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1)
아크 더 레전드-181화(181/875)
[181] SPACE 2 갤럭시안은 지금……. (4)쿠워어어어어—!
공간을 뒤흔드는 포효에 대기가 진동했다.
크기가 10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은 크라켄!
소혹성의 지하에 숨어살며 방문하는 개척자들을 잡아먹는 위험도 A+의 우주몬스터였다. 그러나 그런 크라켄도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놈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놈이 지하로 숨기 전에 숨통을 끊어라!”
“집중사격! 모든 포탄을 쏟아 부어!”
고함과 함께 쏟아지는 수십 발의 포탄!
폭음이 울릴 때마다 크라켄의 몸에서 시커먼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최후의 힘을 쥐어짜며 발버둥치던 크라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늘어지는 순간!
“최후의 일격이다! 받아라!”
헤비아머를 입은 유저가 크라켄을 향해 돌진했다.
발뒤꿈치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단숨에 100여 미터를 돌진한 유저의 양손에 들린 것은 리볼버런쳐! 방아쇠를 당기자 권총의 수십 배에 달하는 탄창이 회전하며 유탄이 쏘아졌다.
퉁—! 퉁—! 퉁—! 퉁—!
크라켄의 머리에서 불길을 일으키는 유탄!
크라켄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거대한 촉수를 휘둘렀다. 그러나 유저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피하며 연속적으로 놈의 머리에 유탄을 박아 넣었다. 그렇게 잠시, 10여 발의 유탄을 머리에 맞은 크라켄은 결국 불길을 휘감긴 채 쓰러졌다.
“후후후, 크라켄도 이 몸에게 걸리면 통구이가 될 수밖에 없지.”
거구의 유저가 열기를 뿜어 올리는 리볼버런쳐를 들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러자 뒤에 모여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2명의 유저가 환호성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우왕! 역시 형님!”
“굉장합니다! 완전 멋졌어요!”
“후후후, 자식들. 당연하지. 얼마 전에 게임특종에서 발표한 갤럭시안 유저 랭킹 못 봤냐? 이 몸이 18위야. 18위.”
리볼버런쳐로 두터운 아머를 탕탕 치며 대답하는 유저는 퍼거슨.
얼마 전 게임특종에서 발표한 유저 랭킹에서 당당하게 18위를 차지한 유저였다.
퍼거슨의 말에 작은 체구의 유저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튀겼다.
“당연히 봤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흑…….”
“자식, 여리기는. 말했잖아. 여기야말로 우리의 신세계가 될 거라고.”
“형님 말씀대로 예요.”
“솔직히 형님이 이전 게임 정리하고 갤럭시안에 올인하자고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잘 풀릴 줄 상상도 못했어요. 형님이 랭킹 18위라니!”
“말했잖아. 그때는 직업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고. 내가 게임경력이 몇 년이냐? 20년 게임 외길 인생이다. 작정하고 마음먹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솔직히 18위도 마음에 안 들어. 내 위에 17명이나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18…… 어감이 안 좋잖아.”
“하지만 다음 주에는 달라질 걸요.”
“당연하지. 이제 이 혹성의 텅스턴 광산도 우리 것이 될 테니까.”
퍼거슨이 흐뭇한 표정으로 크라켄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그가 크라켄과 사투를 벌인 게 그 때문이었다. 근처를 항해하다가 우연히 이 소혹성에 텅스턴 광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매장량이 많지는 않지만 텅스턴은 고가의 지하자원, 이에 퍼거슨은 용병까지 고용해서 지난 며칠 간 크라켄과 수 차례 접전을 벌인 끝에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알고 있어요. 은하 평의회에 텅스턴 광산을 신고해야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 그리고 광산 시설을 세우려면 투자자도 모아야지.”
“한동안 바빠지겠네요.”
“그래도 일단 소유권만 받으면 돈은 물론 랭킹도 훌쩍 뛰겠지.”
“축하드립니다, 형님!”
“자식들, 그게 어디 나 혼자 한 일이냐? 너희들이 날 믿고 따라와 준 덕분이지.”
“이러다가 정말 1위까지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못할 것도 없지.”
퍼거슨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던 사내 하나가 문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형님, 게임특종에서 아크가 어쩌고 하는 말 들었어요?”
“아크?”
퍼거슨의 얼굴에 불쾌감이 번졌다.
“쳇, 기껏 분위기 좋은데 왜 그 자식 이름을 꺼내는 거야? 게임특종에서도 벨타나의 영웅이라는 녀석은 진짜 아크가 아니라고 했잖아.”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죠. 하지만 만약 진짜라면…….”
“그래도 달라질 것 없어. 여기는 뉴 월드가 아니라 갤럭시안이야. 뉴 월드에서 잘 나갔다고 여기에서도 잘 나가리라는 보장은 없지. 실제로 벨타나의 영웅이니 뭐니 떠들어봤자 랭킹 50위에도 끼지 못했잖아. 놈이 진짜라도 갤럭시안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증거지. 안 그래? 나는 차라리 벨타나의 영웅이라는 놈이 진짜 아크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가 놈보다 강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오오! 형님! 멋집니다! 멋져요!”
“후후후, 자식들. 당연하지. 이 형님만 믿고 따라오라고. 너희들에게 신세계를 보여주마!”
“넵! 저희는 그저 형님만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자, 그럼 일단 평의회로 가자!”
퍼거슨이 리볼버런쳐를 챙겨 넣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두 유저가 잽싸게 앞서 나가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형님께서 평의회로 가신다고 하신다! 비행정을 준비해라! 출항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언덕 뒤쪽에서 거대한 비행정이 떠올랐다.
원반처럼 생긴 비행정의 후미에 새겨진 ‘$’ 문양은 퍼거슨의 사업체 머천드소울의 문장!
비행정에 오른 퍼거슨이 선원-직원-들을 돌아보며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로서 이제 이 소혹성의 텅스턴 광산은 우리 머천드소울의 소유다. 배에 실린 음식과 술을 몽땅 가져와! 평의회에 가는 동안 마음껏 먹고 마셔라!”
“우와아아아아아아!”
“사장님 멋쟁이!”
선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어 우주를 가로지르는 비행정의 갑판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우리는 우주를 누비는 전사! 별 바다를 항해하는 우주의 사나이! 술잔을 부딪혀라! 용기와 헌신, 희망과 열정, 그리고 꿈을 향해 인도하는 다섯 별의 빛을 등대 삼아 은하수를 넘어 끝없는 우주의 바다로! 우주의 사나이 앞에는 거칠 것이 없네! 으싸! 으싸!”
선원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비행정이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행정은 폭음을 일으키며 한줄기 빛이 되어 어둠을 꿰뚫었다.
SPACE 3 Unconfirmed Field (1)
‘어찌어찌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라카를 빠져나와 시도한 광자 이동. 그러나 토리의 말처럼 광자 이동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기술이라 기체의 여러 시스템이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언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하물며 제대로 비행조차 못하는 상태라면 말할 것도 없다.
쿠쿠쿠쿠…… 콰쾅!
광자 이동 중에 터진 폭음.
그게 과부하를 견뎌내지 못한 기체가 맛이 가는 소리였다.
그와 함께 광자 이동은 중단. 동시에 여기저기, 요모조모, 참으로 골고루 맛이 가버린 기체는 문자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쇳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아크 혼자였다면 그대로 수직 낙하. 비행정과 함께 미세 먼지로 변해버렸으리라.
위기를 넘긴 것은 토리 덕분이었다.
“안 돼! 안 돼! 난 토리야!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고!”
토리가 비명을 질러대며 미친 듯이 계기판을 두드려댔다. 그리고 생을 향한 집념으로 쇳덩어리나 다름없어진 비행정을 20여 킬로미터나 더 끌고 와 이곳에 불시착시킬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은하계에서 제법 놀았다고 하더니 헛소리만은 아닌 모양이야.’
뭐 토리가 생긴 것 답지 않게 능력 있는 놈이라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아마라를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이로서 나라카에 남아있는 캐츠족과 케로족 패거리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비록 도중에 중단되었지만 잠깐이나마 광자 이동이 발동했다. 아마도 그 사이에 수천 킬로미터는 날아왔으리라. 나라카에 남아있던 1대의 비행정은 비행조차 힘든 상태였으니 놈들이 추격해오기는 힘들 것이라.
그러나 그보다 결정적인 것은…….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정작 아크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이다.
님프의 GPS는 은하연방의 인공위성에서 데이터를 받아 위치 정보를 파악한다.
그러나 이곳은 우주개척지의 혹성. 아마라의 궤도에 은하연방의 인공위성이 떠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미개척 혹성을 돌아다니면 님프가 꾸준히 지역 정보를 갱신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광자 이동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조차 갱신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나라카에서 얼마만큼 떨어진 곳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비행정에 탑재된 좌표 추적기를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나…….
“어때?”
“어때? 어떠냐고? 네 눈에는 어때 보이냐?”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데?”
“정답이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토리가 울컥한 눈으로 아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 뒤에는 아크와 토리가 타고 온 비행정…… 이라기보다는 쇳덩어리가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케로족의 RPG에 3발이나 얻어맞고, 나라카의 바닥을 벅벅 긁은 뒤에-뭐 집행관이 찌부러질 때는 통쾌했지만- 무리하게 광자 이동까지 해버린 탓에 비행정은 너덜너덜.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있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내부였다.
“네놈 대가리 속과 같은 상태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 완전히 맛이 갔단 말이야! 내부 기기가 완전히 곤죽! 부품을 몽땅 믹서기에 넣고 돌린 것 같은 상태라고!”
“왜 나한테 성질이야?”
“그럼? 누구한테 성질을 부려야하는데?”
“내가 잘못 했다는 거냐?”
“그걸 말이라고 하냐? 빌어먹을, 그때 네가 비행정에 타지만 않았어도 놈들 모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고! 그럼 비행정도 이렇게까지 부서질 일이 없었겠지!”
“그럼 나는?”
“내가 알게 뭐야? 뒈지든 말든!”
토리가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눈을 부라렸다.
“네놈은 예전부터 그랬어! 항상 마지막에 날 방해하지! 박물관을 털 때도 너만 아니었으면 들키지 않았어! 그럼 스탈라 같은 곳에서 저 망할 고양이 자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일도 없었겠지! 이런 몰골이 될 일이 없었을 거라고! 이번에도 네가 내 비행정에 올라타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 빌어먹을 자식! 나와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계속 내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거야? 나가 죽어! 아니, 그냥 여기서 죽어!”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아크도 할 말이 많았다.
애초에 박물관 절도 사건에 아크를 끄집어 넣은 것은 토리. 덕분에 아크는 영하 50도의 벨타나에서 덜덜 떨어가며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했다. 그리고 이번 일도 아크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면 토리는 머지않아 개죽음. 아니, 쥐죽음을 당했으리라.
그러나 아크는 따지지 않았다.
나라카의 감옥에서도 느꼈지만 말싸움을 해봤자 어차피 결론이 나지 않을 얘기다.
뭣보다 아크는 말보다 효과적인 대화법(?)을 알고 있었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뚫린 입으로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아니면 빌어보던가!”
토리가 멱살을 움켜쥐며 쉬지 않고 침을 튀겨댔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며 토리를 바라보았다.
“너, 혹시 캐츠족이 무섭냐?”
“뭐, 뭐? 가, 갑자기 캐츠족 얘기가 왜 나와?”
“무섭겠지. 아까 보니까 무서워하는 것 같더라고. 네가 이런 흉측한 몰골이 된 것도 캐츠족에게 괴롭힘을 당해서였다면서? 하긴 햄스터와 고양이의 관계이니 당연히 무섭겠지.”
“그러니까 왜 갑자기 캐츠족 얘기를 하냐고! 이상한데로 말 돌리지마! 죽을래?”
“말 돌리는 게 아니야.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중요한 문제?”
“난 캐츠족 따위는 무섭지 않거든. 난 사람이니까. 고양이 따위는 그냥 애완동물이지. 실제로 너도 봤지? 나라카에서 내가 캐츠족 몇 마리 작살내는 거.”
“그, 그래서? 그래서 뭐?”
“그래서 너와 캐츠족, 나와의 관계를 도식으로 만들어봤지.”
아크가 쪼그리고 앉아 작은 돌로 바닥에 끼적거렸다.
-토리〈 캐츠족〈 아크
“너는 캐츠족보다 약하고, 캐츠족은 나보다 약하다. 고로 너는 나보다 약하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지. 대체 너는 뭘 믿고 나한테 그렇게 개기는 걸까?”
아크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라카의 감옥에서 만난 뒤부터 그게 계속 궁금했어. 그래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지.”
“겨, 결론이라니?”
“내가 참을 이유는 없다.”
“차, 참을 이유가 없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눈깔…… 위험해! 무지 위험해 보인다고! 지, 진정해! 말로 하자고! 그, 그래. 내가 좀 말이 심했지?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눈알에 힘 풀라고. 박물관 사건이나 이번 일은 나도 조금은 잘못이 있는 거 같아. 아니, 내가 엄청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어.”
“그러니까 내가 참을 이유는 없다.”
아크가 해맑게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