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0)
아크 더 레전드-190화(190/875)
[190] SPACE 6 이스타나로! (2)“하, 놀고 있군. 숨어있는 건 아니고? 까불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불러와. 3분 내로 놈이 나타나지 않으면 깽판을 쳐주지. 내 밑에 부하가 한 100명 정도 있거든? 어때? 애들 불러다가 정말 깽판 한 번 부려줄까? 응? 싹 태워버리면 놈도 기어 나올 수밖에 없겠지.”
얼굴의 반 이상이 수염에 뒤덮인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놈들이 꼭 있다.
레벨 좀 높다 싶으면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설쳐대는 초딩 마인드의 또라이들.
레피드 역시 이전 게임을 할 때 이런 또라이들 탓에 꽤나 귀찮았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놈들은 일일이 상대해주면 한도 끝도 없는 법. 레피드는 무시했다.
“키키키. 왜? 겁먹었냐? 하긴, 관리자라는 놈이 겁먹고 숨어있는데 졸개들이야 어련하겠어? 아크라…… 그러고 보니 뉴 월드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었지. 최강의 유저라나 뭐라나…… 웃기시네. 그 자식이 잘난 척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거기 없었기 때문이야. 내가 있었으면 어림도 없지. 전에 방송으로 보니까 아크가 잘난 게 아니라 당한 놈들이 하나 같이 병신들이던데 뭐. 그런 놈을 따라하겠다고 같은 이름을 쓰는 놈이라면 여기 관리자인 아크라는 놈의 수준도 알 만하지.”
빠직.
레피드의 이마에서 핏줄이 솟아올랐다.
“아크와 결투를 하려고 찾아왔다고 했나?”
“그런데? 뭐? 네놈이 아크 대신 상대해주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못할 것도 없지. 아니, 넌 좀 맞아야겠다.”
“키키키, 그런 놈이라도 딴에는 자기 대장이라고 욕하니까 울컥하는 모양이지? 뭐 좋아. 아크라는 놈이 없다니 기다리는 동안 졸개라도 패고 있지 뭐. 결투 신청을 받아주지.”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결투는 개척자들이 합법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전투방식입니다. 쌍방이 합의 하에 결투를 할 경우, 상대를 죽여도 카오틱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망한 사람도 경험치를 잃지 않고 바로 페어리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단, 부활할 때 드는 비용은 똑 같이 적용됩니다.》
‘별 짓을 다하는군.’
레피드가 정보창을 바라보며 한숨을 불어냈다.
그러자 털보가 히죽 웃으며 묵직한 형태의 기관총을 꺼내 들었다.
“크크크크, 왜? 막상 결투를 하려니 무섭냐?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겁 대가리 없이 끼어 들면 후회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마. 자, 시간을 줄 테니 무기를 꺼내들어라.”
“내 무기는 이것뿐이다.”
레피드가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가리켰다.
그러자 털보가 어이없는 눈길로 레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지금 장난하는 거냐? 내가 들고 있는 게 안 보여? 아무래도 이런 섹터에 처박혀 살아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건 얼마 전에 헬리온 사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M-620 연사식 돌격소총이라고. 탄두에 특수 세라믹 코팅을 해 관통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발열은 최소화시켜 1분에 20발을 쏟아내는 악마 같은 놈이지. 무슨 뜻인지 알아?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네 놈은 흔적도 없이…….”
탕—! 탕—! 탕—!
-헤드샷-III×3!
《적의 머리에 타격을 입혀 20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털보는 자랑스러운 M-620을 부둥켜안고 뒈졌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을 했겠다? 다시! 다시 덤벼라! 이번에야말로 M-620의…….”
탕—! 탕—! 탕—!
“지, 지난번은 실수였어. 잠시 딴 생각을 했다. 다시! 다시 덤벼! 이번에야말로…….”
탕—! 탕—! 탕—!
“아니야! 그때는 내가 갑자기 손가락에 쥐가 나서 그런 거였어! 야, 인마! 자냐? 자냐고! 이 자식, 안 일어나? 당장 일어나서 이 몸의 결투 신청을 받아라! 이번에야말로 이 몸의 실력을 보여주마! M-620도 강화시켜 왔다 이거야!”
털보가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결투로 사망하면 경험치 손실도 없이 바로 페어리로 부활할 수 있다.
그때부터 털보는 아예 근처 섹터의 페어리에 등록을 해두고 죽자마자 부활, 곧바로 S-20으로 달려와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다. 물론 결투로 사망해도 부활비용은 내야하지만, 최고급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걸 보니 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유저인 모양이다.
어쨌든 레피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해 죽겠는데 저런 또라이까지…….’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
그러나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가 강제 징용되어 3달 가까이 고생하다가 얼마 전에야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아크의 섹터까지 찾아왔는데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털보와 벌인 결투가 13번!
이제 레피드와 털보의 결투는 S-20의 명물이 되었다.
털보가 돌아와 결투를 신청하는 시간에 맞춰 구경꾼이 몰려드는 것이다.
“후후후, 이번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거다. 지난번에는 갑자기 먼지가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조준을 할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나왔다! 이번에야말로!”
털보가 매번 지껄여대는 ‘이번에야말로’는 유행어가 될 정도.
그러나 구경꾼들이 기다리는 장면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받아라! 1분이 20발을 발사하는 M-620!”
탕—! 탕—! 탕—!
털보가 기관총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3발의 총성!
그러나 털보의 머리에 만들어진 구멍은 하나뿐이었다. 빗나간 게 아니다. 3발의 탄환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같은 곳에 적중해 구멍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것은 엄청난 속도의 손놀림!
“봐, 봤냐?”
“아니, 이번에도 못 봤어.”
“무슨 총을 뽑는 게 보이지도 않냐?”
“게다가 저 털보가 죽을 때까지 못해도 20발은 넘게 맞았을 텐데 총알 자국은 5개도 보이지 않아. 나머지는 모두 같은 곳에 적중됐다는 뜻이잖아?”
“장난 아니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가?”
구경꾼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갤럭시안을 시작한 이후 오직 권총 하나만을 연마한 레피드의 속사와 명중률!
그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다. 횟수가 10번을 넘어갔을 때부터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이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유저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직접 레피드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우와! 언제 봐도 멋집니다! 형님과 아는 사이라더니 역시 대단하세요!”
결투가 끝나자 헤겔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다가왔다.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레피드가 몸을 돌려세우다가 휘청거리며 헤겔에게 기대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민원 처리, 거기에 1~2시간마다 결투를 신청해대는 털보까지. 덕분에 요 며칠 사이에 수면 시간이 더욱 줄어들어 긴장이 풀리자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때 헤겔이 화들짝 놀라며 얼른 물러났다.
“죄, 죄송해요. 저, 저는 아직 그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요!”
“무슨…….”
레피드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였다.
“봤냐? 봤어? 저 외계인이 당황하는 거?”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슬쩍 덮치는 거 너도 봤지?”
“잠도 안 자고 이곳 관리자만 기다린다고 하더니,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야, 이거 겁난다. 일단 남자라면 외계인이든 뭐든 상관없다는 건가?”
“야야, 눈 마주치지마. 괜히 찍히면 피곤해진다.”
구경꾼들이 수군거리며 레피드의 눈길을 피해 흩어졌다.
멍청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레피드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크……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냐?’
*****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슥삭슥삭, 슥삭슥삭.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슥삭슥삭, 슥삭슥삭.
아크가 기계적으로 팔을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공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흩어져 있었다.
“우주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라…….”
그 설정이 지금처럼 실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갤럭시안을 시작한지 어느덧 네 달이 넘었다. 그 동안 지구 궤도의 우주 스테이션 R-14, 은하연방의 중심지 이스타나, 벨린 성좌의 벨타나와 아마타스, 거기에 이번의 아마라까지.
나름 적지 않은 혹성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이동할 때는 모두 스타게이트를 이용했고, 아마라는 외항용 우주선을 이용했지만 대기권을 넘어서자마자 워프 했다. 우주선이 워프 상태가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 실제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갤럭시안의 주무대가 우주라는 사실을 넘칠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당연하다. 지금 아크가 있는 곳이 바로 우주 한복판이니까!
여기서 벌써 나흘이나 우주만 보고 있으니까!
“젠장, 아마라를 탈출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확실히!
이번 여행은 아크에게 기대 이상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캐릭터 정보창》
이름: 아크(R-02788) 레벨: 107
종족: 인간 직업: 엘림의 계승자 명성: 8,520
생명력: 2,700(+90) 정신력: 150(+340)[마나:0 포스: 1,825] 모험치: 1,710
힘 270(+38) 민첩 335(+41) 체력 425(+18)
지혜 40(+13) 지능 260(+68) 운 55(+8)
※칭호: 청소반장(민첩 +3)
무식한 파괴자(지혜 -10, 힘 +7, 체력 +7)
벨타나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3)
아타마스의 영웅(힘, 민첩, 체력, 지혜, 지능, 운 +5)
중재자(지혜, 지능 +15)
※공헌도: 은하연방 11,850, 아슐라트 500
※소속: 다크에덴(CEO)
※신체 코팅: 서바이버
+서바이버 코팅으로 환경 적응력이 50%상승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만복도의 감소속도가 30%낮아졌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낙하데미지를 50%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투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가 경험치.
절망의 심연에서 중간 점검을 했을 때의 레벨이 99였다.
던전에 넘쳐나는 나쿠마를 쉬지 않고 때려잡아 이틀만에 5레벨을 올린 것이다.
그 뒤로 거대 나쿠마를 쓰러뜨린 덕분에 한 방에 5레벨 업!
그러나 아크의 광렙 행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험치가 100% 적용됐으면 5 정도는 더 올라갔을 텐데.”
아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전차나 비행정 같은 메카닉에 장착된 병기를 사용하면 적을 처치해도 경험치가 5~10%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직접 검을 휘두르고, 총을 쏘며 싸우는 전사와 한 방에 적을 수십 명씩 처리하는 전차병의 경험치가 같을 리가 없었다.
같은 경험치가 적용됐다면 기간틱이나 전차를 다루는 엔지니어는 이미 수백 대의 레벨이 되었으리라. 그게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경험치 페널티 때문이었다.
그러나 5~10%의 경험치라도 숫자가 숫자다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에 탈출할 때 절망의 심연이 함몰되며 남아있던 나쿠마들이 몽땅 짜부가 되었다. 덕분에 불과 30분만에 다시 3레벨 업! 99를 찍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107이 되었다.
-《잃어버린 부품(선택 퀘스트)》를 실패했습니다.
동굴이 함몰될 때 이런 찜찜한 메시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비행정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절망의 심연에서 수백 년 간 잠들어 있던 무라트의 비행정 실버스타!
고작 RPG 몇 방에 고철이 되어버리는 비행정과 달리 우주 항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주포와 양 날개에 2개의 포탑까지 장착된 우주 전투함을 손에 넣은 것이다.
퀘스트 한 둘 쯤이야 아무려면 어떤가!
“실버스타 발진! 이대로 대기권을 돌파한다!”
쿠오오오오오—!
절망의 심연을 탈출한 실버스타는 그대로 수직 상승.
엄청난 속도로 대기를 뚫고 날아올라 불과 1분만에 우주로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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