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8)
아크 더 레전드-188화(188/875)
[188] SPACE 5 실버스타 (2)“엔카로우는 마지막에 죽어서 나쿠마가 되어서라도 실버스타를 지키겠다고 했어. 그리고 엔카로우는 내가 쓰러뜨린 거대 나쿠마의 몸 중심에 있었지. 무라트에 원래 그런 힘이 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엔카로우는 그 맹세를 지킨 거야.”
“그 나쿠마가 엔카로우였다는 말입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의 의지겠지.”
“맙소사! 그럼 죽어서까지 자신의 배를 지키고 있었다는…… 크윽, 왠지 눈물이…….”
토리가 감동 먹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아크 역시 감동했다. 평소에는 선장이랍시고 거들먹거리다가도 막상 배가 침몰하면 제일 먼저 탈출하는 인간이 널린 세상이다. 그런데 엔카로우는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 것은 물론, 죽은 뒤에는 스스로 나쿠마가 되어 수백 년이나 배를 지켜온 것이다.
그야말로 항해사의 표본! 그러나…….
“빌어먹을!”
아크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에? 왜, 왜 그러세요?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아직도 모르겠냐?”
“네? 뭘 말입니까?”
“실버스타가 나쿠마에게 습격 당하지 않은 이유는 엔카로우의 의지가 깃 든 거대 나쿠마 때문이었어. 하지만 이제 그 나쿠마는 없지. 그게 무슨 뜻이겠냐?”
“헉! 자, 잠깐만요! 그, 그럼 설마…….”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선체 밖에서 둔중한 울림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창가로 뛰어가 밖을 내다본 아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둠 속에서 수백 쌍의 붉은 빛이 떠올랐다. 그 붉은 빛의 정체는 각양각색의 나쿠마들!
“나, 나쿠마! 형님, 나쿠마예요!”
“나도 보고 있어!”
아크가 토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일단 나는 부품을 실어놓은 수레를 가지고 들어올 테니 너는 서둘러서 연료봉부터 확인해!”
“아, 알겠습니다!”
토리가 허둥지둥 기관실로 뛰어갔다.
그 사이에 아크는 실버스타 밖으로 뛰어나갔다.
“……대체 몇 마리나 되는 거냐?”
나쿠마의 숫자는 안에서 볼 때보다 더 많았다.
가시거리에 들어온 나쿠마만 수백 마리, 그 뒤로도 형태를 보이지 않지만 수백 쌍의 붉은 빛이 떠올라있었다. 아크가 지나올 때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놈들이 거대 나쿠마가 쓰러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놈들이 몰려오면 실버스타는 끝장이다!’
주변의 다른 비행정들처럼 순식간에 뼈대만 남으리라.
‘그렇게 두지는 않는다!’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크는 일단 수레를 실버스타에 들여놓고 연료봉을 찾아 기관실로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 할 때였다. 맞은 편에서 토리가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형님, 큰일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뭐가? 설마 에너지 타입이 안 맞는 거야?”
“아니, 에너지 타입은 맞아요. 실버스타도 저희가 타고 온 비행정과 같은 에테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규격이 달라서 실버스타의 연료봉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보급을 해야해요. 문제는 충전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얼마나 걸리는데?”
“이륙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최소 30분…….”
“30분이라고?”
아크가 실버스타로 몰려드는 나쿠마들을 돌아보았다.
수백 마리! 그런 놈들을 아크 혼자 30분이나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거대 나쿠마와 싸우며 입은 부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니 1분도 버티지 못하리라.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예요! 더 늦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요. 놈들은 실버스타를 노리고 있으니 지금이라면 놈들을 따돌리고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그 다음은? 이곳을 빠져나가서 어쩔 건데? 아직 비행정의 부품도 다 못 찾았잖아.”
“그, 그건…….”
“어차피 이 상태로는 비행정도 수리 못해!”
수리할 수 있어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만 충전하면 가져갈 수 있는 우주 전투함!
이미 손안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는 전투함을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죽어도 포기 못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실버스타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어! 이걸 포기하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고 만다!’
그때 아크의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가만? 이 우주선은 전투함이라고 했지? 그럼 무기도 있을 거 아니야?”
“……아!”
토리도 그제야 생각난 듯 눈동자를 반짝였다.
“맞아요! 아까 기관실로 가다가 포탑으로 연결된 통로를 봤어요!”
“좋아, 그럼 너는 일단 기관실로 가서 연료봉을 충전해.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죽어도 실버스타를 포기하지 않는다. 너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살고 싶으면 서둘러! 포탑이 제대로 작동해도 나쿠마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몰라. 1초라도 서둘러야 살 확률이 높아진다!”
아크는 토리에게 연료봉을 떠 안기고 포탑으로 뛰어갔다.
포탑은 실버스타의 좌우 날개에 각각 1기씩 장착되어 있었다.
그 중 아크는 나쿠마들이 몰려오는 방향의 날개에 자리잡고 있는 포탑으로 기어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위쪽 도어가 개방되며 포탑이 밖으로 솟아올랐다. 이어 우측 윗부분에 붙어있는 작은 모니터에서 무라트 문자로 된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탑의 작동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재 실버스타는 절전 모드로 전환되어 자동화 설비와 응축 에너지 입자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자동화 설비를 사용하려면 절전 모드를 해제해주십시오. 절전 모드를 유지하려면 수동 조작을 선택해주십시오.
0.1%의 에너지도 아쉬운 상황이다.
“수동 조작!”
아크가 기관포의 핸들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 사이에 나쿠마들은 20~30미터 거리까지 접근해있었다. 아크가 핸들을 움직이자 포탑이 기계음을 발하며 놈들을 향해 회전했다. 그리고 초점을 맞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고막이 터져 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뿜어지는 포탄!
포탑에서 뿜어내는 포탄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곳까지 오며 악전고투를 벌였던 나쿠마들이 포화가 쏟아지자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갔다. 잘 버텨야 3~4방. 대부분은 2~3방만 적중돼도 작은 기계부품으로 쪼개지며 허물어졌다.
당연하다. 실버스타의 포탑은 기본적으로 대(對) 전투함용 병기. 병사의 개인화기 따위와는 사양부터 다른 것이다. 한 발 한 발이 RPG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기관포!
전차라도 녹여버릴 수 있는 위력의 병기인 것이다.
물론 나쿠마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포격이 가해지자 나쿠마들도 반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크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무모한 싸움이었다.
아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실버스타의 보호. 그러나 기관포의 위력이 아무리 굉장해도 나쿠마들의 총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기관포의 사정거리가 더 멀지만 전장 100여 미터에 달하는 실버스타의 동체를 포탑 하나로 모두 커버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실드조차 전개할 수 없는 상황. 수백 마리나 되는 나쿠마의 총격이 선체에 집중되면 30분은커녕 10분도 버티지 못하리라. 그러나…….
팅—! 팅—! 팅—!
놈들의 탄환은 실버스타 앞에서 튕겨 나갔다.
탄환을 막아내고 있는 것은 바로 거대 나쿠마의 잔해!
실버스타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나쿠마의 잔해가 성벽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직선의 총격은 그 성벽에 막혔고, 대각선도 높이 탓에 제대로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죽어서는 나쿠마가 되어 비행정을 지키고, 기계부품이 되어서도 성벽이 되어 비행정을 지키다니, 멋지구나. 엔카로우 소위!’
뭐 아크가 가져가기를 바라지도 않겠지만…….
어쨌든 거대 나쿠마의 잔해 덕분에 나쿠마의 탄환은 선체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그건 아크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어차피 아크의 목적은 실버스타의 보호. 나쿠마의 잔해를 넘어오려는 놈들만 작살내며 시간을 벌면 그만이다.
“좋아! 좋다고! 얼마든지 와라! 몽땅 재활용도 못하는 폐품으로 만들어주마!”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아크는 무아지경으로 포탄을 쏟아 부었다.
사격실력은 형편없는 아크지만 이렇게 연속적으로 뿜어져 나가는 기관포는 굳이 사격실력이 필요 없었다. 포탄이 박히는 지점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포신을 움직이면 그만.
덕분에 허접한 아크의 솜씨에도 나쿠마들이 추풍낙엽처럼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그 잔해가 다시 거대 나쿠마의 잔해 위에 쌓여 성벽은 계속 높아져갔다. 상황이 변한 것은 20여 분이 지났을 때였다.
실버스타 앞에 쌓여있는 잔해가 갑자기 요동쳤다.
그러기를 잠시, 잔해가 통째로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뭐, 뭐야? 이건…… 서, 설마?”
한데 뭉쳐 솟아오르던 잔해의 일부가 양쪽으로 길게 뻗어 나왔다.
그와 함께 주변에 흩어져 있던 기계부품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달라붙었다. 아니, 기계부품만이 아니었다. 근처의 나쿠마들까지 달라붙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형체는 마치…….
“거대 나쿠마!”
얼마 전부터 성벽을 넘어오는 나쿠마가 부쩍 줄어들었다.
나쿠마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크가 볼 수 없었던 성벽의 뒤쪽에서 나쿠마들이 잔해를 흡수해 거대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상상도 못했던 상황에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잔해가 거대한 인간의 상체로 변신했다.
뒤이어 실버스타를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팔!
지금까지 적의 공격을 막아주던 성벽이 이제 적의 무기가 된 것!
“이, 이런 빌어먹을! 지가 무슨 트랜스포머야? 웬 변신 합체야?”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팔을 향해 포탄을 쏟아 부었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놈의 팔에서 기계부품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실버스타에 닿기도 전에 손목이 끊어지며 거대한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쏟아진 기계부품이 다시 동체에 흡수되며 다른 팔이 만들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선체에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57》
-선체에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76》…….
포탑 상단의 모니터에서 붉은 메시지가 정신 없이 올라왔다.
성벽이 되어주던 잔해가 거대 나쿠마로 변해버리자 흡수되지 않은 나쿠마들의 총격이 선체에 직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나쿠마들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총격의 데미지는 크지 않아. 하지만 저기에 맞으면…….’
엄청난 중량의 기계뭉치!
제대로 맞으면 일격에 치명상을 입어버리리라.
‘거대 나쿠마의 공격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한다!’
다행히 거대 나쿠마는 움직임이 느렸다. 게다가 너무 부피가 커진 나머지 응집력이 약해진 탓인지 연결부위에 포탄을 쏟아 부으면 금세 끊어져 떨어졌다. 그러나 거대 나쿠마는 다시 기계부품을 흡수해 끊임없는 소모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느닷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포탑의 실탄이 떨어졌습니다!
※응축 에너지 입자포로 대체하려면 절전 모드를 해제해야합니다.
“헉! 마, 망했다!”
아크가 포탑을 향해 떨어지는 거대 나쿠마의 팔을 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결국 놈의 팔이 실버스타를 내리쳤다. 순간 실버스타의 동체가 푸른 섬광에 휩싸이며 나쿠마의 팔이 닿은 포탑 윗부분에서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이 빛은……?”
-형님, 에너지 충전이 끝났습니다!
님프에서 토리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실버스타의 에너지 충전을 마친 토리가 절묘한 타이밍에 실드를 전개한 것이다.
아크가 퍼뜩 고개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에너지 양은?”
-현재 53%. 간신히 50%를 넘겼습니다. 연료봉을 연결해둔 상태라 계속 올라갈 겁니다.
“그런데 뭘 기다리고 있어? 일단 시동부터 걸어!”
-알겠습니다!
위이이이이잉! 쿠쿠쿠쿠쿠!
토리의 대답과 함께 실버스타가 굉음을 일으키며 진동했다. 그러자 실버핸드를 휘감고 있던 아이언 몰드가 부서져 나가며 동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콰쾅—!
그때 폭음이 울리며 실버스타가 흔들렸다.
거대 나쿠마가 또 다시 실버스타의 실드를 내리친 것이다.
“이런 젠장! 토리, 일단 선체를 놈이 있는 방향으로 회전시켜!”
아크가 반대편 날개의 포탑으로 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그리고 포탑에 앉자 그 사이에 실버핸드의 동체가 거대 나쿠마를 향해 회전한 상태였다. 반대편 포탑에서도 거대 나쿠마를 타겟팅 할 수 있는 상태! 게다가 이 포탑에는 아직 실탄이 남아있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아크는 포탄을 쏟아 부으며 소리쳤다.
“토리, 실버스타에 주포가 있다고 했지? 사용할 수 있어?”
-연료봉을 연결해둬서 에너지가 계속 충전 중이니 1~2발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바로 준비해! 목표는…….”
아크의 눈동자가 잠시 거대 나쿠마에게 머물렀다.
아직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우주전투함의 주포다.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거대 나쿠마 1마리쯤은 일격에 분쇄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100%확실한 게 아니다. 그리고 거대 나쿠마를 처리한다해도 작은 놈들의 공격을 언제까지나 막아낼 수도 없었다. 잠깐 사이에 그런 결론에 도달한 아크의 눈이 향한 곳은 지하공간의 천장!
“천장이다! 놈의 머리 위! 거기가 목표다!”
아크의 고함과 함께 실버스타의 선수가 대각선으로 치켜져 올라갔다.
뒤이어 뾰족한 선체의 앞부분에 푸른 빛 입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딧불 정도의 빛이었지만 순식간에 강렬한 빛으로 변해 사방으로 스파크를 뿜어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팽창하다가 벼락같은 빛을 뿜어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거대 나쿠마의 머리를 스쳐 천장으로 쏘아져 올라가는 뇌전!
뇌전이 충돌하자 천장에 굵은 균열이 번지며 지하공간이 희뿌연 가루에 뒤덮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한 번 시작된 균열은 천장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고, 동굴을 유지하고 있던 균형이 깨지며 집채만한 아이언 몰드 덩어리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콰쾅! 콰쾅! 퍼퍼퍼펑!
새까맣게 모여 있던 나쿠마들이 뭉개졌다.
거대 나쿠마 역시 아이언 몰드 덩어리에 맞아 몸 여기저기가 떨어져나갔다. 그건 실버스타 역시 마찬가지. 표면에서 쉬지 않고 스파크가 일어나며 실드가 깎여나갔다.
-혀, 형님! 도, 동굴이…….
“발진이다! 주포를 쏜 지점을 향해 전력 부상한다!
-하, 하지만 아직 천장이 뚫리지 않았어요!
“어차피 이판사판이야! 여기서 더 머뭇거리면 우리도 저 나쿠마들처럼 뒈지는 거야!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크윽, 아, 알았습니다!
토리의 대답과 동시에 실버스타가 굉음을 일으키며 날아올랐다.
수백 년 만에 날아오르는 전장 100여 미터에 달하는 무라트의 우주전투함 실버스타!
그 이름처럼 은빛으로 빛나는 동체가 10여 미터 상공에서 균열이 번지는 천장을 향해 선수를 치켜세웠다. 이어 후미에서 시퍼런 불길을 뿜어내며 돌진했다.
그와 함께 아크가 포탑을 전방으로 회전시켰다.
이어 방아쇠를 당기자 포탄이 빗발치며 천장에서 쉴새 없이 불길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집채만한 아이언 몰드 덩어리가 거대 나쿠마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놈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실버핸드를 향해 팔을 뻗었지만, 아이언 몰드 덩어리에 직격 당해 팔이 끊어지고 뒤이은 바위의 폭격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그러나 이미 나쿠마 따위는 아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뚫지 못하면 죽는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아크가 쏟아내는 탄환은 오직 천장을 뚫기 위한 것!
그러나 천장은 상상 이상으로 두꺼워 쉴새 없이 포화를 쏟아 부어도 실버스타의 선수가 닿을 때까지도 뚫리지 않았다. 1발의 주포는 바로 이때를 위해 아껴두었던 것이다.
“주포 발사!”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또 다시 쏘아져 나가는 푸른 빛 기둥!
뒤이어 시퍼런 빛이 퍼져나가는 천장에 실버스타의 선수가 충돌!
동시에 뭔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잠시 멈췄던 실버스타가 솟구쳐 올라갔다. 순간 주변을 뒤덮었던 아이언 몰드 가루가 흩어지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펼쳐졌다.
“서, 성공이다! 드디어 밖으로 나왔어!”
포탑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크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천장을 뚫고 단숨에 수백 미터 상공까지 날아오른 실버스타의 아래에서는 아이언 몰드로 뒤덮인 지역이 서서히 함몰되어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