게임사는 컨텐츠를 제공할 뿐, 숨겨진 내용과 해법을 찾은 것은 유저의 몫이라는 게 석세스풀 퓨처가 창립 이후 지금까지 지켜온 방식이죠. 이번 에피소드 II의 시작에 대해서도 게임특종이 몇 번이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에피소드 II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알 수 없다는 뜻입니까?”
“그럼 특종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정혜선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어 시선을 뒤쪽의 대형 모니터로 돌렸을 때였다.
그러자 모니터에서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우주공간이 떠올랐다.
“갤럭시안의 화면이군요. 이야, 역시 일반적인 판타지 게임과 달리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SF게임답게 스케일이 다르군요. 갤럭시안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저 장대한 은하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은하계 가장 자리에서 좀 특이한 문양이 눈이 들어오는데요?”
“네, 그게 이번 에피소드 II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되는 것입니다.”
정혜선의 대답에 은하계 가장 자리에 떠있는 붉은 빛의 문양이 클로즈업되었다.
혹성과 혹성 사이가 붉은 광선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오망성!
“에피소드 II가 시작되기 직전, 은하계의 최북단 하르마돈 성좌 그리고 동북부와 서북부에 위치한 칼비 성좌와 크로마틴 성좌, 세 지점에서 동시에 관측된 문양입니다. 화면으로 봐서 느낌이 잘 안 올지도 모르지만 지름이 수천만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천만 킬로미터라…… 어마어마하군요. 대체 저게 뭡니까?”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석세스풀 퓨처는 게임에 관련된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특종의 새내기 진행자로서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도움을 주실 분들을 모셨습니다. 유명 게임 제작사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현재는 게임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박은우 씨와 판타지 SF장르 분야를 다루는 국내 최대 동호회 사이트의 운영자인 곽경인 씨입니다.”
“아, 이제야 정체를 알게 됐군요.”
이지웅이 옆자리에 앉은 두 사내를 돌아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두 분께서는 저게 뭐라고 예상하십니까?”
“비밀 병기입니다.”
박은우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지웅이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비밀 병기요? 저게 무기란 말입니까?”
“네, 잘 아시겠지만 갤럭시안은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은하연방과 라마족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외계종족의 우주전쟁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두 종족의 전쟁은 벨린 성좌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은하계 전체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지역이죠. 그리고 실제로 그 전쟁에 참가하는 유저는 그보다 적어서 100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모처럼 전장이라는 무대를 만들어놓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워할 상황은 아니겠죠.”
“그렇겠군요. 놀이기구에 이용객이 적은 것과 같은 셈이니까.”
이지웅의 말에 힘을 얻은 듯 박은우의 목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유저를 전장이라는 무대에 많이 들어오게 할 필요가 있고, 그 결과물이 저 비밀 병기라고 생각합니다. 딱 보기에도 크기가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아마도 저 병기가 제대로 작동하면 은하계 전역이 전화에 휩싸일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겁니다. 게다가 장소는 은하계 변방, 이건 지금까지 벨린 성좌에 국한되어 있던 전장이 은하계 전역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쟁에 무관심하던 유저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전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하지만 정혜선 씨의 취재에 의하면 저 거대 마법진은 채 10여 분도 유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근방의 혹성에서도 이후에 별다른 이상징후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말입니다.”
“시험 가동이었을 테니까요.”
박은우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곽경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아, 네. 곽경인 씨. 말씀하십시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지만 저는 박은우 님과 생각이 다릅니다. 박은우 님은 은하연방이나 라마족의 비밀 병기라고 주장하시지만, 갤럭시안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원래 은하계 중심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범우주 특별조약이라는 것에 의해 은하연방과 라마족, 아슐라트는 군대를 파견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하물며 수 천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병기를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비밀 병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비밀 병기. 비밀의 뜻을 모르십니까?”
“제 카페의 회원 중 70%가 갤럭시안의 유저입니다.”
곽경인이 박은우의 말을 끊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 대다수가 이미 우주 개척지에서 명성을 쌓은 유저들로 몇 몇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해당 혹성에 있거나 우주선을 타고 근처를 항해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법진을 병기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유저는 1명도 없었습니다.”
“그럼 곽경인 씨는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3의 종족입니다.”
“제 3의 종족?”
“네, 현재 갤럭시안은 인간과 라마족을 포함해 24종의 종족을 자유롭게 선택해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에피소드가 거기에 새로운 종족과 지역을 추가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법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외우주의 종족이 은하계로 진입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포탈이겠죠.”
“그건 아무런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비밀 병기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습니까?”
“게임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고 박은우 님이 갤럭시안의 제작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곽경인 님도 제작자는 아니죠.”
“저는 유저입니다.”
“혼자만 게임 하십니까? 저도 유저입니다!”
“레벨이 몇이나 되십니까?”
“90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130을 넘겼습니다.”
곽경인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거기에 조직원 270명과 구축함 급의 우주선 4대를 보유한 기업체의 CEO죠. 박은우 님은 아까부터 석세스풀 퓨쳐가 갤럭시안의 중심 컨텐츠로 전장을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박은우 님이 말씀하신 대로 갤럭시안에서 전장의 규모는 고작 10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전장은 일종의 미니게임. 초반에 PVP요령을 익히는 수련장,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은하계의 90%를 차지하는 우주 개척지에 모여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유저가 진짜라는 뜻이죠. 그리고 진짜가 보는 갤럭시안은 이스타나나 벨린 성좌도 벗어나지 못한 유저가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제가 진짜가 아니라는 겁니까?”
“보는 세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갤럭시안은 박은우 님이 제작에 참가했던 게임처럼 작은 세계가 아니니까요.”
“말씀이 심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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