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0)
아크 더 레전드-180화(180/875)
[180] SPACE 2 갤럭시안은 지금……. (3)첫 번째는 유저들을 이용하는 것. 이미 다른 가상현실 게임에서 자타 공인 최고라 자부하는 유저들을 갤럭시안에 투입해 루시퍼를 견제하게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지훈에게 이 계획은 일종의 보험에 불과했다.
‘최고의 게이머라고 해봤자 어차피 민간인이다. 아니, 평범한 민간인만도 못하지. 말이 좋아 최고의 게이머지, 실제로는 게임 속에서밖에 살 수 없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 부적격자에 불과하다. 그런 놈들에게 사명 의식 따위는 기대할 수 없어. 하물며 현실에 적응조차 못하는 그런 한심한 인간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는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온 사람이다.
그늘에서 나라를 지켜왔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 그가 평소 잉여인간 취급하던 게이머라는 족속에게 이런 국가 비상사태를 맡겨놓고 마냥 손놓고 있을 리가 없었다.
‘게임이란 결국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사람이 더 강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같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면 보다 뛰어난 사람이 더 유리할 것은 당연지사. 국가의 중대사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해결해야한다!’
그게 바로 문지훈이 추진해온 두 번째 계획!
국정원과 정보화 부대에서 차출한 300명의 정예요원. 그리고 캡슐과 초기 활동 자금으로 150억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해 만든 특수부대 ‘루시퍼 헌팅’. 엄선한 정예요원과 국가 차원의 예상 투입으로 게임 속에서 특수부대를 창설한 것이다.
‘세상은 원래 1%의 엘리트가 99%의 대중을 이끌어가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이들이야말로 1%의 엘리트들. 99%의 대중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게임 폐인 따위와는 애초에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아. 이번 계획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바로 이들이다.’
문지훈이 첫 번째 계획을 위해 게이머들을 만날 때, 도우미로 붙여주겠다던 정부측 요원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때 문지훈의 생각은 말과는 반대였다. 실제로는 게이머들을 루시퍼 헌팅 요원들의 도우미로 이용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이머는 문지훈의 제안을 거절했다.
심지어 몇 몇 유저-아크 포함-은 이런 국가 비상사태에도 정부에 요구사항까지 붙였다.
‘역시 게임이나 하는 덕후 새끼들은 믿을 수 없어. 사명감이 뭔지도 모르는 그런 놈들을 엘리트 요원과 붙이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 국가는 우리의 손으로 구한다. 최강의 인공지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국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지.’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모든 대원, 우주 스테이션을 통과하고 개척 혹성에 진입했습니다!
-10인 1조. 은하연방과 라마족, 아슐라트에 각각 10개 팀이 투입되었습니다!
-각 분대는 파티 사냥으로 레벨 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레벨 30돌파!
-팀의 밸런스를 맞춰 병과별 신체코팅을 받았습니다!
일사천리!
대원들은 각 지역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당연하다. 루시퍼 헌팅의 팀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갖춘 엘리트. 게다가 갤럭시안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검과 총기를 사용하는 현대전이었다. 그리고 대원들은 전문군사교육을 받은 현직 국정원 요원과 군인들. 이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밤낮 없이 게임을 하는데 일반 유저보다 못할 리가 없었다.
덕분에 게임 초기에는 게임특종에서 발표하는 Top50에 루시퍼 헌팅 대원 중 20여 명이 랭크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3달이 넘어갈 무렵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A팀, 도적단과 교전해 전멸했습니다!
-B팀, 몬스터 떼와 조우해 교전하다가 전멸했습니다!
속속 들어오는 보고.
레벨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팀원들이 모두 현직 군인이라는 것.
물론 이건 상당한 이점이었다. 가상현실 게임은 유저의 능력이 반영되는 시스템이라 군사교육을 받은 대원들은 그만큼 쉽게 전투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초보 지역에서 나오는 우주벌레나 나쿠마 따위는 대원들이 조직적인 전술을 발휘하면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웃랜드에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듣도 보도 못한 기괴한 자연환경과 괴상한 형태의 우주몬스터!
새삼스럽지만 대원들이 받은 군사교육은 현대전, 대한민국의 지형과 대인전對人戰에 특화된 전술이었다. 갑자기 전기를 뿜어내는 선인장이나, 느닷없이 사람을 휘감아 먹어치우는 식인 식물, 1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 몬스터와 싸우는 방법 따위는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배운 상식적인 전술 교본은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았다.
-교전할 때 주위에 지형지물이 없으면 엎드려 쏴가 기본이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배웠다.
그래서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쿠워어어어어! 뿌직!
탄환을 튕겨 내며 달려드는 거대 몬스터에게 밟혀 죽었다.
물론 몇 번 그런 상황을 겪으며 군대에서 배운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엘리트’였다.
수년에 걸친 군사교육에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지에 도달해버린 탓에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게 배운 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게임에서 레벨만큼 중요한 것이 스킬.
그리고 스킬은 NPC에게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유저에게 가장 적합한 스킬은 유저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 꾸준한 연습으로 스킬화 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엘리트’였다.
군인이 민간인-NPC-에게 전투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또한 군대에서 주입식 전투매뉴얼이 뼛속 깊이 각인되어 버린 요원들에게 ‘검기’ 따위의 비상식적인 기술을 연습하는 융통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원들은 게임의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다.
대원들은 확실히 전투 능력만 따지면, 특히 조직적인 전술 수행 능력은 다른 유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게임은 전투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스킬을 배우고, 아이템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새로운 퀘스트를 찾아 해결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 능력보다 그런 게임의 이해도가 캐릭터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원들의 성장이 다른 유저보다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가상현실 게임,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었구나.’
문지훈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원들의 평균 레벨은 120.
퀘스트 하나 해결하는데도 버벅거리고 무식하게 전투만으로 레벨을 올리면서도 게임특종의 Top 50에 아직 10여 명이 랭크되어 있었다. 과연 엘리트답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때 현직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인 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문 과장, 루시퍼 헌팅의 설립 목적이 뭐요?”
“루시퍼가 말한 갤럭시안의 궁극적인 목표가 뭔지 알아내고 놈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 혹은 루시퍼 헌팅이 먼저 목표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성과는?”
“없습니다.”
“그래, 없지. 300명의 정예요원과 150억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소. 그래도 처음에는 성장이 빠르기라도 했지만 다섯 달이 지난 지금은 그조차 다른 유저들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오. 물론 루시퍼 헌팅의 설립 목적은 고레벨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오. 문 과장이 말한 것처럼 루시퍼를 막기 위해 조직된 기관이지. 설사 레벨 1이라도 루시퍼를 막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말이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력. 그건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문 과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물론입니다.”
“그럼 적어도 갤럭시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하는 것 아니오? 그런데 갤럭시안이 들썩일 만큼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미리 징후를 감지하기는커녕 하루가 지난 뒤에야 TV를 통해 듣게 됐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이오?”
문지훈이 위원들에게 까이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은하계 변경에서 일어난 거대 마법진의 출현과 소멸 사건.
루시퍼를 막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루시퍼 헌팅은 이 사건이 게임특종에서 방송될 때까지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변명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인원과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변명 따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문지훈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못하자 혀를 차며 바라보던 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겠소. 우리는 현 상태로는 루시퍼 헌팅이 임무완수를 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소. 때문에 인원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인원 보강이라면…….”
“보다 전문화된 요원을 투입해야한다는 말이오.”
위원이 몇 개의 서류철을 문지훈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게 우리가 생각해둔 인선이오. 검토해서 며칠 안에 편입시키도록 하시오.”
문지훈이 묵묵히 서류를 펼쳐보았다.
-신생 게임사 페어린스의 제작팀장 디렉터 황조령
-S대 게임 제작 학과 교수 이철용
-국방대 특수 환경에 따른 전술의 변천사 교수 김우정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전문가들이었다.
그러나 딱 한 명, 문지훈의 눈에 거슬리는 직업의 사람이 끼어있었다.
서류를 넘기던 문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사람은 현직 경찰이 아닙니까?”
“문제가 있소?”
“이번 일은 저희 국정원이 군부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이번 임무에 필요한 인재는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경찰까지…….”
“그가 경찰이라서 문제되는 게 있소?”
“그건 아니지만…….”
국정원과 국방부가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진척이 없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국정원과 국방부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위원은 그런 문지훈의 입장은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군 장교 출신이라 문 과장이 무슨 생각으로 그리 말하는지는 알고 있소. 하지만 이번 사태는 특정 관청만의 일이 아니오. 문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란 말이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번 임무에는 오히려 그가 적임자라고 할 수 있소. 그는 몇 년 전부터 가상현실 게임을 이용한 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사이버 수사팀장이오. 적어도 현재 루시퍼 헌팅의 대원들보다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를 추천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오.”
“또 뭔가가 있습니까?”
“그는 뉴 월드에서 유저로서 루시퍼와 싸워본 경험이 있소.”
“루시퍼와…….”
문지훈이 눈매를 좁히며 서류를 바라보았다.
-강남 경찰서 사이서 수사팀장 이명룡
이력서에 적혀있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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