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08)
아크 더 레전드-208화(208/875)
[208] SPACE 3 작전명 워터크리닝 (3)“흠…….”
S-20의 사무실.
아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침음성을 발했다.
카오틱사냥꾼들의 유입으로 다시 섹터로 모여든 개척자가 2,000명을 돌파한지 엿새가 지났다. 이제 하루만 더 기다리면 섹터 확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부지런히 카오틱을 잡은 덕분에 확장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하루면 모든 일이 정리되는 것이다.
우려하던 연구소 철거도 없었다.
섹터 앞에 보란 듯이 세워져 있는 연구소는 이미 완공된 상태.
아예 폭파시킨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 철거한다하고 해도 하루만에 모든 시설을 해체하기는 무리다. 아무리 서둘러도 일부 시설은 남겨질 수밖에 없었고, 아직 감사 명령 기한까지는 며칠 여유가 있으니 실버스타를 팔아서라도 자금을 마련해 나머지 시설을 지으면 그만이다.
그걸 바이엔이 모를 리가 없을 터.
‘그게 문제란 말이지.’
그럼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때문에 아크는 며칠 전부터 카오틱 사냥을 중단하고 친위대원들을 풀어 라이오스사의 동태를 감시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떤 변화도 감지할 수 없었다.
“혹시 그냥 포기해버린 게 아닐까요?”
헤겔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크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다.”
이게 라이오스사가 독단적으로 벌이는 일이라면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쥬벨 후작까지 연관되어 있었다. 거물 정치인까지 관련되어 벌인 일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포기했다면 연구소를 철거하거나, 혹은 아크가 섹터를 확장하기 전에 연구소의 지분을 지키기 위해 교섭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하루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그런 기미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움직임도 없지 않습니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아크가 짧게 대답하며 연구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 속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
당연히 무슨 짓인가 해야할 놈들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다. 그걸 밖에서 알아내려고 하고 있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답을 찾으려면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지.”
“네? 직접 들어가다니요?”
“놈들이 우리를 들여보내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숨어들어 가야지.”
아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바이엔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면 그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이제 섹터 확장 권한이 생기기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그러니 놈이 일을 꾸민다면 하루만에 모든 상황을 뒤바꿀만한 일을 꾸미고 있으리라.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이에 아크가 생각해낸 최후의 방법이 바로 잠입!
직접 연구소에 숨어 들어가 자신의 눈으로 바이엔의 계획을 알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크의 설명에 대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마, 말도 안 됩니다!”
“저 연구소에 경비병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게다가 연구소가 건설될 때 토리도 말했잖아요. 보안 시설이 엄청나게 깔려있다고요. 그런 곳에 숨어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그건 나도 반대네.”
멜린도 고개를 저으며 끼어 들었다.
“자네가 얼마나 대단한 개척자인지는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그런 짓은 너무 무모해. 자네는 이 섹터의 관리자네. 만의 하나라도 자네가 놈들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상황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장담할 수 없어. 아니, 들어가기도 전에 잡힐 거네.”
“들어갈 방법은 이미 생각해 뒀습니다.”
“뭐? 어떻게 말인가?”
“잊으셨습니까? 저 연구소에는…….”
아크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다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순간 벼락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맙소사! 내가 그걸 잊고 있었다니!”
“잊다니? 무슨 말인가?”
“만약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홀린 듯이 중얼거리던 아크가 와락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칼리벤, 베럴, 연구소가 완공된 이후에 비행정이 드나드는 걸 본 적이 있나?”
“네, 어제오늘 사이에 수송기가 서너 번 왔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칼리벤의 대답에 아크의 머릿속에서 마침내 모든 단서가 조합되었다.
상황이 역전됐음에도 섹터 확장 기한이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바이엔 일당. 잊고 있던 일을 기억해내는 것으로 그 이유를 알아낸 것이다.
해답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겠다는 말이지?”
아크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 * *
“믿어도 되겠지?”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사내가 히죽 웃었다.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요?”
“뭐 그야…….”
“도살자. 그게 우리에게 붙은 별명이오. 그런 별명을 얻기까지 수없이 많은 놈들의 대가리를 쪼갰지. 그게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문제지만.”
“하지만 놈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아직 뭘 모르시는 구만.”
어둠 속에 모인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우리가 왜 범죄자가 되면서까지 PK를 하는지 아나?”
“우리쯤 되면 더 이상 몬스터 사냥 따위는 시시해서 못하기 때문이지.”
“카오틱 사냥꾼? 키키키, 웃기는군. 그런 놈들에게 당할 정도라면 이미 카오틱도 뭣도 아니지. 그런 놈들을 때려잡을 실력이 되니까 우리가 아직 이러고 있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인지 당신도 곧 알게 되겠지. 그때 가서 무섭다고 오줌이나 지리지 말라고.”
“미, 믿음직스럽군.”
“그보다 약속한 보수는 제대로 받을 수 있겠지?”
“일이 끝난 뒤에 딴 소리를 하면…….”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일이 끝나면 확실하게 지급해주지. 그리고 적어도 이곳을 벗어날 때까지는 신변 보장도 해주겠다.”
“약속한 보수만 주면 뒷일까지는 걱정해주지 않아도 돼.”
“후후후, 괜찮은 장사로군. 마음껏 살육을 벌이고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다니.”
“오랜만에 피 맛에 흠뻑 취할 수 있겠군.”
‘무, 무서운 놈들이야…….’
바이엔이 식은땀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둘러싸고 음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들의 눈동자는 하나 같이 붉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바로 살인 경력을 가진 카오틱 개척자라는 의미였다.
바이엔이 진행해온 계획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크는 각지에서 실력 있는 개척자를 불러들여 바이엔이 잠입시킨 하수인들을 처리했다.
이에 바이엔이 생각해낸 방법은 간단했다. 아크가 실력 있는 개척자를 불러들였다면 그 역시 실력 있는 카오틱을 모으는 것. 그때부터 바이엔은 각지에 부하를 파견해 악명이 자자한 카오틱들과 접촉, 연구소에 모아들이고 있었다.
그 숫자가 무려 2,000이상!
현재 S-20의 인구수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S-20에 2,000이 넘는 개척자가 있다지만 먼저 잠입시켰던 하수인들과 맞상대할 수 있는 자들은 고작 수백도 되지 않는다!’
그런 곳에 2,000이 넘는 카오틱이 들이닥치면 어찌 될지는 뻔하다.
카오틱 사냥꾼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바이엔이 모은 자들 역시 각지에서 악명을 떨치는 악당들. 놈들이 카오틱 사냥꾼이라면 이들은 사냥꾼을 사냥하는 맹수 중의 맹수!
S-20따위는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많은 악당들을 섹터로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그건 연방군이 개입할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자칫하면 바이엔까지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S-20의 영향권이 아닌 던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연방군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바이엔과 악당들이 어두운 터널 속에 모여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이 터널의 정체는…….
-라이오스사 연구소 건설 예정지.
공사로 인한 소음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라이오스사는 이곳에서 파고스 화산의 던전까지 지하도를 만들어 개척자들께서 무료로 던전을 이용하도록 해드릴 예정입니다.
바이엔이 연구소 건설을 시작할 때 공표 했던 지하도!
사실 이 지하도는 이미 며칠 전에 완공되어 있었다. 그걸 지금껏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후후후, 아크 자식, 지난 엿새 동안 던전의 카오틱들을 정리했다고 방심하고 있겠지? 하지만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라이오스사가 갖기로 마음먹은 이상 S-20은 라이오스의 것이 될 수밖에 없어. 네놈 따위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기다려야 하나?”
“음, 몸이 근질근질한데 말이야.”
카오틱들은 이미 무기까지 꺼내들고 어깨를 들썩였다.
살인을 하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이 섬뜩해 보였지만 그만큼 믿음직스러워보기도 한다.
‘이런 흉포한 놈들이라면 던전의 개척자쯤은 순식간에 쓸어버리겠지. 그럼 아크는 또 다시 섹터 확장에 실패하게된다. 그리고 감사 명령 기한까지는 고작 이틀. 설사 그 사이에 다시 인구수를 늘리더라도 섹터를 확장하기 전에 관리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게 그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던 이유였다.
보다 많은 악당을 모아 한 방에 아크의 희망을 짓밟아버리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 때가 되었다!’
“자, 시간이 됐다! 모두 준비해라! 터널을 개통해라!”
바이엔이 마치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소리쳤을 때였다.
퍼펑! 쿠콰콰콰콰!
동시에 폭음과 함께 터널 끝 부분이 허물어져 내렸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너머로 사방으로 뻗어있는 동굴이 나타났다.
바로 파고스 화산 던전!
“저곳에 보이는 모든 개척자를 죽이고 돌아와라!”
“우오오오오!”
바이엔의 말에 악당들이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던전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뒤이어 어두운 동굴 속에서 참혹한 비명이…….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여기 개척자가 득실거린다며? 그 놈들이 다 어디 있는데?”
“뭐? 사람이 없다고? 그럴 리가?”
악당들의 허탈한 목소리에 바이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터널을 진동시키며 다가왔다.
그 굉음이 들려오는 곳은 바이엔의 뒤쪽, 연구소에서부터 연결된 터널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굉음에 기겁하며 고개를 돌린 바이엔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 바이엔만이 아니었다. 터널과 던전에 모여있던 악당들의 얼굴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터널을 뒤흔들며 엄청난 기세로 몰려오는 것은…….
“무, 물이다!”
“터널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쿠콰콰콰콰콰콰—!
비명 섞인 고함이 터지기가 무섭게 거대한 물살이 그들을 삼켰다.
그 물살에 휩쓸린 순간부터 바이엔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터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은 끝도 없었고, 바이엔과 카오틱들은 그 물살에 휩쓸려 복잡한 던전 속을 정신 없이 떠내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퍼펑—!
막혔던 하수구가 뚫리는 소리와 함께 바이엔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바닥에 처박혀 돌부리에 쓸리며 수십 미터를 구르다가 겨우 멈춘 바이엔이 물을 게워내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였다.
“허! 정말이었잖아?”
“산에 있는 던전이 물에 잠기게 된다기에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는데…….”
“게다가 저 녀석들, 다 카오틱이잖아. 그렇게 찾아다닐 때는 한 놈을 찾기도 힘들더니. 무슨 바퀴벌레냐? 저 많은 놈들이 다 어디 숨어있었던 거야?”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이엔과 카오틱들을 휩쓴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파고스 화산의 던전 밖. 엄청난 숫자의 개척자들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널브러진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바이엔을 지켜보는 사람은…….
“아, 아크!”
바이엔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라이오스사의 연구소장님께서 꼴이 말이 아니군.”
“이, 이게 대체…… 서, 설마 네가……?”
“역시 연구소장쯤 되는 사람이라 그런지 상황 판단이 빠르군.”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 지금 눈앞에 널브러져 있는 바이엔과 카오틱들은 바로 아크의 작품!
새삼스럽지만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크는 바이엔이 계획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연구소에 잠입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잠입할 방법까지 생각해두고 있었다.
‘바이엔은 연구소에서 바로 던전까지 갈 수 있는 터널을 뚫어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공표 했다. 그건 다시 말해 연구소 지하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 그 터널을 이용하면 굳이 위험하게 경비병이 깔려있는 정문으로 잠입할 필요가 없어.’
순간 아크는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그 터널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면?’
굳이 섹터를 거치지 않아도 자유롭게 던전을 왕래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그 터널이 있는 곳은 연구소 내부. 다시 말해 바이엔이 마음만 먹으면 그 터널로 엄청난 숫자의 카오틱을 들여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아크의 추측을 뒷받침해준 것이 칼리벤의 증언이었다. 연구소가 완공된 뒤에도 수송기가 서너 번이나 왕복했다는 증언. 연구소는 이미 완공된 상태이니 수송기가 그렇게 자주 오갈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수송기가 자주 들락거렸다면 이유는 하나!
‘병력을 모으고 있는 거다!’
이유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전에 대규모 PK사건으로 S-20의 인구수를 급감시켰던 작전의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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