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03)
아크 더 레전드-203화(203/875)
[203] SPACE 1 아크의 24시간 (3)그리고 지급 연기된 보험금에는 당연히 S-20의 피해보상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그런 상황이면 뒤에 벌어질 일은 뻔하다. 트라이얼과 라이오스는 보험금 지급 문제로 계속 법정 다툼을 벌일 것이다. 적어도 아크가 관리자 자격을 박탈당할 때까지 말이다.
“너도 알겠지만…….”
“네, 이 역시 후작님이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연방군은 섹터를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네가 던전을 관리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파고스 화산 던전은 섹터의 소유가 아니다. 그러니 던전에서 살인범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연방군이 개입할 수는 없지. 그리고 라이오스사의 연구소 역시 섹터 밖에서 건설 중이니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마틴 후작은 은하연방의 귀족, 거기에 군부의 고문으로 실력자 중의 실력자다.
그러나 그 역시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이번 사건의 주범인 라이오스의 배후에는 그의 정적인 쥬벨 후작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쥬벨 후작은 내무부 장관. 군사적인 일이라면 몰라도 내정에 관해서는 마틴 후작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아크.”
그때 마틴 후작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네게 몇 번 도움을 받았다. 아마도 이번 일에 쥬벨이 나선 것도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겠지. 그게 내가 나설 수 없는 이유다. 너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
“이해는 무슨 얼어죽을 이해야?”
아크의 설명을 들은 베라드가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자기가 다치기 싫으니 모른 척 하겠다는 거잖아!”
“이래서 귀족이란 새끼들은 믿을 수가 없는 거야. 빌어먹을, 지가 아쉬울 때는 갖은 이유를 붙여 전쟁터로 떠밀어 넣더니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남이라 이건가?”
“다음에 보면 그 허연 머리통을 박살내 버리겠어!”
친위대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그런 뜻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아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마틴 후작은 도와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야. 도와줄 수 없다는 거지.”
“에? 뭡니까? 그게 그 말이잖아요?”
“전혀 다르다.”
아크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국 마틴 후작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됐지만, 그를 찾아간 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후작과 대화하는 사이에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찾아갈 때까지만 해도 아크는 완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날벼락처럼 떨어진 《감사 명령》퀘스트와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사고. 그게 S-20을 노리는 쥬벨과 라이오스사의 짓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틴 후작이 ‘너답지 않다’고 말한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이번 일은 쥬벨과 라이오스사가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일이다. 그런 일에 쉽게 허점을 보일 리가 없지. 비행정 추락 사고의 보상금 따위를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하지만 마틴 후작이 나답지 않다고 한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야. 마틴 후작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것부터가 내가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라이오스사의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S-20이다.
그러나 쥬벨 후작의 목적은 S-20 따위가 아니다. 내무부 장관씩이나 되는 자가 아직 개발조차 되지 않은 섹터 따위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물론 라이오스사에게 그만한 사례를 약속 받았겠지만 그 역시 목적은 쥬벨의 목적은 아니다.
쥬벨의 타깃은 정적 마틴 후작.
아크를 압박해 마틴 후작을 이번 일에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마틴 후작을 궁지에 몰아넣을 함정을 준비되어 있으리라.
마틴 후작이 아크를 도울 수 없다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쥬벨이 마틴 후작을 잡기 위해 만들어둔 함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상 그가 나서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아크의 설명에 멜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불어냈다.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입장이 된 셈이군.”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 아크가 딱 그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저는 새우가 아닙니다.”
그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크가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누구 등이 터질지는 끝까지 해봐야 알 수 있겠죠.”
“무슨 말인가? 뭔가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럼? 이대로 포기하겠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내무부 감사원이 지시한 설비를 갖추려면 수만 골드의 자금이 필요하네. 그것도 기일 안에 설비를 갖추려면 지금 당장 공사를 시작해야하네. 지금 우리가 무슨 수로 그만한 돈을 구한단 말인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 베라드가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도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네! S-20은 형님과 저희들의 땅입니다! 형님과 저희가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피투성이가 되어가며 얻은 땅이라고요! 그런 땅을 우리가 왜 포기해야합니까?”
“맞습니다! 게다가 저 던전은 우리가 한 달 가까이 햇빛조차 보지 못하고 삽질을 해가며 뚫어놓은 거라고요! 그런 곳을 저 비열한 새끼들에게 넘겨주자니, 전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합니다! 못 한다고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폭탄을 짊어지고 저 연구소로 뛰어들겠습니다!”
“그건 곤란하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연구소가 우리의 섹터를 지켜줄 유일한 희망이니까.”
“연구소가? 그게 무슨 말인가?”
멜린의 질문에 아크가 라이오스사의 연구소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설명하자면 갤럭시안의 시설물은 대부분 이미 완성되어 있는 블록을 옮겨와 간단하게 조립하는 셀Cell이라는 건축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장비와 인력만 충분하면 빌딩이라도 며칠이면 완공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오스사는 마치 자금력을 자랑하듯이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어 불과 하루만에 상당히 진척되어 있었다.
마치 작정하고 염장질을 하듯이 팻말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섹터 사무소 바로 옆에 최신 시설을 완비한 연구소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라이오스사의 목적이 뭘까요?”
“그, 그야 당연히 S-20이 아니겠는가?”
“그렇겠죠.”
아크가 토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토리, 저 건물에 어떤 시설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냐?”
“네? 네! 그거야 연결되는 블록들만 봐도 알 수 있죠. 고성능 안테나에 밖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자동포탑이 내장된 것도 몇 개 보이고, 광역 실드 전개가 가능한 전자기 발생기도 붙어있네요. 저건 연구소라기보다는 요새 같은데요?”
“저게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입니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물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죠. 토리의 말대로 저 건물의 시설물은 연구소라기에는 너무 과합니다. 그렇겠죠. 라이오스사가 저 건물을 짓는 이유는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게 첫 번째 목적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아마도 저 건물의 진짜 용도는 섹터 관리. 우리를 쫓아낸 뒤에 S-20을 차지하면 관리 사무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짓고 있는 걸 겁니다. 자,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왜 놈들은 관리 사무소로 사용할 건물을 섹터 경계 밖에 짓고 있는 걸까요?”
“그, 그야 섹터 안에는 지을 수 없으니까…….”
“그럼 S-20이 라이오스사의 섹터가 된 다음에는요?”
“다음에는…….”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하던 멜린이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드디어 아크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확장이죠.”
도중에 끊긴 멜린의 뒷말은 아크의 입에서 나왔다.
이어 아크가 님프를 조작하자 허공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1레벨 섹터에 설치 가능한 공공시설》
확장(5,000G): 섹터의 범위를 1제곱 킬로미터 확장할 수 있습니다.
페어리(3,000G): 섹터에 개척자가 부활할 수 있는 페어리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전용노선(2,000G): 섹터를 은하연방이 운영하는 수송기의 노선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중계 안테나(1,000G): 섹터에 대용량 중계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안테나가 설치되면 이스타나의 다른 도시와 교신이 가능해지고, 일반 개척자들도 다른 도시의 동료가 보낸 우편을 수신할 수 있게 됩니다.
섹터에 설치할 수 있는 공공시설 목록 정보창!
원래 아크가 S-20에 우선적으로 설치하려고 했던 시설은 페어리와 전용노선이었다.
그러나 섹터 관리자 권한이 날아가게 된 마당에 공공시설을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연이은 사건사고로 공공시설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마틴 후작과 보험금이니 뭐니 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다.
“아직 S-20의 관리자는 저라는 겁니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섹터를 확장할 권한은 제게 있죠.”
아크가 섹터를 확장하면 당연히 경계 바로 옆의 연구소도 섹터의 영향권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연구소가 아크의 것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소가 누구의 소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구소가 S-20에 속한 건물이 된다는 것이고, 그 건물 안에 감사원이 요구한 보안, 위생 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놈들이 연구소를 파괴해버리면…….”
“누구 맘대로 요?”
아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건물은 라이오스사의 것이지만 섹터에 편입되면 내 관리를 받아야합니다. 증축하는 것도, 부수는 것도 내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죠. 그리고 건물은 라이오스사의 소유라도 땅은 제 것입니다. 내 땅에 허가 없이 지어진 건물이니 강제 철거를 명령하거나, 입점을 허가하는 대신 건물의 권리 일부를 제가 가져올 수 있게 되죠.”
아크는 마틴 후작에게 이미 그 부분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아두었다.
결과는 문제없음!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리고 법에는 법이다!’
이게 아크가 생각해낸 일발 역전의 해결책이었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섹터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확장을 할 때까지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놈들이 확장하기 전에 건물을 철거할 수도 있으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내일이면 섹터에 공공시설을 신청할 자격이 생깁니다.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확장을 신청하려면 그 전에 자금을 확보해 둬야합니다.”
필요한 자금은 5,000골드.
보안, 위생 설비를 갖추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만만한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크는 이전부터 페어리와 전용노선을 신청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직 아크가 모은 돈과 섹터의 수익금을 전부 합해도 1,000골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는 아마라에서 챙겨온 고가의 금속부품이 수 톤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 달 가까이 던전에 처박혀있던 친위대원들이 상당한 양의 갈스톤을 모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며칠 아크가 섹터 주변의 던전을 돌며 모은 전리품까지!
‘시간이 없다.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야해!’
그러나 S-20에서 팔 수는 없었다.
바이엔이 아크의 계획을 눈치채고 연구소를 철거하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게다가 S-20은 갈스톤의 산지. 산지에서 갈스톤을 팔아봐야 제 값을 받기는 힘든 것이다. 때문에 아크는 실버스타를 이용해 자렘까지 날아가 물건을 처분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비싸게 물건을 처분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아크는 1쿠퍼라도 더 주는 상점을 찾아 발바닥이 헤질 정도로 뛰어다니며 혓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치열하게 흥정하며 물건을 매각했다. 덕분에 모든 품목을 시세보다 높게 매각할 수 있었지만 모인 돈은 4,500골드. 아직 500골드나 부족했다.
‘더 이상 팔 물건은 없다. 하지만…….’
아크에게는 아직 돈을 구할 곳이 남아있었다.
바로 문어들이 운영하는 자렘의 식량 생산 공장!
처음 아크가 공장을 세울 때는 하루 수익을 최대 14골드 40실버로 잡았다. 그러나 다시 찾은 생산 공장의 수익은 하루 20골드를 넘어선 상태였다.
아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식량 공장의 운영을 맡은 제이는 어묵바에 각종 양념을 섞은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해 연이어 히트. 수익을 50%이상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리하여 한 달 보름 사이에 벌어들인 돈이 900골드!
아크의 배당금이 30%니 그 중 270골드가 아크의 몫이었다.
[그런 사정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지!]그러나 아크의 사정을 들은 부룸은 그동안 모은 돈을 탁탁 털어 건네주었다.
이로서 5,400골드! 마침내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 돈은 섹터의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제이, 수고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자세한 설명은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해줄게.”
아크는 곧바로 다시 S-20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S-20의 비행장에 착륙하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쿠쿵! 쿠쿵! 쿠쿵! 파지지지지!
관리 사무소 앞에서는 여전히 라이오스사의 연구소가 건설되고 있었다.
바이엔이 아직 아크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 공공시설을 신청하기
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0여 분. 이제 와서 눈치챘다해도 30분 안에 연구소를 철거 하기는
무리! 이제 30분만 지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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