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1)
아크 더 레전드-191화(191/875)
[191] SPACE 6 이스타나로! (3)“워프가 안 된다고?”
“그게…… 안 된다기보다는…….”
토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이 기체는 수백 년이나 아이언 몰드에 휘감겨 있었잖아요. 잠겨져 있어서 내부 기관은 그나마 덜하지만 부분적으로 침식당한 곳도 있어서 주요 기관 몇 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그리고 갑자기 엔진을 무리하게 가동시켜 망가진 부품도 있고요.”
“그래서? 고칠 수는 있는 거야?”
“뭐 응급수리용 키트와 부품도 많으니 가능은 하겠지만 문제는 시간이죠.”
“얼마나 걸리는데?”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아요.”
토리가 아크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기껏 아마라를 탈출했다 싶었는데 앞으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한다니, 말만 들어도 답답했다. S-20에 잔뜩 일만 벌려두고 나왔다. 멜린과 헤겔에게 일 처리를 맡겨두고 나왔지만 그 방면의 전문 NPC가 아니라 일주일이나 더 걸린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실버스타의 워프 기능이 아니면 이스타나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다해도 일주일 서두르자고 실버스타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우주선을 공짜로 얻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아크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할 수 없지. 기왕 하는 거 꼼꼼하게 하라고.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있습니다.”
토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실은 기관실보다 심각한 게 우주선 외부예요. 입자 가속기나 좌표 설정기의 안테나 같은 외부 장치에 아이언 몰드가 엉겨붙어 제대로 작동하지를 않거든요. 제가 내부 기관을 수리하는 동안 형님은 선체 외부에서 아이언 몰드 작업을 해주세요.”
“밖으로 나가라고? 우주에서?”
“이런 우주선도 생겼겠다, 앞으로 우주생활을 하려면 형님도 경험해보는 게 좋잖아요.”
“하긴.”
아크는 토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신체코팅을 받았다고 해도 맨몸으로 우주에 나갈 수는 없었다.
대기권이 없는 우주는 일단 공기가 전혀 없다. 게다가 기온 차도 엄청나서 태양과 가까운 곳은 수천 도가 넘고 멀리 떨어진 곳은 절대 영도라 불리는 -270도까지 내려간다. 때문에 신체코팅을 받은 개척자라도 우주복 착용은 필수!
-외부 작업용 우주복(특수)
아이템 타입: 우주용 특수 작업복
우주 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작업이 필요할 때 입는 우주복입니다. 특수 합성섬유로 제작된 이 우주복은 몸 주위에 실드를 만들어 기압이나 온도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한 소형 분사장치가 장착되어 만일의 사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이 붙어있습니다. 단, 우주병을 예방하기 위해 1시간 작업에 30분의 휴식을 권장합니다.
《분사장치 연료: 100/100》
실버스타의 선실에는 우주복이 몇 벌 비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던 커다란 우주복은 아니었다. 이 시대의 개척자들은 모두 신체코팅을 받아 이전 세대의 우주인처럼 커다랗고 둔해 보이는 우주복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
얇은 비닐 옷을 입은 정도의 느낌.
“하, 이거 재미있는데?”
이게 우주에 처음 나가본 아크의 감상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는 감각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 거기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이 머리 위, 그리고 발 아래에 끝없이 펼쳐져 아크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했다. 문자 그대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느낌!
그러나 놀러 나온 게 아니다.
“느낌은 재미있지만 막상 뜻대로 움직이려니 생각보다 힘들군.”
아크가 실버스타의 선체 위에 발을 디디며 중얼거렸다.
무중력 상태라 다리를 조금만 세게 움직여도 금세 중심이 흐트러졌다.
그러나 아크는 금세 요령을 찾았다.
“우주에서 땅을 걷는 것처럼 움직이니까 자꾸 중심이 흐트러지는 거야. 그럼 굳이 선체에서 발을 뗄 필요가 없지. 두 발을 붙이고 움직이면 중심이 흐트러질 이유가 없으니까.”
아크는 이미 그런 보행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자렌족에게 배운 늪지보행술!
스스스슥, 스스스슥.
아크의 예상대로 늪지보행술을 사용하자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늪지는 물론 설상, 그리고 이번에는 우주까지. 한 번 배워두니 써먹을 데가 많은 스킬이다.
그렇게 몇 시간, 움직임에 익숙해진 아크는 본격적으로 청소에 돌입했다.
“여기저기 참 많이도 붙어있군.”
수백 년이나 아이언 몰드에 휘감겨 있던 기체다.
선체 외부에는 크고 작은 아이언 몰드 덩어리가 빼곡이 붙어있었다. 그걸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려면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지만…… 사실 아크는 이런 일에도 전문가였다.
“자, 시작해볼까? 시설 정비!”
R-14에서 파이프 청소를 하며 익힌 시설 정비!
이름은 시설 정비지만 실제로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청소용 스킬이었다. 그것도 당당히 Lv.2! 걸레를 꺼내든 아크의 손에서 Lv.2의 시설 정비 스킬이 발동되었다.
슥삭슥삭, 슥삭슥삭, 번쩍!
걸레가 스치고 지나가자 아이언 몰드가 떨어져나가며 빛이 난다.
마치 새로 산 자가용을 새차 하는 기분. 탁한 회색의 아이언 몰드가 떨어져나가고 실버스타가 점점 이름처럼 은빛으로 변해갈 때마다 기분도 함께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게 내 우주선이란 말이지?”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실버스타는 명실상부한 아크의 우주선. 때문에 아크는 1시간마다 30분씩 휴식을 취하는 틈틈이 실버스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전장이 100여 미터나 되는 실버스타는 조종실인 함교와 기관실 외에도 10개나 되는 방이 있었다.
그러나 아크가 확인할 수 있는 곳은 3군데뿐이었다.
-선실
선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생명력과 정신력의 회복 속도가 4배 빨라집니다. 그리고 6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면 버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저의 경우, 게임 종료 시 선실의 수면캡슐을 이용하면 재접속 할 때 추가 버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능: 휴식 시 버프 효과.》
-창고
각종 무기와 탄환, 장비품, 소모품, 그리고 우주탐사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리품을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넓이의 창고입니다.
《기능: 최대 15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습니다.》
-의무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적과의 전투로 부상을 당한 선원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우주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적의 위협이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질병도 그런 위험 중 하나입니다. 의무실은 그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회복 앰플을 사용하면 ×1.5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또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기능: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개발.》
이게 그동안 아크가 확인한 3개의 방.
나머지 7개 가운데 4개는 비어있었고, 3개는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이게 왜 안 열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토리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크가 우주선을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우주선을 구입할 만한 여유가 없었고, 뭣보다 돈이 없었다. 우주선은 보통 작은 것도 10,000골드 이상! 얼마 전까지 에이전트 등록비를 마련하느라 허덕이던 아크가 탐낼 가격이 아니었다. 실제로 현재 우주선은 대부분 길드 단위로 자금을 모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크도 우주선을 구입할 생각이었다.
때문에 틈틈이 우주선에 대해 알아봤는데, 몇 몇 특수시설은 돈을 들여 설치해도 주인의 레벨이 낮으면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열리지 않는 방이 그런 거겠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아크의 추측.
실제로 왜 열리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리하게 열 생각은 없었다.
괜히 의욕이 앞서 실버스타에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니까.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으니 뭐든 조심. 강제로 열더라도 안전한 이스타나로 돌아가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뭐 어쨌든!
본의 아니게 발이 묶이게 되었지만 아크는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흘, 꼬박 96시간을 우주에서 보내니 사정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우주공간도 이제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나올 지경이다. 뭣보다…….
슥삭슥삭, 슥삭슥삭.
나흘동안 아크가 한 일은 걸레질뿐.
1시간 작업 30분 휴식, 1시간 작업 30분 휴식, 1시간 작업 30분 휴식…… 기계적인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지금은 여기가 어디고 자기가 뭘 하는지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 짓을 아직 사흘이나 더 해야한다는 것.
“차라리 뭔가 일이라도 터지는 편이 낫겠어.”
바로 그때였다.
슈우우우우우우우—!
갑자기 귓가에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완벽한 정적. 우주는 밖에 나와 있으면 귀에 문제가 생겼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아크가 혼잣말로 떠드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언 몰드 제거 작업만 하다보면 정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갑자기 바람소리라니?
“정말 귀가 어떻게 돼버린 건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텅—!
보이지 않는 뭔가가 아크를 후려쳤다.
마치 투명한 덤프 트럭이 들이받은 듯한 충격!
튕겨져 올라간 아크는 순식간에 100여 미터를 날아가다가 덜컥 멈춰 섰다. 실버스타와 연결된 와이어 덕분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그러나 아크는 여전히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뭔가 엄청난 힘이 아크에게 쉬지 않고 부딪혀오고 있는 것이다.
“크윽, 토리! 토리! 들리냐? 대답해!”
-혀, 형님! 괜찮으십니까?
“젠장, 이게 괜찮아 보이냐? 대체 이게 뭐야?”
-아무래도 우주풍宇宙風 같습니다.
“우주풍?”
-네, 우주에 있다보면 가끔 이렇게 전자기 폭풍이 휘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고 마니까. 와이어로 고정시켜 뒀으니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면 됩니다.
‘젠장,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폭풍이라니!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은 우주에서도 통용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기계적인 작업임에도 나올 때마다 와이어를 꼬박꼬박 챙겼기에 망정이지, 깜빡했으면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됐으리라.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불어내기 직전.
피잉—!
파공음과 함께 팽팽했던 와이어가 확 날아왔다.
“이, 이럴 수가! 와, 와이어가…….”
동시에 아크는 실버스타와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망가진 연처럼 미친 듯이 회전하며 날아가자 별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정신 없이 소용돌이쳤다. 그러기를 잠시, 폭풍은 나타날 때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나 아크는 그 뒤로도 계속 회전하며 날아가다가 한참 뒤에야 겨우 멈췄다.
허우적, 허우적.
버둥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실버스타가 까마득히 멀어져있었다.
그제야 아크는 안도의 한숨을 불어냈다. 그래도 다행히 실버스타가 보인다.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버렸지만 일단 방향은 알았으니 우주복의 분사장치로 날아가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아크가 그런 생각으로 분사장치를 작동시켰을 때였다.
-분사장치를 작동시킬만한 에너지가 없습니다!
“빌어먹을,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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