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04)
아크 더 레전드-204화(204/875)
[204] SPACE 1 아크의 24시간 (4)‘됐어.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아크가 연구소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왜? 부러우십니까?”
울타리 너머에서 한 사내가 다가왔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사내는 라이오스사의 하수인 바이엔이었다.
바이엔이 재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듣자니 요즘 아크 님의 섹터에 복잡한 문제가 많다면서요?”
“덕분이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이미 알아보셨을 텐 데요? 섹터에 추락한 비행정은 라이오스사의 마크가 새겨져 있지만 한참 전에 도난 당한 것입니다. 그게 S-20에 추락해서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뭐 아크 님만큼 놀라지는 않았겠지만. 라이오스사와는 관련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걱정이 되는군요. 보험사에서 까다롭게 굴어서 보험금 지급이 한없이 미뤄지게 될지도 모른다던데, 상인들이 그때까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만…….”
바이엔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물러나시는 게 어떻습니까?”
“뭐?”
“중앙정부의 감사 명령대로 설비를 갖추려면 수만 골드가 필요합니다. 비행정에서 내리는 걸 보니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는 모양인데, 솔직히 아크 님이 보름 안에 그만한 돈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결국 아크 님은 빈털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 제안하겠습니다. 이제 아크 님도 아실 겁니다. 라이오스사가 원하는 게 뭔지. 그러니 서로 시간낭비하지 말고 이쯤해서 정리하죠. 버텨봐야 아크 님에게 좋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섹터 권리를 라이오스사에게 양도한다면 옛정을 생각해서 위로금으로 한 1,000골드 정도는 챙겨 드리죠.”
“내가 그 따위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냐?”
“지금이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텐 데요?”
“글쎄? 누가 후회하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아크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이엔을 바라보며 대답했을 때였다.
“아, 아크! 큰일이네!”
뒤에서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멜린이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오며 소리쳤다.
“살인사건이네! 던전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어! 그것도 한꺼번에 수백 건이나! 지금 던전은 사방이 피바다야! 그 때문에 지금 개척자들의 민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네! 그리고 자네가 오기 전에 이미 수백 명의 개척자들이 섹터를 떠나버렸네!”
“뭐, 뭐라고요?”
아크는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던전에서 벌어지는 PK는 많아야 3~4명. 한 파티가 당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아크는 라이오스사가 잠입시킨 몇 몇 개척자가 PK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꺼번에 수백 명이 PK를 당했다니? 그건 던전에 숨어있는 라이오스사의 암살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 백 단위의 암살자가 숨어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간간이 한 파티만 PK를 당했다.
그 중 일부만 활동하고 나머지는 노멀 상태로 던전에 숨어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놈들이 일제히 본색을 드러내고 주변의 유저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한 것이다.
‘서, 설마!’
아크가 황급히 님프를 조작했다.
그리고 섹터 관리창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현재 섹터의 인구수가 2,000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인구수 2,000을 일주일 이상 유지하지 못해 공공시설을 요청할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섹터의 레벨을 올리려면 다시 인구를 모아 일주일 이상을 유지해야합니다.
“이, 이럴 수가!”
놈들이 노린 게 바로 이것!
그동안 S-20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2,500을 넘어섰었다.
연쇄 PK사건이나 비행정 추락 사고가 일어나 인구가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2,3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크도 인구수 유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고작 하루 사이에 인구수가 급감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게 함정이었다.
놈들은 언제든 섹터의 인구수를 2,000이하로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너!”
아크가 와락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바이엔이 입 끝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군요. 그래서 충고하지 않았습니까? 후회하게 될 거라고. 라이오스사가 관리하는 섹터는 이스타나에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설마 아크 님이 생각하는 것 하나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겠습니까?”
“역시 네놈이……!”
“그렇다고 함부로 남을 의심하면 곤란하죠. 저는 그저 아크 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을 했을 뿐입니다. 살인을 일삼는 범죄자들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대강 예상이 되는군요. 던전에 개척자가 남아있는 한 살인은 계속될 겁니다. 그러니 섹터에 인구가 늘어날 일은 없겠죠. 아크 님이 계획하는 대로 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입니다.”
바이엔이 빙글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 섹터라면 아무래도 1,000골드는 무리겠군요. 이제 500골드로 하죠. 양도할 생각이 있다면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가치는 점점 더 내려갈 테니.”
SPACE 2 최고의 사냥터 (1)
“하아…….”
아크가 한숨을 불어냈다.
확장 신청 직전에 던전에서 일어난 대량 PK사건!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아크에게 확실히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약 230여 명. 그러나 문제는 사망자가 아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불과 30분. 그 짧은 시간에 230여 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던전에 숨어있던 라이오스의 하수인이 최소 100명은 넘는다는 의미였다. 파고스 화산 던전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을 PK할 정도니 레벨이나 실력도 상당하리라.
그런 카오틱들이 100여 명이나 득실거리는 던전.
“젠장,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냥을 하라는 거야?”
“섹터에서 운영하는 유료 던전에 카오틱이 득실거리는 게 말이 돼?”
“이런 문제는 당연히 섹터 관리자가 해결해 줘야하는 거 아니야?”
“애초에 카오틱을 입장시켰다는 게 말이 되냐고!”
유저들의 불만이 아크에게 향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이건 아크의 책임이기도 했다.
갤럭시안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아이템 하나만 있어도 상대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하이드 헬멧’을 사용하면 아예 외모까지 바꿀 수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나 섹터는 범죄자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에 그런 불법 아이템이나 ‘스텔스’ 따위를 감지하는 검색대를 설치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가난했다.
물론 검색대를 설치할 돈조차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페어리와 전용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주머니를 꽉 동여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검색대만 설치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S-20의 울타리는 건물 잔해로 경계만 표시해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경계를 지키는 관리자도 아크를 포함해 고작 10여 명 정도.
정말 누군가 밀입국할 마음을 먹는다면 숨어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처럼 S-20의 보안 수준은 최하. 이런 사태를 막을 최소한의 설비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놈들이 그런 식으로 숨어든 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보안 시설이 허술해도 섹터와 던전에는 수많은 개척자들의 눈이 있다.
그런 식으로 100여 명이나 되는 카오틱이 던전에 숨어들어 가기는 무리. 아마도 놈들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노멀 상태였을 것이다. 그게 이번 사건의 피해가 더 커진 이유였다.
노멀 상태였던, 심지어 어떤 유저는 같은 파티원에게 급습을 당해 사망했다.
그러나 그게 변명이 되지는 못했다.
별도로 던전 입장료를 받는 이상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비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크가 한숨을 불어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보통 섹터에서 이만한 사건이 벌어지면 연방군의 개입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S-20의 범위는 던전의 입구까지. 던전에 들어가려면 S-20을 지날 수밖에 없어 따로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사실 던전 그 자체는 아크의 소유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아웃랜드와 다를 바가 없는 지역. 때문에 바이엔이 터널을 뚫어 던전을 무료로 사용하게 만든다고 공표해도 막을 명분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때 베라드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러자 랄프와 칼리벤 등도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네! 저 던전은 우리가 피땀 흘려 뚫어놓은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비열한 라이오스사의 졸개들이 설치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리한 소리하지 말게.”
멜린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끼어 들었다.
“던전에서 한 달이나 있어봤으니 알 거 아닌가? 저 던전이 얼마나 크고 복잡한지. 그런 곳에서 고작 1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우리가 놈들을 어떻게 다 찾아낸단 말인가? 설사 찾아낸다 해도 놈들은 최소 100명이야. 다들 한통속이니 우리가 들어가면 조직적으로 대응하겠지. 던전 같은 곳에서 놈들에게 포위되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전멸이야.”
“죽음 따위는 무섭지 않습니다!”
“네, 우리가 뭐 한 두 번 죽어봤습니까?”
“그런 말이 아니지 않나…….”
멜린이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야.”
멜린의 말대로 다.
사실 이번 PK사건에 모든 유저가 겁을 집어먹은 것은 아니었다.
시엘이나 쿠마처럼친분이 있는 유저들은 원한다면 아크와 함께 싸워주겠다는 말도 했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수십 명. 100여 명. 아니, 아직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카오틱들을 상대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숫자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파고스 화산 던전은 라이오스사에게 장악 당했다.
그리고 그건…….
-《섹터 관리 정보창》
섹터 코드: S-20 섹터 등급: Lv.1
섹터 범위: 파고스 화산 입구에 해당하는 1킬로미터 지역
섹터 관리자: 아크(해당 에이전트: 다크에덴)
상점 수: 12(7-면세 상점, 5-수입의 5%세금 징수 중)
《!!: 상점 2개가 파괴되고 4개가 피해를 입어 영업 정지 중 피해보상 소송 중》
인구 수: 1,180
섹터 자산: 4,374골드.
“하아…….”
또 다시 흘러나오는 한숨.
“이래서야 언제 뒤치기를 당할지 모르잖아? 페어리도 없는 곳에서 죽으면 며칠 동안 모은 경험치가 한 방에 날아가잖아! 갈스톤이 아무리 귀한 광석이라도 타나토스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불안불안한데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사냥할 수는 없어.”
“제대로 사냥도 못해봤으니 입장료를 환불 해줘!”
“그래, 나도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겠어!”
대규모 PK사건 이후 개척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몰려들었다.
그렇게 섹터를 나간 개척자가 400여 명. 그리고 아크는 이들에게 섹터와 던전 입장료 1골드씩 환불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감사 명령의 기한이 이제 13일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그 퀘스트를 완료할 유일한 방법은 섹터를 확장하는 것 뿐이야.’
그 조건이 인구 2,000을 일주일 간 유지하는 것.
다시 말해 최소 엿새 안에 인구를 다시 2,000이상 모으고 일주일 간 그 상태를 유지해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구수를 늘려주던 던전이 사실상 폐쇄된 것이다.
물론 S-20 주변에는 다른 사냥터도 있지만 파고스 화산 던전처럼 단기간에 유저를 끌어 모을 정도의 메리트는 없었다. 그리고 그 사냥터들도 섹터 밖의 아웃랜드. 그곳에서도 던전과 같은 PK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아니, 틀림없이 벌어진다!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크 역시 라이오스처럼 개척자들을 고용하는 것!
고렙 유저를 용병으로 고용해 던전의 카오틱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인구수도 채우고 던전도 되찾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문제는 자금이야. 던전에 있는 카오틱들을 처리할 수 있는 고렙 유저들이 고작 몇 골드에 이런 변경까지 와줄 리가 없어. 필요한 인원은 최소 수백 명. 그만한 유저들을 고용하려면 수천 골드가 필요하다. 남은 4,374골드를 몽땅 쏟아 부어도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설사 용병을 모은다해도 빈털터리.
계획대로 된다해도 정작 확장할 돈이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외통수!
‘아니야!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S-20을 포기할 수는 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해! 카오틱…… 저 빌어먹을 카오틱 자식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만 있으면…… 하지만 던전 밖은 섹터니 놈들이 제 발로 나와줄 리도 없고…….’
그때였다.
갑자기 아크의 머릿속에 번갯불이 번쩍였다.
“그래, 맞아! 내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었어! 카오틱들 때문에 지금 다른 개척자들은 던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지. 그래서 나는 던전이 놈들에게 장악됐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어.”
“반대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크의 말에 친위대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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