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5)
아크 더 레전드-185화(185/875)
[185] SPACE 4 절망의 심연 (2)사실 아크는 던전에 들어올 때만해도 이곳에서 이틀이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던전이 이렇게 크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초반에는 비행정 부품의 회수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3~4무리의 나쿠마를 정리하면 최소 1개.
덕분에 현재 부품 회수율은 90%였다.
그런데 몇 시간 전부터 갑자기 입질이 딱 끊어졌다.
“외부 장갑이나 간단한 회로라면 수리용 키트로 제작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찾지 못한 10%에는 비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체 엔진을 뜯어간 놈은 어떤 놈이야?”
“저도 잘은 모릅니다. 비행정 바닥에 엎드려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본 놈들보다 훨씬 컸던 건 분명해요. 비행정 후미의 엔진이 뜯겨 나가기 전에 쿵쿵거리며 지면이 울렸거든요. 놈이 나타나자 다른 나쿠마들은 다 물러나더라고요.”
“나쿠마들의 보스 같은 놈이라는 말이겠지.”
원래 보스는 가장 뒤에 나오는 게 고금의 상식.
결국 아크도 던전의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실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들어온 던전, 마음이 급하기는 하지만 모처럼 숨겨진 던전을 찾아내고도 다 뒤져보지 않고 나가면 내내 찜찜할 테니까.
아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저게 다 그림의 떡이라니…….”
아크가 한숨을 푹푹 불어내며 중얼거렸다.
그 주위에는 10여 개나 되는 금속더미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대부분은 킬로그램 단위로 고물상에 넘겨야하는 폐품이었지만, 야금술을 익힌 아크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속에 섞여있는 제법 값나가는 기계부품을!
그러나 아크의 말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더 이상 가방에 넣을 공간이 없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나쿠마를 때려잡으며 전리품을 챙겨먹은 덕분에 아크의 가방은 진즉에 만땅! 토리는 물론 수레에도 더 이상 물건을 실을 공간이 없었다.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아크가 가장 싫어하는 ‘보고도 못 먹는’ 상황에 도달해버린 것이다.
수북하게 쌓인 기계부품을 버려 두고 갈 때마다 위염이 도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기계부품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손해만 뜻하는 게 아니었다.
“벌써부터 돌아나갈 일이 걱정이군.”
나쿠마가 출현하는 곳에 기계부품을 쌓아두는 것은 나쿠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아크가 두고 온 기계부품 중 상당수는 다시 나쿠마가 되어있으리라.
되돌아 나갈 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비행정 부품을 다 찾은 뒤에나 걱정할 일.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절망의 심연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였다.
그러나 조금 전부터는 일자형 길이 아래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감이 온다. 길었던 던전도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 어디 가보자고!”
아크가 벌떡 일어나 길게 이어진 동굴을 따라 걸었다.
“혀, 형님, 저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
돌돌돌돌, 돌돌돌돌.
토리가 수레를 끌고 뒤따랐다.
* * *
“뭐, 뭐야? 여기는?”
아크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던전 탐사를 재개한지 꼬박 몇 시간, 아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사실 아크는 절망의 심연을 탐사하는 내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던전에 들어온 지 이틀하고도 몇 시간, 그동안 아크가 때려잡은 나쿠마는 적게 잡아도 천여 마리다. 나쿠마의 몸을 이루는 기계부품의 양을 무게로 환산하면 수만 톤!
의문은 바로 그것이다.
‘대체 어디서 그 많은 기계부품이 나온 거지?’
그 해답이 지금 아크의 눈앞에 있었다.
일자형 동굴 끝에는 엄청난 넓이의 지하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지하공간에는 뼈대만 남은 수십 대의 비행정이 마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아이언 몰드에 휘감겨 있는 것이다.
“이거야! 이것 때문에 이 지역이 아이언 몰드로 뒤덮여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쿠마 역시 저 비행정들의 잔해로 만들어졌던 거야! 여기가 이 던전을 만들어낸 근원지다!”
던전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비행정의 잔해가 모여있을까요?”
“그런 건 관심 없어.”
아크가 토리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중요한 건 여기가 이 던전이 시작된 곳이라는 거야. 돌려 말하면 여기가 이 던전의 끝. 분명 여기 어딘가에 엔진을 가져간 나쿠마의 보스가 숨어있을 거야.”
아크의 말에 토리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괘, 괜찮을까요? 엄청 큰놈 같던데.”
“괜찮지 않으면? 여기서 살래?”
“그런 건 아니지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여기는 지금까지와 달리 지형지물이 많아 어디서 놈들이 나타날지 몰라. 저 비행정 잔해들처럼 뼈만 남기 싫으면 바짝 붙어 따라와.”
아크가 광선검을 뽑아들고 걸음을 옮겼다.
땀방울이 볼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적막.
그런 적막한 공간에 홀로 떠있는 듯한 광선검의 불빛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아이언 몰드의 가지 뒤로 그물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마치 시체처럼 뼈대만 남은 비행정 잔해가 곁들여지며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공간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걸어가기를 잠시.
“뭐지 저건?”
아크의 눈매가 좁혀 졌다.
저 멀리 뭔가 커다란 형체가 떠오른 것이다.
앞 부분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솟아있는 유선형 물체, 딱 봐도 비행정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널려있는 비행정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뼈대만 남은 비행정들은 아크가 타고 온 비행정과 비슷한 크기였다. 그러나 눈앞의 선체는 그 3배에 달하는 크기. 길이가 100여 미터나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왜 저것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거지?”
뼈대만 남아있는 다른 비행정들과 달리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속을 향한 나쿠마의 탐욕은 장난이 아니다. 던전에서 200여 미터나 떨어져 있던 아크의 비행정을 찾아내 습격했을 정도. 그런데 던전 내부, 그것도 다른 비행정이 뼈대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하나만 멀쩡한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저 비행정은 나쿠마가 싫어하는 금속으로 되어있는 게 아닐까요?”
“글쎄…… 재질이 특별히 다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일단 가까이 가보자.”
아크가 비행정으로 다가갔다.
막상 가까이 가보니 멀리서 볼 때만큼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격전을 치른 듯 선체 여기저기에 포탄을 맞은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뿐, 나쿠마에게 습격 받은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선체를 살펴본 토리가 말했다.
“이상하네요. 이 비행정은 제레니움 합금강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게 왜 이상한데?”
“제레니움은 내구력이 강하지만 변형이 어려워 꽤 오래 전부터 사용되지 않는 금속이에요. 때문에 요즘 비행정은 제레니움과 비슷한 내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변형이 쉬운 테반 합금강을 주로 사용해요. 즉, 이 비행정은 테반 합금이 개발되기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뜻이죠. 그리고 제레니움은 딱히 나쿠마가 싫어하는 금속도 아니에요. 그런데 어째서 나쿠마들이 이 비행정만은 건드리지 않고 있는 걸까요?”
“그야 나도 모르지만…….”
잠시 비행정을 바라보던 아크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 비행정, 우리가 쓸 수 있을까?”
“이 비행정을 요?”
“봐. 일단 외관상으로는 멀쩡하잖아. 뭐 이런 곳에 처박혀 있었으니 뭔가 문제가 있는 거겠지만, 고철처럼 변한 우리 비행정보다는 상태가 낫지 않겠어?”
뭣보다 눈앞의 비행정은 아크가 타고 온 비행정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게다가 임자 없는 비행정. 수리할 수 있다면 이만한 비행정을 공짜로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토리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무리일 걸요.”
“뭐? 왜?”
“직접 확인해보세요.”
토리가 선체 측면의 문을 가리켰다.
문의 손잡이 부분에는 원형 홈이 파여 있었다. 아마도 그 홈이 열쇠를 끼워 넣는 곳이리라. 그러나 열쇠가 있을 리가 없으니 패스. 아크는 잠금 장치에 커넥터를 연결해보았다.
-이 문의 자물쇠는 보안장치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보안코드를 입력하거나 인베이더를 이용해 해킹으로 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접속한 자물쇠의 보안등급은 99레벨입니다. 현재 Lv.2의 해킹기술로는 4~6레벨의 보안장치밖에 해킹 할 수 없습니다. 암호를 모른다면 해킹 레벨을 올린 뒤에 다시 접속해주십시오.》
“보셨죠?”
토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일반 비행정이 아니라 전투함이에요. 전투함은 출입구나 중앙 제어 시스템에는 군사용 특수보안 설비로 제작된 잠금 장치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 평범한 비행정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요. 아마 열쇠도 함장의 DNA가 들어있는 것을 사용할 거예요. 그런 열쇠는 암호 해독용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복제가 불가능해요.”
“쳇, 역시 안 되는 건가?”
문을 폭파하고 들어가도 열쇠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하긴, 해킹 스킬이 있다고 전투함까지 훔칠 수 있다면 밸런스가 붕괴되는 하겠지만.
‘이런 비행정을 얻을 수 있다면 대박일 텐데…….’
아크가 아쉬운 표정으로 비행정을 바라볼 때였다.
쿠쿵—!
돌연 굉음이 터져 나왔다.
“히익!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어디서 난 소리야?”
기겁한 토리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기를 잠시, 비행정의 위쪽으로 시선을 들어올린 토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비행정 뒤쪽을 가리키며 떠듬거렸다.
“헉! 저, 저게…… 저게 무슨…… 혀, 형님…… 저거…….”
토리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서 거대한 물체가 솟아올라오고 있었다.
크고 작은 기계부품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몸…… 나쿠마였다. 그러나 비행정 뒤에서 몸을 일으키는 나쿠마는 지금까지 본 놈들과는 전혀 달랐다. 쇳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는 인간형 나쿠마의 크기는 무려 20여 미터!
엄청난 위압감!
아크가 주춤주춤 물러나며 떠듬거렸다.
“맙소사! 엔진을 뜯어먹은 나쿠마가 저렇게까지 큰놈이었어?”
“아니에요! 저렇게까지 큰놈은 아니었다고요!”
“아니라고? 뭐야 그럼? 저놈은?”
그때 거대 나쿠마의 붉은 눈동자가 아크를 향했다.
-침입자는…… 파괴한다!
어쨌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크기가 20여 미터에 달하는 나쿠마. 솔직히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아크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전사. 이 정도로 전의를 잃어버릴 유저가 아니었다.
아크가 광선검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피할 수 없다면 쓰러뜨리는 수밖에! 토리, 물러나 있어!”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멀리서 토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보니 수십 미터 떨어진 비행정 잔해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토리의 엉덩이가 보였다. 그리고 머리만 빼꼼이 내밀고 주먹을 흔들어대며 용감하게 소리쳤다.
“형님! 저는 여기서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파이팅!”
……전의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때 머리 위로 시커먼 물체가 떨어졌다.
나쿠마의 발!
-꺼져라!
콰쾅—!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사이즈의 발이 떨어지자 동굴이 통째로 흔들리며 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그 사이에 끼었다면 그대로 GAME OVER가 됐겠지만…….
몸을 날려 피한 아크가 광선검을 휘둘렀다.
“카프레 검술 3식, 갤럭시 소드!”
어둠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수십 개의 검영!
검영에 휘감긴 나쿠마의 다리에서 폭죽이 터지듯 쉴새 없이 스파크가 일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