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214)
아크 더 레전드-214화(214/875)
[214] SPACE 5 내 땅입니다! (2)그러다 보니 용감(?)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스킬이 만들어졌다.
-[회피(☆☆)]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적의 총격을 피할 확률을 상승시킵니다.》
-[안전 제일(☆☆)]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일정시간 동안 공격력을 감소시키는 대신 방어력을 상승시킵니다.》
-[용의주도(☆☆)]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주위 환경으로부터 받는 데미지를 감소시킵니다.》
아프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만들어낸 스킬!
그건 고스란히 전투력에 반영되었다.
-죽을수록 강해진다!
어떤 영화의 카피문구처럼 요원들은 죽음을 경험할수록 강해졌다.
“형님은 천재십니다!”
강호철은 감탄사를 발하며 이명룡을 칭송했다.
그러나 요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가 받는 고통은 다 저 자식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악마적인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거지?’
‘악마적인 게 아니라 저 자식은 그냥 악마야!’
그러나 이명룡은 조금도 거리낄 게 없었다.
RPG가 뭔지도 모르고 뉴 월드를 시작했을 때, 이명룡 역시 그렇게 게임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다른 요원들처럼 그렇게 개조된 캡슐로 갤럭시안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설마 이 일에 현우 녀석까지 관련되어 있을 줄은…….”
국정원이 의뢰했다는 민간 게이머들.
그들 가운데 현우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 건 팀에 합류한 이후였다.
하긴, 현우는 뉴 월드 최강의 게이머. 게다가 루시퍼를 쓰러뜨린 전력이 있는 유저였다. 상대가 루시퍼라면 이 일에 현우를 참가시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화랑 형님의 부탁은 둘째치고, 시간이 나는 대로 현우를 만나봐야겠어.”
이명룡이 꽁초만 남은 담배를 비벼 끄며 중얼거렸다.
* * *
‘젠장…….’
현우가 한숨을 불어냈다.
S-20의 상황을 정리한 직후.
현우는 곧바로 몇 몇 부하직원을 데리고 다시 우주로 나갔다.
다시 마틴 후작을 찾아 첩보대에 합류하기 전에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아크의 목적지는 1~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워프 항법을 이용해도 20여 시간이나 걸리는 은하계 변경의 혹성이었다. 다시 말해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20여 시간은 딱히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정말 간만에 생긴 여가시간.
‘차라리 잘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택산 지구 부동산도 내 문제인데, 그동안 형님들에게만 미뤄두고 너무 게임만 파고들었어.’
솔직히 말하면 게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현우는 택산 지구의 부동산 폭락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 사건의 배후는 루시퍼!
루시퍼가 택산 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를 점거하고 있는 이상 폭락한 부동산 시세가 회복될 가망은 없었다. 유일한 희망은 루시퍼의 요구대로 갤럭시안에서 그보다 먼저 궁극의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뿐이었다.
때문에 같이 택산 지구를 돌아보고 대책을 논의하자는 갱생단원들의 요청을 차일피일 미루며 게임에 몰두해왔다. 현실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그뿐이니까. 그러나 그런 사정을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없어 내내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그래, 사정을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형님들도 날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번번이 핑계를 대기도 미안하지. 시간이 난 김에 바람이나 쐬며 형님들 얼굴이나 보러 갔다오자.’
[그래, 잘 생각했다.] [일단 넘어와. 땅 좀 돌아보고 간만에 술 한잔해야지.]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출발 직전에 걸려온 전화였다.
[조민선이에요.]“조민선? 모르는 이름인데 무슨 용건이신지…….”
[이리나라고 하시면 알겠어요?]순간 현우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약 20일 전, 현우는 아마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스타나 궤도 수비대 기지에서 이리나를 만난 적이 있었다. 평소 그녀에게 호감을 품어오던 현우는 그때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었고 뜻밖에 이리나. 아니, 조민선-그녀의 본명은 이때 처음 들었다-은 시간을 내보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 그녀가 전화를 했다.
‘설마……?’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제가 그동안 좀 정신이 없었거든요. 너무 갑작스럽지만 이제야 시간이 나서 전화 드리는 거예요. 혹시 오늘 시간 되시나요?]‘맙소사!’
현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토록 기다리던 전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타이밍이 지랄이다. 방금 전 현우는 갱생단 형들과 택산 지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형들은 한 발 앞서 택산 지구로 출발한 상태였다. 몇 번이나 미루다가 잡은 약속이다. 게다가 이미 출발한 형들에게 약속을 취소하자는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20일만에 연락이 온 조민선과의 만남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일생일대의 고민!
[역시 너무 갑작스럽죠? 그럼 다음 기회에…….]“아, 아닙니다!”
현우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조민선은 모르겠지만 현우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중환자 실에 누워있던 그녀의 어머니. 그때 현우는 그녀의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그동안 병원을 갈 때마다 들려봤지만 민선 씨 외에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어. 아마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겠지. 그녀는 홀로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는 거야. 경제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여자 혼자서 중환자 실의 병원비를 감당하기는 힘들겠지. 그래, 민선 씨는 몇 년 전의 나와 같아. 갤럭시안을 하는 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그녀가 무뚝뚝하게 보였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겠지. 나도 어머니가 처음 입원했을 때는 그랬으니까.’
현우가 그녀에게 더 마음이 쓰였던 이유였다.
그래서 알고 있다. 그런 처지에 놓인 사람이 시간을 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밖에서 만날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현우는 결국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할 게요. 실은 선약이 있습니다. 친형 같은 형들과 지방에서 잠시 만나기로 했죠. 저도 근래에 좀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잡은 약속이라 취소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말인데, 괜찮으시면 드라이브 삼아 저와 함께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건…….]조민선이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머뭇거렸다.
이에 거절을 예감한 현우가 한숨을 불어내려 할 때였다.
[혹시 그 지방이라는 곳이 배가 하루에 한 번 밖에 다니지 않는 섬은 아니죠?]“네? 아, 아니. 차로 2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곳인데요?”
[농담이에요. 좋아요.]조민선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뒤이어 갱생단 형들에게 전화를 하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이 자식,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빼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만!] [너도 이제 다시 연애를 하는 거냐?] [여자를 데려오겠다는데 싫다고 할 이유가 없지!] [우리가 그런 쪽으로는 선수 아니냐? 일단 데려와. 형님들이 팍팍 밀어줄 테니까!]당연히 갱생단 형들도 OK!
‘하지만 첫 데이트를 형들과 함께 해야하다니…….’
현우가 한숨을 푹푹 불어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역사적인 첫 데이트에 형님들이 웬 말인가?
게다가 막상 생각해보니 걱정되는 게 한 둘이 아니었다. 갱생단원들이 어디 보통 형들인가? 하나 같이 왕년에는 날리던, 문자 그대로 ‘형님’들이었다. 우연히 밤길에서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호신용 가스총을 분사해버릴 것만 같은 인상의 소유자들.
첫 데이트에 그런 형님들을 소개해주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걱정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갱생단 형들은 과거 현우가 알고 지내던-정확히 말하면 썸을 타던-강미수나 정혜선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었다. 막상 조민선과 형들을 만나려니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싶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현우는 자가용을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고, 옆자리에는 조민선이 앉아 있었다.
이제 데이트가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 불편하세요?”
“아, 아닙니다.”
현우가 얼른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밖에서 처음. 아니, 파티장에서 만났으니 두 번째인가? 하지만 그때는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 사정 때문에 갑자기 형들까지 함께 만나게 돼서 민선 씨에게 미안해서 그럽니다.”
“저는 괜찮아요. 현우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갑자기 연락한 제가 미안하죠. 그리고 불편하게 생각했다면 제가 먼저 거절했을 거예요. 저는 다른 사람 눈치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거야 저도 잘 알죠.”
현우가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벨타나에서 이리듐 0.5그램이 부족하다고 식량을 주지 않을 때 딱 알아봤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현우 씨도 만만치 않잖아요.”
“네? 제가 뭘요?”
“삽을 사겠다고 제 앞에서 바지까지 벗어 던졌죠.”
“윽!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었습니까?”
“잊고 싶은 기억 중에 하나예요.”
“그럼 제발 잊어주세요. 그때는 저도 필사적이었다고요.”
“그래도 좀 놀랍기는 해요. 그때만 해도 저는 현우 씨가 곧 게임을 접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벨타나에 이어 아타마스에서도 영웅 칭호를 받고 섹터의 관리자까지 되다니. 전 갤럭시안이 처음 해보는 게임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민선 씨도 대단하죠. 은하연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처음 게임을 하시면서 은하연방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간부까지 되다니. 그런 걸 보면 민선 씨도 이미 평범한 유저라고는 할 수는 없죠.”
“지금 제게는 그것밖에 없거든요.”
현우의 말에 조민선이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순간 현우는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게임으로 먹고-오해다-산다. 아무리 게임이 대중화되어 천만 유저 시대가 됐지만 아직 게임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다. 남자라도 게임으로 먹고산다는 얘기는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여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현우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잠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조민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세요? 저희, 만난 이후부터 계속 갤럭시안 얘기만 하고 있다는 거?”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둔한 편이라…….”
“아니에요. 억지로 말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저도 그게 편해요. 솔직히 취미가 뭐냐, 혈액형은 뭐냐 같은 질문을 했으면 정말 불편했을 거예요. 서로 좋아하는 걸 함께 공유하며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호감도가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이군요.”
“긴장은 풀지 마세요. 아직은 아니라는 뜻이니까.”
“알겠습니다.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좀 더 노력하죠. 어떤 퀘스트든 맡게 주십시오.”
“제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는 것, 그게 첫 번째 퀘스트예요.”
“그건 반복 퀘스트죠?”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결국 그것도 호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퀘스트 접수! 달성율 100%로 완료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현우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첫 데이트를 형님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데이트 그 자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일단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어 데이트 신청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어떻게 대해야할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선택하기까지도 20분이나 걸렸다.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니 오히려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편한 기분마저 들었다. 오늘만큼은 갤럭시안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걱정했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오! 미인이다!”
약속 장소에는 먼저 출발한 갱생단 형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우가 차를 세우자마자 갱생단이 몰려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짜고짜 죄송하지만 혹시 언니 있습니까?”
“이 자식이 얻다대고 흉악한 낯짝을 들이밀어?”
“죄송합니다. 못 배운 놈이라서 그럽니다.”
“뭐야? 그런 너는 많이 배웠냐?”
“너보다는 많이 배웠다, 인마. 이해하십시오. 저 녀석이 못 배운 놈이기는 하지만 대소변 정도는 가릴 줄 압니다. 막 짖어대거나 물지도 않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저는 강유진이라고 합니다.”
“어라? 내가 작업 해놓았는데 왜 네가 먼저 인사를 하는 거야? 저는 유안국입니다.”
“기다려! 내가 먼저야! 저는 마철웅이라고…….”
“짐승은 빠져!”
갱생단원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사실 처음 갱생단원들이 몰려왔을 때, 조민선은 현우도 느낄 만큼 긴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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