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2)
아크 더 레전드-192화(192/875)
[192] SPACE 6 이스타나로! (4)아크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중얼거렸다.
일이 꼬이려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도 아크는 걱정하지 않았다.
“토리. 응답해라. 토리! 어이! 뭐 하는 거야?”
아크가 심각해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왜 답신이 없는 거지? 혹시 우주에서는 이 정도만 떨어져도 통신이 안 되는 건가? 큰일이다. 만약 토리가 내 위치를 모른다면 이대로…… 안 돼! 지금 죽어버리면 실버스타는? 절대 안 돼! 고작 우주풍에 죽을 수는 없어. 실버스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해!”
그러나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제 자리만 빙빙 회전할 뿐이었다.
그때 불연 듯 아크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그래, 그게 있었지!’
“기갑무장!”
아크는 곧바로 배틀슈트를 소환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실버스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이퍼 부스터!”
배틀슈트를 진화시키며 새로 얻은 스킬 하이퍼 부스터!
스킬을 발동시키자 발뒤꿈치의 갑각이 꿈틀거리며 분사장치처럼 솟아 나왔다. 이어 시퍼런 불길을 뿜어내자 아크의 몸이 탄환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시속 200킬로미터 속도로 100미터 거리를 이동하는 가속 스킬. 그러나 공기가 없는 우주는 저항이 없어 한 번 분사로 단숨에 수 킬로미터를 날아갔다.
“하이퍼 부스터! 하이퍼 부스터!”
아크는 10여 차례 스킬을 시전해 다시 실버스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외부 도어의 손잡이를 움켜쥐었을 때였다.
-새로운 스킬(☆)을 익혔습니다.
우주유영(유저, 액티브): 우주는 지금까지 당신이 생활해온 지구나 다른 혹성과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혹성에서는 힘과 민첩 따위가 중요하지만 우주에서 필요한 것은 공간지각력과 평행능력. 이 능력을 갖춰야 우주에서도 자신의 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비할 바 없이 뛰어난 전사라도 우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주유영을 익혀 진정한 우주 개척자로 거듭 나십시오.
《우주 공간에서 활동할 때 적용되는 신체 페널티가 20%감소됩니다.》
밑도 끝도 없는 스킬 획득!
그러나 아크는 스킬 정보창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우주공간 한복판에 내쳐진 아찔한 경험. 다행히 부스터를 이용해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마치 공황장애 환자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공포심은 실버스타에 들어간 뒤에야 약간 가라앉았다.
“휴, 고소공포증 같은 게 괜히 생기는 게 아니었군. 만약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으면 나도 우주공포증에 걸렸을지도 모르겠어.”
아크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함교로 향할 때였다.
“쿠히히히히, 드디어 자유다!”
통로를 타고 토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쿠히히히히, 역시 여기서 시간을 끌기를 잘했어. 멍청한 아크 자식. 이 몸이 언제까지나 네 종노릇이나 할 줄 알았냐? 네가 몰라보게 강해진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주를 누비던 햄스터라 이거야. 슬슬 우주풍이 오겠다 싶었는데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야. 와이어를 끊고 분사장치의 에너지도 빼놓으니 이제 아크는 우주미아! 그리고 이 전투함은 내 것이다! 쿠히히히히, 너무 원통해하지 말라고. 이게 다 이 몸을 괴롭힌 벌이니까. 그리고 너는 개척자니 죽어도 상관없잖아.”
그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왜 실버스타의 수리가 일주일이나 걸리는지, 왜 우주풍이 몰아칠 때 와이어가 분리됐는지, 왜 아무리 불러도 토리에게서 응답이 없었는지.
“토리 나와라. 오버.”
아크가 님프를 통신 모드로 전환하며 말했다.
그러자 키득거리는 토리의 님프에서 아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토리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히죽거렸다.
“쿠히히히히, 역시 멍청한 놈이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어디 백 날 불러봐라. 내가 콧방귀나 뀌나. 네놈은 거기서 꽥꽥 소리나 지르다가 죽으면 되는 거야.”
-지금이라도 대답을 하는 게 좋을 텐데?
“하! 꼴에 아직도 협박이네? 그냥 한 마디 해줄까? 뒈지라고.”
-글쎄? 과연 뒈지는 게 누구일까?
“어? 뭐야? 님프가 송신 모드로 전환됐나? 이 녀석이 내 말을 어떻게 들었지?”
-돌아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다.
“뭐래?”
토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이 백짓장처럼 탈색되며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제 대답해봐라. 내가 널 어떻게 할 것 같냐?
토리의 뒤에서 아크가 님프에 대고 말했다.
* * *
“자, 정리하자.”
아크가 님프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후, 너는 나에게 절대 복종한다. 어떤 명령에도 토시 하나 붙이지 않고. 불평불만 없이 모든 일에 열과 성의를 다해 내 명령을 수행한다. 참고로 이건 어떤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토리 본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계약이다. 그렇지?”
끄덕끄덕.
“어쭈? 내 말을 씹어?”
아크가 인상을 찌푸리자 토리가 화들짝 놀라며 얼른 입을 열었다.
“아, 아니니다. 이비 이러케 되써 마를 하수가 엉서요!”
“말을 하기 힘들다고?”
“니에.”
토리가 팅팅 부운 입으로 대답하며 끄덕였다.
우주풍을 이용해 아크를 우주미아로 만들어버리고 했던 토리.
그 얍삽한 쿠테타를 계획, 실행, 심지어 성공할 뻔했던 토리가 받은 대가가 이것이었다.
장장 5시간에 걸쳐 자행된 무지막지한 폭력! XX, OO, 심지어 △△까지…… 차마 말로 표현하기조차 두려운 폭력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하는 몰골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그러나 아크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하마터면 우주미아가 되어 죽을 뻔했다. 게다가 지난 며칠 아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실버스타까지 탈취하려던 쿠테타를 계획한 놈이다. 적당히 봐주면 언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햄스터. 마음 같아서는 3박 4일을 패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나 토리도 나름 변명 거리가 있었다.
토리는 아직 형량을 마치지 않고 스탈라를 탈주한 죄수로 되어 있다. 그러니 아크와 함께 이스타나로 돌아가면 다시 죄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아크를 배신할 수밖에 없었다…… 라는 게 토리의 설명이었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각색이 섞여 있었지만 일단 이유는 납득이 간다.
그래서 아크도 벌을 대폭 감면해서 5시간만 패고 만 것이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나도 그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너도 일단 이리나 님의 정보원 역할을 했으니 그냥 탈주자로 처리되지는 않을 거야. 뭐 그것도 캐츠족의 함정이었지만 이리나 님이 놈들을 추격하는데 공을 세운 건 사실이니 설명하기에 따라서는 감형. 잘만하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도 있겠지. 물론 나 역시 연줄을 동원해서 도와줄 생각이었고. 그런데 네놈은 날 살해하고 실버스타를 훔칠 음모를 꾸몄지.”
“크흑…… 자가…… 자시…… 저싱이 나가써나 바요.”
“좋아. 뭐 이미 지난 일이니 계속 따져봐야 소용없고. 이제 너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지. 하나는 내가 감형이나 집행유예 시켜주면 앞으로 최소 10년은 내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죗값을 치르는 것. 다른 하나는 지금 여기서 한 번에 죗값을 치르는 것. 한 번에 죗값을 치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지.”
토리는 고민하지 않았다.
상상에 맡기겠다는 한방 짜리는 굳이 상상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째뇨! 처째뇨! 혀니! 개처렁 추성 하게요! 사려주세요!
그리하여 계약 완료.
님프에 토리의 자발적(?) 계약 증언까지 녹음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실버스타의 수리를 마무리하고 이스타나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토리, 수리하는데 얼마나 더 필요하냐?”
“1, 12시가 저도…….”
“8시간 주지. 그 전에 수리를 마쳐 놔.”
“하, 하지마…….”
“이제 선체 외부 청소도 7~8시간이면 끝난다. 만약 그때까지 수리를 끝내지 못했다면 내가 깨기 전에 우주로 몸을 던지는 편이 나을 거다. 무슨 말인지 알지?”
아크의 말에 토리가 사색이 되었다.
뒤이어 모자이크 처리가 된 몸을 벌떡 일으켜 기관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얘기한대로 8시간 동안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자 경례를 붙이며 보고했다.
“혀, 혀니! 수리 와료해쓰니다!”
역시 한 번 제대로 잡아놓으니 업무성취도가 달라진다.
아크는 함교의 상단에 자리잡은 함장석에 앉으며 명령했다.
“좋아. 실버스타 워프 항법 장치 기동, 목표는 이스타나다. 출발하라!”
“아게쓰니다!”
토리가 조종석에 앉아 분주하게 계기판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실버스타가 빛에 휩싸이며 한 줄기 섬광으로 변해 우주를 관통했다.
은하연방의 중심지 이스타나로!
SPACE 7 현상금 (1)
콰지지지! 콰지지지!
장대한 우주공간에 스파크가 일었다.
소용돌이치며 번져나간 스파크가 링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이어 중심부의 공간이 물결치듯 흔들리며 유선형의 우주선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은색으로 빛나는 매끈한 동체의 우주선은 실버스타였다.
“이스타나…….”
아크가 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혹성을 바라보았다.
녹색과 갈색, 그리고 푸른색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있는 이 혹성이 바로 인류가 제 2의 고향으로 삼은 이스타나. 하르마돈 성좌에서 워프를 시작한지 꼬박 24시간. 아크와 토리를 실은 실버스타는 수십 만 광년의 거리를 뛰어넘어 이스타나 앞에 도착한 것이다.
‘워프 항해도 그냥 되는 게 아니군.’
지금까지는 워프 항해를 스타게이트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직접 우주선을 몰고 워프 항해를 해보니 그렇게 편한 게 아니었다.
워프 항법은 인위적으로 웜홀을 만들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가 나오는 방식인데, 이미 정규 항로를 구축해놓은 민간용 여객선과 달리 직접 항로를 개척해야하는 개인 우주선에게 이 다른 차원이라는 곳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다른 웜홀이 도처에 깔려있어 자칫하면 엉뚱한 곳으로 나가기 일쑤였고, 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전자기 구름이나 드물지만 우주를 떠도는 몬스터와 마주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비교적 순탄했다.
“형님, 도착했습니다!”
항해 경력이 많은 햄스터 덕분이다.
참고로 항해 도중 틈틈이 의무실을 이용한 덕에 토리의 붓기도 많이 빠져있었다.
“좋아. 그럼 일단 타투인으로 이동한다.”
“네? 아니, 그건…….”
토리가 머뭇거릴 때였다.
콰아아아! 콰아아아! 콰아아아!
실버스타 주위에서 연거푸 빛이 폭발하며 세 척의 우주선이 나타났다. 실버스타보다 작은 크기의 고속정에는 은하연방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공용 채널로 통신이 수신되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통신을 연결하자 모니터에 제복을 입은 사내가 떠올랐다.
-함장이 누구입니까?
“접니다.”
-저는 이스타나 궤도 수비대 3편대장 보난 소위입니다. 확인 결과 귀함은 은하연방에 등록되지 않은 UFO로 판별되었습니다. 따라서 귀함은 은하연방의 공역空域을 무단 침입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즉시 공역을 떠나거나, 이스타나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절차에 따라 궤도 수비대 본부에서 귀함과 승무원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합니다.
“혀, 형님!”
토리가 울상을 지으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뜻밖의 상황에 아크도 약간 당황했다. 원래 정상적인 루트로 우주선을 구입하면 그 즉시 은하연방에 등록되어 이스타나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실버스타는 우주 개척지에서 주운(?) 우주선. 때문에 미확인 비행물체, UFO로 취급되는 것이다.
아크도 이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은하연방에서 토리는 아직 범죄자. 이대로 궤도 수비대 본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으면 토리는 물론 탈옥수를 태운 아크에게도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하는 일이다.
궤도 수비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올게 왔다 싶었다.
“그 전에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타투인의 은하연방 중앙정부에 연락을 취하고 싶습니다.”
-중앙정부에 아는 분이 계십니까?
“네, 제 1 내사과장 볼티어 중령에게 연락해주십시오. 그리고…… 중앙사령부 특별 고문인 마틴 후작님께도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보, 볼티어 중령? 마틴 후작?
보난이라고 소개한 군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한 반응이다. 내사과장이라면 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중앙간부. 그리고 중앙사령부 특별 고문 마틴 후작은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벌귀족이다. 아크는 정부와 군대, 양쪽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인사를 세트로 입에 올린 것!
그러나 보난을 더욱 경악케 만든 것은 그 다음이었다.
“두 분께 전해주십시오. 아크가 돌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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