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5)
아크 더 레전드-195화(195/875)
[195] SPACE 7 현상금 (4)그때 눈치 빠른 토리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이럴 때는 참 기특한 놈이다. 그러나 원래 사람이란 멍석을 깔아놓으면 더 헤매는 법.
막상 토리가 자리를 피하자 어째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다. 아크는 아크대로, 이리나는 이리나대로 별 말 없이 뻘쭘하게 서있기를 잠시.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말을 한 게 이번이 두 번째네요.”
“네? 아, 네. 그러네요.”
“마틴 후작님에게 마법진 조사 퀘스트는 받았죠?”
“네? 아, 네.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다시 침묵.
‘젠장! 뭐가 아 네야? 멍청한 자식, 평소에는 말만 잘 하면서 왜 이럴 때는 벙어리인데?’
시시각각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아크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저는 며칠 후에 카멜 상사와 다시 팀을 짜서 우주 개척지에 가기로 되어 있어요. 대강의 상황은 후작님에게 들었을 테니 뭔가 정보를 얻으면 연락 드릴게요.”
이리나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자, 잠깐만요!”
그때 아크가 와락 고개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저, 저기 그러니까…… 혹시 괜찮다면 밖에서 저와 저녁이라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아니, 이건 그러니까…… 뭔가 사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가요?”
이리나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아크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불어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있습니다. 사심.”
‘이런 병신! 글렀다. 세상 천지에 어떤 여자가 이런 멍청한 데이트 신청에…….’
그리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때였다.
“연락 드릴게요.”
“네?”
아크의 머리가 튕기듯 올라 왔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게임 안에서 처리해야할 일도 있고, 밖에서도 볼 일이 있어서 당장 언제가 좋겠다는 말을 드리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아크 님도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시간이 나기 며칠 전에 제가 연락 드릴게요. 약속은 그때 잡죠.”
“저, 정말입니까? 정말이죠?”
“저는 볼티어 중령 님이 기다리시니 먼저 가볼게요.”
이리나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크의 님프에 자신의 님프를 가볍게 부딪혔다.
-이리나 님의 인식코드(R-02007)가 님프에 저장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인식코드는 단순히 이름만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귓속말뿐만 아니라 수십 만 광년을 떨어져 있어도 우편-물론 그만큼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뜻!
‘역시 뭐든 부딪히고 볼 일이야!’
그녀의 번호를 딴(?) 아크는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껏 날아오르던 아크의 기분은 채 1분도 되지 않아 바닥에 처박혔다.
“아, 아크 님 오셨군요. 마틴 후작님의 지시에 따라 타고 오신 우주선을 최우선적으로 은하연방에 등록해두었습니다. 이제 이 우주선은 은하연방의 관할이라면 어디든 출입이 가능합니다. 관련 서류를 여기 있습니다.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보난이 서류를 내밀었다.
-〈실버스타〉 등록 영수증
선주: 아크 등록 선박: 중소형-3등급(전투 가능)
취득세: 500골드 환경부담금: 100골드 등록비: 200골드 의무보험: 200골드
※합계: 1,000골드
위 금액을 영수합니다.
등록비 1,000골드!
“받아둬라. 곧 필요해질 테니까.”
군표를 받을 때 마틴 후작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SPACE 8 그 남자 (1)
‘정부란…… 정부란…….’
아크가 이를 바득바득 갈아붙였다.
‘날강도 같은 놈들! 뭐가 취득세 500골드야? 내가 실버스타를 얻는데 은하연방이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세금을 뜯어? 우주에서 환경 부담금 100골드? 장난 하냐? 의무보험은 뭐고? 우주에서 교통 사고 날 일 있냐? 등록비는 또 뭐야? 대체 어디서 뭘 등록하는데 200골드나 내라는 거야? 게다가 합계 1,000골드? 이건 아주 작정하고 뜯어 간 거잖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실버스타는 원래 무라트의 우주선이었다.
그걸 아크가 찾아내 수리-이건 토리가 했지만!-하고 나쿠마들과 피-오일이었다!- 튀기는 싸움 끝에 얻어냈다. 아크가 실버스타를 얻는데 은하연방이 도움이 된 부분은 0.00001%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은하연방에 1,000골드나 내야한단 말인가!
불합리성의 극치! 권력의 횡포!
그러나 아크는 1,000골드짜리 군표를 지불했다.
악법도 법이다. 뭐 이딴 중세시대의 헛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등록을 마치지 못한 비행정은 이스타나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우주선은 이곳에 세워두고 셔틀을 이용하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셔틀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유료입니다.”
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새 우주선을 구입해도 세금을 따로 내야한다. 그리고 이런 우주선 가격은 최소 10,000골드 이상. 1,000골드에 법적으로도 완전히 내 것이 되었으니 남는 장사야.’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볼티어에게 받은 군표를 고스란히 토해놓고 등록 완료. 이로서 온전히 아크의 소유물이 된 실버스타를 타고 궤도 수비대 본부를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스타나의 대기권으로 돌입!
“형님,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토리가 작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말했다.
동시에 창 밖을 가득 채우고 있던 구름이 갈라지며 드넓은 산림지대가 펼쳐졌다. 그 가운데 솟아있는 암산은 파고스 화산! 아크의 섹터 S-20이었다.
마침내 S-20으로 돌아온 아크의 감상은…….
“어라?”
당혹감이었다.
* * *
“감기 기운이 좀 있군요.”
주치의가 검진 도구를 챙겨 넣으며 말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환자가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찬성입니다. 스스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험은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니까요. 실제로 비슷한 상황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시킨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회복이 70%이상 빠르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요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뭐 직접 게임을 하고 계시니 저보다 잘 알겠지만 가상현실 게임이 직접 몸을 움직이지는 않아도 피로가 쌓인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리인에게 들으니 요 며칠 잠도 캡슐에서 자는 것 같다고 하던데, 의욕적인 건 좋지만 뭐든 무리하면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일단 해열제와 영양제를 투여했으니 며칠은 쉬시는 게 좋겠군요.”
“네…….”
청년이 힘없이 대답했다.
주치의의 진단이 아니라도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원인은 생각할 것도 없다. 요 며칠 캡슐 안에서 쪽잠을 자며 무리하게 게임을 한 탓이리라.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체 나는 왜 그를 만나려고 하는 걸까?’
청년이 물끄러미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내내 청년의 머릿속에 맴돌던 의문이었다. 그를 만나 뭘 하고 싶은 건지, 그에게 뭘 기대하는 건지,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역설적이지만 그게 청년이 몇 번이나 엇갈리면서도 아크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대체 아크라는 유저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 해답은 직접 아크를 만나기 전에는 풀리지 않으리라.
그리고 몇 번의 엇갈림 속에 그는 마침내 아크의 섹터 S-20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와 아크는 마치 누군가 방해라도 하듯이 몇 번이나 엇갈린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런 불안감이 청년에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다.’
청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캡슐로 들어갔다.
그러자 캡슐이 기동하며 다시 그의 의식을 갤럭시안으로 날려보냈다.
* * *
슈슈슈슈—!
S-20의 사무실 뒤쪽 광장.
서너 대의 비행정이 세워진 곳에 1기의 우주선이 폭풍을 일으키며 내려앉았다.
그러자 회색 피부에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년이 뛰어왔다.
“휴식과 사냥,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S-20에 어서 오십시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런 비싼 우주선을 몬스터와 도적 떼가 득실거리는 곳에 세워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죠. 하지만 섹터의 비행장에 세워두면 안심! S-20에서 안전하게 관리해 드립니다. 단기 주차는 하루에 1골드. 장기는 열흘에 8골드입니다. 대신 섹터에 주차하시면 1대당 3명까지는 섹터 이용요금이 면제됩니다. 며칠이나 계실 예정입니까?”
“여기가 비행장이라고?”
한 사내가 우주선에서 내리며 되물었다.
순간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소년의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혀, 형님!”
당혹성을 터뜨리는 소년은 헤겔.
그리고 그가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는 바로 아크였다.
“왜 형님이 그런 우주선에서……?”
“어쩌다보니 하나 얻었다.”
“네? 어, 얻다니요? 그럼 이게 형님 우주선이라는 말이에요?”
“그래.”
이번에는 헤겔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일반 비행정도 수천 골드. 우주선은 최소 10,000골드 이상이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가 싶더니 그런 우주선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그간의 사정을 모르는 헤겔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질만했다. 그러나 그건 아크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가 정말 S-20이란 말인가?’
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크가 아마라로 나갈 때만해도 S-20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시엔과 쿠마의 파티원이 울타리를 만들었지만 사실 방벽이라기 보다는 섹터의 경계를 표시하는 정도에 불과했고, 내부 시설이라고 해봤자 기드와 몇 몇 상인이 세워둔 트레일러가 전부였다. 인구수도 고작 600여 명. 그조차 대부분 던전에 들어가 있어 실제 섹터는 한산하기 그지 않았다. 섹터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
돌아오는 내내 걱정했던 부분이다.
아크가 S-20을 비워둔 시간은 모두 합해 약 열흘.
‘젠장, 이동시간을 포함해도 잘해야 2~3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열흘이나 잡아먹었어. S-20은 이제 막 신설된 섹터다. 아직 체계조차 잡히지 않은 섹터를 관리자인 내가 열흘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을 리가 없어.’
멜린과 헤겔이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NPC.
예상 밖의 상황에 대처하는 융통성은 유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대원들을 전투에 초점을 맞춰 키운 탓에 섹터 관리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었다.
‘현상유지나 하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그러나 막상 돌아와 보니 현상유지 정도가 아니었다.
아크가 S-20으로 내려오며 확인한 인구만 1,000여명. 던전에 들어가 있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최소 2,000 이상이리라.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3~4배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건 슬레이와 그레온, 멜리나의 홍보 활동 덕분인지도 모른다.
아크가 놀란 것은 불어난 인구보다 달라진 마을의 모습이었다.
섹터 입구에서부터 격자형태로 열 맞춰 늘어서 있는 각종 상점들! 파고스 화산의 던전 입구마다 별도의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었고, 구획마다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 상점가와 떨어져 공터나 다름없는 땅을 활용한 비행장까지!
‘이건 내가 구상하고 있던 섹터의 청사진과 거의 비슷하다!’
물론 아직 시설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S-20은 아크가 최종적으로 만들려는 섹터의 구조와 거의 동일. 마치 아크의 생각을 읽고 밑 작업을 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같이 온 사람은……?”
헤겔이 아크를 따라 내린 토리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아, 이 녀석은 토리. 곧 우리와 한솥밥을 먹게 될 녀석이다.”
“한솥밥? 그럼 신입사원이라는 말입니까?”
“그래, 네가 선배니 잘 교육시켜.”
“오오! 그렇군요. 토리라고 했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헤겔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주위를 둘러보던 토리가 헤겔의 손을 탁 내리치며 쏘아붙였다.
“뭐야? 토리? 쥐똥 만한 녀석이 어디서 반말이야? 내가 이래봬도 한때 날리던…….”
“한때 날리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