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
아크 더 레전드-18화(18/875)
[18] SPACE 7. 웰컴 투 네팔림(PART : 2) (2)-스폰서-
갤럭시안의 유저는 다양한 조직을 스폰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유저는 스폰서를 얻음으로써 제대로 된 개척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스폰서와 유저는 기본적으로 상호 협동적인 관계로, 유저는 스폰서로부터 많은 정보는 물론 각 기업에서 개발한 각종 상품에 대한 할인 등 물질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유저는 자신이 개척한 지역의 점유율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스폰서에게 이득을 돌려줍니다.
스폰서는 조직의 성향과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개척자에게 원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어떤 스폰서와 계약을 맺는지는 유저와 스폰서,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유저는 스폰서가 생산해 내는 상품이 정식 판매되기 전에 먼저 구입해 사용해 볼 수 있는 특전도 갖게 되므로 스폰서의 주력 상품을 보고 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폰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은하연방. 둘째는 4대 기업으로 평가받는 네 기업체 그리고 마지막은 일종의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업체입니다. 이 스폰서들은 각자 유저에게 원하는 바가 다르므로 지원 범위, 심사 과정도 다릅니다.
스폰서에 따라 이후 게임 진행 방식이 많이 달라지므로 후회가 없도록 신중하게 선택하기 바랍니다.
이게 아크가 알고 있는 스폰서에 대한 정보.
“자네는 아직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은하연방을 스폰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네. 은하연방은 누가 뭐래도 우주 개척 시대의 중심, 우주 개척을 장려하는 게 은하연방의 기본 정책이라 개척자에게 주어지는 지원도 다른 곳에 비할 바가 아니야.”
그건 아크도 알고 있었다.
은하연방은 말 그대로 정부, 권력의 중심이다.
물론 은하연방을 스폰서로 삼는다고 당장 대단한 특권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이후 성장 가능성이나 초반부터 정부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때문에 유저들이 계약 맺고 싶어 하는 스폰서 영순위가 은하연방!
그게 연방정부 빌딩 주변에 유저들이 득실거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가장 많은 유저가 몰리는 만큼 경쟁률도 올라가 심사 조건이 가장 까다로웠다.
정식 스폰서 계약을 맺기 위한 시험에 참가하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포넨도 그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런 기회는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네. 은하연방의 후원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초보 개척자는 수도 없이 많아. 하지만 그중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백에 하나도 되지 않지. 심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상위 1%의 엘리트라는 말이지. 그중에서도 자네는 특별해. 별다른 절차 없이 심사받을 자격을 주는 것만도 상당한 특혜를 받는 셈이니까.”
특혜…… 꽤나 달콤한 말이다.
확실히 은하연방을 스폰서로 삼으면 다른 건 몰라도 마일드 따위의 양아치들이 덤비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아크가 은하연방을 찾아온 이유는 스폰서 계약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갤럭시안의 스폰서 제도는 이후 유저의 게임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해야겠지만, 그 기준을 단순히 좋아 보인다거나 혹은 다른 유저들이 선호한다는 것만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꼼꼼히 따져 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폰서를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옷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거추장스러운 법이니까.
이게 널리고 널린 초보와 아크의 다른 점!
물론 대놓고 ‘비교질 좀 해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저는 불과 몇 시간 전에야 R-14를 나와 네팔림에 도착한 애송이입니다. 그런 제게 기회를 주시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한 일이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을뿐더러 제 스스로가 그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를 추천해 주신 뷰라드 님과 포넨 님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경험을 쌓고 확신이 섰을 때 정식 심사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뷰라드가 왜 자네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알겠군.”
포넨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감한 개척자는 많아도 신중한 개척자는 드물지. 그래,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충분히 생각해 본 뒤에 다시 찾아오게. 자네라면 언제든지 문을 열어 두고 기다리지.”
띠링, 띠링!
호감도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NPC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되레 호감도를 올리는 아크의 특기! 같은 말이라도 포장지를 바꾸면 NPC의 반응도 이렇게나 달라지는 것이다.
덕분에 자신감을 얻은 아크가 슬쩍 본론을 꺼내 들었다.
“한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뭐든 물어보게.”
“데이터에 걸린 락을 푸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데이터의 락을 푸는 방법…… 설마 해킹을 말하는 건가?”
‘해킹? 아, 그렇구나. 데이터에 걸린 락을 푼다면 그게 해킹이 되는 거구나.’
“네. 그겁니다. 혹시 그런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크가 은하연방을 찾아온 이유가 이것이었다.
장난감에서 찾은 메모리 칩에 락이 걸려 있지만 보안 코드 이외에도 풀 방법이 있다.
이는 그걸 풀 기술이 존재한다는 뜻.
그러나 이 넓은 도시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그런 기술을 찾아다니는 것은 칼로리 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장 빠른 방법은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거지.’
떡하니 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연방정부라면 그런 정보를 알아보기도 어렵지 않으리라.
물론 그냥 묻는다고 NPC가 기다렸다는 듯이 알려 줄 리는 없다. 그러나 아크는 뷰라드의 추천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혓바닥을 잘 놀린 덕분에 호감도도 제법 올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기술 정보 하나쯤은 수월하게 얻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포넨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자네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네? 누구냐니요? 그야…….”
“정부 관리지. 그런 나에게 지금 불법 기술 따위를 묻는 건가?”
“부, 불법요?”
“당연하지 않은가! 해킹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잠가 놓은 락을 허락 없이 해제하는 기술. 그건 절도와 같은 범죄네. 그런 범죄기술을 정부 관리인 내게 묻다니, 정말 어이가 없군. 자네가 이제 막 네팔림으로 들어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으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 또다시 해킹 따위의 범죄 기술에 대해 떠들어 대면 추천서 건도 없던 일로 하겠네. 이제 더 할 말이 없다면 난 그만 일어나겠네.”
아크는 뺨을 맞은 것처럼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은 포넨과 헤어져 빌딩을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180도로 변해 호감도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포넨의 태도도 당혹스러웠지만, 그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해킹’이 불법 기술로 취급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막상 얘기를 들어 보니 납득은 되지만…….’
해킹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침입하기 위한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무단’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기술이 합법일 리가 없는 것이다.
‘일단 포넨의 반응을 보면 갤럭시안에 해킹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해. 애초에 그런 기술이 없었다면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겠지. 하지만 불법이라면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기술이라는 말이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NPC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고, 설사 찾아내 배운다고 해도 불법 기술이라면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아마 대부분의 유저는 이 대목에서 포기하리라.
그러나 아크는 평범한 유저가 아니었다.
‘이건 의외로 쓸 만한 정보다!’
새삼스럽지만 아크는 원래 그렇게 준법정신이 투철한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게임 속에서는 오히려 불법을 권장하는 쪽이었다.
왜냐고? 그야 당연히…….
돈이 되니까!
슬프지만 현실이든 게임이든 합법보다 불법적인 일이 더 돈이 된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
물론 윤리 의식에 치명타를 먹일 정도로 비열한 짓은 곤란하지만 도를 넘지 않는 수준의 불법은 쓰는 사람에 따라 때때로 긍정적인 효과가 따라오기도 하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홍길동이나 로빈후드도 불법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도적 두목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영웅 취급을 받는 걸 보면 불법도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그야말로 자기중심적인 정신 무장을 갖춘 아크에게 NPC들의 법 따위는 콧방귀거리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장난감 속에서 나온 메모리 칩의 데이터는 마일드 같은 놈이 10골드의 자릿세를 포기하면서까지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데이터를 손에 넣고도 불법이라는 말 한마디에 포기할 수는 없지.’
해킹을 배울지 말지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킹 기술을 가르쳐 줄 NPC를 찾아내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포넨은 정부 관리니 불법 기술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아마도 일반 NPC라면 단순히 물어보는 것만으로 그렇게까지 펄쩍 뛰지는 않으리라.
그렇다고는 해도 상식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기술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거기라면…….’
잠시 고민하던 아크가 지도창을 불러냈다.
그리고 명령어를 입력하자 네팔림 지도창 구석에 붉은 점이 표시되었다.
그 지도창을 내비게이션 삼아 도시를 가로질러 외곽 지대로 향하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스타게이트가 있던 광장 주변은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 차 있는 서울 중심가의 분위기였다면, 님프를 따라 들어온 곳은 공장지대.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 올리고 쇳소리가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치 공단이나 용산의 전자상가처럼 보이는 이곳이 바로 메이저 급 스폰서인 은하연방과 4대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기업체들이 모여 있는 상업 지구였다.
도시 중심에 번듯한 빌딩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 스폰서들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중소기업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들은 메이저 스폰서처럼 경제기반이 튼튼하지 않아 안정적인 후원을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메이저 스폰서들과는 전혀 다른 체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유저의 성향에 따라서는 메이저 스폰서보다 중소기업의 후원을 받는 편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 중소 스폰서들이 100여 개나 모여 있는 곳이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빌딩 지역보다 활기가 넘쳤다. 메이저 스폰서가 모여 있는 곳은 백화점이라면 이곳은 재래시장이랄까?
-신제품 다량 출시!
-각종 장비품에 특수 효과 부여해 드립니다. 견적 내 보세요.
-개척자 영입. 우주 개척 후원 업체로 등록되어 신규 개척자를 모집합니다.
다닥다닥 붙은 모니터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광고들.
“아까 그 아이템 봤어?”
“겁나 웃기더라. 눈알이 튀어나오는 안경이라니!”
“공격력까지 붙어 있어. 파티 사냥할 때 쓰면 완전 대박이겠다.”
“여기 어디 철갑탄 싸게 파는 가게 아시는 분 없나요?”
“젠장, 은하연방과 4대 기업에서 모두 떨어졌으니 이제 여기서 스폰서를 찾아봐야 하나?”
상품을 구경하거나 스폰서 기업 정보를 알아보러 다니는 유저들. 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하는 괴상한 외모의 외계인과 로봇―갤럭시안에서는 안드로이드라고 불렀다―들까지.
대체 뭐부터 구경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아크 역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싶었지만 그런 소소한 즐거움은 일단 미뤄 두었다.
할 일이 없어서 상업 지구를 찾아온 게 아닌 것이다.
‘뭐, 구경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크는 득실거리는 인파를 뚫으며 상업 지구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몇 개의 모퉁이를 돌아 한결 한산해진 거리로 접어들었다.
“지도를 보면 이 근처 어딘 가인 것 같은데…….”
지도를 확인하며 두리번거리던 아크는 곧 원하던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Gear》 토리의 철공소.
작은 나사에서 이따만 한 우주선까지! 모든 발주 주문 제작!
“여기다! 젝슨이 소개해 준 회사!”
아크가 상업 지구를 찾아온 게 바로 이곳 때문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아크가 R-14에서 받은 추천서는 뷰라드 것만이 아니었다. 파이프 청소 퀘스트를 300번. 무려 60킬로미터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친 인내심을 인정받아 젝슨에게도 추천서를 받아 낸 것이다.
‘그것도 뷰라드에게 받은 추천서처럼 스폰서와 관련이 있겠지.’
모든 유저들이 바라 마지않는 은하연방의 심사를 보류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유저가 스폰서로 삼을 수 있는 조직은 은하연방과 4대 기업 외에도 엄청난 숫자의 중소기업이 존재한다.
물론 그런 후원 업체를 모두 둘러보기는 무리다.
그러나 최소한 추천서를 받은 곳에 대해서라도 자세히 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기어라는 회사가 철공소였어?”
간판을 읽어 본 아크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여기 오기까지 아크가 알고 있던 것은 ‘토리’라는 젝슨의 친구 이름과 ‘기어’라는 회사명뿐이었다. 친구 이름은 그렇다 쳐도 기어라는 회사명은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방금 전 뷰라드의 추천서로 으리으리한 은하연방 빌딩에 들어가 본 직후라 당연히 젝슨이 소개해 준 회사도 상당한 규모일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크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냥 철공소.
그것도 방금 전에 지나온 상업지대의 공장보다 몇 배는 작고 허름한 철공소였다.
하긴 R-14의 훈련 센터장 뷰라드와 파이프 청소 관리나 하는 젝슨. 일단 추천서를 써 준 둘의 직급도 차이가 있으니, 아크도 먼저 은하연방 관리국을 먼저 찾아간 것이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기어의 충격적인 비쥬얼은 실망을 넘어 허탈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젝슨 자식,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한 것 같아.’
모든 유저가 1~2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파이프 청소를 장장 일주일이나 계속했다.
물론 아크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속사정을 모르는 젝슨은 아무래도 아크를 오해하게 된 모양이다. 그런 잡일이 아크의 천직이라고. 그래서 잡일이 많아 보이는 아니, 잡일밖에 없어 보이는 이런 철공소를 소개시켜 준 모양이다.
‘하긴 걸레질로 받은 추천서로 뭘 기대하겠어.’
철공소를 보고 있자니 추천서를 내밀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가 상업 지구를 찾아온 목적은 젝슨의 추천서 때문만이 아니었다.
해킹 기술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해킹이 불법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하연방이나 4대 기업이 모여 있는 도시 중심가에서 정보를 알아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백화점이나 삼성 대리점에서 불법 개조에 대해 알아보기 힘든 것처럼.
그러나 상업 지구는 중소기업체가 모여 있는 지역.
‘네팔림의 상업 지구를 용산의 전자상가쯤으로 생각한다면…….’
답이 딱 나오지 않는가!
아크가 어떻게든 해킹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게 그 때문이었다.
물론 불법이니 대놓고 광고를 하지는 않겠지만 작정하고 찾아보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런 불법은 보다 후미지고, 보다 음침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어쩌면 의외로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아크가 철공소를 기웃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철공소 안에서 누군가가 쿵쾅거리며 뛰어나왔다.
“쿠히히히히! 어서 오십시오!”
‘에? 뭐, 뭐야? 저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아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달려 나와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달려 나오는 것은 대략 1미터 크기의 짐승. 시커먼 털에 뒤덮인 짐승이었다. 순간 아크는 집 지키는 개가 뛰어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밖으로 나온 짐승이 벌떡 일어났다.
털북숭이 짐승이 양손을 비비적거리며 떠들어 댔다.
“뭘 찾으십니까, 손님. 말씀만 하십시오. 저 간판에 적혀 있는 대로 저희 철공소는 작은 나사부터 우주선까지. 손님이 원하시면 뭐든 주문 제작해 드립니다. 아, 물론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시는 손님에 한해서입니다만. 쿠히히히히!”
‘햄스터? 햄스터잖아?’
주둥이 양옆으로 솟아 있는 수염을 흔들어 대며 웃는 짐승. 처음에는 개처럼 보였지만 두툼한 아랫배와 생쥐 같은 얼굴을 가진 햄스터였다.
햄스터가 사람 말을 하는 게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문어와 사업도 하던 아크다. 게다가 상업 지구를 지나며 별의별 외계인을 본 터라 새삼 놀랄 이유도 없었다.
‘그나저나 설마 이 외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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