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89)
아크 더 레전드-189화(189/875)
[189] SPACE 6 이스타나로! (1)휘이이이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황갈색 모래가 바람에 휘말려 광장을 뒤덮었다.
그러자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젠장, 실드가 없으니 한 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장난이 아니군.”
“틈틈이 장비 손질을 해두는 게 좋아. 총에 모래가 끼어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으니까.”
“쳇,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사냥 전에 꼼꼼히 확인한다고.”
“쉿, 이제 시작한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잡담을 늘어놓던 사람들이 얼른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광장에 모여있는 백여 명의 시선이 모이는 곳, 뿌연 모래폭풍 속에 ‘그’가 있었다. 오랫동안 손질을 못한 듯 빛이 바래있는 가죽 아머 위에 낡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금발 사내!
일명 레피드라고 불리는 유저였다.
‘젠장, 내가 왜 이런…….’
레피드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새삼스럽지만 그는 한때 이슈가 되었던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강제 징용되었다가 아마타스가 연방군의 승리로 끝난 뒤에야 사면 받아 이스타나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의 여행 끝에 마침내 이곳에 도착했다.
-섹터 S-20 관리소.
관리자: 아크
섹터 S-20!
바로 아크가 있는 곳이었다.
아크라는 이름을 확인하자 울컥한 감정이 치솟았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어야했던가!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저 삽질이었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실수와 엇갈림. 그러나 이제 그것도 끝이다.
마침내 아크가 있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형님을 만나러 오셨다고요?”
그를 맞이한 건 헤겔이라는 외계인이었다.
“무슨 용건으로 형님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 안 계십니다.”
“없다고요?”
“네, 한 조금 전에 나가셨어요.”
“조금 전에? 어디입니까? 어디로 갔습니까?”
레피드의 질문에 헤겔이 우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뭐 형님과 아는 사이라니까…… 실은 손님이 오시기 전에 타투인의 은하연방 관리가 직접 비행정까지 타고 형님을 만나러 왔죠. 그리고 꼭 형님의 도움이 필요하면서 데리고 갔죠. 후후후, 이 섹터의 관리자는 그런 분입니다. 벨타나와 아타마스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용사라고요. 저는 그분의 아우 뻘 되는 사람이고요.”
레피드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아크를 만나기 위해 타투인에 귀환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정작 아크는 그 사이에 타투인으로 갔단다. 그것도 그가 도착하기 30여분 전에 말이다.
‘그때 은하연방의 비행정을 타고 나갔다면…….’
S-20에 도착하기 직전에 봤던 비행정에 아크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뭐냐, 이건? 지금 날 가지고 노는 건가?’
이렇게까지 엇갈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그럼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
“그야 저도 모르죠.”
심지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단다.
이 부분에서 레피드는 고민했다. 아크를 따라 타투인으로 가야할지, 아니면 S-20에서 아크를 기다릴지.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크가 벨타나로 강제 징용되었을 때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가 3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어.’
레피드는 단단히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S-20에서 아크를 기다리기로.
그때부터 레피드는 S-20의 관리소-팻말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곳이지만-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레피드는 사냥도 하지 않았다. 사냥터에 나가있는 사이에 아크가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버릴지도 모르니까. 수면 시간도 최대한 줄이고 잘 때조차 캡슐에서 나가지 않았다.
자는 사이에 아크가 돌아왔다가 나가버릴지도 모르니까.
“뭐야? 저 녀석은? 왜 저기 앉아서 우리를 빤히 보고 있는 거야?”
“형님을 기다리고 있데요.”
“아크를? 아크가 언제 돌아오는데?”
“모르죠. 그러니까 그냥 저기서 기다리고 있겠대요.”
“저 녀석이 노려보고 있으니까 신경 쓰여서 일을 못 하겠잖아. 그냥 형님이 돌아오시면 연락을 줄 테니 사냥터든 어디든 좀 돌아다니라고 해.”
“저도 그렇게 말했는데 싫다네요. 형님을 엄청 만나고 싶은가 봐요.”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형님을 만나겠다는 건데?”
“그것도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더라고요. 뭐 아직은 자기도 모른다나?”
“자기도 몰라? 저 자식 바보냐?”
멜린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헤겔이 눈치를 살피며 다가와 속삭였다.
“그런데 말이에요. 전에 저 개척자가 꾸벅꾸벅 졸면서 잠꼬대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형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우리는 운명적인 사이라느니 하는 말을 중얼거리더라고요.”
“운명적인 사이? 서, 설마…….”
멜린이 화들짝 놀라며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레피드를 바라보았다.
“저, 저 자식 그거 아니야? 몸은 남자지만 마음만은 여자다…… 뭐 이런 거. 그래서 아크에게 꽂힌 거 아니야? 그래, 그럼 설명이 되지. 남자가 남자를 기다리는데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잖아. 그럼 저 자식, 바보가 아니라 스토커인 거 잖아?”
“힉! 그, 그럼 어쩌죠?”
“어쩌기는 뭘 어째? 딱히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S-20의 평생 이용권을 구입한 사람을 이유도 없이 쫓아낼 수는 없잖아. 아크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지.”
심지어 게이 취급을 받아도!
레피드는 사무실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본의 아니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멜린과 헤겔의 잡담을 통해 아크가 벨타나와 아타마스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고 S-20의 관리자가 된 과정. 그리고 현재 S-20을 어떻게 키워 가는지 저절로 알게 된 것이다.
‘아크…… 확실히 평범한 놈은 아니야.’
다른 사람은 그저 행운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레피드도 한때는 아크를 그저 운이 좋은 놈으로 치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행운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실력이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법. S-20이 좋은 예였다.
S-20의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를 이용한 TV홍보와 ‘평생 무료 이용권’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 섹터로 지정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이용객이 1,500을 돌파한 것이다.
‘하긴 이전의 아크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새삼 놀랍지도 않지만…….’
레피드가 보기에 아크는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는 의욕이 앞서 S-20에 너무 급하게 개척자를 모았다는 것.
아직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섹터에 이용자가 갑자기 몰려드니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던전에서 우리가 먼저 잡은 자리에 다른 파티가 억지를 부리며 끼어 들어왔어요. 이건 섹터 관리인이 중재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확실하게 규칙을 세워 주세요!”
“이용요금까지 받아먹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면 차라리 평생 이용권을 환불해주세요!”
“이보게. 얼마 전에 들어온 상인이 내 가게 바로 앞에다 똑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을 만들었네. 허가를 받았다는데, 너무 하지 않은가? 나보고 장사 때려 치라는 건가?”
“얼마 전에는 던전 앞에 가게를 차리는 놈도 있더군. 그 상인도 나와 같은 등록비와 세금을 냈다고 들었네. 그럼 나도 던전 앞으로 상점을 옮기겠네.”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충돌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S-20은 아직 체계나 기준이 잡혀있지 않다 보니 던전이나 섹터에서 유저와 NPC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아크의 첫 번째 실수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해 규칙을 만들어두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 실수는 이런 상황에서 며칠이나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 그건 그러니까…….”
“상점의 취급품목이나 위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어서…….”
“관리자가 돌아오면 조속히 해결책을 내놓을 테니…….”
관리를 위임받은 멜린과 헤겔은 섹터 운영 경험이 없었다.
게다가 섹터 운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진 NPC. 때문에 이런 민원이 빗발치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어버버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니 유저와 NPC들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었고, 더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에 이르렀다.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새삼스럽지만 레피드는 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학을 공부한 덕분에 이런 일은 듣자마자 해결책이 보였다. 그런데 멜린과 헤겔이 바로 옆에서 헤매는 장면을 지켜보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짜증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와글와글! 왁자지껄!
유저나 NPC들이 민원을 청구하는 것은 섹터 사무실.
레피드가 자리 잡은 팻말 앞이었다. 아크를 기다리느라 캡슐 안에서 쪽잠을 자는 중이라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시끄럽기까지 하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근질근질, 안절부절.
‘빌어먹을, 도저히 못 참겠다!’
결국 참다 못한 레피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멜린 님, 헤겔 님, 잠시 저 좀 보시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둘을 불러낸 레피드는 사무실 옆에서 들어온 민원의 해결책을 설명해주었다.
던전에서 유저들 간의 충돌을 없애기 위한 ‘S-20 임시 던전 이용 규칙 10개조’, 상인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상점 개설 장소를 한정짓고, 구획을 나눠 지역 별로 보증금에 차등을 두고 취급 상품의 제한하는 ‘S-20 임시 상거래 규칙 10개조’!
“오오! 과연!”
“이거라면 분쟁이 많이 감소하겠어요!”
레피드가 내민 문건을 읽어본 멜린과 헤겔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당연하다. 경영학과 출신에 아버지의 사업체에서 실무 경험까지 쌓은 레피드가 작성한 규칙이다. 바늘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완벽하게 정리된 규칙! 멜린과 헤겔이 그 규칙을 기준 삼아 일을 처리하자 민원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야 잠 좀 잘 수 있겠군.
그러나 진짜 불면의 시간은 그때부터였다.
쌓여가던 민원이 해결되자 잠시 주춤하던 인구수가 다시 증가했고, 늘어나는 인구수에 비례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섹터의 인구수가 늘어나자 근방의 다른 섹터와 관련된 더 크고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멜린과 헤겔은 레피드를 찾아왔다.
“이보게.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에 마련해준 규칙에 몇 몇 개척자가 불만을 터뜨리는데 어쩌죠?”
‘빌어먹을,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이미 손을 대버렸다.
이제 와서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레피드는 아예 사무실에 들어앉아-그래봤자 자리만 옮긴 거지만- 민원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어이, 여기 아크라는 놈 있지?”
며칠 전에 한 개척자가 S-20을 찾아왔다.
“아크라는 놈이 요즘 제법 방귀 좀 뀐다며? 연방에서 전쟁 영웅이라고 추켜 주니까 아주 기고만장해 있다는데, 이 몸이 하늘 위에는 다른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몸소 행차하셨다. 당장 아크라는 놈을 불러와. 결투 신청이다!”
“지금 형님은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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