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
아크 더 레전드-19화(19/875)
[19] SPACE 7. 웰컴 투 네팔림(PART : 2) (3)“혹시 토리이십니까?”
“네, 제가 기어의 사장 토리입니다.”
햄스터가 에헴 하는 표정으로 투실투실한 아랫배를 내밀었다. 설마 했는데…… 햄스터 토리…… 햄토리…… 설마 정말 그놈은 아니겠지?
아크가 심란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햄토리. 아니, 토리가 철공소 앞에 진열된―방금 전까지는 그냥 쓰레기인 줄 알았다― 것들을 자랑스럽게 가리키며 바쁘게 주둥이를 움직였다.
“자, 자, 일단 한 번 둘러보십시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닙니다. 안에도 상품이 많으니 총이든 칼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는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엥? 물건을 사러 온 게 아니라고?”
쉴 새 없이 떠들던 토리의 수염이 바짝 치켜 올라갔다.
“뭐야? 그냥 구경꾼인가? 빌어먹을, 물건 살 거 아니면 그냥 가던 길이나 가지 왜 남의 공장은 기웃거려? 여기가 무슨 동물원인 줄 알아? 난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햄스터가 아니라고! 계속 기웃거릴 생각이면 뭔가 사든가 아니면 가던 길이나 가. 귀찮으니까.”
“아니, 그게 저…….”
“뭐야?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면 뭔가 사든가.”
손님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곧바로 안면을 갈아엎는 햄스터의 싸가지 없는 태도에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아크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어차피 이런 햄스터에게 추천서를 들이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해킹에 대해 알아보기에는 이런 놈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크는 슬쩍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구하는 게 있습니다.”
“구하는 게 있다고? 장난해? 방금 전에는 물건 사러 온 게 아니라며?”
“아니, 제가 구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에? 기술?”
“네, 해킹 기술. 혹시 그런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뭐, 뭐야? 해킹?”
토리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야구공만 한 눈알을 몇 번 깜빡이더니 갑자기 와락 아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망할 자식이 감히 어디서 수작질이야? 내가 어딜 봐서 그런 불법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앙? 너 뭐 하는 자식이야? 남의 장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했어? 아니, 그게 목적이지? 어디냐? 어떤 자식이 보냈어? 아니, 어떤 자식이 보냈든 상관없어.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영업방해죄로 당장 콩밥을 먹여 줄 테니!”
토리가 길길이 날뛰며 님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경찰을 부를 분위기에 아크는 완전히 당황해 버렸다. 설마 토리처럼 선량과는 거리가 멀게 생겨 먹은 햄스터까지 이렇게 방방 뛰며 난리를 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혹시 해킹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범죄에 속하는 기술인가?’
어쨌든 이대로는 곤란하다.
“자, 잠깐 기다리십시오!”
“기다리기는 뭘 기다려? 넌 이제 뒈졌어!”
“아니, 그게…… 혹시 젝슨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젝슨?”
토리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젝슨이라니? 혹시 R-14에서 근무하는 젝슨 말이야?”
“네, 저는 젝슨 님의 소개로 찾아온 사람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속이는 거 아니야? 난 순진한 햄스터가 아니라고.”
아, 이 자식, 결국 제 입으로 햄스터라고 말해 버렸다.
아까는 아니라며?
아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크는 얼른 젝슨의 추천서를 꺼내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보내는 토리에게 건네주었다. 토리는 까만 눈알을 깜빡거리며 한참 추천서를 읽어 내려가더니 이내 볼살을 부풀리며 주먹으로 아크의 가슴을 탁탁 쳤다.
“어이, 젊은 친구. 이런 게 있으면 진즉 보여 줬어야지. 괜히 의심했잖아.”
“의심이라니요?”
“그게 그러니까…… 일단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토리가 쪼르르 철공소로 들어갔다.
철공소 내부는 밖에서 볼 때보다 더 절망적이었다. 쓰레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 한쪽에 산처럼 쌓여 있고 낡은 공구가 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는, 철공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지만 솔직히 고물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뭐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지만.’
이딴 고물상에 취직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그때 토리가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 흔들어 대며 입을 열었다.
“난 네가 정부 소속인 줄 알았어.”
“네? 정부 소속요?”
“쿠히히히히, 그게 말이지. 내가 얼마 전에 연방정부에서 판매 금지시킨 불법 기기를 유통시키다가 함정수사에 걸려 콩밥을 먹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 뭐 콩밥은 맛있지만 난 의외로 운동을 좋아해서 철창 안에 갇혀 있기만 하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어쨌든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킹이니 뭐니 떠들어 대기에 또 함정수사인가 싶었지.”
“아니, 저는…….”
“됐어. 젝슨이 보냈다면 믿을 만하지.”
토리가 수염을 문질문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쿠히히히히, 오랜만에 젝슨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비록 지금은 나나 젝슨이, 기름때나 묻혀 가며 살아가는 처지지만 한때 대머리 젝슨과 털보 토리라면 은하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지.”
밑도 끝도 없이 회상 모드에 접어드는 토리를 보며 삼천포로 빠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토리의 회상 모드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토리가 히죽 웃으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래, 젝슨에게 들은 거야?”
“네? 뭘 말입니까?”
“뭐라니? 자네 해킹 기술자를 찾는다며?”
“네, 그렇기는 합니다만…….”
“뭐야? 젝슨에게 듣고 해킹 얘기를 꺼낸 게 아닌가?”
“아니, 저는 네팔림에 도착하고 나서야 해킹 기술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젝슨 님의 추천서도 전해 줄 겸 토리 님에게 해킹 기술에 대해 물어본 겁니다. 그런데 해킹이 젝슨 님과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 혹시 젝슨 님이 해킹 기술자입니까?”
“젝슨이? 아니야. 나!”
토리가 자신의 가슴을 팡팡 치며 씨익 웃었다.
“쿠히히히히, 내가 지금은 선량한 철공소 사장이지만 한때는 날리던 해커였다고.”
선량 같은 소리 한다. 콩밥 먹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아크에게 토리가 콩밥을 먹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햄스터가 한때 날리던―이 부분은 살짝 의구심이 들지만― 해커였다는 것!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얘기에 아크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젝슨의 소개로 왔다니 딱 잘라 200골드! 200골드만 내! 그러면 이 토리 님께서 1대1로 딱 붙어서 기초부터 철저히 가르쳐 주지.”
“네? 200골드요?”
사실 아크도 해킹 기술을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NPC에게 기술 전수를 받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물며 불법으로 분류된 기술, 일반적인 기술보다 더 들어가면 들어갔지 덜 들어갈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200골드나 요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론 스킬 하나 잘 배워 두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200골드가 아니라 1,000골드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배워 두는 편이 좋다.
그러나 문제는 아크의 주머니 사정이었다.
지금 아크의 가방에 있는 돈은 R-14에서 사 온 무기를 팔아 번 80골드 남짓. 마일드 패거리 탓에 도중에 멈췄지만 남은 물건까지 다 팔아도 100골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 재산을 탁탁 털어도 100골드나 부족한 것이다.
‘젠장, 결국 메모리 칩의 데이터는 100골드가 더 모일 때까지 확인하지 못하는 건가?’
막상 확인을 못 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더 궁금해진다.
그러나 당장 해킹 기술을 배울 돈조차 없는 걸 어쩌겠는가? 아크가 한숨을 푹푹 불어 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쿠히히히히, 당황했군. 당황했어. 그렇겠지. 자네 R-14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 그런 애송이가 200골드나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뭐야? 이 자식, 그럼 내가 돈이 없다는 걸 알면서 이러는 거야?’
아크가 울컥한 눈으로 토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토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의 말은 농담이야. 뭐 200골드는 받아야 한다는 말은 정말이지만, 젝슨의 소개로 찾아온 사람에게 야박하게 굴 수는 없지. 일단 해킹 기술은 가르쳐 주겠어.”
“그,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공짜는 아니야.”
“네? 하지만 말했다시피 저는 지금 200골드나 되는 돈이 없습니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제안을 하려는 거야.”
“제안이라니요?”
“정리하지. 자네는 해킹 기술이 필요하고, 나는 보다시피 철공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 항상 자원이 필요하네. 그러니 내가 해킹 기술을 가르쳐 주는 대신 자네는 자원을 구해 오는 거야. 해킹 기술을 제대로 익히려면 20번 정도는 교육을 받아야 하니까 자네가 구해 온 자원이 10골드 분량이 될 때마다 한 번씩 교육을 시켜 주지. 말해 두지만 이런 제안은 흔치 않아. 젝슨의 소개로 온 자네니까 이런 후원을 해 주는 거야. 자네는 원하던 해킹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나는 필요한 자원을 조달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잖아?”
‘확실히…….’
아크도 토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알았지만 해킹은 그냥 전수받는다고 바로 익힐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몇 번에 걸쳐 교육을 받고 숙달이 되어야 익힐 수 있는 스킬.
다시 말해 나중에 200골드를 모아 와도 스킬을 배우는 데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토리의 방식이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뭣보다 이미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제안. 아니, 매우 좋은 제안이었다.
‘그러고 보니 R-14에서 유료 사냥터를 만들어 두둑하게 챙긴 것도 그렇고, 반복 퀘스트를 완료해 보상을 받은 것도, 거기에 마일드 덕분에 숨겨진 아이템을 찾은 것과 토리까지. 초반에 실수해서 단검을 깨 먹은 이후에는 엄청 운이 따라 주는 느낌인 걸?’
마일드 패거리와의 악연 따위는 이미 아크의 머릿속에서 삭제되어 있었다.
덕분에 한껏 업 된 아크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도 혼자 지내느라 적적했는데 제자가 생기니 기분이 나쁘지 않군. 하지만 해킹 기술을 배우는 건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야. 일단 기본적인 해킹툴은 내가 주겠지만 프로그램만 가지고 있다고 모두 해커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해킹툴은 그냥 도구에 불과해. 정작 본인이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러니 네가 쓸 해킹툴은 직접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지. 그러려면 힘든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텐데, 각오는 되어 있나?”
“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지.”
토리가 벌떡 일어나 님프를 들어 올렸다.
“네 님프를 이리 가져와. 바로 해킹툴을 전송해 주지.”
이어 토리가 아크의 님프에 자신의 님프를 접촉시키며 뭔가를 조작했을 때였다.
-토리의 님프가 무선 접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무선 접속을 허락하시겠습니까? Y/N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일단 마시고 보는 아크다.
“예스! 예스! 예스!”
의욕 넘치는 대답에 님프에 데이터가 업로드되며 새로운 정보창이 열렸다.
-님프에 해킹툴이 다운로드되었습니다.
-현재 업로드된 해킹툴은 모든 데이터가 초기화되어 있습니다. 해킹툴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그램을 제대로 세팅하고 유저가 직접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됐다! 해킹툴을 얻었다!’
정보조차 찾아보기 힘든 해킹 기술.
그 해킹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토대가 되는 해킹툴을 문자 그대로 길 가다 줍듯이 손에 넣은 것이다.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로 일이 술술 풀려 나가는 느낌이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무서울 정도로 술술 풀려 나가는 일들…….
그 때문에 아크는 정작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크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뒤이어 떠오르는 정보창을 확인했을 때였다.
-《7구역 관리자 젝슨의 추천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네팔림에서 작은 우주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토리는 R-14의 시설 관리자 젝슨의 추천을 받아 찾아온 당신에게 스폰서 제의를 해 왔습니다. 당신은 토리의 후원을 받아들여 중소기업 기어와 잠정적인 스폰서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 계약은 일종의 가계약으로…….
아크는 《7구역 관리자 젝슨의 추천서》 퀘스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추천서 퀘스트는 스폰서 계약과 관련이 있는 퀘스트. 싸가지 없이 굴던 토리가 갑자기 친근하게 변한 것도, 해킹 기술을 할부로 가르쳐 주겠다고 한 것도, 모두 젝슨의 추천서를 건네준 이후부터다.
해킹 스킬에 정신이 팔린 아크는 추천서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아크는 토리가 ‘후원’이라고 표현한 기술 전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는 스폰서 계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의미!
때문에 해킹툴을 다운받는 것과 동시에 계약이 체결되어 버린 것.
‘맙소사! 이게 무슨…….’
충격적인 전개에 아크가 넋을 놓고 있을 때였다.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하도록 하지.”
토리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아, 정말 굿 타이밍이야. 사실 그렇지 않아도 금속 부품을 모아 올 사람이 필요하던 참이었거든. 요즘 개척자가 많아져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고 선금까지 받고 덜컥 계약해 버렸는데 막상 구하려니 좀처럼 없더라고.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위약금을 무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데 네 덕분에 한시름 놓았어. 땡큐다, 땡큐. 쿠히히히히!”
“네? 계약? 위약금? 그건 또 무슨…….”
“어이! 토리!”
그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아크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고물상으로 투박한 형태의 헤비아머에 특이하게 생긴 라이플 따위를 비껴 맨 사내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아크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은 그 선두에 있는 거구의 사내였다.
온몸이 근육질로 만들어진 듯한 거구의 사내는 얼굴까지 털에 뒤덮여 눈과 입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나마 한쪽 눈에 안대까지 차고 있어 흉악하기 짝이 없는 인상이었다.
털북숭이 인간―그도 외계인 같았다―이 들어서자 토리가 반색하며 쪼르르 다가갔다.
“오! 클렘, 마침 잘 왔어!”
“흥, 살다 보니 햄스터 자식이 날 반길 때도 있군.”
“어이, 어이, 너무 그러지 말라고. 그래도 명색이 동업자인데.”
“동업자는 무슨 얼어 죽을…… 그런데 마침 잘 왔다니?”
“일전에 내가 구해 주겠다던 일꾼 말이야. 방금 전에 구했거든. 여기!”
토리가 아크를 가리키며 씨익 웃었다.
그러자 클렘이라고 불린 외계인이 외눈으로 슬쩍 아크를 바라보았다.
“쳇, 뭐야? 비리비리한 게 짐도 제대로 나르지 못할 것 같은 지구인이잖아?”
“지구인이면 안 된다는 말도 없었잖아.”
“뭐,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계약은 제대로 한 거겠지? 나중에 딴말 나오면 곤란해.”
“물론이지. 금속 부품 200골드를 모을 때까지 빡 세게 일해 주겠다고 도장 팍팍 찍었다고.”
“200골드라…… 잠시 깔짝거리다가 그만둘 조건은 아니니 괜찮군.”
클렘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어이, 이 녀석 태워.”
그러자 중무장을 한 전사들이 좌우에서 아크의 팔을 움켜쥐었다. 멀뚱멀뚱 토리와 클렘을 바라보던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에? 에? 자, 잠깐만요! 이게 대체 뭡니까? 절 어디로 데려가는 건데요?”
“어이, 토리?”
클렘이 미간을 찡그리자 토리가 잽싸게 아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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