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198)
아크 더 레전드-198화(198/875)
[198] SPACE 8 그 남자 (4)퍽! 퍽! 퍽! 퍽! 퍽!
“아욱! 크윽! 커헉! 훅! 케헥!”
아크가 밟아댈 때마다 다채로운 비명을 터뜨리는 사내는 쿠라칸이었다.
레피드를 죽이고 아크에게 결투를 신청했던 쿠라칸. 그러나 그 결과는 결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끝났다. 시작과 동시에 쿠라칸은 떡이 되어 쓰러진 것이다.
그러나 쿠라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후후후, 너! 나를 죽였겠다? 이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깨닫게 해주마. 내 장점은 인내와 끈기! 이제 네가 어디에 있어도 제 2, 제 3의 내가 네놈을…….”
“누가 죽인대?”
“뭐?”
“실은 내 장점도 인내와 끈기거든. 어디 한 번 누가 더 인내와 끈기가 있는지 보자고.”
아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쿠라칸을 잘근잘근 밟기 시작했다.
새삼스럽지만 갤럭시안은 아머의 성능이 너무 좋아 배틀슈트라도 입지 않는 한 발차기로는 생명력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유저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가상현실 게임처럼 갤럭시안에도 ‘진짜 같은 현실감’이라는 미명 하에 캐릭터가 타격을 입으면 유저도 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이 붙어있었다.
물론 정도는 약간 저릿한 수준.
그러나 쉬지 않고 맞으면 그것도 골병든다.
게다가 아크는 집요하게 급소만 골라 때렸다. 부드러운 옷이라도 같은 부위를 계속 쓸리면 쓰라린 법이다. 하물며 전기충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크는 쿠라칸의 생명력이 5%대로 내려갈 때까지 때린 데 또 때려놓은 뒤에 방어로 전환해 다시 생명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생명력이 회복되면 다시 퍽퍽퍽!
“이제 그만! 내가! 내가 잘못했다! 차라리 그냥 죽여줘!”
쿠라칸의 입에서 마침내 이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희망 없는 저항을 포기하고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그러나 아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까지 내려갔던 쿠라칸의 생명력은 무정(?)하게 다시 회복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퍽퍽퍽!
그럼에도 쿠라칸은 접속조차 끊을 수 없었다.
일단 결투 중에는 접속을 종료할 수 없었고, 만약 캡슐을 나가 강제로 접속을 종료하면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엄청난 페널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살도 할 수 없었다. 아크는 자살을 하도록 그냥 놔두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퍽퍽퍽!
그렇게 지난 시간이 지금까지 무려 20여 시간!
이미 한참 전에 체력이 방전된 쿠라칸은 아크가 공격을 멈춰도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나 아크는 S-20에 오기 전에 실버스타가 워프 하는 24시간 동안 할 일이 없어 푹 자서 체력이 남아도는 상태. 게다가 뉴 월드를 할 때부터 밤새기를 밥먹듯 해서 원래 2~3일 정도는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10분 휴식에 1분 구타.
덕분에 10분 간 졸다가 저릿저릿한 통증에 깨어나 얻어맞고, 다시 10분 졸다가 얻어맞기를 20여 시간이나 반복한 쿠라칸은 이미 한참 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 쿠라칸은 곧바로 아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이제 그만하세요! 이미 온 몸에 피멍이 들었어요! 제가 잘못 했습니다! 이제 그만 잠 좀 자게 해주세요! 맹세합니다! 두 번 다시 여기는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아크가 그제야 폭력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근처에 모여있던 구경꾼들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 폭력현장을 처음부터 지켜본 멜린과 헤겔, 토리는 바짝 얼어 있었다.
‘이쯤하면 분위기는 잡힌 것 같군.’
사실 아크가 쿠라칸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밟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타나 행패를 부린 쿠라칸. 이런 유저가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섹터가 은하연방 관할이기는 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일이 벌어진 다음이다. 그 사이에 쿠라칸 같은 놈들이 설치면 피해를 입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크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유저다.
쿠라칸 같은 놈들이 계속 찾아오면 여러모로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쿠라칸을 20여 시간이나 밟아댄 이유가 바로 그것!
-나에게 도전하면 적당한 수준에서는 안 끝난다!
부쩍 늘어난 섹터의 유저들에게 보내는 경고.
그리고 친위대와 토리에게 보내는 경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이미 효과는 충분한 것 같다.
“좋아. 이번에는 이 정도로 봐주지.”
“저, 정말입니까?”
“하지만 만약 다음에도 또 덤비면…….”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앞으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겠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네?”
“너, 내가 없는 사이에 일주일 동안 몇 시간 간격으로 찾아와서 행패를 부렸다며? 덕분에 내 섹터에 물적, 심적으로 입힌 손해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게다가 이번에는 내 일을 도와주던 레피드까지 죽였잖아. 그런데 고작 이 정도로 넘어간다는 게 말이 돼?”
“고, 고작이라니요? 제가 지금 얼마나…….”
“앙?”
“아, 아닙니다!”
아크가 와락 인상을 쓰자 쿠라칸이 기겁하며 몸을 조아렸다.
“네! 맞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섹터 봉사 활동 100시간, 그게 네가 입힌 피해에 대한 보상이다.”
“보, 봉사 활동 100시간이라니? 저보고 여기서 100시간동안 일을 하란 말입니까?”
“싫으냐? 싫으면 100시간동안 더 맞던가.”
“아, 아닙니다! 뭐,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열과 성의를 바쳐 봉사하겠습니다!”
“만약 그 사이에 튀면…….”
아크가 광선검을 들어올리며 씨익 웃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 100시간 동안 괴롭혀주지.”
아크가 님프를 쿠라칸의 님프와 접촉시켜 ID코드를 등록시키며 말했다.
순간 쿠라칸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SPACE 9 사건! 사건! 사건! (1)
개척 퀘스트 《어둠의 전조》.
사실 아크는 이 퀘스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은하 3국의 모든 에이전트에게 주어진 메인 퀘스트. 과연 그 중 몇 퍼센트나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 빵빵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직 그에 관련된 단서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에서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넓디넓은 은하계로 뛰어나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은하 3국의 에이전트가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조만간 어딘가에서 단서가 될만한 정보가 나오리라. 그러니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차라리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 세력 기반을 제대로 다져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왜 이제야 오는 건가?]잠시 엘림의 성소에 들렀을 때였다.
광구가 남편을 기다리던 마누라처럼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아무래도 뭔가 이변이 생긴 것 같다.]“이변이라니요?”
[음에너지다. 얼마 전에 음에너지의 기운을 감지했다.]광구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카르마? 이번 일이 카르마와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번 일?]아크는 아마라에서 겪은 일을 설명해주었다.
사실 성소를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엘림의 기억은 이름 그대로 ‘엘림의 역사를 기억하는 존재’. 뭔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광구도 시원스런 답변을 해주지는 못했다.
[으음, 그것만으로는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실제로 음에너지가 감지된 이상 가볍게 넘길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음에너지를 불러들였다면 더 그렇겠지. 아크여, 명심해라. 너는 엘림의 계승자다. 그리고 엘림의 가장 큰 임무는 은하계의 수호. 만의 하나라도 은하계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음에너지의 조사(직업 전용-I)》
엘림의 기억은 얼마 전에 은하계 전역으로 퍼지는 음에너지를 감지했습니다. 엘림의 기억은 그게 오래 전 은하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카르마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하계를 수호하는 엘림의 계승자로서 첫 번째 임무입니다. 이번 음에너지의 파동과 관련된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진상을 규명해야합니다.
※난이도: B+
심지어 개척 퀘스트와 같은 내용의 퀘스트까지 안겨주었다.
어째 빨리 우주 개척지로 떠나라고 등을 떠밀어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아크는 아직 S-20에서 해야할 일이 남아있었다.
* * *
“아직은 아니군.”
아크가 섹터 입구로 시선을 옮겼다.
레피드. 좀 수상한 구석이 있는 유저지만 능력만은 인정할만했다.
쿠라칸을 처리하고 성소로 향하며 직접 섹터를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섹터 내의 정비와 던전의 관리, 어느 쪽도 따로 아크가 손댈 부분이 없었다. 전투 능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비록 쿠라칸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그건 레피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제대로 싸웠다면 쿠라칸 따위는 적수도 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실제로 레피드는 20여 차례나 쿠라칸을 처리했었다.
쿠라칸의 레벨은 80대.
그런 쿠라칸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정도면 중상위 권의 실력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역시 뭣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레피드의 태도였다. 아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난 듯한 레피드의 반응.
‘그럴만한 사람이 대체 누가 있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궁금해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러나 레피드는 20여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투로 사망하면 그 즉시 부활할 수 있어. 그런데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먼 곳에 등록을 해두었거나 내 추측대로 어딘가 아프던가. 둘 중 하나겠지.’
어느 쪽이든 그는 돌아올 것이다.
멜린과 헤겔에게 듣기로 그는 아크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서 열흘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쿠라칸 탓에 대화도 중단되었으니 언제가 됐든 다시 찾아오리라.
‘살짝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헤겔에게 들은 말이다.
“실은 형님, 레피드 말인데요…… 아니, 뭐 제가 하는 말은 아니고요. 좀 이상한 소문이 있어요. 그게 그러니까…… 성적 취향이 살짝 그쪽이라는. 흠흠, 아시죠? 남자 대 남자. 열흘이나 이곳에서 쪽잠을 자며 기다리고 형님 대신 쿠라칸과 싸운 것도…… 형님에게 꽂혀서 그런 거라는…… 형님, 조심하세요.”
등줄기가 쭈뼛해지는 말이었다.
가상현실 게임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
현실만큼이나 가상현실 게임에서의 스토킹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뭣보다 가상현실 게임은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심했다. 하물며 남자다. 그게 사실이라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차하면 죽여버리고 튀어야겠다. 내심 그렇게 다짐하는 아크였다.
어쨌든 그건 일단 레피드를 다시 만나봐야 알 수 있는 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걱정이 아니라도 해야할 일이 많은 것이다.
“섹터 관리창!”
-《섹터 관리 정보창》
섹터 코드: S-20 섹터 등급: Lv.1
섹터 범위: 파고스 화산 입구에 해당하는 1킬로미터 지역
섹터 관리자: 아크(해당 에이전트: 다크에덴)
상점 수: 12(7-면세 상점, 5-수입의 5%세금 징수 중)
인구 수: 2,380
섹터 자산: 460골드.
※현재 섹터의 인구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이 인구수를 일주일 이상 유지할 경우, 섹터 관리자는 은하연방에 주요 공공시설의 설치를 요청할 자격이 생깁니다. 2개 이상의 공공시설을 유치하면 섹터의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인구수 유지율: 4/7Day》
아크가 인구수 증가에 중점을 뒀던 이유가 이것이다.
섹터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인구수 증가와 비례한다. 사람이 많아야 섹터나 던전 이용 수입이 늘어나고, 상점도 늘어나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 또한 섹터의 주요 시설도 인구수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설치할 수 있었다. 사람이 서너 명밖에 살지 않은 마을에 버스 정류장을 만들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주요 시설이 생기면 더 많은 개척자를 불러들일 수 있다.
그러면 수입이 늘어나고 일정 숫자를 돌파하면 한 단계 높은 상위 시설물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인구가 늘고…… 이런 식으로 섹터의 등급을 올려 마지막 단계까지 가면 도시로 발전시키게 되는 것이다.
‘뭐 그건 아직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지만.’
레피드 덕분에 꾸준히 인구수가 증가해 현재 2,380명!
아직도 증가하는 추세니 이대로 나흘만 더 유지하면 시설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공짜는 아니었다.
-《1레벨 섹터에 설치 가능한 공공시설》
확장(5,000G): 섹터의 범위를 1제곱 킬로미터 확장할 수 있습니다.
페어리(3,000G): 섹터에 개척자가 부활할 수 있는 페어리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전용노선(2,000G): 섹터를 은하연방이 운영하는 수송기의 노선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중계 안테나(1,000G): 섹터에 대용량 중계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안테나가 설치되면 이스타나의 다른 도시와 교신이 가능해지고, 일반 개척자들도 다른 도시의 동료가 보낸 우편을 수신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선택 가능한 시설물과 가격.
이 중 S-20에 시급한 것이 페어리와 전용노선이었다.
갤럭시안에서 페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전용노선 역시 마찬가지.
아직 자가 비행정을 소유한 유저가 채 20%도 되지 않아 전용노선의 있는 섹터와 없는 섹터는 인구 증가율의 단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합하면 5,000골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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