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3)
아크 더 레전드-183화(183/875)
[183] SPACE 3 Unconfirmed Field (3)동료-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1마리가 쓰러지자 비행정을 뜯어먹던(?) 나쿠마들이 아크를 향해 돌아섰다. 동시에 수십 발의 탄환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레벨이 높은 놈들이라서 그런지 개중에는 RPG가 장착되어 있는 놈도 있었다. 그러나 탄환이든 포탄이든 이제 아크에게 그런 직선적인 총격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호선을 그리며 내리쳐지는 푸른 검광!
순간 아크를 향해 몰려들던 탄환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전자기를 발생시키는 광선검의 특성을 이용해 탄환의 궤도를 틀어버리는 방어기술 소드 디펜스! 물론 지금처럼 탄환이 많으면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몇 몇 탄환은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탄환도 아크의 몸에 총상을 만들지는 못했다.
“마인드 실드!”
-마인드 실드가 발동했습니다.
《몸 주위에 내구력 350의 방어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방어막은 내구력이 0이 될 때까지 받는 모든 데미지를 40~60%까지 줄여줍니다. 또한 ‘백스텝’이나 ‘불의의 일격’ 같은 효과를 100%차단시켜줍니다.》
전 방위에 실드를 둘러치는 마인드 실드!
“빌어먹을 놈들! 몽땅 고철로 만들어 비행정의 재료로 써먹어 주마!”
아크가 소드 디펜스로 빗발치는 탄환을 흘리며 돌진했다.
그 뒤를 따라 길게 이어지던 검광이 나쿠마가 모여있는 곳에서 폭발하듯이 회오리쳤다.
사방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나쿠마들의 실드가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졌다.
“그렇게 금속이 좋으면 이것도 한 번 처먹어봐라!”
아크가 빠른 손놀림으로 파이어 이글의 탄창에 철갑탄을 장전했다. 이어 다시 한번 팽이처럼 회전하며 방아쇠를 당기자 사방으로 불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흐름을 탄 아크는 거칠 것이 없었다.
나쿠마와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케로족과의 전투와 같은 방식이었다.
멀리 있는 나쿠마가 게들링을 난사하면 가까이 있는 나쿠마의 뒤에 숨어 피한다. 그리고 광선검으로 자르고 철갑탄으로 박살내며 폐품으로 만들어버린 뒤에 다음 놈. 때때로 RPG를 발사하는 놈도 있었지만 아크로서는 오히려 땡큐.
‘소드 디펜스!’
작은 탄환은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 비껴나가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탄환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반면 더 큰 포탄은 집중하기에 따라 높은 확률로 꺾이는 각도를 뜻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 방향은 당연히 나쿠마!
퍼퍼퍼펑—!
RPG에 적중된 나쿠마가 불길을 뿜어올리며 고철로 변했다.
그렇게 검광과 포화가 난무하기를 대략 10여 분, RPG를 발사하던 나쿠마가 갤럭시 소드에 휘감겨 조각조각 분해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투가 종료되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전투였지만 상대가 10여 마리나 되다보니 아크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여기저기 총상을 입어 남은 생명력은 2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처를 돌볼 여유는 없었다.
“토리! 어디 있냐? 토리!”
“혀, 형님!”
대답이 들려온 곳은 비행정의 아래였다.
비행정과 바닥의 틈에서 기어 나온 토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왔다.
“우우! 혀, 형님!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요!”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토리의 몸에는 상처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쿠마가 나타나자마자 잽싸게 비행정 아래로 기어 들어가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나쿠마들이 비행정을 뜯어먹고, 아크가 피를 철철 흘리며 싸우는 동안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말이다.
“너 이 자식!”
“히익! 죄, 죄송합니다!”
울컥 치민 아크가 주먹을 치켜들자 토리가 머리를 감싸쥐며 엄살을 떨었다.
그런 토리의 반응에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며 주먹을 내렸다. 토리가 불쌍해 보여서는 아니었다. 만약 토리가 당했다면 나쿠마가 비행정을 뜯어먹지 않았어도 수리가 불가능하다. 지금 아크에게는 토리도 비행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아니, 잘했어. 네가 개겨 봤자 죽기밖에 더 했겠냐?”
“아,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토리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대답했다.
뭐랄까, 한 번 뒈지게 얻어맞더니 자존심 따위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나라카에서도 그렇고, 딴 건 몰라도 살아남는 재주 하나는 장난이 아니군.’
약한 놈은 약한 놈대로 살아남는 기술이 생기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로서 비행정을 습격했던 나쿠마는 모두 처리했다. 그러나 나쿠마에게 뜯어 먹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는 비행정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왔다.
그러나 아직 절망할 필요는 없었다.
뜯어먹었다고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 나쿠마가 기계부품을 먹은 것은 아니다.
뜯어낸 상태 그대로 몸에 붙이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쿠마가 죽으며 다시 기계부품으로 돌아갔으니 주변에 쌓여있는 사체(?)를 뒤지면 비행정의 부품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문제는 시간이 몇 배나 더 걸린다는 건데…….”
한숨을 불어내며 중얼거렸을 때였다.
아크의 눈치를 살피던 토리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은…….”
“뭐야? 그 반응은? 설마 수리도 못할 정도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데?”
“실은 비행정을 습격했던 나쿠마는 형님이 처리한 놈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실은 그보다 큰놈들이 몇 마리 더 있었어요. 비행정을 뜯어먹은 건 그 놈들이 먼저였습니다. 다른 놈들은 지켜보고 있다가 놈들이 뜯어먹고 돌아간 뒤에야 몰려들더라고요. 형님이 쓰러뜨린 나쿠마들이 뜯어먹은 건 장갑 부분이에요. 정작 중요한 엔진이나 주요 시스템이 담겨있는 계기판은 그 놈들이 먹어버렸습니다. 트렁크에 있던 응급수리용 키트까지…….”
“뭐? 그, 그럼?”
“모두 되찾아오지 못하면 수리는…….”
띠링.
-《잃어버린 부품(선택 퀘스트)》
당신은 변경 혹성 아마라를 비행하던 도중 이름조차 없는 지역에 불시착했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안전한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쿠마 무리가 비행정을 습격해 주요 부품을 뜯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당신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나쿠마를 추적해 부품을 되찾아오는 것과 비행정을 포기하는 것, 물론 비행정을 포기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목표: 부품 회수율 0/100%
※난이도: B
이런 게 퀘스트로 등록되기도 하나보다.
선택 퀘스트라고 적혀있지만 아크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당장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거리는커녕 어느 방향에 도시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행정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히익! 죄, 죄송합니다! 저는…… 저는…….”
아크가 비명을 터뜨리는 토리를 노려보다가 와락 몸을 돌렸다.
그러자 양팔로 머리를 감싸주고 있던 토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디로 가시려고요?”
“그걸 몰라서 물어? 이대로는 비행정을 수리할 수 없다며? 그럼 그 자식들을 쫓아가서 수리 키트와 부품을 찾아 와야 할 거 아니야?”
“혀, 형님이 가버리시면 저는 어쩌고요?”
“어쩌기는 뭘 어째? 너는 여기 남아서 비행정을…….”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치던 아크가 입을 다물고 입술을 깨물었다.
비행정을 햄스터 따위에게 맡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토리가 나쿠마를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려 죽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비행정을 덩그러니 놔둔다면 하이에나 설치는 곳에 고깃덩어리를 던져놓는 것과 다름없는 일.
부품을 되찾아오는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할 수 없지.’
아크가 한숨을 쉬며 삽을 꺼내들었다.
“자, 받아.”
“삽? 이걸 왜 저에게…… 헉! 서, 설마! 내 손으로 내 무덤을 파라는…… 혀, 형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짓이든 할 테니 제발 목숨만은…….”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내가 마피아냐? 누가 네 무덤 파래?”
“에? 아닙니까?”
“어쨌든 이런 상황이면 비행정을 이렇게 두고 부품을 찾으러 갈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부품을 찾아오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니 별 수 있냐? 숨기고 가는 수밖에.”
“숨긴다니? 설마 저 비행정을 땅에 묻겠다는…….”
“싫어? 그냥 네 무덤 하나 파고 말래?”
“아, 아닙니다!”
토리가 사색이 되어 미친 듯이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실로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게 지금 아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소형 비행정이라도 버스의 3배 가량 되는 크기. 그만한 비행정을 숨길 정도로 땅을 파려면 힘든 건 둘째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리라.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아크가 아는 한 나쿠마는 일정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주요 부품을 뜯어먹은 나쿠마도 그 사이에 멀리 도망가지는 못한다는 뜻!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행정을 숨기고 가는 편이 나았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크가 처음 삽질 스킬을 배운 것은 토리와 함께 박물관을 털기 위해 땅굴을 팔 때였다. 그러나 그 땅굴은 처음부터 아크가 판 것은 아니었다. 아크가 땅굴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이미 절반 가까이 파여져 있었다.
그 땅굴을 만든 게 토리!
토리 역시 삽질에는 일가견이 있는 햄스터인 것이다.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그 자리를 네 무덤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헉헉헉! 아닙니다!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생에 미련이 많은 햄스터.
파파파파! 파파파파! 파파파파! 파파파파!
역시나 적당한 협박을 곁들이자 토리는 엄청난 속도로 땅을 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런 토리를 보고 있자니 네팔림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일주일 동안 햇빛 한 번 보지 못하고 허리가 부러지도록 삽질을 하며 땅굴을 만들었던 기억. 그때 토리도 지금의 아크처럼 삽 하나 던져주고 뒤에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런 시절도 있었지.’
아크가 감회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과는 추억이 적지 않아. 뭐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추억을 곱씹으며 하나 하나 제대로 갚아주마!’
빌린 돈은 장부에 기록해두지만 원한은 뼈에 새겨두는 아크!
“어이, 속도가 느려진다? 그만 팔래?”
“헥헥헥!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샷건은 내려주세요! 흑, 무섭습니다!”
토리가 필사적으로 삽을 휘둘러대며 소리쳤다.
그런 토리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10시간만에 비행정이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이어 아크는 토리와 비행정을 밀어 넣고 다시 아이언 몰드로 덮어두었다.
“자, 됐다. 이제 부품을 찾으러 가자.”
아크가 비행정을 묻은 땅을 다져놓고 몸을 돌렸다.
나쿠마의 뒤를 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네팔림처럼 늪지라면 모르겠지만 이곳은 석고처럼 단단한 아이언 몰드로 이루어진 지역. 그리고 나쿠마는 기본적으로 쇳덩어리다. 때문에 지면에 놈들이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이다.
그 흔적을 따라 가기를 10여 분.
“이런 곳에도 던전이 있을 줄이야.”
근처의 둔덕 사이에서 지하로 연결된 틈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벽과 천장에 가지처럼 뻗어 나온 아이언 몰드에 뒤덮여있는 어두운 동굴!
동굴에 발을 들여놓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숨겨진 던전 [절망의 심연]을 찾아냈습니다!
-[던전정보: 절망의 심연]
드넓은 우주공간을 아름답게 수놓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혹성들.
그러나 그런 혹성도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여도 유독가스로 가득 찬 혹성도 존재하고, 인간의 이지를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도사리는 혹성도 존재하고, 믿기 어려운 비밀을 간직한 혹성도 존재합니다.
당신은 은하계 변경에 위치한 혹성 아마라의 미답지에서 아이언 몰드로 만들어진 던전을 찾아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생명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둠 저편에서 느껴지는 것은 생물이 아닌 존재의 기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기척은 마치 당신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험이 없는 곳에는 행운도 없는 법. 우주 개척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험조차 기회로 받아들이는 용기와 실력이 필요합니다.
※모험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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